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부산 사건 뒷 이야기]<2> 게임중독 중학생 어머니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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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손자 보고 싶을까 사진 앨범도 버려"

지난달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한 중학생 사건이 발생했던 부산 남구 모 빌라 현장. 부산일보 DB

지난 13일 오전 부산 남구 대연동 자택에서 만난 김금순(74·가명) 할머니는 "딸과 손자를 저세상으로 보낸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곁에 있는 것 같다"며 울먹였다.

딸과 손자가 보고 싶을까 봐 이들의 사진이 든 앨범을 모두 버렸다면서도 칠순에 찍은 가족사진은 집 한쪽에 남겨 두었다. 사진 속의 딸 김 모(44) 씨와 손자 A(15) 군 모자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줄 전혀 모른 채 활짝 웃고 있었다. 지난 달 16일 A 군은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어머니 김 씨와 심하게 다투던 중 김 씨를 목졸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외할머니 "아이들 게임 못 하게 해야 한다"
여동생은 정신적 충격, 낯선 사람 두려워 해
사건 이후 '셧다운제' 등 청소년 중독 대책 나와


참사가 벌어진 지 한 달. 남은 가족들의 마음에 새겨진 슬픔과 고통은 여전했다.

김 할머니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딸과 손자의 죽음을 믿을 수 없어 이들이 묻힌 납골당에는 아직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김 할머니는 아침마다 초를 켜고 위령 기도를 올리는 것으로 슬픔을 달래고 있다. 지난 9월 심장수술을 받은 김 할머니는 병원 갈 때마다 꼬박꼬박 데려다주던 딸과 가족들을 살갑게 챙기던 손자가 떠올라 눈물을 흘리곤 한다. 딸과 손자를 도무지 잊을 수 없어 잠을 설치기 일쑤다. 살림을 합치자던 딸의 제안을 거절한 탓에 비극이 빚어진 것 같아 죄책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손자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끈 컴퓨터 게임에 대해서는 "청소년들이 아예 게임 근처에 갈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남은 손녀 B(11) 양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김 할머니는 "똑똑하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라서 고통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눈물지었다.

초등학교에서 만난 B 양은 담임교사(33·여)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낯선 기자를 보자 얼굴을 가린 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B 양을 교실로 돌려보낸 담임은 "원래 어른들에게도 싹싹하고 정이 많은 아이인데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이 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B 양은 장례식 중에도 학교에 오고 싶어 할 만큼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어 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방과후수업도 꼭꼭 챙겨듣는 등 평온을 되찾고 있다고 한다. 사건 후 원래 살던 집에 살 수 없어 고모 집에 머무르고 있다.

게임중독으로 인한 이 같은 참사 후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됐다. 만 16세 미만인 청소년의 경우 0시부터 6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강제 셧다운제'가, 만 18세 미만인 경우에는 본인 또는 친권자의 요청 시 게임 이용방법과 시간 등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가 도입됐다. 이와 함께 정부 부처와 시민단체, 게임업계, 학계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되는 '게임 과몰입 대응 협의회'도 운영될 방침이다.

가족을 잃은 B 양에 대한 온정도 이어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생계비를 기탁했으며, 부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는 장제비 등 600만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센터는 또 보듬사업을 통해 B 양 등 남은 가족에 대한 상담 및 치료도 1주일에 한 차례 실시하고 있다. 부산 남구청 역시 이웃돕기 행사와 모금활동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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