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참사 그 이후] 2. 골든 스위트 화재-고층 빌딩 불나면 끝장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사다리차 펼쳐도 23층… 50층 넘는 건물만 부산에 45동

2010년 10월 1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내 주거형 오피스텔 '우신골든스위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부산일보DB

2010년 10월 1일 낮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내 주거형 오피스텔인 '우신골든스위트(지상 37층, 지하 4층)'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미화원 탈의실로 불법 사용되던 4층 피트층에서 시작된 불은 상승 기류를 타고 삽시간에 건물 꼭대기층까지 솟구쳐 올랐다. 황금빛 외관을 뽐내던 이 호화 건축물은 화마에 휩쓸려 처참한 몰골로 변했고, 주민 4명과 소방관 1명이 크게 다쳤다.

해운대소방서 예방안전과 박성우 주임은 "화려하고 웅장한 초고층 건물이라도 화재 앞에서는 한낱 '성냥갑'에 불과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사건 이후 일부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소방안전 진단을 요청해오는 등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높이 따라 소화장비 사용 제한
골든타임 진화 사실상 어려워

화재안전시설 의무화해도
기본 소화설비조차 관리 안 돼

주민 대피훈련 참여도 저조
현장 안전불감증 여전해

■고층화 못 따라가는 화재 진압 장비


고층 건물들이 대한민국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초고층 건물(50층 이상)과 준초고층 건물(30층 이상)이 전국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건물 높이는 선진국인데 비해, 이에 대비하는 장비, 제도, 의식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국의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모두 89개 동. 특히 해운대 마린시티를 중심으로 한 부산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26곳의 초고층 건물이 몰려 있다. 107층 규모의 부산롯데타운, 101층짜리 해운대관광리조트 등 공사가 진행중인 곳까지 합하면 부산지역 50층 이상 건물만 모두 45개 동에 이른다.

전국 최고의 초고층 건물 밀집지인 부산에는 2013년 9월 고층건물 화재 진압을 전담하는 '센텀 119 안전센터'가 문을 열었다. 초대형 굴절사다리차와 고성능 펌프차 등의 장비도 보강했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장비는 구조 높이에 제한이 있다. 굴절사다리차의 경우 건물 간의 이격거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가동이 쉽지 않을 뿐더러 최대로 펼쳐도 도달 범위가 23층 높이(70m)에 불과하다.

부산소방안전본부가 운영중인 2대의 소방 헬기 역시 노후 기종인데다 고층 건물 인명 구조에 적합하지 않은 소형이어서 건물 사이로 부는 불규칙한 바람인 '와류'로 인해 화재 현장 접근이 어렵다.

화재는 연소하기 시작한 후 5분이 경과하면 가연성 가스가 일시에 폭발적으로 인화하는 '플래시오버 현상'이 발생해 급격히 확대된다.

하지만 소방관이 20㎏짜리 산소통을 직접 메고 계단을 뛰어 올라가서 50층 높이에 도착하는데는 20분 가량이 걸린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소방관이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를 목적으로 내부에 진입해 활동할 수 있는 가능 층수는 30층 정도에 불과하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30층 이상 건물 화재의 경우 진압 장비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인해 초기 골든 타임에 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손쓰기 어려운 수준으로 번지기 십상이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돼도 안전불감증 여전

초고층 건물 재난은 장비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초고층 건물은 방재의 출발점을 건물 안으로 설정한다. 초기 골든타임 확보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를 계기로 정부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 준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고, 피난안전구역의 설치를 의무화했다.

11층 이상 건물은 피난로로 연기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연설비를 갖추도록 했다. 30층 이상 건물은 특별 피난계단을 설치하고 50층 이상 건물은 자체 방재실을 운영하고 피난층을 조성하도록 했다.하지만 이같은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만연해 있다.

본보가 부산의 대표적 초고층 건물 3곳의 최근 소방점검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소화기 미비치, 스프링클러 불량, 연기 감지기 불량 등 기본적인 소화설비조차 여전히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마린시티 A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지하주차장 내 일부 스프링클러의 화재감지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화재 시 자동으로 닫히게 돼 있는 방화문 자동 폐쇄장치도 곳곳이 불량 판정을 받는 등 모두 70여개 사항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B 아파트는 화재 시 대피처로 사용되는 피난 구역에 적재물이 쌓여 있었고, 소화기가 비치되지 않거나 옥내 소화전에 소방호스 관창이 없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 C 아파트는 일부 자동화재 탐지 설비와 스프링클러의 살수 장치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입주민들 역시 안전에 둔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13년 시행된 '초고층 및 지하 연계 복합 건축물 재난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50층 이상 건축물의 경우 1년에 한번씩 소방서와 함께 비상대피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강제 규정이 아닌 탓에 주민 참여율은 극히 저조하다.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류상일 교수는 "초고층 건물 화재는 진화와 인명 구조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민들 스스로의 안전의식 고취와 함께 건물 내부의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wideneye@ 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