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인구 500만 단위 13개 레지옹으로… 분권과 광역화 동시 추진
프랑스 분권 정책이 주는 메시지
1960년대부터 수도권 집중 논란
헌법상 분권 보장하고 권한 이양
광역지자체 자체 역량 강화 배려
부울경 통합 논의가 재부상하면서 광역권 육성 해외 사례가 주목을 받는다.
간사이 광역연합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분권정책은 중앙정부가 재정 구조를 점진적으로 완화한 것이 키포인트다. 지방세 비중을 늘려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키워왔다. 캐나다 역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 세수를 주정부가 확보하도록 하면서 지역의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광역화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사례가 프랑스다. 강력한 중앙집권국가였던 프랑스는 1960대부터 분권 정책을 실시해 이상적인 지방 거점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 1980년대부터 광역화 노력까지 더해지며 유럽에서도 이례적으로 지방도시의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 중이다.
부산경남지방자치학회 등에서 다년간 활동해 온 경성대 경찰행정학과 배준구 명예교수는 “현행 국토계획이나 지방행정 체계는 대부분 프랑스 모델이 일본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것이어서 우리 실정에 가장 맞는 분권화 사례를 꼽으라면 단연 프랑스”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이미 1960년대부터 수도권 집중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했다. 당시 파리로 인구와 산업이 몰리면서 ‘파리를 제외한 나머지 국토를 사막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였다.
시행착오 끝에 2010년 지방자치단체개혁법을 제정한 프랑스는 2016년 전국을 인구 500만 단위의 13개 ‘레지옹(Region)’으로 통합했다. 광역 지자체를 강제로 묶어서 통합시킨 게 아니라 전국을 ‘지역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할 수 있는 역량’을 기준으로 나눈 것이다.
각 레지옹마다 산업과 교통, 관광, 혁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권한을 이양했음은 물론이다. 도로와 항만, 교통, 교육시설 관리 권한 상당수가 레지옹으로 이관됐다.
이후 광역화 노력으로 수도 파리를 비롯해 특징적인 대도시는 3개의 대도시권 ‘메트로폴(Metropole)’로 묶었다. 파리와 리옹, 마르세유 등은 광역 교통과 도시개발, 에너지, 산업정책을 자율적으로 추진할 권한을 확보했다. 배 교수는 “프랑스는 분권과 광역화를 동시에 추진해 광역 지자체가 스스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행정협의체나 사무위탁, 조합 등 지자체 간의 경쟁과 이해 부족으로 제한적으로 운용 중인 한국의 광역화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짚었다.
프랑스는 조합이나 연합 형태의 느슨한 통합이 아닌 헌법에 기반한 분권과 광역화 정책으로 전국을 고루 가꿨다. 그 결과 유럽에서도 이례적으로 프랑스만 툴루즈와 낭트, 리옹 등 지방 도시마다 인구와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
배 교수는 “광주·전남특별시처럼 성급한 행정통합을 추진하면 갈등도 커질 수 있는 만큼 협력체계와 권한이양부터 차근차근 강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