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합과 행정통합, 가는 길 달라 보여도 결국 같은 길 [통합 로드맵 다시 쓰자]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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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고루한 이분법부터 깨야

특별연합, 현실적이지만 제한적
행정통합, 근본적이지만 어려워
통합 방법론 두고 시도지사 이견
3개 시도 최종 목표 다르지 않아
둘 중의 하나 선택의 문제 아냐
연합 실리 쌓아 통합으로 나가야

부산외대에 재학 중인 부산 출신 최우인(왼쪽부터), 울산 김관혁, 경남 장민지 학생이 각 지역을 상징하는 마스코트 부기·해울이·벼리를 소개하며 밝게 웃고 있다. 서로 다른 고향에서 온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듯, 부울경도 보이지 않는 행정의 벽을 넘어 나란히 설 수 있다. 이원준 기자 lwj@ 부산외대에 재학 중인 부산 출신 최우인(왼쪽부터), 울산 김관혁, 경남 장민지 학생이 각 지역을 상징하는 마스코트 부기·해울이·벼리를 소개하며 밝게 웃고 있다. 서로 다른 고향에서 온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듯, 부울경도 보이지 않는 행정의 벽을 넘어 나란히 설 수 있다. 이원준 기자 lwj@

2022년 부울경 특별연합 무산 이후 사실상 멈춰 섰던 초광역 통합의 화두가 6·3 지방선거 이후 다시 꿈틀댄다. 전재수 부산시장과 김상욱 울산시장은 특별연합 부활을 화두로 던졌고, 박완수 경남지사는 2028년 행정통합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부산과 울산은 특별연합, 경남은 행정통합을 주장하며 가는 길이 다른 것처럼 보인다. 실제 지난 8일 부산에서 열린 민선 9기 첫 회동에서도 3인의 시도지사는 경제협력 확대에는 뜻을 모았지만, 통합 방식에는 여전히 입장 차를 드러냈다.

■평행선만 달리는 방법론 경쟁은 그만

특별연합과 행정통합이라는 틀만 고집하는 순간 통합의 해답은 찾기 어렵다.

부산시와 울산시가 특별연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실성 때문이다. 기존 시·도 체제를 유지한 채 광역교통과 산업, 관광, 물류 등 공동사무를 함께 처리하는 방식으로, 당장 특별법 제정이나 주민투표 없이도 협약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 시장이 가덕신공항 개항과 북극항로 개척, 공공기관 이전 등 쌓여있는 부울경 현안을 빠르게 해결하자며 특별연합을 제안한 것도 이 이유다. 부산시 윤정노 기획관은 “특별연합을 통해 부분적인 성공 경험부터 쌓아 시도민 공감대를 만들면 그것이 결국 통합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 역시 특별연합 복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울산은 정치적 논쟁보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우선이라며 한 발 물러서 있다. 부산과 울산을 잇는 광역교통망 구축, 관광벨트 조성 등으로 초광역 협력의 필요성을 직접 체감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경남은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박 지사는 특별연합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판단한다. 특별연합이 출범 직전 어떠한 저항력도 없이 삽시간에 무산된 것도 법적 기반을 갖지 못한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실제로 특별연합은 협력 기구일 뿐 독립적인 집행 권한은 없다. 정책 결정은 개별 시·도가 맡게 되고 예산과 권한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 위원회를 이끌었던 경남대 정원식 명예교수는 “과거 특별연합 논의 당시에도 가장 큰 문제는 집행력이었다”며 “연합정부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지 못하면 협의체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경남이 말하는 행정통합은 단순히 행정구역을 합치는 작업이 아니다. 국세와 지방세 구조를 개편하고 개발 권한과 재정 권한을 확보해 실질적인 광역정부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문제는 행정통합 역시 쉬운 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별법 제정은 물론 주민투표까지 거쳐야 한다. 통합 이후 청사 위치와 의회 구성, 재정 배분 등을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재정 문제는 가장 민감한 쟁점이다. 당장 재정자립도가 높은 울산부터 통합 이후 시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부울경 아우를 품 넓은 방법론을

특별연합은 빠르지만 약하다, 행정통합은 강하지만 오래 걸린다. 양 극단의 초광역 통합 방식을 경쟁적으로 논의하는 게 무의미한 이유다.

최근에는 특별연합과 행정통합을 대립 구도가 아닌 연속선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지방정부학회장을 역임했던 신라대 행정학과 박재욱 교수는 “결국은 가야 하는 길인데 과정의 문제”라며 “통합을 최종 목표로 하되 그 과정에서 연합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연합을 통해 광역교통과 일자리, 관광 등 광역사무를 빠르게 처리하고 공동현안에도 대응하되, 연합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신뢰와 성과를 바탕으로 시도 간 경계를 허물어 뜨리자는 이야기다.

실제로 부울경, 3개 시도가 추구하는 목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고 동남권에 하나의 경제 테두리를 두르자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부산의 항만·물류, 울산의 석유화학, 경남의 조선·기계 산업은 이미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돼 있다. 가덕신공항 역시 특정 지역만의 사업이 아니라 부울경 전체의 성장 기반이다.

결국 부울경 앞에 놓인 과제는 특별연합이냐 행정통합이냐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 특별연합을 통해 실리를 확보하면서 행정통합의 기반을 만드는 이중 전략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축척한 신뢰를 바탕으로 부울경이 선도적으로 통합 단체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남은 4년의 대통령 임기에 맞춰 2030년 통합선거를 강조한다. 박 대표는 “특별연합을 가동하는 동시에 장기 플랜을 마련해 2030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통합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부울경이 선도적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고 광역화의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초광역 통합을 앞세운 부울경의 움직임에 자극받아 수도권 집중은 되레 속도를 더 높이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등에서는 특별법을 앞세워 부울경이 도돌이표 같은 논쟁에 머무는 사이 예산과 공공기관, 미래산업을 빨아들이는 중이다.

초광역 통합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속도와 확실성의 문제다. 특별연합과 행정통합을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낡은 이분법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부울경 통합 논의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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