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만’ 외치면서 국내시장 잣대로 통합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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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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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공사 발전방향 전략 토론회
PA통합론에 전문가 질타 쏟아져
“공공기관 통폐합 논리 억지 적용
국가 경쟁력 송두리째 갉아먹어”
결정 과정 사전협의·검증도 미흡

열린 부산의 상징이자 최고 인프라인 부산항. 신항 4부두 상공에서 바라본 윗쪽 부두 뒤로 진해신항이 건설돼 북극항로 시대의 물동량을 감당하게 된다. 부산일보DB 열린 부산의 상징이자 최고 인프라인 부산항. 신항 4부두 상공에서 바라본 윗쪽 부두 뒤로 진해신항이 건설돼 북극항로 시대의 물동량을 감당하게 된다. 부산일보DB

정부가 추진 중인 4대 항만공사(PA) 통폐합을 두고, 국내 시장을 전제로 하는 공공기관에나 맞을 논리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항만공사에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잘못된 진단과 처방 탓에 미미한 관리 비용을 줄이려다 국가 항만 경쟁력을 송두리째 갉아먹는 ‘소탐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이성권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은 29일 오후 2시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항만공사 발전 방향 전략 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의 통합 결정이 사회적 합의와 합리적 분석에 의해 이뤄졌는지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에 나선 부산연구원 장하용 도시·해양연구실 책임연구위원은 항만공사와 국내 일반 공공기관의 구조적 차이를 짚으며 동일한 통폐합 논리를 적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 책임연구위원은 통합이 적한합 사례로 발전 공기업 5사를 꼽고, 항만공사와의 차이점을 비교했다. 발전 5사는 단일 국내 전력시장에서 서로 경쟁하지만, 항만공사의 경쟁 상대는 국내 항만이 아닌 싱가포르항, 상하이항 등 글로벌 허브 항만이다. 또 발전 5사는 전력 수요자를 함께 공유하는 반면, 항만은 배후 산업의 특성에 따라 타깃으로 삼는 화주와 선사 등 고객군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 자산의 성격 역시 발전 설비는 대체와 물리적 이전이 가능하지만, 항만은 지리적 입지 자체가 고정돼 이전이 불가능하다. 장 책임연구위원은 “지금의 PA 통합안은 단순 관리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칠 뿐, 기관의 본래 목적인 글로벌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풀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박수현 한국해양정책연합 운영위원은 “과거 2011년 해양수산부 자체 연구용역에서도 항만공사 통합은 경쟁력 약화를 부른다는 결론이 나와 폐기된 바 있다”며 “지금은 통합이 아니라 각 항만 고유의 전문성과 현장 대응력을 지키고, 지역과 항만이 상생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신호 부산항만공사(BPA) 노동조합위원장 역시 “항만공사들은 기능이 중복되는 것이 아니라 항만 운영이라는 ‘업종’이 같은 것일 뿐”이라며 “지자체 지분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지역 항만공사의 자치 권한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가 이번 통합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검증과 기관 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점도 확인됐다. 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4대 항만공사 통합 관련 정부간 공식 협의는 지난 3월 단 한 차례에 그쳤다. 또한 항만공사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산업은행 등 공공기관들에 대한 협의 절차도 생략되는 등 통합 추진 과정의 협의·검증 공백도 확인됐다.

‘’부산항과 부산항만공사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항만공사 발전 방향 전략토론회가 29일 오후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항과 부산항만공사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항만공사 발전 방향 전략토론회가 29일 오후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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