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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원의 유행 너머] 콰자작!
“콰자작!”
손안에서 왁스가 부서진다. 왁스를 깨뜨리면 알록달록한 비즈나 점토가 쏟아지고, 손으로 조물조물 주무르는 소리까지 더해진다. 별것 아닌 영상인데 이상하게 끝까지 보게 된다.
5000원 안팎의 작은 장난감이 올여름 가장 뜨거운 소비가 됐다. ‘왁뿌볼’은 왁스로 만든 공을 깨뜨리는 장난감이다. ‘말랑이’는 말 그대로 손으로 계속 주무르고 싶은 폭신한 촉감의 제품이다. ‘슬랑이’는 슬라임+말랑이로, 비즈를 넣은 슬라임을 고무로 감싸 완성한다. 모두 소리와 손끝으로 느껴지는 촉감이 매력 요소다.
30초짜리 왁뿌볼 영상을 보고, 퇴근길 문구점에서 말랑이 하나를 사고, 손으로 몇 번 주무르며 기분을 푼다. 커피 한 잔보다 저렴한 돈으로 잠깐의 재미를 살 수 있다. 마음에 쏙 드는 말랑이를 찾아 문구 시장을 방문하는 ‘말랑이 사냥’도 유행이다. 신상품이 많이 들어오는 시장은 어느새 새로운 핫플이 됐다. 서울에선 동묘 창신동 완구 거리로, 부산에선 국제시장의 문구사로 사냥을 떠난다.
비슷한 흐름은 해외에서도 나타난다. 영미권에서는 최근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인 ‘피젯 토이’ 열풍이 거세다. 손으로 반복해 만지고 누르며 긴장을 푸는 장난감으로, 성인 소비자들까지 가세하며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완구 브랜드 ‘니도’의 말랑이는 블랙핑크 로제가 애용하는 모습이 알려진 뒤 오픈런과 품귀 현상을 빚었고, 일부 제품은 중고 거래 가격이 정가의 수십 배까지 뛰었다. 랜덤 색상의 만두 모양 말랑이를 뽑는 ‘랜덤 만두 스퀴시’는 틱톡에서 수천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니도 헌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비싼 취미보다 손안에 쉽게 잡히는 촉감과 소리, 짧지만 확실한 만족을 소비하는 문화가 국경을 넘어 확산하고 있다.
랜덤 뽑기나 가챠 등 안에 든 내용물보다 열어보는 순간의 설렘과 짧은 행복을 소비하는 문화도 일상이 됐다. 오래 쓰는 제품이 아닌 순간 기분을 전환해 주는 작은 자극에 투자를 망설이지 않는 게 요즘 소비 공식이다.
유행은 늘 시대를 닮는다. 거창한 취미를 시작하기에는 시간도 돈도 부족하다. 여행 한 번 가려면 수십만 원이 들고, 공연 티켓도 만만치 않다. 치솟는 물가에 작은 소비조차 계산하게 되는 시대다. 하지만 얇아진 지갑, 바쁜 하루, 길어진 불황 속에서도 우리는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행복의 물리적 크기가 조금 작아졌을 뿐이다.
“몇 분만이라도 내 감각에만 온전히 집중하며 아무 생각 없이 편하고 싶다.” 복잡한 세상 속 젊은 세대가 소비하는 작고 확실한 즐거움 뒤에 숨은 이면이다.
2026-07-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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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의 정가 뒷담화] 젊은 정치인의 자작극 의혹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말아달라. 지금은 저라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지만, 시민들이 저를 바위로 키워주실 것이라 믿는다.”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6·3 지방선거 마지막 날 유세 차량에서 쏟아낸 말이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끝까지 완주하려는 젊은 정치인의 ‘도전’을 응원하기로 한 시민들은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 전 후보가 공언한 변화를 믿었던 2만 7418명의 부산시민은 한 표로 응답했지만, 그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자작극 의혹의 당사자로 전락했다.
음료 피습 자작극 의혹 직후 정 전 후보는 목 보호대를 두르고 “이번 일로 제 또래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를 이해하게 됐다”며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선처 탄원서’까지 냈다. 그러나 학생부 허위 기재 논란에다 부친 병원 관계자들의 선거 개입 의혹 등 날마다 터지는 논란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같은 또래라도 그들이 처한 삶의 위치가 얼마나 다른지 새삼 느끼고야 만다.
정 전 후보는 선거 전부터 이해하기 힘든 돌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선거를 불과 2주 앞두고 ‘잠수’를 탔다. 이튿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해놓고는 언론사 기자는 물론 당직자들의 연락마저 무시한 채 두문불출했다. 당선 확률이 희박하다고는 하지만, 320만 부산시민을 대표하겠다고 나선 공당의 후보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단일화 무산 등 여러 해석이 나왔지만, 정 전 후보는 잠행에 대한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끝까지 선거를 치렀다.
이번 사태로 개혁신당 부산시당은 완전히 초토화된 상태고, 책임론은 중앙당까지 번지며 개혁신당은 존립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산이라는 보수적인 정치 지형의 벽을 무너뜨리려는 젊은 정치인들에게 유사한 낙인 효과가 찍히지는 않을까 우려된다는 지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은 물론 광역의회 문턱을 넘은 젊은 부산 정치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작극 의혹이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난다면 지역의 청년 정치인들은 자신의 도덕성과 진정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져야만 한다. 젊은 정치인들이 기성 정치인들보다 더 구태스러운 정치를 한다며 도매금 취급하려는 목소리까지 곳곳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청년 후보 공천이나 정치 신인 발굴에 소극적인 분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오늘도 바위를 부수기 위한 계란을 자처하는 청년들이 있다. 그들의 진정성과 책임 정신이 이번 자작극 의혹에 흔들려서는 안될 일이다.
2026-06-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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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의 타임 아웃] 승부차기 가장 약한 나라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조별리그가 각국마다 2경기째를 치르며 반환점을 돌고 있다. 조별리그가 끝나면 월드컵의 묘미인 승부차기의 시즌이 돌아온다. 이번 월드컵에서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32강전부터 정규시간 90분, 연장전 30분 동안 승패를 가리지 못하면 승부차기가 펼쳐진다.
승부차기의 시작점인 페널티킥 지점은 골 라인의 정중앙으로부터 11m 떨어져 있다. 키커가 찬 공이 골라인을 넘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0.4초, 골키퍼가 반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0.5∼0.7초다. 승부차기는 이론상으로 보면 키커가 이기는 승부다. 키커가 구석으로만 잘 차면 거의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역대 월드컵에서 실제 승부차기 성공률은 70% 안팎이다.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인 요인이다. 골키퍼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여러 차례 슈팅을 막을 기회가 있고 승부차기 특성상 막지 못하더라도 비난을 덜 받는다. 반면 키커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성공시켜야 한다. 이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중압감 면에서 골키퍼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월드컵 역사상 첫 승부차기는 1982년 스페인 대회 준결승 때였다. 서독이 프랑스를 5-4로 꺾고 승부차기 첫 승리 기록을 남겼다. 이후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4-2로 꺾은 2022 카타르 대회 결승전까지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는 총 35번 나왔다.
승부차기에 가장 약했던 나라는 어디일까.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를 총 5번 치러 4번을 패했다. 2002 한일 월드컵 16강에서 아일랜드를 3-2로 물리친 게 유일한 승리다. 그러나 8강전에서 한국에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하면서 승부차기 징크스를 끊지 못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를 7번 치르는 동안 6번 이겼다. 2006 독일 대회 8강에서 안방 팀에 2-4로 패한 게 유일한 패배 기록이다. 독일(옛 서독 시절 포함)과 크로아티아는 승부차기 4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승부차기를 가장 많이 성공시킨 선수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다. 두 선수 모두 3번 시도해 3번 모두 성공했다. 골키퍼가 한 경기에서 기록한 승부차기 최다 선방 기록도 3번이다. 히카르두(포르투갈), 다니옐 수바시치, 도미니크 리바코비치(이상 크로아티아)가 공동 1위 기록 보유자다.
우리나라는 역대 월드컵에서 한 번 승부차기를 했다. 애국가의 한 장면으로도 기억되는 2002 월드컵 8강 스페인전이다. 당시 5번째 키커로 홍명보가 나서 스페인의 오른쪽 골대 상단을 갈랐다. 그로부터 24년 뒤 그가 한국 대표팀을 이끈다. 24년 전 홍명보의 환한 미소를 이번 월드컵에서도 볼 수 있기를.
2026-06-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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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의 금융포커스] 긴축의 시대가 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며 ‘긴축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취임 한 달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특히 “늦지 않게 인상해야 한다”며 7월 인상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한은이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성장과 물가, 그리고 금융 관련 지표가 모두 인상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에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인 상황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다. 특히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에 생활물가 체감은 이를 웃돌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1500원대가 뉴노멀로 자리잡은 원달러 환율까지 감안하면 통화정책은 인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긴축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를 인상했고, 일본은행(BOJ) 역시 다음 주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후퇴한 상황이다.
물가 안정은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생계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또 자산시장 과열과 투기 심리 자극으로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가져올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다. 2000조 원에 가까운 가계부채는 물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상당수는 코로나19와 이후 경기 침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가계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16만 3000원이 늘어나는데, 전체 차주로 보면 3조 2000억 원 규모다. 또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 역시 조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취약계층이다. 영세 자영업자 등 저신용 차주의 경우 이미 대부분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이자 부담은 64만 원으로 일반 가계대출 차주의 약 4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취약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과 금융지원 체계를 점검하고,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장 불안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은 역시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며 예측 가능한 정책 경로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물가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은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처방인 것은 분명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인상 여부가 아닌 충격 관리에 맞춰져야 한다. 정부와 한은의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2026-06-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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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의 맛있는 여행] 핫 플레이스의 함정
여행지를 찾아보기 위해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검색하다 보면 ‘여행 핫 플레이스’라는 곳을 종종 보게 된다. 여행 블로거들이 올린 글에서부터 지역 공공기관에서 위탁을 받아 올린 글, 개인들이 직접 다녀와서 쓴 후기 형태의 글 등 다양하다. 이런 글을 보면서 여행지 선택에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한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핫 플레이스’의 함정에 빠지는 일이 종종 있다. 특히 SNS에서 더욱 그렇다. ‘핫 플레이스’라고 해서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보면 별 것 없는 경우가 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는 ‘핫 플레이스’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기사 마감이 다가오면 급한 마음에 또다시 헛걸음을 한다. 인터넷이나 SNS를 보고 여행에 나서는 분들 상당수가 이런 경험이 한 두번씩은 있을 것이다.
별 것도 없는데 왜 핫 플레이스라고 할까.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낚시인가? 아니면 도대체 뭐지?
조회수를 올리거나 과다한 홍보를 위해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낚시 글은 금방 들통이 나서 효과를 거둘 수 없고, 실체를 아는 사람들에게 악플 수준의 ‘역풍’을 맞기도 한다.
결국 인식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NS가 발달되고 개인 미디어가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욕구와 인식이 마치 대중적인 양 포장돼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내가 어떤 곳을 다녀와서 좋고, 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것 같아 ‘핫 플레이스’로 SNS 등에 올리는 것인데, 이를 탓할 수는 없다. 여행지를 고르는 선택자들의 몫일 수도 있다.
여행지에 대한 인식 변화도 무분별한 ‘핫 플레이스’ 현상에 한몫한다. 기존의 여행지는 여기저기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관광 명소여야 했다. 관광버스들이 줄 지어 가는 곳, 한 번 가면 여러 곳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 한마디로 국내에서도 이름 난 곳들이 여행지였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어도 내가 가서 즐겁고, 편하면 된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 나오는 곳이면 금상첨화다. 볼거리가 많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유명 포토존 한 곳만 있으면 그곳이 여행지가 되고 ‘핫 플레이스’가 된다. SNS와 개인 미디어 확산에 따른 풍경이다.
스토리텔링도 여행지 선택에 중요한 부분이다. 예전엔 그냥 보고 사진 몇 장 찍는 유명 여행지라면 족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곳의 이야기들, 숨은 맛집이 여행객들을 끌어 당긴다. 많은 것을 보지 않아도 많은 사진을 찍지 않아도, 내가 그곳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나에겐 ‘핫 플레이스’가 되는 것이다.
여행지를 고르려면 ‘핫 플레이스’를 찾을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먼저 찾는 게 중요하다.
2026-06-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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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철의 너튜브B컷] 레거시라 긁혔습니다만
불과 두 달여 전까지만 해도 국원들과 가족, 지인을 제외하면 사실상 실시간 시청자 수 0명에 가깝던 〈부산일보TV〉 ‘뉴스캐라’. 개편 세 달여 만인 현재 소소하지만 그래도 이젠 출연자와 무관한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어엿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자신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튜브 세계에 첫 발을 디딘 ‘뉴스캐라’ 입장에서, 실시간 시청자 수천 명은 기본으로 훌쩍 넘는 이른바 대기업 유튜브가 부럽기만 하다. 잘나가는 유튜브 채널에 거의 매일 출연하는 후보를 우리는 단 한 번이라도 모시기 위해, 회신도 기대할 수 없는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다 자존심이 긁히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지자들 요청이 있었다며 특정 진영에서만 시청하는 프로그램에 수차례 출연하거나 부산에 출마한 후보가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여러 차례 출연하는 다소 황당한 모습을 목도하면 그 울화는 이루말할 수 없다.
사실 그렇다. 아무래도 신문이 주요 플랫폼인 부산일보이기 때문에 그들의 선택이 이해가 된다. 유튜브 생태계에서 영향력 있는 채널에 출연해 이름을 알리고 체급을 올리는 전략 말이다. 그래서 기자의 토로는 여기서 각설하려 한다.
중요한 건 시민이자 유권자 입장에서 이러한 행태를 바라보면, 문제가 명확해진다는 점이다.계속되는 청년 유출과 이제는 만성 질환 같은 경기 침체로 부산 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생존 자체가 위협이 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부산의 존폐를 가를 변곡점이다.
그렇기에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이들의 정치 행보는 더욱 부산 시민들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심지어 부산에 출마한 한 후보는 유튜브 출연 덕분에 후원금을 채웠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거듭 전했다. 그에게 지역 발전 비전을 기대한 주민들에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유튜브가 일반인들에게 언론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 7위다. 이는 신문 중 가장 영향력 있다고 평가된 조선일보(10위)를 앞서는 결과다. 시청자 유치 경쟁에서 기성 언론이 유튜브에 뒤지는 상황이다.
이제 길고 길었던 레이스가 끝을 앞두고 있다. 신문 제작이 메인인 ‘재래식 회사’라 긁혔습니다만 일반시민들의 자존심만큼은 긁히는 일이 없도록 부산 사람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정치인들이 많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잠을 줄여가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후보들의 무운을 기원한다.
2026-05-3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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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랑의 취재海랑] 수산종자 전쟁시대
수산업이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지난해 국내 양식어업(해면양식업)의 생산량은 총 253만 277t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수산물 전체 총생산량 393만 4971t 중 약 64.3%를 차지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더 가속화되고 있다. 변수가 많은 바다를 벗어나, 바다 생태계를 육지에 그대로 이식함으로써 안정적인 생산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종자다. 종자를 확보해 일정 비율 이상의 부화율을 달성하고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양식업의 핵심이다. 하지만 남획과 해양환경 변화 탓에 종자 확보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장어다. 우리가 먹는 민물장어는 치어인 실뱀장어를 키워서 만든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완전양식 기술이 상용화되지 못한 국내에선 실뱀장어를 자연 채집에 의존하고 있다. 자연 채집으로 채우지 못하는 부족분 80%가량은 수입한다. 하지만 최근 실뱀장어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에 실뱀장어가 포함될 가능성마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실뱀장어 수입이 불가능하게 되는데, 다행히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제안한 뱀장어 국제거래 규제안이 CITES 당사국 총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부결돼, 3년이라는 골든타임을 얻게 됐다. 하지만 업계는 차기 CITES 총회에서 해당 규제안이 재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종자 기술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일본은 앞선 시장이다. 일본은 상업화 직전까지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제는 단가 인하 작업만 남았다. 일본 정부는 30년 전부터 국산화 기술 개발에 나서, 2010년 세계 최초로 뱀장어 완전양식에 성공했다. 완전양식이란 자연산 실뱀장어가 양식장에서 자라 어미가 되면 새끼(인공 1세대)를 낳고, 이 새끼가 다시 양식장에서 자라 새끼(인공 2세대)를 낳는 것을 말한다. 양식장에서 부화한 뱀장어가 새끼까지 낳는 사이클이 온전히 돌아야 완전양식으로 인정된다. 이미 이에 성공한 일본이 대량생산기술 확보로 단가까지 낮추면, 엄청난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
이는 장어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은 연어나, 참다랑어 양식도 마찬가지다. 수산 종자는 단순히 ‘기르는 어업’의 출발점을 넘어, 향후 국가 식량 안보와 해양 주권을 좌우할 핵심 전략 자산이다. 일본이 30년 전부터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 상업화 문턱에 도달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규제가 현실화되고 시장을 선점 당한 뒤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식 지원으로는 뒤집기 힘든 격차가 우려된다.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원팀이 되어 종자 국산화와 대량생산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2026-05-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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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문화시선] '작은 미술관'도 도시 숨결
서울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부산 중구의 복병산작은미술관.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구립(또는 공립) 미술관이라는 점이다. 경남 거제의 해조음 미술관 역시 같은 맥락에 놓인다. 비록 임시적 선택에서 출발했지만,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미술관으로 전환했다. 해조음 미술관은 현재 부산·경남 작가들의 작품을 시대별로 정리해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시도 자체가 이미 의미가 있다.
대구 수성구의 ‘스페이스 들안’(가칭)은 이러한 흐름을 한 단계 더 진전시킨 사례다. 주택과 도심 유휴 공간을 리모델링한 이 프로젝트에는 약 41억 원의 공공 예산이 투입됐다. 지하에는 수장고와 전시 공간을 확보하고, 지상에는 사무 공간을 배치해 기존 주택 개조 미술관이 안고 있던 구조적 한계를 보완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은 이 과정 전반을 구청이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공간 재생을 넘어, 지역 문화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구축하려는 행정의 의지가 읽힌다.
프랑스의 저명한 미술 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앙리 프랑수아 드바이유 방한 소식을 듣고 돌아본 경주의 더안미술관은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전통 한옥 구조를 기반으로, 200년 된 고택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었는데 전시와 컬렉션이 남달랐다. 설립자인 백진호 관장은 한의원과 미술관을 하나의 철학 아래 묶는다.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의학과 감각과 내면의 균형을 일깨우는 예술은 하나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공립 미술관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작은 미술관’이 어떤 깊이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자연스럽게 부산으로 향한다. 부산은 공·사립을 통틀어도 미술관 인프라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형 미술관의 유치와 운영에만 시선을 둘 것이 아니라, ‘스페이스 들안’과 같은 방식의 소규모 공공 미술관을 적극적으로 실험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문화적 위상은 몇몇 상징적 건축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골목과 생활권 곳곳에 스며든 작은 공간들이 도시의 호흡을 만든다.
대형 미술관이 막대한 예산과 관람객을 전제로 안정적인 기획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작은 미술관’은 그보다 훨씬 가볍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실험적인 전시, 지역 작가에 대한 지속적인 조명, 동시대 담론에 대한 민감한 반응은 이런 공간에서 더 잘 가능하다. 물론 전제는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기획 예산을 포함한 안정적인 재원 구조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짓는 일’이 아니라 ‘지속하는 일’이다. 부산이 지금 고민해야 할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2026-05-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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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원의 유행 너머] 사지 않는 선택의 시대
“미안, 나 거기 불매야.”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말이다. 상대도 대부분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불매는 이제 개인의 취향을 넘어, 하나의 ‘입장’이 됐다.
오는 7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문을 열 예정인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성패를 결정지을 핵심 요소도 제품의 맛이나 매장 내부 디자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직원 과로사 논란으로 촉발된 불매 운동이 그때까지 어떤 온도로 이어지느냐다.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에 나서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1990년대 이후 환경·시민운동의 확산과 함께 불매 운동이 등장했다. 2019년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책임 불인정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시행으로 인한 일본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라는 구호와 함께 전국적인 불매 운동으로 확산했다. 이 시기를 거치며 사지 않는 선택이 집단적 행동으로 이어지면 의사 전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이후 불매 운동의 방향은 조금씩 바뀌었다. 남양유업의 성차별 논란, SPC 계열사의 반복된 산업재해, 쿠팡의 물류센터 노동 환경 문제 등은 소비자가 기업 내부의 문제에 직접 반응한 사례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변화다. 매출과 직결되는 소비자 반응이 이제는 매장 밖에서, 그것도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형성된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있다. 문제 제기가 빠르게 공유되고, 공감이 쌓이며 여론이 형성된다. 과거에는 시간이 걸렸던 불매가 이제는 하루 사이에도 확산된다. 기업이 대응할 틈조차 없이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는 구조다. 한 번 형성된 인식은 쉽게 되돌리기도 어렵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둘러싼 불매 움직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직원 과로사 논란이라는 무거운 이슈가 배경이 되면서, 브랜드의 감각적 이미지보다 운영 방식에 대한 의문이 앞서고 있다. 긴 대기줄과 ‘핫플’ 이미지로 상징되던 공간이 순식간에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오늘날 소비자가 무엇에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소비자는 더 이상 제품만 사지 않는다. 그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운영 방식을 함께 소비한다. 과로사 논란이 불거진 브랜드에 대해 사지 않겠다는 선택은 단순한 불만 표시가 아니라 일종의 윤리적 판단이다. 불매 운동은 소비자가 기업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런던베이글 뮤지엄을 둘러싼 논란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부산에서도 긴 대기줄 다시 만들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제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에 ‘좋은 제품’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는 내가 사는 제품에 ‘좋은 운영’이 함께 담겨 있기를 요구한다.
2026-05-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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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의 정가 뒷담화] 부산의 ‘샤이보수’
6·3 지방선거를 한 달가량 남겨둔 부산 정가에서는 ‘샤이보수’가 단연 화두다. 샤이보수란 평소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보수적 선택을 하는 유권층을 뜻한다. 여론조사에서는 이들이 과소 표집되는 경우가 많으며, 부산처럼 보수 색채가 상대적으로 짙은 지역에서는 이들의 비중이 선거 결과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부산 선거판에서 ‘샤이보수가 얼마나 존재하냐’는 논쟁거리다. 보수 진영은 유권자의 10% 또는 그 이상이 샤이보수로서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역시 “여론조사에서 10%P(포인트) 정도의 격차가 나면 선거날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수차례 자신했다.
반면 진보 진영은 보수 인사들의 분석에 낙관적 기대가 지나치게 투영돼 있다고 본다. 부산 지역의 샤이보수의 비중은 5~7%를 넘지 못할 것이며, 이들마저도 최근 급변하는 정치 지형에 따라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양 진영의 분석치를 아슬하게 넘나든다. KBS부산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5~27일 부산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는 42%,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32%의 지지도를 얻었다. 지난달 중순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던 여론조사도 나왔지만 격차가 다시 10%P로 다소 멀어졌다.
적지 않은 부산 지역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는 소위 ‘위닝 DNA’가 내재돼 있다.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뒤져도, 구설수에 올라도 결국 선거날엔 승리한다는 마인드다. 이번 선거에도 이런 DNA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들에게 샤이보수는 자신감의 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댈 곳이 샤이보수의 등장 말고 없다면 승리의 역사도 끝날 수 있다.
지난 2일 박 후보 개소식에 장동혁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며 ‘선거 총력전’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에서는 또다시 당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터지며 내부 균열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단일대오를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지리멸렬한 민낯을 그대로 비췄으니 부산의 샤이보수들은 착찹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게 됐다.
선거는 이제부터 총력전이다. 2024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토 여론 속에서 치러졌다. 여론조사는 민주당을 향해 웃어줬고, 5석 이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북갑을 제외한 부산의 모든 의석을 국민의힘에게 내줬다. 민주당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되고,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스스로 원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2026-05-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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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의 타임 아웃] 선발투수의 QS
야구에서 안타를 많이 쳐 타율이 높은 타자가 득점 찬스에서는 침묵한다면 좋은 타자일까. 삼진을 잘 잡는 투수가 위기 상황에서 삼진을 잘 잡지 못한다면 좋은 투수라 할 수 있을까.
무를 자르듯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를 구분할 절대적인 숫자는 없다. 조금 더 선수의 실력을 나타내기 위해 야구의 숫자들은 발전해왔다. 단순히 몇 개의 홈런, 몇 개의 안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야구. 자연스레 다양한 기록, 통계의 지표들이 생겨났다.
최근 들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기사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야구 용어 퀄리티스타트(Quality Start). 선발투수들이 좋은 투구를 하면서 QS라는 단어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QS는 선발투수가 6회 이상 던지고, 3자책점 이하로 막을 경우를 의미한다. 실점이 아닌 자책점을 기준으로 한 것은 수비 실책 등에 의한 실점은 투수 책임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이론이 뒷받침됐다. 승리, 평균 자책점보다 더 엄격하게 투수의 실력을 반영한다.
QS는 1986년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리차드 저스티스 기자가 고안해냈다. 1980년대 메이저리그에서는 선발투수, 중간투수, 마무리투수 분업이 시작됐다. 지금은 어쩌면 당연하게 보이는 역할 분담이지만 1980년대 이전에는 선발, 중간, 마무리의 개념은 없었다. 선발투수는 경기에 나오는 첫 번째 투수일 뿐이었고 그 투수는 며칠 뒤에 중간이나 마지막에 나오기도 했다.
6이닝 3자책점의 기준은 무엇일까. 1980년대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당 평균 득점은 4.63점이었다. 즉 선발투수가 6이닝을 3실점으로 막는다면 자신의 팀이 낼 수 있는 평균 득점(4.63)보다 적게 실점(9회 환산 4.50점)해 팀이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5이닝 1실점, 5이닝 무실점은 점수를 적게 줬을지라도 QS로 인정받지 못한다. QS에는 책임감이 담겨 있다. 선발투수는 한 회라도 더 던져 불펜투수들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 선발투수가 빨리 물러나면 불펜투수들이 많이 소모될 수밖에 없어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1점을 더 주더라도 1회를 더 던지는 것이 선발투수의 책임감이자 능력이라는 의미가 QS에 담겨 있다.
선발투수가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는 팀에서 5~6 경기만에 출전하는 유일한 포지션이라는 점도 있다. 매 경기 출전하는 다른 포지션과 달리 선발투수는 휴식과 관리 끝에 경기에 나선다. 선발투수는 팀에서 애지중지 최고 대우를 받는다.
우리 사회의 선발투수를 떠올려 본다. 책임감의 무게를 느껴야 하고 사회에서 그에 걸맞은 의전과 대우를 받는 사람. 곧 지방선거다. 그들이 선발투수로서 무게감을 크게 느꼈으면 한다. 4년 동안 QS 하길 바란다.
2026-04-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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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의 금융포커스] 기업은 봄, 가계는 겨울
금융시장이 기형적인 ‘역설적 상황’에 빠졌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율을 예년보다 현저히 낮은 1.5%로 묶어버리는 방안을 발표한 이후부터다. ‘부동산 투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감안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80%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는 명분이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비대칭성’이 실수요자 등 평범한 서민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시중은행의 영업점 풍경은 극명하게 갈린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이나 우량 중소기업에게는 저금리 대출을 제안하며 ‘모시기 경쟁’이 분주하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새로운 수익원 모색이 시급한 은행들의 고육책이다.
반면 가계대출은 한마디로 ‘빙하기’에 가깝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다주택자 만기연장 금지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1.5% 가이드라인도 실제로는 1% 내외로 더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목표가 평균 1% 정도로 가정하면 1년간 최대로 늘릴 수 있는 규모는 6조 4493억 원에 불과하다. 한 달 5374억 원 꼴로 5개 은행 평균으로 1000억 원 남짓에 불과하다. 사실상 ‘문턱 통제’에 가깝다.
그 결과 기준금리 동결 상황 속에서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7%를 돌파한 상태다. 기업에게는 ‘봄바람’이 불지만 서민들에게는 ‘겨울바람’이 아직 불고 있는 금리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배분 방식도 문제다. 은행이 월별·분기별로 한도를 까다롭게 관리하면 이는 결국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당장 생계자금이 급한 서민이나 내 집 마련을 꿈꿨던 실수요자들의 금융 접근성이 크게 악화되는 것이다. 이미 ‘10·15부동산대책’으로 주담대 한도가 줄어든 상황에 대출까지 사실상 ‘선착순’에 가깝게 이뤄질 경우 저신용자 실수요자들은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우려도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전문은행들에서는 이른바 대출 ‘풍선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이마저도 고신용자 중심으로 정책 취지와 거리가 멀다.
부동산에 쏠린 과도한 유동성을 회수하고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추구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정책의 정당성이 수단의 가혹함에 앞서서는 안 될 것이다. 수치 맞추기식 규제는 결국 가장 약한 서민들부터 피해를 입는 구조를 낳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사들은 ‘숫자’에 집중하기보다는 7%대 고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차주들의 ‘비명’에 귀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규제에 있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사다리’가 되어야 하는 금융이 기업·자산가·고신용자에 집중되는 구조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실수요자를 ‘절벽’에서 끌어올릴 정교한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
2026-04-1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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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의 맛있는 여행] 기상이변과 벚꽃 개화
온통 꽃 세상인 듯 했는데 어느 새 꽃들이 자취를 감춘 느낌이다. 벚꽃 때문이다. 벚꽃은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군락지를 찾지 않더라도 도심 하천이나 공원, 도로변, 심지어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런 벚꽃이 지난 주말부터 자취를 감췄다. 한꺼번에 피었다가 일시에 지는 벚꽃의 특성 때문이다. 주변에 핀 벚꽃을 보고 “조만간 벚꽃 구경 가야겠다”고 생각하다 차일피일 미루면 벚꽃은 어느 새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매년 벚꽃의 개화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벚꽃 명소 지자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해마다 벚꽃의 개화 시기가 들쭉날쭉하면서 벚꽃 축제 기간을 연기하거나 앞당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자도 올해 벚꽃 취재를 하려고 경주를 갔다가 허탕을 쳤다.
예전엔 벚꽃 구경의 놓친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기회가 있었다. 지역 이탈이다. 벚꽃 구경을 제대로 못한 남쪽 지역 사람들은 충청도나 수도권으로 가면 늦게라도 벚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기회조차 사라졌다. 벚꽃이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개화했기 때문이다.
전국 벚꽃 명소로 유명한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는 3월 말부터 진해군항제가 열렸다. 4월 초 진해 벚꽃은 절정을 이루며 찾는 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했다.
불과 이틀 뒤, 만개한 벚꽃은 서울에서도 볼 수 있었다. 기상청은 지난달 29일 벚꽃이 공식 개화(서울 기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6일 빠르고 평년(지난 30년 평균인 4월 8일)보다는 무려 10일이나 이르게 피었다. 수도권에서는 4월 2일부터 벚꽃이 만개했다. 남쪽 지역과 불과 하루 이틀 차이로 벚꽃이 활짝 핀 것이다.
이처럼 진해와 서울이 비슷한 시기 동시에 만개를 한 것은 벚꽃의 북상 속도가 과거보다 두 배나 빨라졌기 때문이다. 예전 서울의 벚꽃은 남쪽 지역 보다 2주가량 늦게 폈다. 하지만 최근에는 5일 차로 좁혀졌다.
개화 시기도 빨라졌다. 올해 처럼 3월에 개화한 건 관측 이후 5차례에 불과했는데, 이 가운데 4차례는 2020년 이후 집중됐다. 문제는 시기가 계속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 기후변화 때문이다. 벚꽃의 개화 시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개화 직전인 2~3월의 기온이다. 보통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먼저 꽃이 피어야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전국에서 동시에 벚꽃이 피는 현상이 발생했다.
벚꽃의 전국 동시 개화는 생태계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상 기후로 꽃은 일찍 피지만 이를 매개로 하는 곤충의 활동은 충분하지 않고 먹이 사슬이 깨지면서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일상의 상당수가 변화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무감각하다. 자연이 주는 신호를 절대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2026-04-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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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철의 너튜브B컷]부산엔 충주맨이 필요해
10여 년이란 시간 동안 익숙해졌던 활자를 떠나 방송(?)으로 업을 바꾼 지 한 달. 짧은 기간이지만 회사 안팎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들었던 공통된 이야기가 있다. 바로 충주맨이다. 그와 닮은 외모 탓도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유튜브 업계를 발칵 뒤집은 인물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무원이자 유튜버인 충주맨 김선태의 성공 비결은 간단해 보인다. 기존 지방자치단체 홍보 영상에서 볼 수 없던 파격과 혁신이다. 책상에 발을 올리고 앉아 낮은 자세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나 실패한 시정 정책을 거리낌없이 ‘디스’하는 방식 말이다.
문제는 ‘쉽고 재미있게’ 국민과 소통한다는 이 쉬운 방정식을 실제로 실현해내는 게 그리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튜버 김선태가 전국 지자체에 불려 다니며 노하우를 전수했지만 제2·제3의 충주맨이 나오지 않는다.
충주맨이라는 스타 출현의 배경을 좀 더 들여다 보면 파격과 혁신의 ‘리더십’ 덕분이다. 7급 주무관이던 그에게 전권을 일임하고 판을 깔아준 조길형 충주시장의 이야기는 익히 알려져 있다. 눈부신 성공을 거둔 당사자 역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무결재로 영상을 제작하게끔 해준 충주시장이 없었다면 지금의 충TV도 없었다며 공을 돌리기도 했다.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은 6·3 지방선거 국면에서 부산에도 충주맨의 등장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 세계 2위 환적항과 세계 7위 컨테이너항, 400만에 육박하는 외국인 관광객, 해사기술 경쟁력 세계 1위, 글로벌 해양도시 순위 10위 수준의 기반을 갖춘 도시 등 각종 미사여구가 붙은 부산인데 충주맨이 왜 필요할까. 앞서 나열한 각종 지표들은 부산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시민들의 체감도는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인 까닭이다. 부산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역 생태계를 교란해서라도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는 게 시민들의 요구인 것이다.
공직 사회를 휘저은 공무원 김선태는 다른 길을 찾아 떠났다. 그가 새로운 도전을 펼치듯,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롭게 공직 입문을 노리는 많은 이들이 있다. 부산만 해도 시청은 물론 16개 구군청과 지방의회 입성을 위해 뛰는 후보들 수가 어림잡아 수백 명이다. 지역소멸, 청년유출, 일자리 부족 등 부산이 직면한 수많은 문제들이 부산 앞에 놓여있다. 혁신, 창의적 아이디어 등이 실패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기존 사고에서 벗어나 충주맨 못지않은 시각으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지 않고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쉽지 않은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도전을 통해 부산을 발전시킬 ‘부산맨’의 등장을 기다린다.
2026-04-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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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랑의 취재海랑] 해수부 이전의 진짜 의미
해양·수산 업계 관계자들의 사무실을 방문하면 한 켠에 붙은 특이한 지도를 마주하곤 한다. 북반구를 아래로, 남반구를 위로 배치한 ‘거꾸로 세계지도’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광활한 태평양이 지도 한복판에 펼쳐져 있다. 2017년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바다의 가능성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배포하기도 했던 이 지도는 해양인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았다.
해수부가 부산에 둥지를 튼 지 4개월, 이 지도는 이제 ‘상징’을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 단순히 청사가 옮겨온 동구 수정동 일대의 유동인구가 늘어난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변화의 신호는 숫자로 먼저 증명됐다. 해수부 이전 직후인 지난 1월, 부산의 신설법인은 452개로 전년 동월 대비 약 28% 증가했다. 특히 정부의 인공지능(AI) 전략과 부산항의 항만·물류 인공지능 전환(AX) 흐름이 맞물리며 정보통신업 법인은 무려 73.9%나 폭증했다. 창업은 경기 회복과 미래 가치의 바로미터다. 부산이라는 엔진에 새로운 연료가 주입되고 있는 것이다.
흩어져 있던 ‘해양력’이 부산으로 집결하며 내는 시너지는 취재 현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미 세계적 수준의 항만 인프라를 갖춘 부산은 창업가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의 땅이다. 동삼해양클러스터의 연구 시설과 보안구역인 부산항 현장이 테스트 베드로 전격 개방되고, 기관들 또한 조직을 재정비하며 이들을 뒷받침할 새로운 프로젝트를 쏟아내는 중이다. 이에 따른 연관효과로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등 대기업을 포함해,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도 부산으로 옮겨오고 있다. 기업이 모이니 자본도 움직인다. 해양 반도체 등 신산업에 특화된 모태펀드가 속속 결성되고 있다.
미래를 짊어질 인재들의 시선도 바뀌었다. 올해 부산 지역 해양·수산 특성화 대학들의 정시 경쟁률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산에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학생들의 선택지를 바꿨다.
취재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해수부가 이전한 뒤 진짜 부산이 변했느냐”는 거다. 당장 시민들의 일상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산의 미래에 더해 국가의 체질을 바꿀 거대한 지각변동은 이미 수면 아래에서 꿈틀대고 있다.
독일이 일궈낸 ‘라인강의 기적’ 뒤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이 있었다. 내륙에 집중된 독일의 공업력을 전 세계 바다로 연결해 준 통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도약이다. 이것이 ‘거꾸로 세계지도’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의 힘이다.
다시 ‘거꾸로 세계지도’를 펼쳐본다. 휴전선에 막혀 외딴섬처럼 갇혀 있던 대한민국이 아닌, 바다라는 무한한 영토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이 비로소 보인다. 그 거대한 항해의 시작점은, 언제나 그랬듯 부산이 될 것이다.
2026-03-29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