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중동 전운…美 파병 압박에 靑 "아직 검토중“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청와대 "큰 방향은 있지만 세부 사항 검토중"
UAE 현지조사단에 대해 "파병 전제 아냐"
백악관, 11월까지 파병 요청설도 솔솔
여당 내부서 파병 반대 목소리 분출 조짐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인권, 노동, 종교, 평화, 민중 등 각계 601개 시민단체 및 정당, 정치인이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강요 규탄 및 이재명 정부에 이를 거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인권, 노동, 종교, 평화, 민중 등 각계 601개 시민단체 및 정당, 정치인이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강요 규탄 및 이재명 정부에 이를 거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이란 간 보복의 악순환이 거듭되며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전운이 짙어지자 정부의 파병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11월까지 파병을 서둘러 달라’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청와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파병의 대외적인 압박은 거세지지만 여당 내부에서는 파병 반대 목소리가 분출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부의 결정에 따라 일대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에 동행 중인 청와대 관계자는 8일(현지 시간)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구 및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안과 관련해 “국제공조에 있어 어떻게 할지 큰 방향은 나와 있지만 세부 사항은 검토 중이고,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가 현지 조사단을 파견한 것에 대해서도 ‘검토 과정의 일부’로 봐야 한다며 파병이 결정되거나, 파병을 전제로 한 조사단 파견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방부는 지난 주말 아랍에미리트(UAE)로 현지조사단을 보내 현지 파병부대의 작전 여건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단은 우리 전력이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군사 거점과 기항지를 확인하고, 정비·보급 등 현지 지원 여건과 작전 환경을 점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파병안이 논의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구체적 방향이) 정해진 바가 없는 만큼 일정을 소개하기도 어렵다”고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자유 및 지역 안정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면서도 이를 ‘파병 논의’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파병 여부를 포함해 한국 정부의 입장은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았으며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거듭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미국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 정부에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청하면서 ‘늦어도 11월까지’ 병력과 자산을 파견해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방부는 “미국이 우리 자산의 호르무즈해협 파견에 대해 시한을 정해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미국의 압박 수위가 점차 거세지는 상황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달 들어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전황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미국도 동맹국의 참전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군은 이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군 함정을 공격한 데 대응해 이란의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란 역시 곧바로 요르단 알아즈라크에 있는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요르단 영토로 20발의 탄도미사일 군 기지로 날아들었다.

파병 움직임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반응은 냉담하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파병 문제를 두고 “쉽지 않다”며 “이라크 전쟁 때(파병 결정)보다 더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우리가 침략 전쟁에 반대하도록 헌법 5조에 명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유엔 결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나 일본도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대장)을 지낸 김병주 의원도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며 “우리 장병과 교민, 상선의 안전, 국익의 관점에서 중심을 잡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