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녹조 갈수록 심각…주민 소변서 독소 검출
연구진 조사서 90명 중 18.8% 확인
대표 간독성 마이크로시스틴만 24건
일시적 수문 제한 개방으로는 ‘한계’
경북대학교 응용생명과학과 이승준 교수가 11일 서울 환경운동연합에서 낙동강·수도권 주민 녹조 독소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낙동강 녹조가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부산·경남 등 낙동강권 주민들의 소변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낙동강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등 환경단체는 11일 서울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낙동강·수도권 주민 녹조 독소 검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 조사는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김동은 교수가 총괄하고 녹색병원 백도명 환경성질환센터장, 경북대 응용생명과학과 이승준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8월 1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부산·경남·대구·경북 등 낙동강 유역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93명의 소변 시료 150건을 수집해 분석했다.
조사 결과 시료 150건 중 19.3%(29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특정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 종류다. 남세균은 짙은 청록색 세균으로 녹조의 원인이다.
거주지별로는 △부산 27명 중 22.2%(6명) △경남 창녕 10명 중 20%(2명) △경남 창원 11명 중 9.0%(1명) △경북 고령 26명 중 17.8%(5명) △대구 16명 중 18.7%(3명) 등 낙동강권에서만 90명 중 18.8%인 17명 소변 시료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경기 수원·의왕·평택 등 경기도권 소변 시료에서는 60건 중 20.0%인 12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확인됐다. 수계 유형별로는 강·낙동강권에서 79건 중 20.3%인 16건, 호수·저수지 주변에서 71건 중 18.3%인 13건이 검출됐다.
소변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유형은 3종으로, 시료 34건에서는 두 종류 이상 마이크로시스틴이 함께 확인됐다. 특히 24건으로 가장 많이 검출된 유형인 ‘마이크로시스틴(MC)-LR’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Group 2B)’로 분류하는 대표적인 간독성 마이크로시스틴이다.
시료에서 검출된 MC-LR 농도는 0.75~3.65ppb(10억 분률) 범위였다. 다만 연구진은 ‘해당 물질이 어느 정도의 농도에서 질병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녹조 문제를 환경보건 영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들은 “정부의 녹조 관리 정책이 원수와 먹는 물을 넘어서 공기, 농·수산물, 사람과 동식물 영향을 포함하는 정책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동강권뿐만 아니라 수도권, 하천과 저수지 주변 모두에서 녹조 독소가 확인된 만큼 반복적으로 녹조가 발생하는 전국 하천·호수·저수지 대상으로 통합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경북대 이승준 교수는 이날 <부산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이번 조사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어떤 경로로 체내에 유입됐는지 특정하기는 어려웠으나, 주민 소변에서 검출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정부가 환경·생체 시료를 연계해 노출 경로 등 전 과정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사 결과로 낙동강 보 수문을 개방해 유속을 회복하고 영양염류 유입 저감 등 녹조 발생 원인을 줄이는 정책 추진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최근 낙동강 보 수문을 일시적으로 제한 개방해 녹조 감소 효과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악화했다.
지난 10일 조류 경보 지점 조사에서 물금·매리 유해 남조류가 3만 865세포/ml를 기록하면서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 칠서 지점 유해 남조류는 18만 3037세포로, 수문 개방 시기였던 지난 3일 7113세포에서 25배나 증가했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