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당선에 엇갈린 반응…미국 ‘신중’· 중국 ‘불편’
러시아 '오직 하나의 중국' 일축
갈등 이어온 중국, 불편한 심기
반면 미국 "민주주의 강건 확인"
일본 축하에 중 '내정 간섭' 반발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당선됐다. 대만해협을 두고 미·중간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치러져 ‘미중 대리전’으로 평가된 이번 대선에서 대만 민심은 중국이 아닌 미국을 선택한 것이다. 러시아는 선거 의미를 일축, 중국은 침묵했으며 한국, 미국, 일본 등은 일제히 민주적 선출을 환영한다고 밝히는 등 반응은 엇갈렸다.
러시아 매체 타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중국 우방국인 러시아는 외무부 마리하 자바로바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양안 관계는 순전히 중국 내부의 문제”라며 “세계엔 오직 하나의 중국이 있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말했다. 친미, 독립 성향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의 승리를 축소 평가한 것이다. 이어 미국을 겨냥해서는 “특정국이 대만 선거를 이용해 중국에 압력을 가하고 대만해협과 지역 전체의 현상을 흔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라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지 두 시간 만에 낸 논평을 통해 “대만의 두 선거(대선과 총선)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다”며 “양안의 동포가 갈수록 가깝고 친밀해지려는 공동의 바람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은 라이칭더 후보의 대만 총통 선거 승리를 축하하며 양안 관계에 있어 평화와 안정 유지를 약속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라이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우리는 또한 대만 국민들이 다시 한번 민주주의 및 선거 제도의 강건함을 확인한 것도 축하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대만의 선거 결과를 잘 지켜보았으며, 앞으로도 대만과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계속 증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고 양안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또한 성명에서 “민주적인 선거의 원활한 실시와 그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일본)정부로서는 대만과의 관계를 비정부 간 실무관계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바탕으로 일본과 대만 간 협력과 교류를 한층 더 심화하는 것을 도모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을 둘러싼 문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일 중국대사관은 14일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일본 외무상의 공개적 축하 표명은 중국 내정을 간섭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중히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중·일 4개 정치문서(중일관계 주요 합의문)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즉각 반발했다. 이어 “우리는 강한 불만과 함께 결연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면서 일본에 외교적 항의를 의미하는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