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와 함께 한 골목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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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부산 북구 화명동 대천천변에 자리잡은 북구공동육아협동조합의 방과후 학교 '징검다리 놓는 아이들(http://kungkung.org/school)'은 제대로 잘 논다. 매주 하루는 공동체놀이시간. 딱지치기,비석치기,달팽이놀이,왕과 거지,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떡장수놀이,8자놀이 등등 놀다보면 하루해가 금방 간다. 이런 아이들이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징검다리 놓는 아이들'과 함께 신명나게 놀아보자.

비석치기

4~5m 정도 떨어진 곳에 선을 긋고, 그 곳에 세워진 돌을 단계별로 여러 방법을 사용해 쓰러뜨리는 놀이. 성공할 때마다 그 다음 단계로 쑥쑥 올라가는데, 이 재미가 장난아니다. 공격권을 가진 아이들이 상대편의 돌을 모두 쓰러뜨리지 못하면 공수교대를 한다.

비석치기에서 중요한 건 돌. 손에 딱 붙는 납작한 돌이 좋은데,잘 깨지지 않는 단단한 돌을 골라야 한다. 엉덩방아를 찍을 각오가 아니라면 너무 두툼하거나 반들반들한 돌은 피할 것. 몇몇 아이들은 좋은 돌이 생기면 보물창고 속에 '모셔두는' 경우도 있다.

수비를 하는 아이들 중에서 돌을 깨서 일부러 작게 만드는 '몰지각한' 경우도 있지만 이건 비겁한 행동이다. '징검다리 놓는 아이들'처럼 돌이 잘 쓰러지지 않게 두툼하게 흙을 돋아 보호막을 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전에선 별 도움이 안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놀이에 들어간다. 동네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제자리에서 멀리 던지기,몇 발 뛰어 던지기,발로 차서 맞히기에 이어 신체 각 부위에 돌을 올려 걸어가다 목표물을 겨냥해 맞히는 순서를 밟는다. 여기선 '전래놀이 101가지 (이상훈 지음/사계절출판사)'에 나온 내용을 참고한다. ㉠선채로 그냥 던지기 ㉡한발 뛰어 던지기,두발 뛰어 던지기,세발 뛰어 던지기 ㉢세 발 뛰어차기 ㉣발등(도둑발) ㉤발목(토끼뜀) ㉥무릎(오줌싸개) ㉦가랑이(똥꼬) ㉧배(배사장) ㉨손등(비행기) ㉩겨드랑이(신문팔이) ㉪어깨(훈장) ㉫목 ㉬머리(떡장수) ㉭장님.

1단계는 선채로 그냥 던지는 것. 말이 1단계지 이게 가장 어렵다. 굴려서 돌을 맞추긴 어려우니 한방에 바로 던져서 맞춰야 한다.

2단계는 돌을 멀찌감치 던져 앙감질(깨금발)로 돌을 밟은 뒤 던져 맞추는 것. 될 수 있는 한 앙감질로 닿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멀리 던져야 상대편 돌을 쓰러뜨릴 때 유리하다. 너무 욕심을 내면 돌에 닿기도 전에 죽을 수도 있고, 돌을 밟고 앞으로 꼬꾸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할 것.

문제는 3단계 세 발 뛰어차기. 세 발을 뛰었다가 네 발째 돌을 차서 상대돌을 쓰러뜨려야 하는데,이게 고도의 정확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 생각만큼 쉽지 않다. 상대편 돌 앞에 정확히 착지시키는게 중요하다. 상대편 돌 근처까지 잘 던졌다고 방심해선 안된다. 발로 찬다는게 그만 밟아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진도가 영 안나가 재미를 상실하곤해서 몇몇 꼬마들은 합의에 따라 이 단계를 생략하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다음부터는 신체 각 부분을 이용해 돌을 떨어뜨리는 단계다.

여기서 잠깐. 각 단계마다 재미난 별명이 붙어 있다. 도둑처럼 살금살금 발등에 올리고 간다고 해서 '도둑발',발목 사이에 돌을 끼우고 깡총깡총 뛰어간다고 '토끼뜀',무릎 사이에 끼우고 어기적 어기적 걸어간다고 '오줌싸개',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간다고 '똥꼬',배 위에 올려놓은 채 배를 쭉 내밀고 간다고 '배사장',겨드랑이에 끼고 가는 폼에서 이름붙인 '신문팔이',어깨에 견장을 단 것 같다고 해서 '훈장',머리 위에 얹고 간다고 '떡장수'.

난이도가 높은 단계는 '배사장'. 배에 돌을 얹고 한껏 허리를 뒤로 젖힌채 전진해야 하는데, 목표지점을 어림잡아 투하(?)하는게 관건이다. 그만큼 숙련도가 필요하다는 말씀. 수비의 방해공작도 예상된다. '징검다리 놓는 아이들'은 "저기 너거 엄마 왔네"라든가 "와! 헬리콥터 간다"와 같은 말로 안 그래도 어렵게 전진하는 '배사장'들을 현혹시키는 수법을 사용했다. '떡장수'를 할때는 수비하는 아이들이 자기 돌 뒤에 앉아서 머리를 숙이는 공격자의 절을 받는 시늉으로 "에헴!"하면서 놀리기도 한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장님. 돌을 던져놓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감으로 돌을 찾아 던지는 것. 같은 편 아이들이 박수를 쳐서 위치를 알려주긴 하지만 수비하는 아이들이 눈을 가려서 쉽지는 않다.

비석치기는 평소에 안 쓰는 신체 각 부위를 활용하기 때문에 전신운동이 된다. 집중력은 물론이고 거리감각과 정확성을 키우는데도 이만한 놀이가 없다.


해방구

속칭 '다망구'. 결정적으로 죽은 사람을 살린다는 뜻을 살려 '해방구'로 부른다. 준비물은 전봇대(?). 장소는 운동장보다는 숨을 공간이 많은 골목이 좋다. 술래는 4명 당 1명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술래가 많으면 금세 놀이가 끝나 재미없다. 술래가 적으면 놀이가 끝나는 시간이 하세월이고 술래는 '고생바가지'다. 술래는 진을 지키는 조와 아이들을 잡으러 다니는 조로 역할분담하면 되겠다.

남은 사람 누구라도 술래의 손을 피해 전봇대에 터치하면 잡혀있던 공격팀이 죄다 도망갈 수 있다. 해방구놀이의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라면땅


팔 다리가 짧은 신체구조의 약점을 한탄했던 놀이다. 직사각형의 집을 만들어 그 가운데 두 사람이 팔을 뻗어 닿을락말락한 정도 거리의 두 칸을 수비진영으로 삼는다. 공격하는 편은 앙감질로 여섯발 혹은 일곱발처럼 정해진 횟수 안에 집에 들어와야 한다. 수비는 양쪽 손발을 있는대로 뻗어 못들어오게 막고, 공격은 그 빈틈을 노려 집으로 잠입한다.

수비가 혼란한 틈을 타서 강(수비진영)을 건너 두 발로 뛰어갈 수 있다. 앙감질로 뛰어다녀야 하고, 한발로 중심을 잡고 상황판단을 해야하는 다소 과격한 고난이도 놀이니 만큼 초등학교 고학년에게 권장한다.

달팽이놀이


땅에 뱅글뱅글 돌아가는 나선형의 달팽이 그림을 그린다. 편을 나눠 한편은 안에서,다른편은 밖에서 상대를 향해 냅다 달린다. 서로 딱 마주치면 가위 바위 보. 진 사람은 자기집으로, 이긴 사람은 계속 뛰어간다. 졌다싶으면 재빨리 다음 사람이 달려나가야 한다. 여기서 신속한 판단력은 기본이다. 다시 만나면 가위 바위 보가 이뤄지고 이런 식으로 상대편 진영에 먼저 도착하는 편이 이긴다.

뱅글뱅글 곡선을 따라 달리다 느끼는 어지럼증을 통해 원심력의 원리를 몸으로 체득할 수 있다. 달리기를 아무리 잘해도 가위 바위 보를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아이들이 많으면 달팽이를 두 개 그려 쌍달팽이놀이를 하기도 한다.


8자놀이

땅바닥에 그린 형태가 숫자 8이나 영어 S자 모양을 닮았다. S자 시작되는 지점과 끝나는 지점을 강으로 정한다. 술래는 강을 건널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마음대로 건너다닐 수 있다.

때문에 아이들은 술래더러 "나 잡아봐라"며 손을 내밀거나 뒤에서 놀리기도 한다. 술래라고 당할 수만 없다. 강에서는 한 명씩 밖에 못 넘어가니까 그쪽에 아이들을 모아 놓고 쫓아가면 쉽게 잡을 수 있다. 술래에게 채이거나 금을 밟으면 죽음이다.


땅따먹기

운동장 한 편에 큰 원이나 사각형을 그린다. 한 귀퉁이에 손가락을 컴퍼스 삼아 한 뼘 넓이 만한 반원을 그려 자기 집을 삼는다.

여기서 잠깐. 축구골대 근처에 잘못 자리잡았다가는 날아오는 공에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조심할 것.

준비물은 동글동글한 돌멩이. 방식은 간단하다. 자기 집에서 출발해 3번 만에 돌을 튕겨서 다시 집에 돌아오면 돌이 지나간 자리의 안쪽이 자기 집이 된다.

욕심을 잔뜩 부려 너무 길게 튕겼다가 3번 만에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감안할 것. 따 먹을 땅이 없을 때까지 계속하고, 가장 많은 땅을 차지한 사람이 이긴다. 삼각함수 같은 고도의 수학적 능력까지는 필요없다. 글=이상헌기자 ttong@busanilbo.com

사진=강선배기자 ksun@

그래픽=박나리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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