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전기료 인하 설계안 분석] “원전으로 인한 부담과 기회 비용 제대로 반영 안 돼”
원전 밀집 지역 특수성은 무시
남부권 최대 10% 인하 기대해도
현실적인 효과 그보다 낮을수도
4개 권역 구체적 기준도 미공개
서울 공청회론 의견 수렴 태부족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열린‘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에너지 분권과 수도권 일극주의 타파를 위해 도입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가 산업용으로 쪼그라들면서 최대 10% 인하로 추진된다. 부산·울산·경남이 포함된 남부권은 최대 10% 인하를 받는데, 지역 구분의 구체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원전 밀집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반영되지 않았다.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이 공개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에 따르면 산업용 요금은 4개 광역권과 4개 권역을 조합해 전국을 총 11개 지역으로 구분한다. 4개 광역권은 수도권 북부와 수도권 남부, 중부권, 남부권이다. 남부권은 약 13~18원이 인하돼 지난해 산업용 전력 전기요금 평균 단가(181.9원)를 기준으로 하면 최대 약 10% 인하가 기대된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앞서 언급된 4개 광역권에 더해 균형성장을 고려한 4개 권역을 추가하고, 광역권과 권역의 조합에 따라 전국을 총 11개 지역으로 구분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공개됐다. 4개 광역권이 전력계통에 따른 분류로, 송전비용(인하 폭 약 0~5원)과 전력자급률(약 0~8원)로 나눠 반영된다면, 4개 권역은 범정부 균형발전 정책인 지방우대지수 등과 산업위기지역 등 산업적 요소를 고려해 약 0~6원을 반영한다. 1권역이 서울·경기·인천, 2권역은 비수도권 광역시 등인데 구체적인 기준과 지역 구분은 공개되지 않았다.
부산·울산 지역에서는 원전으로 인해 주민들이 감내한 위험과 경제적인 부담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주택용 요금이 빠진 데다 인하 폭 또한 실제로 기업을 유인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있다.
동의대 인간공학과 김유창 교수는 “남부권은 최대 10%라고 하지만, 실제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할 때 평균 인하되는 비율은 그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고, 그 정도 인하로 수도권 기업을 지방으로 오게 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라며 “특히 부산은 원전에 대한 지역의 부담과 기회 비용을 계속 요구해야 하고, 주택요금 시행에 대해서도 최소한 로드맵을 내놓으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초 올해 전기요금 차등제 시행을 약속해놓고 늦장 공청회를 하면서 논의의 핵심인 구체적인 지역 구분조차 공개하지 않아 공청회가 '요식 행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특별법 시행에 앞서 2024년 5월 전력시장 제도 개선 방향안을 밝히면서 ‘2025년 도매요금, 2026년 소매요금 차등화’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뒤늦은 공청회에서도 구체적인 지역 구분을 공개하지 못했다.
부산연구원 남호석 환경·안전연구실장은 “지방우대지수의 기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4개 권역 구분이 광역 단위가 될지 기초 단위가 될지도 불명확한 설계안으로 서울에서 한 차례 공청회만 한다면 지역 의견이 수렴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은 남부권에 포함돼 최대 10% 인하가 기대되지만, 공청회에서는 부산이 몇 권역에 포함되는지나 11개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부산은 전력자립도와 원전으로 인한 위험, 주민들이 감내한 사회적 비용 등이 추가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요구해온 만큼 최대 인하 폭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상공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온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10% 인하가 현실화된다면 지역의 철강 등 에너지다소비 기업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될 수 있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유치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산이 최대 인하 적용을 받는 게 우선이고, 입지 경쟁력을 높여 치밀한 기업 유치 전략을 짜는 것이 후속 과제”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