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심 속 생태공간의 회복력… 부산시민공원 가치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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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12년 만에 야생 동물 서식지 변모
체계적 조사·관리와 공존 방안 마련해야

부산시민공원 내 다양한 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11일 부산시민공원 부전천 일원 전경. 이원준 기자 lwj@ 부산시민공원 내 다양한 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11일 부산시민공원 부전천 일원 전경. 이원준 기자 lwj@

부산 도심 한복판 부산시민공원에서 너구리와 족제비, 왜가리, 흰뺨검둥오리에 이어 천연기념물인 남생이까지 관찰되고 있다. 도로와 건물로 에워싸인 공간에서 다양한 야생 동물이 먹이를 찾고 머문다는 사실은 놀랍고 반가운 변화다. 공원 안 부전천 주변의 수변 식물이 풍부해지면서 야생 동물이 몸을 숨기고 살아갈 터전이 마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4년 개장 이후 12년에 걸쳐 생태계가 꾸준히 회복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도심 공원의 가치는 조경이나 편의 시설의 수준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생명이 스스로 찾아와 터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부산시민공원의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변화는 부산의 도시·환경 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도시는 주거와 상업, 교통 기능만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시민이 걷고 쉬는 녹지와 물길, 숲이 이어지고 그 연결망을 따라 생물도 이동할 수 있어야 도시의 품격도 높아진다. 시민공원과 화지산을 잇는 다리형 생태통로 주변에서 고라니 분변이 발견된 점은 그래서 눈여겨볼 만하다. 황령산과 백양산에 서식하는 너구리와 족제비 등이 도로나 하수관로를 따라 공원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원 하나 잘 꾸미는 것만으로는 온전한 도시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도시계획 단계부터 산과 하천, 공원, 생활권 녹지의 생태적 연결성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야생 동물의 등장을 낭만적인 볼거리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너구리와 족제비가 시민공원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것이 원래 서식지에서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인지도 살펴야 한다. 또 로드킬 방지 대책과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시민과 마주칠 경우에 대비한 안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보호 가치가 큰 남생이가 발견되는 한편 외래 교란종인 중국줄무늬목거북을 제거하기 위한 통발이 설치된 현실도 도심 생태계 관리가 얼마나 세심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어떤 종이 얼마나 서식하는지, 어디에서 들어와 어디로 이동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과학적으로 관리할 때 비로소 사람과 야생 동물의 지속 가능한 공존도 가능하다.

시민공원 부지는 일제강점기 경마장과 일본군 훈련장·야영지로 이용됐고, 광복 이후에는 미군기지 캠프 하야리아가 자리했다. 100년 가까이 이방인의 영역이었던 땅이 시민에게 되돌아와 이제 사람뿐만 아니라 야생 동물까지 품는 생명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실로 경이롭고 반갑다. 이제 부산시는 이 역사적 전환을 제대로 완성해야 한다. 개체 수와 이동 경로 등에 대한 체계적인 생태 조사를 시행하는 한편 먹이 주기 금지와 야생 동물 접촉 자제 등 공존 수칙도 마련해야 한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땅을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 자산으로 키우는 것, 그것이 부산시민공원이 써 내려갈 다음 역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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