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춘문예-영광의 얼굴] 꿈은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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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관련 없는 일터에서도 '글을 쓰겠다'는 의지는 쉬이 식지 않았다. 2018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은 이미 글쓰기가 몸에 밴 '작가'지만 새로운 시작이라는 일념으로 글쓰기 의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 사진 왼쪽부터 김현주(시조), 이소회(시), 박비송(동화), 이유진(희곡), 임성용(단편소설) 김성준(평론) 씨. 김성준 씨는 개인 일정으로 별도의 인터뷰를 가졌다. 김경현 기자 view@

'글을 쓰겠다'는 의지는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집념이었다. 한식집을 운영하고 인테리어업에 종사하는 등 글과 관련 없는 일터에서 일하면서도 등단을 향한 부단한 노력은 가없이 이어졌다. 2018 신춘문예 당선자들은 이미 글쓰기가 몸에 밴 '작가'였다.

■일은 일, 글은 글!

'맹순이 바당'으로 단편소설에 당선된 임성용(42) 씨는 인테리어 사무소의 어엿한 대표다. 인터뷰 당일에도 업무를 처리하고 왔다는 그는 당선 소식이 여전히 얼떨떨하다고 했다. 대학원에서 도시재생을 공부한 그는 도시재생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공동체를 꼽으며 '해녀 공동체'에 주목했다. 해녀에 대해 공부하면서 제주도에 사는 후배에게 제주 방언을 배웠고, 올해 들어서는 아예 한 달정도 제주도에 머물렀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이번 당선작이다. 그는 "3~4년 전부터 써온 이야기인데 뭔가 부족했다. 제주도에 내려간 게 유효했던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10년간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를 하다가 새로운 일에 도전 중이지만 글쓰기는 놓치지 않았다. 실력을 증명하지 않으면 자기 지면을 가질 수 없는 시대인 만큼 등단 노력을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써온 글을 연작으로 엮어 장편소설을 구상 중이라는 그는 "예술이라 부르는 모든 행위가 내가 사는 세상을 어떻게든 바꿀 수 있는 데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미약할지 모르지만 글쓰기로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 출신인 시조 당선자 김현주(49) 씨는 현재 아이들을 대상으로 아동 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글쓰기에 발을 디딘 것은 현재 한국미술협회 울산광역시지회장(이하 울산미협)을 맡고 있는 남편 원문수(55) 씨 공이 컸다고 했다. 남편이 울산미협 사무국장을 맡았을 당시 울산문화예술회관 인근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며 많은 문화예술인들을 접한 것이 글을 쓰게 한 힘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12년부터 시조 공부에 몰입했다. 우리 고유의 정형시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는 그는 "정형성이 있다고 해도 고시조가 아닌 만큼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신춘문예의 무게감이 너무나 크다고 한 그는 "등단은 작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시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동화 당선자 박비송(30) 씨는 한 제조업체에서 사무직에 종사하며 제품 박스 디자인을 겸하고 있는 능력자다. 과감하게 연차를 내고 당선자 인터뷰에 맞춰 부산을 찾았다는 그는 글 쓰는 일과 무관한 업무를 하다 보니 글 쓸 시간이 많지 않아 고민이었다고 했다. 그는 "마음을 다잡는 차원에서 최근 사이버대에 등록해 동화 수업 등을 들으면서 글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동화에 도전한 것은 어렸을 적 추억이 바탕이 됐다. 그는 "동화라고 해서 동심과 아름다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글 쓰고 아이들 눈높이로 갈등을 풀어내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또한 동화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동화를 공부하면서 순수성을 되찾는 느낌이다. 열심히 동화를 쓸 것"이라고 웃음 지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평론 당선자 김성준(36) 씨는 제약 분야 전문지에서 2년간 일한 기자 출신. 부모님 성화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들어간 지 2년 만에 교도관 시험에 합격한 그는 법무연수원 생활을 끝내고 발령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읽히기 위한 틀에 박힌 기사 대신 '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던 것도 직장을 그만둔 원인 중 하나"라며 "지난 2011년 포항 소재 문학 공모에 덜컥 당선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주변 권유를 받고 평론에 응모했는데 당선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평론을 계속 쓰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한 그는 "글을 쓰면서도 글이 맞는지 아닌지 불안감이 컸지만 이번 당선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찾은 것 같다"며 "일하면서도 꾸준히 쓰고 싶은 글을 계속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청의 꿈 드디어 첫발 내디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시 당선자 이소회(43) 씨는 대학 때부터 시를 써온 문학청년이었다. 시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대학원에 지원했지만, 정작 논문을 써야 해 시를 제대로 쓰지 못했단다. 논문이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요구하다 보니 논문을 끝낸 뒤 시를 몰아써야 했다고. "몰입하는 힘이 다소 부족해서였는지 많이 돌아온 듯하다"는 그는 "혼자 글 쓰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시 쓰는 사람끼리 만나서 서로 짚어주고 공부하는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촛불 관련 시를 썼는데 떨어졌다고 웃음 짓던 그는 "지난해 촛불 시위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글 쓰는 사람은 쓰지 않을 수 없는 주제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돌이켜보면 체화되지 않은 설익은 글쓰기였던 것 같다. 좀 더 익히고 묵혀서 관련된 좋은 시를 써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본보 신춘문예 최연소 등단자이기도 한 이유진(26) 씨가 희곡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은 21살 때. 서울서 대학을 다니던 중 연극을 접하며 '연극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했다. 그 길로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새로 들어간 그는 "시중에 나온 희곡집을 필사하고 수시로 연극을 보면서 꿈을 키워나갔다"고 말했다. 아직도 당선이 의아하다는 그는 "부모님은 글 쓴다고 하니 막연하게 걱정하셨다. 하지만 신춘문예 당선됐다고 하니 정말 좋아하셨다. 하고 있는 일을 증명한 듯해 뿌듯하다"고 웃음 지었다. "글로 승부를 내고 싶었다"며 한 달에 무조건 희곡 한 편씩을 쓴다는 그는 "희곡을 쓰면서 문학성과 연극성 두 마리 토끼 다 잡는 게 어려웠지만, 여전히 희곡 쓰기가 즐겁다. 내 텍스트가 무대에 올려진 것을 한 번이라도 본다면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올해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는 40대가 주류를 이룬 가운데 20대도 포함되는 등 연령대가 다소 낮아졌다. 출신 지역 역시 부산시를 비롯해 울산시, 경기도, 경남 김해, 경북 포항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배출됐다. 지난해 여성 당선자는 1명에 그쳤으나 올해는 4명으로 대폭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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