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솜 송호진 대표 "글로벌 게임 도시, 업계 창의성 살리는 게 중요" [부산 인디 게임 메이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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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에서 20년 이상 업력을 이어가는 기업에는 뛰어난 역량을 바탕으로한 기술과 그들만의 성장 노하우와 있기 마련이다. 운과 요행만으론 장기간 업을 이어가기란 불가능하다. 특히 변화무쌍한 '게임업계'에서는 '실력'이 없으면 버티기 어렵다. 올해로 설립 20년차를 맞은 부산의 중견 게임제작사 '블루솜'은 꾸준히 게이머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주요 게임 플랫폼이 변하고, 게이머의 특성도 급변하는 요즘, 블루솜은 오래된 게임제작사 답지 않은 빠른 적응력을 바탕으로 부산 게임업계에서 든든한 '맏형' 노릇을 하고 있다.


■찐 오타쿠가 만드는 게임

블루솜은 2005년 8월 부산에서 탄생한 게임 제작사다. 송호진(50) 대표는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두고 게임 제작에 뛰어들었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지만, 당시 게임 제작에 큰 지식은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사업 초기 어려움도 많았다. 블루솜이 모바일 게임으로 처음 선보인 '창공의수호자'는 송 대표가 직접 코딩부터 게임엔진인 유니티를 배워 제작했다. 송 대표는 "대표가 게임 개발 역량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블루솜의 직원들 덕분이다"고 말했다.

블루솜의 직원들은 모두 26명이다. 부산의 중소 게임제작사로서는 많은 수다. 프로그래머 8명, 기획자 4명, 운영 4명, 나머지 그래픽 등 게임의 일러스트를 담당하는 직원이 7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바로 게임 분야의 '찐 오타쿠'라는 것. 그들의 취향과 특성은 블루솜의 게임에 그대로 반영됐다. 블루솜이 주력하고 있는 게임은 수려한 일러스트를 내세운 '미소녀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다. 송 대표는 "이제껏 그린 캐릭터만 수천 명이다. 노하우가 쌓여 게이머가 원하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2차 창작을 위한 캐릭터의 디테일한 설정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서브컬쳐 문화를 부산에서 선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게이머의 평가도 비슷하다. 블루솜에서 제작한 게임은 일단 '믿고 보는' 게임이라는 것. 게임 내 일러스트는 모두 블루솜의 원화가들이 직접 그린다. 단순히 보는 게임에 그치지 않는다. 블루솜의 게임은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다음 달 출시를 앞둔 블루솜의 신작 '영혼키우기- 두 얼굴의 소녀들'이 그렇다. 개발에만 2년이 걸렸다. 차별점은 캐릭터들이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귀신으로 변한다는 설정이다. 지난 12일부터 3일간 원스토어에서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게이머의 호평이 이어졌다. 송 대표는 "오컬트 소재의 게임이 많지 않아 차별성을 가진다"며 "게이머들에게 캐릭터에 담긴 스토리가 신선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했다.


■ 게이머 저격한 방치형 게임

블루솜은 PC 3D 게임이나 웹게임,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만들며 경력을 쌓아 왔다. 국내는 물론 일본, 대만, 동남아 등 다양한 시장을 상대로 게임을 서비스했다. 2011년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한 웹게임 '천하를 호령하다'는 일본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자, 블루솜은 빠른 적응력을 바탕으로 2016년 '창공의수호자'를 내놨다. 출시 약 5개월 만에 구글 앱스토어에서 125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해당 게임의 IP 활용해 개발된 게임이 일본에서 출시되는 등 10년이 넘은 세월 동안 유저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후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야생소녀''구원자를 키우는 방법''강남상어키우기'등 방치형 RPG 게임을 내놓고 있다. 방치형 게임이란 특별한 조작없이 캐릭터와 게임의 재화가 자동으로 성장하는 게임을 말한다. 게이머의 개입이 최소화된 구성으로 흔히 '레벨 노가다' 등 불필요한 피로를 없앤 장르다.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게임을 하면서도 플레이 할 수 있는게 장점이다. 송 대표는 "RPG 게임의 재미는 캐릭터의 성장에 있는데, 스트레스 없이 캐릭터를 키울수 있는 장르"라며 "숏츠, 릴스 등 짧은 동영상에 사람들이 빠져들듯 시대의 흐름도 복잡하지 않은 게임, 캐쥬얼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인기를 끌고있다. 대작 RPG보다 개발기간 대비 성과가 뚜렷하기도 하다. 블루솜은 게이머들의 꾸준한 선택을 받으며 수년 째 연 매출 두자릿 수를 기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관계를 중시하는 게임 제작사

송 대표가 20여년 동안 게임 산업에 종사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관계'다. 오랜시간 합을 맞춘 직원과 눈만 봐도 소통이 되는 관계를 쌓았다. 최근에는 부산 '게임제작사'들과의 관계를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부산의 게임제작사와 마케팅, 유통업체가 모여 결성된 '부산게임협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부터다. 송 대표는 6년째 부산게임협회장으로써 부산의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약 40개의 기업이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사간 네트워크 확대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부산에서 게임 제작사를 운영하면 수도권에 비해 개발 인프라가 부족하고 인재 수급이 어려운 등 난관이 많은데, 이같은 어려움을 서로 나누고 상호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젊은 단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20년을 지킨 제작사를 운영하는 대표인 만큼,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송 대표는 남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를 믿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제작사는 무엇보다 창의적인 시도를 많이 해야한다. 관련 기관이나 지자체에서도 업계의 창의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과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며 "포켓몬고를 만든 나이앤틱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해 있다. 지리적으로 부산과 닮은 점이 많다. 글로벌 회사와 인재들이 부산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프가가 조성되어 글로벌 게임도시로 부산이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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