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vs “기계적” AI 논술 채점 논쟁 중
찬 “교사 업무 줄고 객관성 높여”
반 “창의력 줄고 정형화된 답안”
부산교육청 내년 도입에 찬반
교육청은 “보조 도구로만 활용”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지역 교육 현장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다. 6일 용역 착수보고회를 기점으로 AI 서·논술형 평가지원시스템이 본격화 될 예정지만, 교육 현장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평가의 객관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도구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AI 맞춤형 글쓰기가 오히려 사고력 확장을 가로막고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2032학년도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과 함께 AI 활용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정성 확보와 교사 업무의 경감
이번에 시교육청이 구축되는 ‘AI 서·논술형 평가지원시스템’은 출제부터 시험 시행, AI 자동채점, 교사 검수, 학생 피드백에 이르는 서·논술형 평가의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교육청은 2027년까지 실천교사와 실천학교 운영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학교 현장 보급과 활용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시교육청의 ‘AI 서·논술형 평가지원시스템’은 정부가 추진 중인 2032학년도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대비한 실증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교육계에서는 최근 AI시대를 맞아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서·논술형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당장 2028학년도 대입 개편으로 고교 내신이 5등급제로 전환되면서 기존 객관식 중심의 지필고사의 변별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일선 학교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려면 각 과목마다 관련 문항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하고, 평가 할 때도 학생 수백 명의 답안을 교사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채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막대한 업무 부담에 놓이게 된다.
AI 자동 채점 기술은 교사들의 업무를 줄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교사들이 채점이라는 노동 집약적 업무에 쏟는 물리적 시간을 줄이는 대신, 학생 개개인의 학업 수준을 면밀히 분석해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고 수업을 고도화하는 본연의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AI 채점은 평가의 객관성 논란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부산 수영구의 한 중학생 학부모는 “교사들마다 채점 기준이 다를 수 밖에 없어 불이익을 받는 학생이 생길 수 있다”며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AI가 채점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턴 분석…사교육 시장만 배 불릴 것
AI 채점 시스템 의존이 오히려 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것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우려는 학생들이 본인의 논리와 창의력을 발휘하기보다, 기계가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AI 맞춤형 패턴에 얽매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AI 모델이 채점의 정확도를 담보하기 위해 특정 핵심 키워드나 정형화된 문장 구조를 위주로 평가하게 될 경우, 결국 학생들은 채점 알고리즘에 맞춘 답안을 기계적으로 외우는 식의 주입식 교육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고스란히 사교육 시장의 불안 마케팅에 활용되면서 사교육 팽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교사노조 김한나 위원장은 “아이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겠다며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에 앉아 기계적인 글쓰기만 훈련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보조 도구로의 한계 명확히 할 것”
이러한 팽팽한 찬반 논란 속에서 부산시교육청은 AI를 단독 평가자로 내세우지 않겠다고 밝혔다. 맥락을 읽어내고 최종적인 성취도를 판단하는 것은 평가 전문성을 갖춘 교사의 고유 권한으로 남겨두어 기계적 평가의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지난 7월 교사 287명을 대상으로 학생평가 전문가 기본 과정 연수를 진행하고, 선발된 실천 교사 20명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문항 개발에 착수하는 등 현장 연착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AI 평가지원시스템은 수업 과정 중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보조도구로서 시스템 활용을 권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