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하동보건의료원… 응급의학·산부인과마저 제외
내년 하반기 개원 목표 추진 중
7개 진료과를 4개로 줄이는 등
재정 부담 등 이유로 규모 축소
지역 의료 격차 해소 취지 무색
경남 하동보건의료원 조감도. 내년 하반기 개원 목표다. 하동군 제공
경남 하동군이 재정 부담과 의료인력 수급 애로 등을 이유로 내년 하반기 개원을 목표로 추진 중인 보건의료원 건립 사업의 규모를 일부 축소하기로 했다. 7개 진료과를 4개로 축소하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 응급의학과와 산부인과 등 지역 필수 진료과들이 제외되면서 일각에서는 지역 의료 격차 해소라는 당초 취지가 퇴색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3일 하동군에 따르면 하동군은 애초 구상했던 하동보건의료원의 진료 과목과 병상 등 건립 규모를 일부 줄여 운영하는 ‘체질 개선’에 나선다.
민선 8기 당시 하동보건의료원은 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산부인과·내과·외과 등 7개 진료과에 40병상 규모로 구상됐다. 하지만 이대로 운영할 경우 연간 20억 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민선 9기 들어 규모 조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진료 과목은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등 핵심 4개 과로 줄어들고 병상수도 30병상으로 축소된다. 응급실은 계획대로 구축하되 애초 포함됐던 건강검진센터와 재활클리닉 등 부속시설 설치는 일단 보류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진료 과목에서 응급의학과와 산부인과 등이 빠진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응급실 시설을 갖추더라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으면 급성 심뇌혈관 질환이나 중증 외상 등 긴급 환자 발생 시 즉각적인 초기 처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산부인과의 경우 현재 지역 한 여성의원에서 분만이 가능하지만, 고위험 산모 관리나 다양한 여성 질환을 체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원 내 산부인과 신설은 여전히 절실한 실정이다. 한 주민은 “보건의료원을 만드는 이유가 응급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인 만큼 응급의학과나 산부인과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동군은 일단 처음에는 진료 중심 과목으로 운영하되, 향후 환자 수요나 의료 인력 확충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목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동군 관계자는 “하동군 예산 규모상 매년 수십억 원의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의료 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향후 내실화를 거친 뒤 진료 과목을 확충할 계획이다. 산부인과는 지역 병의원 지원을 통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 향후 군민 참여 소통위원회를 운영해 정책 방향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동군은 보건의료원 체질 개선과 함께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검토 중이다. 현재 전국 16개 기초지자체 보건의료원 중 15곳이 직영 운영으로 의료 인력 수급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일하게 청송군만 민간 의료기관에 보건의료원 운영을 맡겨 부담을 덜고 있는 상태다.
하동군 역시 전문 의료기관에 보건의료원 운영을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구상 단계에서는 민간 의료기관을 우선 검토했지만 민선 9기 들어 공공 의료기관인 경상국립대병원으로 전환했다. 거점 대학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안정적인 의료 인력 수급과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향후 경상국립대에서 배출될 ‘지역의사’를 활용하면 인력 확충이 더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하동군은 사업비 약 345억 원이 투입돼 연면적 6356㎡ 규모로 하동보건의료원 건립 사업에 나섰다. 현재 공정률은 20% 수준으로, 내년 하반기 개원 목표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