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여파, 지역 예산·법안 국회 논의 ‘멈춤’
부산시 국비 증액, 기획재정부와 협의 사실상 중단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연내 처리도 어려워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여파로 부산지역 주요 현안에 대한 정치권 논의가 사실상 정지됐다. 부산지역 국비 확보를 위한 예산 심사의 경우 기획재정부와의 증액 협의가 ‘올스톱’됐다. 지역 현안 법안 논의도 멈춰서면서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연내 처리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 국비 증액을 위한 기재부 협의는 중단된 상태다. 예결위 관계자는 “부산시 증액 요구안이 기재부로 넘어가 1차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계엄 사태로 일체 논의가 중단됐다”면서 “당분간 예산 협의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야당의 “예산 폭거”를 계엄 선포 이유로 지목했다. 윤 대통령은 “예산 폭거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이라며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 담화에서도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국회 예산 심사 갈등을 ‘예산 탄핵’ ‘예산 농단’이라고 주장하면서 계엄을 선포해 당분간 여야의 예산 협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여야 원내지도부 차원의 예산 협의는 적어도 12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예산안 처리는 연말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의 예산 삭감 등을 계엄 근거로 지적한 데 대해선 여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김종혁 최고위원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야당이) 삭감 예산을 들이밀었고 감사원장과 검사들에 대해서 탄핵을 했다는 주장인데 전혀 찬성하지 않는다”면서 “야당이 법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엄 사태는 지역 현안 법안 처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정치권이 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 탄핵을 최우선으로 추진하면서 현안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4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지금 정국 현안이 우선순위가 완전히 바뀐 상황”이라며 “새롭게 역사를 써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현안 우선순위는) 시간을 갖고 조율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등 국회 일정에 대해서도 “완전히 국면이 달라졌기 때문에 본회의 일정, 관련된 안건들 모두 다 제로베이스에서 세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계엄과 탄핵이라는 거대 현안에 집중하면서 지역 관련 법안 등은 처리가 어렵게 됐다. 부산시의 경우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의 국회 처리를 요구하며 박형준 시장이 국회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지만 특별법 연내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정치권은 관례적으로 12월 임시국회를 소집 여야 합의 법안을 처리해왔으나 연말에 탄핵 정국이 펼쳐지게 되면서 지역 현안 법안 합의 처리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