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클래스·K댄스까지 콘텐츠 범위 넓히기 고민을 [머물수록 ‘팬덤 도시’]
⑤ 관광산업 파급효과 키워라
체류·소비·재방문 선순환 필요
마이스 등 행사 매출로 이어져야
싱가포르 관광 생태계 본받을 만
지역 관광기업 지원 구조 절실
싱가포르관광청은 관광 개발기금을 통해 새로운 관광 상품과 체험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는 동시에 관광산업 육성에도 자금을 지원한다. 마리나베이샌즈 일대. 싱가포르관광청 제공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도 부산 관광기업이 돈을 벌지 못한다면 지역에 남는 관광 효과는 제한적이다. ‘몇 명이 왔느냐’에 집중했던 과거 관광정책의 무게중심을 관광객이 얼마나 오래 머물고 지역에서 돈을 쓰는지로 옮기고, 소비를 부산의 관광기업과 상권으로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가 필요하다.
22일 부산 관광업계와 전문가 등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관광객 증가에도 수익 개선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비짓부산패스’에 참여하면서 모객은 늘었지만, 할인·정산 구조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업체도 있다고 주장했다. 패스 이용이 늘면서 일반 온라인여행사(OTA)나 현장 판매도 줄었다.
관광객 증가와 지역 업체의 수익 사이에 이 같은 간극을 좁히려면 관광정책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부터 달라져야 한다. 관광객 수 증가라는 성과를 완성하는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관광객이 부산에 무엇을 남기느냐다. 관광객의 체류와 소비가 지역 기업의 매출로 이어지고, 성장한 기업이 다시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부산 관광객 증가도 관광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방문객 수 자체가 목표가 되면 관광객을 ‘데려오는 것’에 정책이 집중되기 쉽지만, 체류기간과 1인당 소비액, 재방문율까지 주요 지표로 삼으면 관광객이 지역에서 더 오래 머물며 다양한 상품을 소비하도록 하는 정책으로 범위가 넓어진다. 숙박·음식뿐 아니라 체험과 쇼핑 등으로 소비처가 확대되면 지역 관광기업이 관광객 증가의 효과를 체감할 여지도 커진다.
외국인이 찾는 콘텐츠의 범위가 넓어지면 기존에는 관광업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지역 업체도 관광기업이 될 수 있다. 쿠킹클래스나 사진 촬영은 물론 K팝 댄스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면 동네 댄스학원도 관광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유명 관광시설에 집중된 소비를 이런 작은 지역 업체까지 퍼트려 지역경제 성장의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동의대 윤태환 호텔컨벤션학과 교수는 “N차 방문이 늘수록 체류 기간도 길어지고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한복이나 사진, 쿠킹클래스처럼 일상 체험을 제공하는 작은 기업들이 잘 살아야 산업 생태계가 건장해진다. 로컬 관광기업을 발굴해 상품 개발부터 플랫폼 입점, 홍보·사업화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광기업과 함께 산업을 이끌 인재를 키우는 것도 관광 산업 생태계의 한 축이다. 부산에는 관광·호텔·MICE·항공·외식·문화콘텐츠 관련 대학과 학과가 집적된 만큼 이를 지역 관광산업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호텔·여행 서비스 인력 양성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해 관광정책과 상품을 설계하고 국제행사와 콘텐츠산업을 연결할 전문 인력까지 육성할 필요가 있다.
부산에서 열리는 관광·마이스(MICE) 행사가 지역 기업의 매출과 사업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지역 관광업체의 경우 마이스 산업도 병행하며 규모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처럼 행사는 부산에서 열리더라도 운영에 필요한 업체와 물품을 외부에서 조달하면 개최 효과가 지역 관광기업에 충분히 돌아가기 어렵다. 이들 업체가 행사에 참여해 매출뿐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행사 수행 경험과 실적을 쌓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관광객을 끌어오는 것과 관광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함께 추진한다. 싱가포르관광청은 관광 개발기금을 통해 새로운 관광 상품과 체험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는 동시에 관광 산업의 기술 도입과 사업모델 개선, 인재 육성에도 자금을 지원한다. 특히 관광상품개발기금(TPDF)은 지원 사업을 평가할 때 외국인 관광객 유치뿐 아니라 외국인의 현지 소비 확대와 싱가포르 주민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여부까지 살핀다. 관광객을 얼마나 데려왔는지를 넘어 관광 수요가 지역 기업의 성장과 성과로 이어지는지까지 정책 성과로 보는 것이다.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오창호 교수는 “부산에서는 아직 관광·마이스 행사를 개최하면서 필요한 업체와 물품은 서울·경기 등 외부에서 가져오기도 하는 구조라 지역 업체가 성장하기 어렵다”며 “민간기업과 정부, 대학 등이 함께 관광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싱가포르 사례처럼 부산도 지역 관광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관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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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