[사설] 폭염·가뭄에 낙동강 녹조 창궐, 먹는 물 고통 언제까지
'냄새 수돗물' '시퍼런 논밭', 또 식수 위기
긴 갈등의 실타래 풀려면 정부 의지 필요
지난 3일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인 경남 창녕군 남지읍 남지철교 주변의 풍경. 낙동강의 녹조 현상이 두드러져 보인다.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극한 폭염과 가뭄, 복합재난이 덮친 부산·울산·경남에 이번엔 먹는 물 비상이 걸렸다. 8월 들어 낙동강에 녹조를 일으키는 유해 남조류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환경당국 조사에서 지난 3일 매리·물금 지점 유해 남조류가 1mL당 5만 6949세포까지 치솟았다. 전주보다 10배 넘게 뛰며, 조류 경보가 ‘경계’로 상향될 상황이다. 경계는 유해 남조류가 2회 연속 1mL당 1만 세포 이상일 때 내려진다. 지난달 초·중순에 이어 다시 위기다. 상황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부산 취수량 33%를 공급하는 물금취수장도 지난 3일 3만 5005세포이던 유해 남조류가 지난 7일 7만 7603세포로 늘었다. 수치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당장 낙동강에 가 보면 강 전체가 녹조 범벅이다.
올여름 녹조는 낙동강 너머까지 흘러들고 있어 위기감이 더 크다. 지난달 초 경남 양산 원동면 화제리 논과 밭에까지 녹조가 흘러들었다. 회야댐 물을 식수로 쓰는 올산도 초비상이다. 가뭄으로 회야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낙동강 원수로 충당하고 있는데, 회야정수장 유입 원수에도 유해 남조류가 나왔다. 낙동강 표류수 의존도가 높은 창원은 지난 6월 수돗물에서 냄새 물질이 검출됐다. 창원 수돗물 불안은 한두 번이 아니다. 문제는 올해 낙동강 녹조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폭염과 가뭄으로 높은 수온, 풍부한 영양염류, 느린 유속 등 폭발적인 녹조 증식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정부가 세운 대책도 약발이 듣지 않는다. 녹조 사태가 심각해지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녹조 계절관리제를 시행,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낙동강 하류 4개 보를 순차 개방했지만 그 이후 일부 구간에서 녹조가 더 창궐하는 결과가 나왔다. 보 개방 이후 각 지점 유해 남조류가 적게는 1.4배, 많게는 11배까지 늘었다. 상류 녹조가 하류로 몰리는 역효과도 났다.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 개방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수위를 낮춰 유속을 높여도 전체 수량이 부족하면 강 전체 냉각 효과가 줄어 녹조가 더 창궐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대로다.
이번에 녹조가 원인이 됐지만 부울경 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 후 벌써 30년이 넘었다. 부울경이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한강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이런 땜질식 처방만 반복됐겠느냐는 의구심에 있다. 정부가 올 2월 2030년까지 낙동강 수질을 1등급으로 만들겠다며 대책을 내놨지만 이후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이런 와중에 또 녹조 사태를 겪으니 지역에서 “또 목표만 거창했다”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부울경에 물 문제가 지역의 지속 가능성까지 좌우할 사안이 됐다. 부산과 경남, 경남 내부, 울산과 경북, 대구·경북과 부울경 등 다양한 갈등들이 실타래처럼 얽혔다. 결국 정부의 강한 의지와 갈등 조정 능력에 기대 풀 수밖에 없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