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업 역대급 호황이라는데 기자재 업계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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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국산화율로 ‘낙수효과’ 못 누려
디지털 전환 연계 생산 효율화 나서야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일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일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국내 조선 ‘빅3’업체인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올 1분기 2조 702억 원의 합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세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 4000억 원에서 47%나 늘어났다. LNG 운반선을 비롯한 고수익 선종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수주 물량 폭증으로 대형 조선 3사의 선박 건조 설비 가동률은 98~99%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미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조선업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지만, 정작 부산 조선기자재 업계는 낮은 국산화율로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이 ‘K자형 양극화’를 겪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해운협회 부산본부가 22일 ‘부산지역 선사-기자재 상생협의회’를 열었다. 이날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국내 조선기자재의 평균 국산화율은 2020년(74.7%)을 제외하면 70% 선이 붕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치인 2023년 기준으로는 69.1%까지 하락했다. 금액 기준 국산화율을 선종별로 보면 컨테이너선이 71%,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65%, LNG 운반선은 38% 수준에 불과하다.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기자재의 도입이 국내 조선소를 중심으로 대폭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국내 조선업과 조선기자재 산업 간의 강력한 결속이 약화하면서 상생 생태계가 단절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선박 내·외부 설비(의장)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 영역에서 국산화율이 하락세를 보인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선박의 핵심 자재인 두꺼운 철판 ‘중후판’의 국산화율은 2020년 81.3%에서 2023년 63.2%로 급감했다고 한다. 자율 운항과 친환경 선박의 핵심인 소프트웨어(S/W) 분야의 국산화율도 2020년 49.8%에서 2023년 10.9%로 급락한 상황이다. 향후 자율 운항 선박 시장이 확대되면 소프트웨어 국산화율이 매우 중요하다. 특정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선박에 탑재되면 관련 하드웨어도 함께 공급되기 때문이다. 국산화율을 높이지 못한다면 최종 선박 건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이 국외로 유출되는 것은 자명하다.

조선 산업과 조선기자재 산업은 그동안 강력한 결속 관계를 바탕으로 동반 성장해 왔다. 조선소가 전체 시스템 통합을 주도하고 국내 기자재 기업이 우수한 부품을 유기적으로 공급하면서 선박의 경쟁력을 높여 왔다. 그러나 중국산 기자재의 침투로 기자재 업계가 국내 공급망 생태계의 체질을 대대적으로 개선할 시점이 됐다. 국산 기자재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디지털 전환(AX)과 연계한 생산 효율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존 조선소 중심에서 벗어나 해운사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해운사의 선박 유지·보수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 해외 수출 시장에도 도전하는 등 변화와 혁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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