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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기] ‘박쥐 국적’ 논란 쿠팡, 유리할 때만 한국 기업?
이솝 우화 속 박쥐는 날짐승과 들짐승 사이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을 바꾸며 연명한다. 최근 우리 국민들이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와 다르지 않다. 사업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라고 주장하던 쿠팡이 규제와 책임의 칼날 앞에서는 ‘미국 기업’으로 둔갑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자 쿠팡은 미국에 SOS를 보냈다. 미 연방 상원의 로비 공개법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올해 1분기 로비 자금으로 109만 달러(약 16억 원)를 썼다. 로비 대상은 미국 상·하원 등 의회를 비롯해 국무부와 재무부, 상무부, 무역대표부 등 정부 기관이다.
로비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미국 공화당 연구위원회 소속 하원의원 54명은 최근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한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앞서 미국 연방 하원은 한국 정부의 규제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인지 들여다보는 청문회까지 열었다. 이들의 주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쿠팡은 미국 기업’이라는 점이다. 쿠팡이 로비를 통해 미국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7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 보자. 2019년 7월 17일, 쿠팡은 자신들의 뉴스룸에 ‘쿠팡에 대한 거짓 소문에 대해 알려드립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로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공식 해명에 나선 것이다.
쿠팡 측은 당시 “쿠팡은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이라며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대부분을 한국 내에서 운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근거 없는 비난에 현혹되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면 쿠팡은 어느 나라 기업일까. 쿠팡 Inc는 홈페이지를 통해 “쿠팡은 글로벌 커머스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미국 기술기업이자 포춘 150대 기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사회적 책임이다. 쿠팡이 한국에서 국내 소비자들을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필요할 때만 한국 기업이고, 불리할 때 미국 기업으로 바뀌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한국 소비자는 머지않아 등을 돌릴 것이다.
2026-04-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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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기] 고려아연, 긴 분쟁 끝내고 부울경 성원에 화답해야
고려아연을 둘러싼 현 경영진 최윤범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의 분쟁은 1년 3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함께 현지에 11조 원 규모의 핵심광물 생산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하자 공방이 가열됐다.
핵심 쟁점은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정부가 가져갈 고려아연 지분 10%다. 최 회장은 미국 정부가 든든한 우군으로 나서며 현재 44 대 32로 열세인 지분 싸움에 반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영풍·MBK는 ‘백기사’를 동원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한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미국 정부의 일반적인 투자 방식일 뿐이라며 제기된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영풍·MBK가 의결권이 줄어드는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업에 제동을 걸어 예상되는 고려아연의 사업적 피해 역시 고려해야 한다.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그동안 기업가치와 일반 주주의 권리를 위해 책임을 다했는지 되묻고 싶다.
경영 능력도 의구심이 커진다. 영풍은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에서 1300만 영남 시민의 젖줄인 낙동강 오염의 원인을 제공했다. MBK 역시 올해만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와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등 대형사고 2건으로 경영 방식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MBK가 대주주인 홈플러스는 부울경에서 대규모 희망퇴직과 줄폐점, 점포 부지 매각 등으로 지역 경제에 상처를 남겼다.
고려아연은 부울경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기업이다. 주력사업지인 울산 온산제련소는 3000여 명의 노동자와 100여 개의 협력업체가 일한다. 노동자 상당수는 인근 부산과 경남에 거주하거나 생활권을 공유한다. 협력업체 대다수도 부산·경남에 있다. 기업의 명운이 부울경 전체에 파장을 미친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경영권 분쟁을 하루 빨리 마무리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미국 제련소 건설은 고려아연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중국 위주의 전략광물 공급망을 재편하는 한미 양국 안보 전략의 중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최근 온산제련소에 1조 5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와 채용도 약속했다. 미국 진출에 따른 국내 사업 위축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계속되는 지역경제의 위기 속 반가운 소식이다. 남은 과제는 성실한 약속 이행이다. 긴 경영권 다툼을 끝내고, 그동안 힘을 보탠 부울경의 성원에 화답할 차례다.
2025-12-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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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기] 균형발전 걷어찬 현대건설이 ‘지역사회공헌’ 자화자찬
현대건설은 지난 21일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으로 3년 연속 최고 등급을 달성했다는 내용의 홍보용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공동 주관하는 ‘지역사회공헌 인정제’에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자평했다. 경로당 노후 시설 개선, 임직원 봉사 활동, 독거노인 대상 생활 물품 지원 등이 현대건설이 올해 내세운 핵심 성과다.
국토균형발전의 핵심이자 동남권 지역민의 30년 숙원 사업인 가덕신공항 건립 사업을 6년이나 지연시킨 건설사가 적어도 ‘지역사회공헌’을 타이틀로 자화자찬할 일은 아니다. 컨소시엄 대표사였던 현대건설이 불참 선언만 하지 않았더라도 상황이 이렇게 뒷걸음질치지는 않았을 테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컨소시엄 불참을 선언하면서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공기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안전한 공항을 짓자는 데 반대할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내세운 안전이라는 구호는 지나치게 편의적이고 자가당착적이다.
현대건설은 가덕신공항의 앞선 3차례 입찰 참여를 통해 84개월이라는 공사 기간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는 전문가들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산출한 기간이고, 31차례 자문회의와 16차례 업계 간담회를 거친 합의의 결과물이다. 현대건설도 이를 기본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입찰에 참여했다.
10조 원이 넘는 국가적 프로젝트에, 그것도 컨소시엄 대표사로 참여하면서 건설 공사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공기에 안전을 이유로 몽니를 놓는 행위는 이해하기 힘들다. 국내 2위의 건설 대기업이 입찰 안내서에 적힌 공기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려는 행태는 발주처인 국토부를 어느 지방의 조그만 재개발 조합을 상대하는 것쯤으로 여긴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선례를 가만히 놔두면 앞으로 국책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겠나.
가덕신공항이 뒤로 밀려난 자리에는 또다시 지역 감정과 정치 논리가 뒤엉키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국책사업을 지연시킨 쪽은 따로 있는데, ‘고추나 말리게 될 공항은 왜 짓냐’는 식의 조롱과 비난이 난무한다. 케케묵은 갈등을 또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 데에 현대건설의 책임도 분명하다. 현재 국토부는 현대건설의 계약 불이행 여부와 관련해 법제처에 국가계약법 해석을 공식 의뢰한 상태다. 지역사회를 뒷걸음질시키고 갈등을 조장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2025-11-2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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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기] 경남도의 NC 100억 지원 시기도, 여건도 모두 부적절
경남도는 29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NC다이노스와 지역 상생’ 브리핑을 열어 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핵심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프로야구단인 NC다이노스 홈구장 ‘창원NC파크’ 시설 개선에 도비 100억 원을 신규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경남도는 NC다이노스가 경남에서 상생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선제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창원시와 NC다이노스가 연고지 이전 등 민감한 사안을 두고 협의를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연고지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NC다이노스는 2011년 KBO리그 아홉번째 구단으로 창단했고, 연고지는 경남이 아니라 창원시다. 따라서 NC다이노스와 협의 주체는 경남도가 아니라 창원시다.
NC다이노스는 지난 5월 30일 홈 재개장 경기 때 연고지 이전을 시사하며 창원시에 21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한 바 있다. 창원시는 NC다이노스가 요구한 사항을 두고 협의를 진행중이다.
이번 100억 지원으로 ‘먹튀 우려’ 등 연고지 논란이 종식된 것도 아니다. 당사자간 협의안이 나오기도 전에 경남도가 끼어드는 것은 시점상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주변 상황도 좋지않다. 경남도의 갑작스런 지원 발표를 ‘선제적’으로 이해하기에는 황당해 하는 도민이 많다. 지난 16일부터 산청에는 집중호우가 발생해 산사태 등으로 1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경남도는 지난 21일 긴급복구비 명목으로 7개 시군에 20억 원의 특별조정교부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복구가 한창이다. 수해 지역 주민들에겐 야구장시설 지원 100억 원 소식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경남에는 창원시를 비롯한 18개 기초지자체가 있다. 도 면적이 넓고 도시와 농촌이 혼재하다 보니 개발 측면에선 늘 낙후 지역에서는 지원 요구가 빗발친다.
갑작스런 야구장 지원 발표에 대해 “창원 사람 야구보는데 진주와 양산 사람이 왜 돈을 내야 합니까?”라며 황당하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발표 시점과 주변 상황 모두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경남도는 국토균형발전을 중앙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경남도도 균형개발과 지원을 요구하는 도내 시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25-07-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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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기] 우여곡절 끝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사천 개최… 취지와 실리 모두 잡아야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개최 장소가 우여곡절 끝에 경남 사천시로 확정됐다. 어찌 보면 당연히 그래야 했을 일이지만, 그 과정이 꼬일 대로 꼬이면서 모두가 상처를 입은 모양새가 됐다.
우주항공의 날은 지난해 5월 27일 우주항공청 출범을 계기로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국민의힘 서천호(사천·남해·하동) 의원이 ‘항공우주산업개발 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기념일로 지정됐다. 우주항공청이 경남 사천시에 자리 잡고 있으니 당연히 사천시에서 첫 번째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3월께 들려온 소식은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사천이 아닌 경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기념식 개최를 검토한다는 소식이었는데, 장소를 우주항공청이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천의 배신감은 더욱 커졌다. 우주항공청은 기념식을 국가적 행사로 확대하고, 국민적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취재 과정에서는 우주항공청이 사천과 대전, 고흥 등 3개 지자체가 갈등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제삼지대에서 개최하려 했다는 말까지 들었다.
보도가 나간 후 취재진이 만난 사천 시민의 분노는 상상 이상으로 거셌다.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는데, 정작 우주항공청은 상징성이 큰 ‘첫 번째’ 기념식을 다른 지역으로 넘기려 한다는 데 대한 배신감이 컸다. 심지어 우주항공청 직원들도 이해하기 힘들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우주항공청을 위한 잔치인데, 정작 구성원들은 행사를 준비할 뿐 이를 체감할 수 없다는 불만이었다. 파장이 거세지자 우주항공청은 결국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장소를 사천 우주항공청 임시 청사 1층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이미 사천시와 과천시, 우주항공청 사이에는 말 못 할 부담과 감정의 응어리가 생겼다.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약은 보다 발전적인 미래 행보에 있다.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은 올해만 열리는 게 아니다. 앞으로 매년 5월 27일이면 기념식과 함께 우주항공 주간 행사가 펼쳐진다. 그때마다 다른 도시 개최가 검토되면 갈등이 반복되고, 악감정이 쌓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우주항공청과 사천시가 힘을 합쳐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을 국제적인 행사로 키운다면 지역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직은 멀기만 한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특히, 사천시는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을 단순한 기념식을 넘어 축제로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손을 내밀면 예산까지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과천에 국립과학관이 있지만, 사천에도 항공우주과학관과 항공우주박물관 등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 서로의 마음만 맞는다면 얼마든지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시킬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사천이 미국 시애틀이나 프랑스 툴루즈, 캐나다 몬트리올 등과 같은 세계적인 우주항공 클러스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나 관계 기관의 관심과 노력이 절대적이다. 늦게나마 하나의 기념식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볼 때다.
2025-05-12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