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검토 중인데…트럼프 "알래스카 LNG 투자" 일방 발표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정치적 의도
댄 설리번 의원 지원, 지역 유권자 표심 결집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투자 자금 중 500억 달러(약 68조 원) 이상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투입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아직 상업적 타당성을 두고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표라서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내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댄 설리번 알래스카 상원의원 등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발표는 한국이 대미 수출품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약속한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중 첫 번째 프로젝트 공개다. 전체 투자금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 분야에,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조선 외 전략 분야에 배정됐다.
러트닉 상무장관이 공개한 세부 내역에 따르면, 조선 외 분야 2000억 달러 중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500억 달러 이상 △오하이오·테네시 등 대형 원전 8기 건설에 1200억 달러 △텍사스 가스발전소 건설에 220억 달러가 각각 투입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 합의에 따라 그들이 관세를 낮추기 위해 돈을 지불했고, 그 자금의 일부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과 관련해 명확한 투자액을 확정한 바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양국이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하여,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는 결이 다른 유보적 태도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최북단 노스슬로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1300㎞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 니키스키로 운송한 뒤 액화해 아시아 등에 수출하는 총사업비 445억∼545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다. 1968년 가스전 발견 이후 반세기 넘게 추진되어 왔으나, 혹한의 공사 여건과 막대한 사업비와 경제성 문제, 생태계 파괴 논란 등으로 엑손모빌 등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2017년 철수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난해 연간 100만t 구매 및 강재 공급을 위한 기본합의서(HOA)를 체결했으나, 대부분의 공급 합의가 구속력이 없어 상업적 수요를 두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투자 액수까지 못 박으며 속도를 내는 배경에 오는 11월 연방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알래스카 상원의원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댄 설리번 상원의원을 지원하고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집하기 위한 계산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류선지 부산닷컴 기자 s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