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 칼럼] 지역 경제 엉망인데 기준금리 인상이라니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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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주간

한은, 백투백 인상 3%로 상향 조정
물가 상승과 경제성장 때문이라는데
침체 늪에 빠진 지역 경제와 온도차

지역 불균형, 통화정책 공감 어려워
수도권 쏠림 막을 구조개혁만이 해법
서울 집값 수렁에서도 빠져나오는 길

2023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제1회 지역 경제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지역 간 불균형에 따른 통화정책의 어려움을 그 배경으로 들었다. 통화정책이라는 게 무딘 칼이어서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지역별 체감이 차별적이어서는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하고 지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는 게 국민 경제의 중요한 이슈일 뿐만 아니라 물가와 금융 안정이라는 중앙은행 책무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며 심포지엄을 연례화했다.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가의 건강한 성장을 이뤄내기 어렵다는 생각에서였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강남 학생의 서울대 진학을 제한해야 한다는 파격적 보고서를 냈다가 교육부 장관이냐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것도 이런 신념의 발로였다.

새삼스럽게 이 전 총재의 인사말을 떠올린 건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해 3%로 상향 조정하는 걸 지켜보면서였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결정이 주목받았던 것은 2개월 연속해서 올리는 백투백(Back-to-Back)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에서였다. 백투백 인상은 3년 7개월 만인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역사상 이번까지 포함해 네 번에 불과할 정도로 이례적 일이다.

한은은 그 이유로 우선 물가 압박을 꼽았다. 근원물가지수가 7월에 2.6% 올라 2023년 12월(2.8%)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목표(2%)를 크게 웃돌았다는 것이다. 근원물가가 상향 조정돼 오름세가 광범위하고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설명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64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 집값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백투백 인상 결행까지 가능하게 했던 것은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더해진 때문이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와 2.9%로, 5월 전망치(2.6%, 2.1%)에서 대폭 끌어올렸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이례적 연속 인상에 따른 시장 충격 우려를 의식해 ‘호미론’을 꺼내 들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언급하며 집값과 가계 부채, 환율 안정에 ‘호미’로 선제 대응하겠다고 했다.

경기가 좋아지고 소득이 올라가 물가 상승세 확산이 우려되니 선제 대응한다는 것인데 지역민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물가가 올랐다는 건 알겠는데 경기가 좋아지고 소득이 올랐다니, 체감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자영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빈 점포가 눈에 띄게 는 게 지금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중소기업 중심의 제조업 경기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 못 하는 업체들이 즐비하다.

한은 금리 인상 배경이 된 낙관적 경기 지표들은 반도체발 돈벼락에 힘입은 바가 크다. 총량적 거시지표는 어느 때보다 좋지만, 호황의 수혜는 일부에만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도체 기업과 소속 노동자, 그리고 반도체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정도다. 지역적으로는 산업구조와 자본 분포상 수도권 중심이다. 비수도권에서는 호황의 온기를 체감하기 어렵다. 문제는 호황의 비용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집값만 해도 그렇다. 서울에서는 집값을 잡겠다며 ‘닥치고 공급’을 외치면서도 땅을 찾지 못해 난리인데 지역에서는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집값 잡겠다고 금리를 연속해서 올렸으니 가뜩이나 위축된 지역 부동산 시장은 더 얼어붙고 지역 경제에도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년에 기준금리가 3.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는데 지역민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진다.

이 전 총재가 지적한 기준금리 정책의 딜레마인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해소를 위한 구조개혁 없이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정부 균형발전 정책 효과가 수도권 쏠림 가속도를 압도해야 가능한데 어느 정권도 해결 못 한 숙제다. 이재명 정부 또한 서울 집값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당장은 정부 부처와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전면적이고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할 일이다. 800조 원을 넘어선 내년도 역대급 슈퍼 예산도 수도권 쏠림 해소에 쏟아야 통화정책과의 엇박자 논란에서 비껴갈 수 있다. 한다고는 하는데 안 된다는 것은 방향이 잘못됐거나 총량이 부족해서다. 결국, 임계점을 넘어서는 균형발전 물량 공세가 답인데 수도권의 목소리에 점점 눌린다. 서울 집값의 수렁이 더 깊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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