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도 '근저당 매도' 꼼수, 이게 부동산시장의 현실
규제 중심 정책 패러다임 전환 필요
정교한 부동산 대책으로 신뢰 얻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28년간 소유하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29억 원에 매각하면서 매수인에게 17억 7000만 원 규모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거세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정작 대통령은 자신의 고가 아파트 매매에 매수인에게 사적 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규제를 비껴 갔다는 게 논란의 골자다. 이 대통령이 아파트 매각에 꼼수를 동원했을 리는 없다. 하지만 청와대의 “부동산 정상화 의지” 해명에 국민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 규제가 서민에게만 벽이었고, 자산가에겐 통하지 않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여기에 국정 최고 책임자의 낯선 아파트 거래가 불거지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마저 커진 형국이다.
이번 논란은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왜곡됐고, 그 상황에서 정부 규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정부가 출범 후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규제에 주안점을 뒀다. 그런데 자고 나면 아파트 가격이 수천만 원, 수억 원씩 뛰는 왜곡된 시장에 잘 먹혀들지 않았다. 한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으면 인근 집값이 뛰는 풍선 효과가 났다. 규제 지역에는 때를 기다리겠다는 심리가 확산됐다. 규제가 나오면 우회로를 찾는 식이다. 벌써 이 대통령 거래 모방 사례도 나왔다. 서울 강남에 20억 원짜리 한 아파트에 ‘집주인 대출 6억 원’ 문구가 붙은 매물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제시한 “투기 수요와 시장 불안 심리가 맞물리면서 상당한 사회적 자본이 비생산적인 부동산에 묶여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시장의 공급 확대 요구를 뒤로한 채 “규제 등 다른 수단으로도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제어할 수 있다”고 한 정책 방향이 옳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 진보 정부의 부동산 실패도 오버랩된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 세제 강화와 대출 규제 등에 나섰으나 거꾸로 집값 폭등과 주거 불안이 야기된 바 있다. 시장에서도 규제만으로 집값을 못 잡는다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23일 예정된 대통령 주재 부동산 토론회는 시장의 실상을 직시하고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규제는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투기 세력 규제는 강화하더라도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뺏지 않는 정책이 필요하다.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한 적극적인 공급으로 수요를 해소하겠다는 시그널도 중요하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결국 시장과 국민의 신뢰에 달렸다. 정부가 시장 자율성을 인정하고, 실수요자의 접근성을 보장하면서도 투기 수요를 차단할 수 있는 정교한 부동산 대책을 서둘러 내놓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