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주민 동의 없이 ‘고리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의결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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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방폐물 계획안 이사회 통과
경주 월성 유사 시설 2030년 운영
“특별법 제정 전 밀어붙이기식”
기장군·의회·시민단체 강력 반발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 고리 1~4호기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 고리 1~4호기 전경. 부산일보DB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부지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부산시와 기장군 등 원전 인근 지자체가 ‘지역주민 동의 없는 건식저장시설 설치’에 반대하는 상황(부산일보 7일 자 1면 등 보도)이어서 안건 통과 이후에도 법적 분쟁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7일 오후 2시 서울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이사회를 열고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한수원이 의결한 기본계획안은 고리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해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한다는 내용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이사회를 열고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을 의결하려 했지만 지역 주민들과 사외이사의 반대로 안건 상정을 보류한 바 있다.

계획안 통과에 따라 한수원은 설계, 인허가, 건설 등 약 7년의 건설 과정을 거쳐 경주 월성원전내의 ‘맥스터’와 같은 건식저장시설을 고리원전에도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2031년께 고리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가 가득 찰 것으로 보고 중간저장시설 가동 전까지 필요 최소량인 2880다발 규모의 저장시설 건설을 2030년 운영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기장군의회는 7일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을 찾아가 건식저장시설 건립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기장군의회 제공 기장군의회는 7일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을 찾아가 건식저장시설 건립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기장군의회 제공

한수원 측은 “건식저장시설은 중간저장시설이 건설되면 사용후핵연료를 지체없이 반출하는 조건하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식저장시설의 법적 근거를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가운데 한수원이 건식저장시설 건립을 추진해 원전 인근 지역주민과 마찰이 불가피할 예정이다.

기장군청은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 동의 절차 없는 고리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추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기장군청은 한수원이 건식저장시설을 원자력안전법상 주민 동의 절차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관계시설’로 간주해 밀어붙일 우려가 있다면서 건식저장시설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통과 이후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은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명확한 용어 정의와 함께 주민 의견 수렴 절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시설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절차적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다”면서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장군의회도 이날 이사회가 열린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을 항의 방문해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역주민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고리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기장군의회는 지난해 11월 임시회를 열고 ‘주민 동의 없는 고리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반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바 있다.

시민단체는 한수원이 법적 근거도 없는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면서 원자력안전법상 위법 여부 등을 살핀 뒤 법적 조치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한수원은 지역주민 반대 의견을 묵살한 채 근거도 없는 건식저장시설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면서 “중간저장시설이 건설되면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다고 했지만 부지 선정 등이 지체되면 부울경 지역은 핵폐기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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