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락가락하는 부동산·ISA 개편, 정책 신뢰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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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다른 세제안" 반발에 결국 재검토
잇단 정책 헛발질, 경제 라인 교체도 고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여 만에 수정·보완에 나섰다. 부동산 세제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을 중심으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도 11일 국무회의에서 “정책이 국민이 처한 상황을 따라가야지, 거꾸로 국민의 삶을 기성 제도에 억지로 꿰맞추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직접 나섰다. 대통령도 악화된 여론이나, 조세 정책에 대한 국민 저항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잘못된 정책이라는 판단이 섰다면 과감하게 입장을 선회해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유연하고 합리적인 정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하지만 세제 개편 과정에서 정부가 드러낸 미숙함은 우려스렵다. 부동산 세제는 개편에 앞서 떠들썩하게 대국민 토론회까지 열어놓고는 정작 나온 결과물은 제대로 검토한 게 맞느냐는 우려가 쏟아질 만큼 실망스러웠다. 부동산 세제 개편 관련 입법예고에는 일주일 동안 수천 건의 국민 의견이 접수됐다. ISA 개편안은 국내 증시 유도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핵심 혜택을 줄여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거세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나쁜 법안”이라는 목소리가 여당에서도 터져나왔다. 급기야 이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주문하면서 발표 사흘 만에 수정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가 섣부른 정책부터 내놓고 반발이 커진 후 손질에 나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등은 여전히 시장과 기업들을 흔들고 있다. 이번 논란도 애초에 꼼꼼히 검토하고 법안을 내놓았으면 없을 일이다. 어떻게 내놓는 정책마다 여론을 떠보는 식이 될 수 있나. 세제는 특히 경제 운용의 핵심 틀이자 거의 모든 국민과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 주거와 자산 형성 같은 민감한 부분을 다룰 땐 특히 더 그렇다. 복잡한 이해관계,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 편법적 회피 가능성 등을 두루 따졌어야 했다. 정부 실력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책을 바꾸는 일은 공짜가 아니다. 섣부른 정책에 따른 국민 스트레스, 추가 행정력과 시간 등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국민과 기업은 불안에 시달려야 하고, 정부의 정책이 언제 또 뒤집어지지 않을까 불신도 커 간다. 재검토 과정에서 자꾸 예외 조항을 두는 식으로 누더기 정책이 되지나 않을까도 우려된다. 가장 큰 비용은 정부 정책 신뢰 하락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편안 재검토는 원점에서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주무 부처의 잘못된 설계, 정부 부처 간 이견 노출, 청와대의 조율·검증 기능 부족 등이 더해진 결과다. 무엇보다 현실과 동떨어진 개편안이 나온 것이 문제다. 이참에 정부 경제 라인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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