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준비 안 된 중수청·공소청 '개문발차', 과제만 산더미
새 형사소송 체계 핵심 조직 수장 공석
리더십 부재와 사건 지연 등 우려 산적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출범을 하루 앞둔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종합민원실 안내판이 서울광역공소청이 새겨진 안내판으로 교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오늘부로 78년 역사를 뒤로 하고 완전히 사라졌다. 수사와 기소가 전면 분리되면서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이름을 바꾸고 수사권 없이 기소만 전담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날부터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는 것과 동시에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 왜곡 등 7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별도로 개청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이 같은 형사소송 틀의 엄청난 변화를 맞고도 현실은 벌써부터 우려가 난무하는 중이다. 새로 개청하는 중수청 수장마저 아직도 확정되지 않는가 하면 현장에서는 중수청과 공소청 사이의 협업 차질로 인한 기소 지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중수청 개청을 하루 앞둔 1일 이재명 대통령은 SNS에 직접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임명을 사실상 추진하겠다는 뜻을 올렸다. 그는 김 후보자에 대해 여권 일각에서 ‘친윤’ 검사라며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끈질기게 펼치고 있는 데 대해 “장시간 추가 검증을 한 결과 대체로 사실이 아니거나 허위 주장으로 판명됐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대통령이 임명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국회 청문회 등 절차에 들어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수장 없는 중수청 개청은 현실이 됐다. 공소청도 중수청과 사정은 비슷하다. 김승원 후보자 낙마로 법무부장관이 공석이어서 공소청장 격인 검찰총장도 직무대행만 있을 뿐이다.
수장 공석으로 인한 리더십 부재만 우려되는 게 아니다. 중수청의 경우 두 차례의 특례임용 실시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전체 정원의 3분의 2 정도만 채웠을 뿐이다. 그마저도 600여 명이 지원을 철회해 수사력 확보가 발등의 불이 됐다. 중수청 등 수사기관의 수사력이 추후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 요구권만 가진 공소청이 제대로 기소하기 위해 자주 보완수사 요구를 할 경우 사건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중수청과 공소청 사이의 원활한 협업이 관건이지만 동남권의 경우 두 기관 사이 거리가 너무 멀어 이동에만 엄청난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는 난점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여권은 수사와 기소의 전면 분리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며 시행 후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다. 하지만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나서기 위해서는 돌다리를 두드리는 마음에 버금갈 정도로 준비 작업이 철저해야 한다. 새 형사소송 체계의 핵심 조직인 중수청과 공소청이 수장도 없이 개청하는 소위 ‘개문발차’의 지경에 이른 현실은 새 길을 앞에 둔 국민들에게 두려움을 안기지 않을 수가 없다. 야권의 지적처럼 국민 스스로 안전벨트를 매고 충돌에 대비해야 하는가. 혹시라도 국민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땐 과연 무엇을 위해 형사소송 체계를 바꿨는지 책임 있는 답변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