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략기술’ 투자, 98.5%가 ‘반도체’…반도체 ‘쏠림’·양극화 극심
6년간 세액공제 투자 신청액 17조원 중 ‘반도체’가 16.7조원(98.5%) 차지
디스플레이·수소·미래형 이동수단·바이오 투자는 ‘0원’…이차전지 1.4%, 백신 0.1% 불과
이정문 의원 “‘국가전략기술육성법’과 연계한 ‘국가전략기술 육성 방안’ 법안 개정”
지난 8월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제3회 국가전략기술특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이정문 의원실 제공
‘국가전략기술’, ‘신성장·원천기술’ 등 국가 미래 성장력과 직결된 기술에 대한 투자가 반도체에만 치중돼 있는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의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투자 양극화를 해소하고 균형감 있는 국가전략기술 육성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충남 천안병)이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8년~2023년 7월) '국가전략기술(17조 원)', '신성장·원천기술(10조 9000억 원)'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위해 기업들이 신청한 투자 금액은 총 27조 9000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에 대한 투자 신청액만 약 16조 7000억 원으로 총 신청액 27조 9000억 원의 60%가 넘는 등 기술 간 투자 양극화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가 포함된 '국가전략기술(17조 원)' 투자로 한정하면 반도체의 투자 신청액은 98.5%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도체 외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는 △이차전지 2447억 원(1.4%) △백신 148억 원(0.1%) 순이었고, △디스플레이·수소·미래형 이동수단·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투자 신청액은 ‘0원’으로 투자실적이 전무했다.
이정문 의원실 제공
정부는 그동안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일반 투자와 신성장·원천기술 투자로 차등 지원해 오다가 반도체 등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 패권과 공급망 경쟁이 심화하자 2021년부터 3단계 트랙인 '국가전략기술'을 신설해 추가 세제 지원을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의 핵심 원천인 '국가전략기술'은 현재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미래형 이동수단 △바이오 의약품 등 7개로 규정돼 있는데, 수소, 미래형 이동수단, 바이오 의약품 등 3개는 올해 4월에 추가됐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을 통해 기업의 연구·인력 개발비(조특법 제10조) 및 유형자산·시설(조특법 제24조) 투자에 대해 일정 세액을 공제해주고 있으며, '신성장·원천기술'과 '국가전략기술'에 대해서는 일반투자 보다 더 높은 비율로 세액공제를 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국가전략기술 육성을 위해 여러 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 투자가 '반도체'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4월 국가전략기술로 새롭게 추가된 수소, 미래형 이동수단, 바이오 의약품은 물론 우리나라가 큰 강점을 가지고 있는 디스플레이까지 투자 신청 금액이 1원도 없었고, 이차전지(2447억 원)와 백신(148억 원)도 반도체에 비하면 투자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그나마 신성장·원천기술 중 '차세대 전자정보 디바이스'에 대한 투자 신청액이 7조 2000억 원(26.0%)으로 어느 정도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해당 기술도 △지능형 반도체·센서 △반도체 등 소재·부품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어 반도체 연관 기술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국가전략기술 중 일부 기술로만 투자가 쏠리게 된 원인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전략 수립 및 지원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6년간(2018년~2023년 7월) 심의위원회를 통해 인정된 기술·시설 인정 현황을 살펴보면, 국가전략기술이나 시설로 인정받은 18건 중 반도체가 13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마저도 모두 대기업이다. 그 외 백신·디스플레이·수소·미래형 이동수단, 바이오 의약품으로 인정받은 기술이나 시설은 단 1건도 없을 만큼 국가전략기술 간 투자 양극화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문 의원은 “국가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반도체에만 의존적인 산업구조를 탈피해 국가전략기술 간 균형감 있는 육성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제도 개선 방안으로 ‘국가전략기술육성법’과 연계한 범부처 국가전략기술 육성 방안 수립을 위해 △세제지원 분야에 ‘국가전략기술육성법’에 따른 국가전략기술을 추가하는 한편, △'연구개발세액공제기술심의위원회'의 법률 상향 및 과기부가 기재부·산자부와 공동으로 심의위를 운영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덧붙였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