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부산 사건 뒷 이야기]<1> 여중생 납치 살해 '김길태'
범죄현장 그대로… 주민 "입에 담기도 싫다"
여중생 이 모 양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왼쪽)가 지난 3월 16일 오전 이 양 집에서 사건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2010년 부산에서는 유난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많이 일어났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변했을까. 지난 2월 발생한 사상구 덕포동 여중생 납치 살해 사건을 시작으로 5회에 걸쳐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가슴 아픈 사건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싣는다.
13일 오후 겨울비가 내리는 부산 사상구 덕포동 일대는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난 2월 김길태(33)가 납치 살해한 여중생 이 모(13) 양의 집 대문은 굵은 철사로 감긴 채 굳게 닫혀 있었다.
굳게 잠긴 김길태 부모 집 마당엔 생계용 폐지 쌓여
피해자 가족 "아직도 아이 생각…" 충격·슬픔 여전
8개월 전 이 양의 가족들이 인근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이 다세대주택은 텅 비어버렸다.
이 양이 살해당한 무속인의 집, 시신 유기에 사용된 파란대문집 등 인근 폐·공가들도 합판과 나무, 철사 등으로 입구가 막힌 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길태 사건 후 경찰을 비롯한 유관기관들은 각종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사상경찰서는 지난 3월 23일부터 덕포1동 한 2층 주택의 1층을 빌려 13㎡의 작은 공간에 임시방범초소를 마련했다. 방범순찰대원 4명이 2명씩 짝을 이뤄 새벽까지 이곳에 상주하며 도보로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5월 초에는 올해 부산지역에 개소가 계획된 22개 파출소 중 가장 먼저 덕포파출소가 옛 덕포1치안센터 자리에 문을 열었다. 현재 27명의 경찰관이 사건 발생지역인 덕포 1, 2동을 비롯해 인근 지역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사상지역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마지막 수배자를 붙잡은 이후 성폭력 범죄자 검거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사상구청도 아동 성폭력 범죄 예방을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역을 안전도에 따라 5단계로 나눈 '안심지도'를 제작하고 지역 복지자원을 연결하는 '촘촘안전망' 등을 만들어 범죄 예방에 나서고 있다.
사건 이후 CCTV도 3대가 추가로 설치됐고 연말까지 4대, 내년 초 6대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기관들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슬럼화 한 재개발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 모(49·여) 씨는 "사건 초 걱정과 관심을 보였던 주민들이 이제는 김길태 사건을 입에 담기조차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정부의 무책임한 재개발 정책으로 마을에 빈집들이 늘어나지만 않았어도 그런 끔찍한 사건이 안 벌어졌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구청에서는 범죄 발생이 우려되는 오래된 빈집들을 철거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재개발 지역이라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때마침 폐공가 철거와 관련해 현장조사를 나온 구청 관계자는 "보상 문제 때문에 집주인과 재개발조합 측의 협조와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다행히 범죄 현장 중 하나인 파란대문집이 다음주 중으로 철거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길태 사건의 당사자들은 아픈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숨죽인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피살된 이 양의 아버지 이 모(40) 씨는 아직 가슴에 딸을 묻을 수 없다. 이 씨는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딸아이가 생각난다"면서 말문을 잇지 못했다. 가족들은 아직 이 양을 잃은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길태의 어머니(66)는 "궂은 날씨 탓에 몸이 아프다"면서 기자와의 접촉을 피한 채 현관문을 굳게 닫아걸었다. 집 앞 마당에는 생계를 잇기 위해 수집하고 있는 종이박스 등 폐지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한편,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최근 정신감정에서 '측두엽 간질'이라는 심신장애 판정이 나온 김길태는 오는 15일 부산고법에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