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남 반도체는 속도전 하면서 가덕신공항은 특별법 발목
이 대통령, 지침 변경 등 빠른 추진 주문
형평성 무시한 이중잣대에 부울경 반발
가덕신공항 조감도.
가덕신공항은 지역 균형발전 효과를 극대화할 가장 대표적인 국책사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가덕신공항 완공 시점은 당초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늦춰진 데 이어 최근엔 공사비 증액 여부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맞춰 공사비를 서둘러 현실화하지 않으면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지역 건설사들의 탈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부처 지침 개정이라는 빠른 해법을 놔두고 굳이 국회에서 특별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반면 호남 반도체 공장 건립을 위한 광주 군 공항 이전을 위해선 지침 등까지 바꿔 속도전에 나설 전망이라고 하니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다.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제3차 점검회의’에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필요한 광주 군 공항 임시 이전 완료 시기를 2028년 중순보다 더 앞당기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필요하면 법규를 고치거나 규정과 지침을 바꾸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공항 부지에 들어설 반도체 클러스터의 2028년 착공, 2030년 첫 양산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국방부도 임시 배치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군 공항 이전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호남 반도체에 대한 이 대통령과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는 가덕신공항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가덕신공항 예산 증액 문제도 당초 이 대통령이 나서 교통정리를 했더라면 쉽게 해결될 사안이었다. 하지만 해당 부처들은 중재에 나선 국무조정실이 지침 개정을 하는 것이 맞다고 하는 상황에서도 국회 입법을 고집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고 이 대통령은 이를 방관했다. 이런 처사는 지역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이번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현재 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가덕신공항의 적기 개항을 염원하는 지역 여론을 무시하는 이중잣대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가덕신공항 공사비 증액을 위한 특별법 개정은 각종 변수 때문에 출렁일 우려가 크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이어 예산 심의 등이 잇따르면서 입법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사비 특례 조항 추가 과정에 공항을 추진하는 다른 지역에서 법 개정을 요구해 법안 병합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국회 통과는 더욱 늦춰질 수밖에 없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과 컨소시엄이 예비계약을 체결하는 10~11월까지 증액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지역 건설사들이 반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적기 개항은 또 차질을 빚는다. 더 늦기 전에 이 대통령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