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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 카페, 노트북 작업 금지 확산 왜? [트래블 tip톡]㉓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이후 노트북컴퓨터 한 대만 들고 카페에 가서 공부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회사에 가지 않고 재택 근무하거나 외국에 나가서 근무하는 디지털 노마드도 카페에 자리를 펼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커피 한 잔 값이면 여러 시간, 때로는 하루 종일 와이파이는 물론 전기도 공짜로 쓸 수 있어 가성비가 탁월한 게 이유다.
디지털 노마드로서는 카페에서 일하는 게 편안하고 경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카페로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커피 한 잔 값만 내고 여러 시간 테이블을 차지하는 바람에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없어 영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규모가 큰 카페라면 사정이 조금 나을 수 있지만 작은 카페일 경우 하루 수입에 지장을 미치는 정도를 넘어 존폐를 좌우할 정도가 된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디지털 노마드에 시달린 나머지 노트북컴퓨터 사용을 금지하는 카페가 증가하는 추세다. 금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간 제한, 시설 축소 등 디지털 노마드를 불편하게 만드는 방안을 강구하는 카페도 늘었다.
스페인은 햇빛이 좋고 물가가 싼 데다가 문화 자산도 풍부한 나라여서 디지털 노마드가 가장 선호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산티아고 등 많은 도시에서는 노트북컴퓨터를 펼쳐 놓고 일하는 걸 금지하는 카페가 나날이 증가한다.
스페인만 그런 게 아니다. 프랑스 파리나 독일 베를린, 포르투갈 리스본, 영국 브라이튼에서도 노트북컴퓨터 이용자를 배척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라켈 라네스 씨는 인터넷신문 ‘유로뉴스’와 인터뷰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시켜 놓고 하루에 8시간씩 죽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베를린의 한 카페 주인은 ‘인디펜던트’ 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부 디지털 노마드는 다른 손님이나 카페 측에 불쾌한 행동을 한다. 일하는 데 방해된다며 음악 소리를 줄여 달라거나 주변 손님에게 조용히 하라고 요구한다. 슈퍼마켓에서 사온 샌드위치를 먹는 것은 물론 쓰레기를 버리기도 한다”고 개탄했다.
영국 켄트의 한 카페 주인은 ‘데일리메일’ 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초 한 노트북컴퓨터 이용 고객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른 손님들에게 ‘지금 회사와 줌으로 영상통화를 하니 다들 조용하라’고 소리쳤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이후부터 노트북컴퓨터 이용을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카페들은 처음에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해 콘센트를 확충하는 등 시설 개선에 나섰지만 지금은 거꾸로 확충한 콘센트를 폐기한다. 일부 카페들은 디지털 노마드가 못 오게 하려고 와이파이를 차단한다.
그나마 디지털 노마드에 우호적인 카페들도 피크 타임인 오전 8시 30분~오후 1시 30분 사이에는 노트북컴퓨터를 사용한 업무를 금지시킨다. 이런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카페 안팎에 붙이기도 한다. 어떤 카페에서는 디지털 노마드에게 ‘단골손님이 오거나 단체 손님이 올 경우 자리를 비켜 준다’는 확약을 받고 자리를 이용하게 허락한다.
파리, 베를린, 리스본, 브라이튼의 일부 카페에서는 손님들에게 시간당 요금을 받는다. 카페 주인들은 이런 조치가 바가지가 아니라 영업권 보호라고 주장한다.
커피를 즐기러 가는 다른 손님들도 대부분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부정적이다. ‘카페에 노트북컴퓨터를 켜 놓은 사람이 하루 종일 있는 걸 보면 들어가기 싫다’거나 ‘카페는 친한 사람들끼리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장소’라고 말한다.
2025-03-0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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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 달러 시계에 애완동물, 아기까지 객실에 두고 떠난다 [트래블 tip톡] ㉒
이른 새벽에 일어난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항공기 환승 때문에 일찍 호텔에서 나가야 한다. 서두른 덕분에 다행히 항공기 시간을 맞추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런데 아뿔싸! 호텔 객실에 휴대폰 충전기를 두고 왔다. 비싼 물품은 아니지만 최신형이어서 아깝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어떤 물건 두고 가나
호텔에 소지품을 두고 체크아웃하는 고객은 생각 외로 많다. 전체 호텔 숙박객 중 20%가량이 물건을 놔두고 호텔에서 나간다고 한다. 물건을 빠뜨린 고객 연령은 다양하다. 나이가 많아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은 물론 젊은 사람도 적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침착성과 치밀성이다.
호텔 고객이 떠나면서 가장 많이 흘리고 떠나는 물건은 의류다. 침대 이불 사이에 숨어 있거나, 옷장에 걸려 있거나, 욕실 수건 사이에 뭉쳐져 있는 경우가 많다. 휴대폰 등 전자기기 충전기와 화장품, 욕실용품, 서류도 빠뜨리기 쉬운 물품이다. 여권을 두고 가는 바람에 공항에서 발이 묶인 사람도 더러 있다.
비싼 보석류를 놓고 가는 고객도 있다. 호텔 예약 전문 사이트인 호텔스닷컴이 지난해 세계 각국 호텔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객이 흘리고 간 물품 중 가장 비싼 것은 600만 달러(약 86억 원)짜리 시계였다. 애완동물은 물론 가끔 갓난아기를 홀로 두고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러 버리고 간 것인지, 실수로 놔둔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물론 고급 물건이나 애완동물의 경우 거의 100% 고객에게 돌아간다. 물론 아기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잘 챙기는 요령
물건을 객실에 두고 떠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숙박하는 동안 물건을 잘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 호텔 방에 들어가면 먼저 각종 물건을 어디에 놓아둘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하다. 의류는 옷장에 걸거나 여행용 가방 안에 그대로 두고, 화장품은 욕실에 갖다 놓고, 서류와 노트북컴퓨터 등은 책상이나 테이블에 올려 두는 식이다. 종류별로 두는 위치를 달리해야 나중에 다시 짐을 쌀 때 헷갈리지 않는다.
짐을 꾸려 객실에서 나갈 때에는 여행용 가방을 문 앞에 둔 뒤 한 번 더 방 곳곳을 살펴봐야 한다. 개인금고와 냉장고 안, 테이블 위아래를 훑어보는 것은 물론 침대 이부자리도 들쳐 봐야 한다. 욕실에 놔둔 것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두고 왔다면
호텔에 물건을 두고 왔을 경우 단계적으로 차근히 대응해야 한다. 먼저 놔두고 온 물건이 무엇인지, 어디에 둔 것으로 생각되는지 등을 정리해야 한다.
상황 파악을 마치면 가능한 빨리 전화나 이메일로 호텔에 연락해야 한다. 물건 회수 여부는 시간에 달렸다는 게 호텔업계의 설명이다.
호텔과 연락이 닿으면 상황을 설명하고 두고 온 물건 종류, 모양, 두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 등을 상세히 알려야 한다. 대부분 호텔은 분실물을 우편이나 택배로 보내 준다. 어떤 호텔은 무료로 보내 주지만 발송요금을 고객에게 부담시키는 곳도 있다.
■호텔은 어떻게 대응하나
호텔마다 대응 방법은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고객이 객실에 물건을 놔두고 가더라도 호텔은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객의 사생활 및 개인정보 보호 정책 때문이다. 호텔은 대개 고객 연락처를 알지만 다른 사람이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화를 걸지 않는다.
호텔은 객실에서 물건을 발견하더라도 고객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때까지는 물건을 분실물 보관소에 넣어 둔다. 각 호텔은 분실물 관리 규정을 갖고 있다.
결혼반지 같은 경우는 아주 장기간 보관하지만 대부분 물품은 1~6개월 정도만 보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이후에는 분실물을 발견한 직원에게 나눠 준다. 상하기 쉬운 식품은 24시간이 지나면 처분한다.
일부 호텔에서는 고객이 체크아웃할 경우 두고 가는 물건이 없는지 꼼꼼히 물어본다. 체크리스트 용지를 꺼내 하나씩 살피면서 점검하는 호텔도 있다.
2025-01-2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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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EES‧ETIAS 시행, 일러도 2027년에나 가능 [트래블 tip톡] ㉑
유럽연합(EU)이 2025년 중에 시작하기로 했던 ‘디지털입출국시스템(EES)’과 ‘EU 입경 사전 등록‧허가제(ETIAS)’ 시행이 다시 연기돼 아무리 일러도 2027년, 또는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ES 시행 연기
25일 유럽 각 언론 보도에 따르면 EU는 6000자 분량의 ‘EES 단계적 도입안’을 공개했다. 각국 반발 탓에 EES의 내년 시행이 불가능한 만큼 단계적으로 서서히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EU가 내놓은 단계적 도입안은 ‘각국은 EES 도입 첫날 최소한 1개 이상의 국경에서 EES를 시행한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어 ‘비EU 출신 국가 방문객 중에서 최소한 10% 이상의 정보를 수집해야 하며, 6개월 동안은 방문객 여권에 (종전처럼)스탬프를 찍어야 하며, 혼란이 일어나거나 기술적 결함이 발생할 경우 EES 도입을 잠정 중단해야 하며, 과도한 대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얼굴 사진과 지문 수집 절차를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단계적 도입안이 실제 시행되려면 EU 법률을 바꿔야 하므로 EU 집행위원회와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실제 시행은 한참 미뤄질 전망이다. 프랑스 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일러도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U IT분과위원회는 내년 1월 31일까지 ESS 시행 새 일정안 등을 담은 로드맵을 내놓을 방침이다.
EU는 2017년부터 EES 도입을 준비해 왔지만 일정을 세 차례나 미루다 지난 11월 10일로 날짜를 잡았다. 하지만 EU는 이 날짜마저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EES 홈페이지에는 ‘2025년 시행 예정’이라고 적혀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EES 시행이 자꾸 미뤄지는 것은 준비 부족과 여러 나라의 우려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 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프랑스 등 3개국이 가장 심하게 반대한다.
EES를 도입할 경우 입국 심사 절차가 길어져 대기 줄이 늘어나고, 직접 심사 절차를 등록하지 못하는 방문객이 많아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우려다. 한 사람의 입국 심사를 처리하는 데 적어도 4~5분, 길면 10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정체가 발생할 경우 상당수 승객이 공항 도착 이후에도 항공기에서 내리지 못하고 기내에서 장기간 대기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공항연합’은 “현재 준비 상황을 고려하면 아무리 서둘러도 2025년 가을 이후에나 EES가 시행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그러면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경우 최소한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덧붙인다.
EES는 ‘입국(entry) 출국(exit) 시스템(system)’의 약자다. EU 회원국이 아닌 나라의 국민이 솅겐조약 가입국 국경을 통해 입국할 경우 입국심사대에서 직접 얼굴 사진을 찍고 지문을 등록하는 제도다. 직접 등록을 마친 방문객은 심사대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등록 사실을 확인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입국심사대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여권에 입국 허가 도장을 찍어 줬지만 EES가 시행되면 도장은 없어진다.
■ETIAS는 자동 연기
ETIAS는 EU 비자를 면제받는 비EU 국가의 18~70세 국민이 90일 이내 기간 동안 EU에 체류하려면 입국 전에 미리 ETIAS 인터넷 사이트에서 등록비를 내고 입국 사전 등록을 하는 제도다. 한 번 등록하면 3년간 효력이 유지된다. ETIAS 등록은 당사자기 직접 해도 되지만 여행사나 친구, 가족이 대신 해도 무방하다.
EES가 연기되면 ETIAS는 자동적으로 연기될 수밖에 없다. ETIAS가 제대로 운용되려면 EES가 시행돼야 하는 게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달 초 열린 EU의 EES 관련 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EES가 시행되면 6개월 이후에나 ETIAS가 시행될 수 있다. 두 시스템은 2027년에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31일까지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언제 시행할지 날짜를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TIAS의 취지는 비자 없이 EU에 들어올 수 있는 외국의 관광객이 입경 이전에 인터넷으로 여행 내용을 등록함으로써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EES와 ETIAS가 제대로 시행되면 누가 EU에 출입국하는지 사전, 사후에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체류자 방지와 함께 테러 등 각종 범죄 발생 예방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게 EU의 기대다.
2024-12-26 [0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