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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소방 구현
지난 1월 30일 국제투명성기구에서 2023년 전 세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총 100점 만점에 63점으로 조사 대상 180개국 중 32위를 차지했다. 동시에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8개국 중 22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은 2016년 9월 28일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위 평가에서 ‘매우 부패’로 시작해 2023년 ‘상당히 청렴’으로 평가받아 절대적인 점수에서나 주변국과의 상대평가에서도 비약적인 국가청렴도 성장을 이뤄냈다.
이는 청렴과 관련된 법 제정으로 공공, 민간 모든 분야에서 반(反)부정부패의 인식이 높아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위 지표는 정부와 국회의 부패 정도를 수치화한 의미가 크며 국가에 대한 신뢰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자국 기업 활동뿐 아니라 외국 기업 활동의 안전을 보장하는 지표로 평가받는다. 극단적인 예로 기관에서 하는 결정에 청탁, 비위 등의 외부 요소 개입으로 결과가 바뀐다면, 어떤 기업과 나라에서 믿고 투자를 하겠는가? 부패인식지수의 점수와 단계 상승은 국가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요소이다.
국가 청렴도의 비약적인 성장은 단순히 법 제정뿐 아니라 정부의 관리 노력 또한 필요하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2002년부터 매년 국민, 기업인, 전문가, 외국인, 공무원을 대상으로 ‘부패인식도 조사’에 대한 설문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 세무, 병무·국방 등 11개 행정 분야 중 소방은 조사가 시작된 이후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행정 분야’ 1위의 자리를 매년 지켜와 앞서 말한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 등의 국가청렴도 평가에서 선두를 지키는 청렴의 선봉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소방이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고 청렴한 행정기관으로 평가받는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중앙의 소방청에서부터 각 시도본부 및 소속 소방서의 친절과 봉사의 민원 응대와 청렴의식을 높이기 위한 각종 노력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부산소방재난본부와 소속 소방서에서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근거하여 모든 직원들에게 매년 의무적으로 청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건물의 소방시설 설치와 점검, 위험물 관리를 하는 공사업체와 관리 업체 등을 대상으로 소방관의 업무처리 만족도에 대한 평가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소방관들은 자기의 업무처리에 부정부패와 비위의 요소가 있었는지 매달 자기진단을 통해 스스로 되돌아 보고 평가하고 있다. 위 결과를 바탕으로 부산 소방에서는 우수 청렴 유공자로 선정된 소방관 대상으로 표창과 근무평정 우대의 인센티브를 주는 피드백을 거쳐 직원들의 청렴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장 일선에서 밤낮으로 활약하고 있는 소방·구조·구급대원들의 헌신적인 모습에 존경을 표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우리 소방에 대한 청렴도 평가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북부소방서는 지난해 8월 1일 문을 연 이후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온전히 한 해를 평가받는 시간을 맞이했다. 올해 갑진년(甲辰年), 호수에 숨은 잠룡(潛龍)이 꿈을 이룬 후 하늘로 올라 멋진 청룡(靑龍)이 되듯이 ‘부산소방 최우수 청렴 소방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북부소방서 구성원 모두는 위 목표를 향해 합심하여 노력할 것이다.
2024-03-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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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구~광주 '달빛철도'를 바라보며
국회의원 261명이 공동발의한 ‘달빛철도 특별법’이 지난 1월 25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 총구간은 198.8㎞이며 사업비는 4조 5000여억 원에 달한다. 2027년 착공해 2030년 달빛철도가 완공되면 대구~광주를 1시간대 생활권으로 묶고 2030년 개항 목표인 대구경북 신공항과 연계되면 500만 호남 여객과 물류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올해 초 시정 인터뷰에서 ‘광주~대구 달빛철도’를 연계해 영·호남 중부권을 아우르고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남부권 중심의 국제공항을 신설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부산 시민으로서 허를 찔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2002년 중국 국제항공이 김해공항 돗대산에 부딪혀 1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다. 이로 인해 김해공항의 지형적 안전성 확보와 승객 수요 팽창에 따라 2006년 노무현 정부는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추진했다. 마침 인접한 곳에 세계 5대항 중의 하나인 부산 신항만도 개항했다. 부산 신항만과 연계해 영·호남권 물류와 승객 이동 수요를 충족하는 남부권 중심 국제 신공항이라는 큰 꿈을 안고 시작한 것이 지금 가덕신공항의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갈등이 있었다. 밀양은 산지로 형성돼 공항이 들어서기에 최악의 지형이었고 가덕도는 바다를 끼고 있어 24시간 소음에도 지장이 없는 최적의 위치였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지역 이기주의 표심에 편성한 편 가르기로 인해 극단의 갈등으로 치달았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원천 무효라는 이상한 결정을 선언해 부산 민심의 원성은 극에 달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갈등이 심화됐다. 외국인 조사기관의 보고서를 핑계로 대구시는 K2 공군기지를 민항과 함께 의성 쪽으로 이전하는 것을 허락했다. 대구시가 독자적으로 공항을 유치할 길을 열어 주었고 이는 지금 TK공항의 기초가 됐다. 그러나 부산시는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에선 부산 엑스포 유치 공감대 형성과 시민 열망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2021년 3월 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2년 동안 혼신의 힘을 쏟고 있을 때, 대구시는 인천상륙작전하듯 TK공항을 추진했다. 달빛철도마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상태로 국회를 통과한 상태에서 TK공항 개항을 2029년 이전으로 서두르고 있다. 부산 가덕신공항 개항이 2029년 12월이라 먼저 개항해 화주들과 물류회사 유치를 선점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가덕신공항은 바다를 메우고 다지는 토목공사라 공기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달빛철도가 부산지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결코 작지 않다. 홍 대구시장은 달빛철도와 TK공항 착공으로 임기 내 사업은 이것으로 모두 끝났다고 한다. 서울, 평양, 대구가 중심이었던 조선 시대의 영화를 다시 되돌려 놓는 것이 본인이 대구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철도와 공항을 연결할 때, 그곳에 인력과 동산이 모이고 이로 인해 제3의 역사가 일어난다. 주변의 모든 산업 인프라를 흡수하는 블랙홀 현상도 일어나고 지역 양극화 해소 정책에도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부산 입장에선 결코 편하지 않다. 몇 년 전 부울경 메가시티가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부울경 산업 클러스터들이 상호 협력해 수도권에 대적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역 이기주의에 의해 각자도생으로 끝나 버렸다.
부산이 남부권을 선도하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그 주도권이 대구로 옮겨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면 기우일까. 한번 고착화된 국가기간산업 시스템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 부산도 ‘달빛산(부산산)’ 철도를 통해 남부권의 상생과 대의를 내세우며 이익을 극대화할 수는 없었을까.
2024-03-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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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개발제한구역 해제, 부산발전 디딤돌 되길
정부가 20년 만에 개발제한구역 해제라는 토지 이용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01~2003년 7개 중소도시 개발제한구역 전면 해제 이후 대대적 변화다. 부산시의 지속적인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 건의에 응답한 셈이다. 주요 골자는 부산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할 때 해제 가능 총량의 감소가 없고, 사업지 내 환경등급 1·2등급지가 존재하더라도 대체 부지를 확보할 경우 해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주택 공급만을 위한 해제와는 달리 부산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정책이다.
부산권(부산, 김해, 양산)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411.7㎢로, 전체 개발제한구역 면적(3793㎢)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부산권의 해제 가능 잔여 총량은 16㎢에 불과하다. 이번 정책 발표에 대해 부산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다.
이에 대한 우려는 일견 당연하다. 총량의 의미를 무너뜨리면서 개발을 허용한다면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이 고갈될 것이고,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를 촉발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공익과 사익의 문제가 대두되는 만큼 다른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인구절벽 시대의 도시 확장 문제다. 부산은 세계도시와 동시에 창조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 인재의 영입과 새로운 창조 공간 확보가 필요한데 개발제한구역 내 전략사업 추진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10개의 소생활권 중심 도시 공간 재편을 통해 콤팩트시티화, 탄소제로화, 도시 미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 대규모 첨단산업 부지를 기존 시가지 내에 확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략사업 추진을 위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도시의 확장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둘째 생태계 파괴와 환경 훼손 문제다. 필자가 최초 부산권 광역도시계획 수립에 참여했던 당시와 개발제한구역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가졌던 고민이 있었다. 개발제한구역을 그대로 두면서 기성 시가지 내 자연녹지 지역을 용도변경해 녹지를 잠식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조치인가 하는 점이다. 부산은 도심에 산지가 많기 때문에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한 도시다. 오히려 전략사업을 통해 녹지 규모의 확대와 적정 배치, 원형지 보전 등 계획적 접근으로 바이오필릭(생태친화적) 도시로의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개발제한구역 해제로 인한 특혜 논란 역시 행정기관의 지속적인 감시와 전략사업지 및 주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의 보완 조치를 통해 불식시킬 수 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대한 방어선도 존재한다. 우선 전략사업을 추진하려면 지역사회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전략사업 인정 요건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광역도시계획이 수립되어 있는 부산권의 전략산업에 부합하는지 등에 대해 꼼꼼히 따져볼 것이다. 국무회의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도 세부적인 토지이용계획과 도입 기능들에 대해 심의를 진행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부산 대도시권의 성장 거점과 광역발전축 형성을 위해서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필수적이다.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인식과 접근은 시대나 여건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가용토지로서 보존이 필요한 만큼이나 현세대의 삶을 위한 적정 수준의 개발 역시 중요하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전략사업을 추진해 녹지대 확보, 환경 개선, 공공성 강화, 지역경제 활성화, 인재의 정착과 영입 등 새로운 도시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무조건적인 우려와 반대보다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공유하는 가용 자원의 활용이라는 인식과 진정한 부산 발전의 디딤돌이라는 측면에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때이다.
2024-03-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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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음주운전 예방 위해 수시적성검사 강화해야
음주운전은 여전히 도로 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매일 술자리가 이어지고, 대리운전은 늦게 오고, 내일 중요한 일로 자동차를 사용해야만 하는 특별한 경우가 생긴다’는 이유로 음주운전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한번 음주운전을 하게 되고 단속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습관적으로 음주운전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음주운전자가 지금도 부산의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경찰에 단속되는 음주운전 사범은 연간 5000명이 넘는다. 매일 15명 정도가 음주단속에 걸릴 정도로 음주운전은 부산의 심각한 사회적 병폐가 되어 버렸다. 음주단속에 걸리지 않은 운전자까지 감안한다면 부산의 도로는 음주운전자로 넘쳐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 2023년 595건의 음주교통사고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91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음주는 운전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본인을 ‘어벤져스’로 인식하게 하는 경향까지 있다. 음주 어벤져스는 집중력과 반응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본적인 구호 조치도 없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가 대형 인명피해로 연결되는 이유다.
도로교통공단은 단속된 음주운전자에 대한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23년 부산에서는 1회 단속된 음주운전자 4524명, 2회 단속된 445명, 삼진아웃 단속된 41명이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았다. 교통안전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심리 상담사의 조언도 구한다.
‘운전’은 ‘음주’와 함께할 수 없다. 더 이상 음주운전으로 인해 희생당하는 부산 시민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음주운전에 대한 예방 교육을 넘어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남부운전면허시험장은 전문의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수시적성검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시적성검사 대상자가 제출한 전문의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바탕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교통전문가 등이 모여 운전 능력을 검증하고 면허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3년간 알코올 중독과 관련해 88명이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분류됐으며, 이 중 운전에 부적합한 34명이 면허가 취소됐다.
최근 3년간 음주 3회 단속으로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은 대상자가 185명인데 반해, 같은 기간 내 알코올 관련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는 88명에 불과하다. 음주단속과 음주교통사고 건수에 대비하여 알코올 중독 수시적성검사 대상자가 지나치게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하거나 장기간 치료를 받는 때만 제한적으로 수시적성검사가 이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3회 이상 음주운전 단속 경력이 있는 운전자는 습관으로 굳어졌기에, 도로교통공단에서 실시하는 특별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고 알코올 중독 여부에 대한 전문의의 진료를 받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수시적성검사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소한 3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음주운전자에게는 치료를 받도록 하고, 환자로서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운전면허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지금도 부산의 도로에는 술을 마시고 단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 운전자들이 많다. 이들에게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에서는 조금 더 강력한 음주운전 예방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2024-03-1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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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글로벌 허브를 위한 공유대학의 역할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육성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안이 올 1월 25일 발의됐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 지자체 중 처음으로 부산시가 2029년 개장 예정인 가덕신공항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해양물류 중추 도시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관련 법안 마련과 함께 글로벌 물류 허브 정책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허브 도시는 일반적으로 경제 강국에 속하거나 주요 무역 센터 역할을 한다. 이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노드(NODE, 결절점)가 되며 지역·대륙 간 상품 이동을 촉진하고 높은 수준의 국제 무역, 다양한 문화적 배경, 광범위한 교통·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널리 알려진 도시로는 패션 중심의 파리, 금융 중심의 홍콩·런던·뉴욕, 기술과 혁신 중심의 실리콘 밸리 그리고 해운·국제 무역 중심의 싱가포르·두바이·상하이 등이 있다.
부산의 경우 세계 7대 컨테이너 항만이자 동북아 물류 허브인 부산항을 통한 전방 연쇄 효과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허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이러한 계획이 실현되면 부산은 향후 가덕신공항을 연결하는 부울경 광역철도망, 항만과 공항을 연계한 트라이포트 통합 교통망 구축으로 혁신적인 물류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중국 상하이의 경우 항만과 공항을 연계한 시앤에어(Sea & Air)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두바이 트라이포트도 제벨 알리항, 알 막툼 국제공항, 에티하드 철도를 연계해 세계 최대의 복합 물류 도시를 만들어 냈다. 글로벌 허브 도시를 지향하는 부산도 동북아의 독보적인 물류 중심지로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물류 환경 변화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는 지역주도형 균형 발전의 모멘텀도 될 수 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물류는 제3의 이익원’이라고 말한 것처럼 물류는 원활한 경제활동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본과 같은 초고령 사회에서는 최근 트럭 기사의 부족으로 택배 운송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율주행 트럭 전용도로 설치, 로봇 배송 서비스 확산과 같은 혁신적인 물류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물류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허브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산시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는 지산학 협력 모델을 주목해야 한다. 우선 지자체는 물류산업을 ‘경제의 대동맥’으로 인식해야 하며, 가덕신공항 개장에 발맞춰 트라이포트 물류정책과 경제정책을 융합하는 물류 신사업 팀을 신설해야 한다. 더불어 교육기관은 14개 대학에서 추진하는 부산지역혁신플랫폼(BITS, Busan Institute of Technology and Science) 공유대학 제도를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해양 특화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 간 융합 교육 혁신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재학생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영어 강의와 기업 맞춤형 실용 교육을 해야 한다.
더불어 글로벌 물류 허브 도시가 되기 위해 BITS 공유대학을 ‘영어 사용이 편한 도시’라는 부산의 비전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또 부산을 청년이 유입되는 도시로 대전환하기 위해 물류산업과 관련된 글로벌 취·창업 기회를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들의 정주 요건을 개선하는 등 선제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성공적인 BITS 공유대학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미래 학교 중 하나로 꼽히는 미네르바 대학의 교육과정과 커리큘럼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스마트 항만 물류, 친환경 스마트 선박, 청정에너지클린 에너지 융합 부품 소재 등 3개의 핵심 분야에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우수한 전공 교수를 확보해야 한다. 글로벌 인재 양성이야말로 글로벌 물류 허브 도시라는 부산의 비전을 이룰 지름길이다.
2024-03-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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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고학 그리고 ‘절대’와 ‘선입견’
고고학에는 금기 아닌 금기어가 있다. ‘절대’라는 단어다. 이 시대는 이런 돌칼이 절대 나올 리 없다든가, 이 무덤에서 그렇게 많은 토기가 절대 나올 리 없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인골이 전공인 나는 원주에서 백제시대 유적을 조사한 적이 있다. 길이 1m도 안되는 작은 독무덤에서 세 사람 유골이 나왔으며, 또 다른 조그마한 백제 항아리 안에는 두 사람분 머리만 들어있는 것도 있었다. 세 사람이 들어 있던 독무덤은 남자 2명과 여자 1명으로 확인됐고, 머리만 있는 항아리는 남녀 1개체씩 있었는데, 남자는 분명 바로 머리가 잘려 넣은 것인데 비해 여성은 남성이 죽기 훨씬 전 이미 백골이 된 상태의 것이었다.
이미 백골이 된 인물을 굳이 머리만 챙겨 남자와 같이 넣었다는 사실은 절대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또 다른 독무덤 역시 남자 1명에 여자 2명도 아니고,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하나의 작은 독무덤에 들어간 특이한 상황이라 예측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세 사람이 함께 묻힌 상황에 대한 해석도 그렇지만 한 남자의 머리만 넣은 항아리 속에 왜 이미 전에 죽은 여자의, 그것도 머리(두개골)만 같이 넣어 매장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도무지 해석이 쉽지 않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는 일이다. 이미 그렇게 나왔는데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나름 분석은 있었지만, 이 부분 해석은 여러분 상상에 한번 맡겨 볼까 한다.
그리고 고고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에게 있어 가장 많은 변화는 막연한 ‘선입견’에 대한 파괴다. 고고학은 진리가 아닌 진실을 알기 위한 학문이다. 그 진실의 모습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말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신석기시대가 무리사회로,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한 사회(군집사회)라고 배워 왔다. 그래서인지 가덕도에서 발굴된 신석기시대 장항유적은 한 명씩 묻힌 사람이 무덤군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신석기시대인 안도유적은 그렇지 않았다. 현재와 별반 다를 것이 없게 한 쌍의 남녀가 나란히 누워 있었고 더욱이 여성은 아주 자연스럽게 남성의 왼손 위로 오른손을 올리고 있었다. 여자 손목에는 조개로 정성스레 만든 팔찌까지 하고서 말이다.
처음 이 광경을 접했을 때는 깜짝 놀랐었다. 물론 인골에 놀란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놀란 것이다. 개인이나 결혼이라는 개념이 없다던 선사시대에 남녀가 이렇게 다정히 묻혀 있는 것을 볼 것이란 생각은 전혀 못 했기 때문이었다. 무리를 지어 남녀에 상관없이 한 사람씩 묻히던 빠른 시기의 신석기시대(장항유적)와 달리, 늦은 시기 신석기시대(안도유적)에는 마치 현재의 부부묘처럼 남녀 한 쌍을 나란히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물의 가죽을 걸치고 몽둥이를 들고 들판을 뛰어다니는 선사인의 선입견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아! 이들도 어떤 연유에서 죽은 남녀를 이렇게 나란히 묻어줄 주 아는 로맨틱한 사람들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선사인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생겼다.
강원도 평창에서 연락이 왔었다. 고인돌을 발굴했는데 인골이 나왔으니 봐달라는 것이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인골만이 아니라 청동으로 만든 칼도 같이 매장돼 있어 아무래도 주인공이 남성인 듯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인골을 분석한 결과 20대 여성으로 밝혀졌다. 청동기시대 칼을 갖고 매장된 주인공은 남자일 것이라는 선입견, 즉 편견이 깨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나 역시 인골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유물만을 보고 다른 사람들과 같은 선입견을 품고 살았을지 모른다. 삼국시대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칼을 가진 여성. 여성이 금장식, 남성이 은장식을 하고 있는 사례. 칼과 말안장, 마구 등과 함께 매장된 여자 주인공. 가야 왕 무덤으로 알려져 왔으나 발굴에서 여자와 어린이들만 나온 무덤. 이 같은 여러 발굴 경험은 고대부터 있어 왔다는 남성 중심 사회, 부계 중심 사회에 대한 ‘절대’와 ‘선입견’을 깨뜨려줬다.
‘절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되는 고고학, ‘선입견’을 갖고 발굴해서는 안 되는 고고학, 그래서 나는 고고학에 반했고 인골을 사랑하는 모양이다. 어느 시대나 어느 곳이나 또 누구에게나 선입견이나 편견은 존재한다. 물론 그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단정할 수만도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 ‘절대’나 ‘선입견’과 같은 단어를 지워버린 고고학자가 한번 돼 보는 것은 어떨까.
2024-02-2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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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글로벌도시 부산, 김해·양산·거제 품어야
지난해 세계적인 여행 전문 매거진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가 2023년 최고의 여행지 35에 부산을 꼽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유럽 최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명성 높은 잡지로, 전 세계 수많은 자유여행객이 참고하는 여행 정보지이다.
이처럼 부산은 여행관광 분야만 해도 이미 세계로 향한 개방도시로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경제 수도인 뉴욕, 상하이를 보라. 작은 포구에서 시역을 확대해 경제수도로 성장한 곳이다. 그들은 행정수도와 차별화하고 분리돼 비즈니스와 기업가를 우대하는 분위기를 갖고 있다.
이제 부산은 수도권 못지 않은 중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부산시역부터 넓혀서 글로벌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부산시내 중심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김해, 양산 그리고 가덕국제 신공항과 바로 연결되는 거제만이라도 부산이 품어야 하지 않을까? 국제공항, 항구를 통해 부산을 찾는 방문객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 지역은 부산과 한 울타리이다. 행정이 고객 중심으로 해서 변해야 부산의 비전과 미래가 나온다. 아마 그러면 첨예한 이해 관계로 이웃 지자체 간 갑론을박 공론이 많을 것이다. 최근 수도권에 김포, 구리시가 서울시로 편입을 논하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명분이나 실효성 측면에서 부산도 이를 고려할 시급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부산·경남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조정하고 융합하는 상생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부산연구원은 오래 전 ‘부산광역권 및 자치구역의 조정 방향’ 연구논문을 통해 ‘부산이 지역 경쟁력 확보와 자립적 지역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광역적 차원에서 경남 양산·김해·진해 등 인접도시 중심으로 행정구역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만약 김해의 김수로왕릉, 양산의 물류산업과 통도사, 거제의 조선산업과 천혜의 한려수도 관광자원이 부산이라는 브랜드로 해외에 홍보된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인구, 관광, 경제 측면에서 한국 제일의 경제도시답지 않는가? 우선 관광적인 측면에서 엄청나게 경제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통도사는 물론 김해 고대 가야문명에 관련된 김수로왕과 인도 아유타 출신 허황후의 결혼 이야기 등 세계에 내세울 문화관광 콘텐츠는 더욱 풍성해진다. 이렇게 부산시역을 조금만 넓혀도 관광적인 측면에서 벌써 세계 도시의 면모를 갖추지 않는가?
법률적으로 부산글로벌허브특별법 제정과 규제혁신특구 지정도 큰 의미가 있다. 아울러 부산~목포간의 ‘동서남해안발전특별법’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친환경, 관광휴양, 건강·힐링시대이다. 부산시역을 넓히고 남해안 관광벨트사업을 이끌어 가는 중추도시가 되어 남해안 연안크루즈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만간 부산~목포 간 KTX가 개통되고 남해안 35개 지자체를 연결하는 연안크루즈, 드론관광 시대를 상상해 보자. 거대한 부산과 더불어 동서교류가 활성화되고 우리의 남해안 푸른 바다와 특산물, 풍부한 인심을 널리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3시간 비행거리에 있는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주말 관광도 고려할 만하다. 이렇게 부산 브랜드 아래 산업, 물류, 역사, 문화관광 등을 통합하는 방향을 잡아야 글로벌 경제도시가 되고, 인재, 자본, 기업도 몰려올 것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이 그런 사례다.
4월 10일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부산, 경남 시민은 지금 글로벌 시대로 가는 변화의 분기점에 서 있다. 이번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에게 과제를 한 번 던져 보자. 그리고 이러한 취지에 동참하고 이행할 의지가 있는 정치인과 정당을 선택하는게 바른 실천이 아니겠는가? 김해, 양산, 거제를 품는 글로벌도시 부산은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의 위대한 변화도 시작된다고 본다.
2024-02-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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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김해경전철, 도시철도 2호선과 연결하자
최근 법원은 용인경전철사업 실패의 책임을 물어 용인시가 담당 공무원들에게 214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실패로 인한 재정적 손해에 대해 공무원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판결은 지방자치단체와 정책 담당 공무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한편으로,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부산김해경전철 사업을 돌아보게 한다.
사실 부산김해경전철의 적자 상황은 용인경전철보다 나을 것이 없다. 용인시가 경전철 운영비로 연간 300억 원을 부담하고 있고 건설자금에 대한 원리금으로 160억 원을 물고 있지만, 부산김해경전철의 경우 지난해에 김해시가 적자보전 비용으로 505억 원을, 부산시가 293억 원을 투입한 것이다. 이 경전철이 개통된 2011년 이후 누적 지원금은 각각 4662억 원, 2715억 원이며 2030년까지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전철 사업들이 엄청난 재정적 손실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자유치 방식의 문제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수요 부족에 있다. 실제 탑승 인원이 예측했던 승객수의 절반이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승객수만 충분하다면 당연히 적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김해 주민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이 경전철이 기존 노선버스 보다 편리할 것이 별로 없다. 부산-김해 간 노선버스는 다소 느리더라도 김해 시내 곳곳과 부산 시내 여러 곳을 한 번에 연결해 준다. 그런데 부산김해경전철은 김해 시내 특정한 곳에만 역사가 있고 부산 방향으로는 사상까지 밖에 갈 수 없다. 사상역에서 부산 지하철 2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지만 환승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부산김해경전철은 애초에 두 도시간 직행버스에 비해 경쟁력이 없는 운송수단인 것이다.
그래서 웃지 못할 방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부산김해경전철의 승객을 늘이기 위해 도시간 버스노선을 축소, 변경하자는 것이다.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해 시민들의 발을 묶겠다는 발상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부산김해경전철 바로 옆에 위치한 부산도시철도 2호선을 보면 그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은 양산 방향으로 연장된바, 많은 양산 주민들이 즐겨 이용함으로써 수요 부족이나 적자 문제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부산김해경전철도 같은 방법으로 부산 시민들과 김해 시민들의 편리한 발이 되고 적자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말하자면 부산김해경전철과 부산도시철도 2호선을 사상역에서 직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해 시민들은 사상역에서 갈아타지 않고 단번에 서면도 갈 수 있고 해운대도 갈 수 있다. 그것은 부산 시민들에게도 큰 이익이 될 것인데 부산도시철도 2호선으로 김해공항을 갈 수 있고 김해 시내 곳곳에 닿을 수 있다. 부산, 김해 시민 모두가 편리해지고, 승객수 증가로 적자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
물론 이런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두 노선간 직결이 기술적, 경제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 역시 그다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이 경우 부산김해경전철은 부산도시철도 2호선의 지선이 될 것인바 2호선 전동차는 사상역에서 분기하여 양산과 김해를 번갈아 운행한다. 전철이 분기하여 운행하는 것은 수도권 전철 1호선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경전철과 일반 전철의 직결도 큰 비용이 드는 문제가 아니다. 부산김해경전철은 일반 전철과 동일한 표준궤를 사용할 뿐 아니라 현재 차량 2량이 운행하지만 6량 이상의 객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일반전철 차량 4량의 운행은 다소간의 보완을 거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2호선 전철은 현재 6량 편성되고 있지만 김해행에는 4량을 적용하면 된다.지역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높이고 광역경제권 형성을 촉진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광역전철망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2024-02-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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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제정 서둘러야
중국 고전에 ‘시불가실(時不可失)’이라는 교훈이 있다. ‘때는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때를 놓쳐서는 안 됨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실현의 원천인 원자력 산업계 역시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오는 5월 말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지속가능한 원자력발전을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회기 내 통과가 화두가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법의 조속한 제정으로 원전 전주기 생태계를 완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21대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번 국회서 통과 못 하면 자동폐기 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방사성폐기물 관련 산업계·학계·연구기관에서도 최근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하는 산학연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오랜 기간 집단지성이 수많은 논의를 거쳐 내놓은 결과물을 이제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도 이사장이 직접 기장군, 울진군, 영광군 등 원전 소재 지자체, 의회, 주민들과 소통하며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을 하면 필연적으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말한다. 일정 기간 높은 열과 방사능을 배출하기 때문에 밀폐공간에서 관리해야 한다.
현재 국내 5개 원전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따로 보관할 영구처리시설이 없어 원전 부지 내 시설에서 임시보관하고 있다. 그동안 원전 부지 내 습식 수조에 보관했지만 이제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원전 부지 안에 임시로 건식 저장시설을 만들기도 했지만 영구 시설은 될 수 없다.
이에 특별법은 방폐물 영구 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 절차 및 일정, 유치 지역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은 최종 완공까지 30년 넘게 걸리는 만큼, 당장 시작해도 2050년 이후에나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 고리 등 전국 원전에 쌓인 고준위 폐기물의 포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영구 저장시설 건설을 서두르지 않으면 각 원전은 출력을 줄이거나 운영을 멈춰야 한다. 우리나라 미래 무탄소 에너지 수급과 탄소중립 실현에 큰 제약이 생김은 물론 반도체·철강 등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주요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특별법 제정의 최적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회에서는 저장시설의 용량 등 일부 쟁점은 있지만 여야 모두 특별법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공감해 관련 법안을 3개 발의한 상태이고 행정부도 강력한 법제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근 부울경 원전지역 주민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최근 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다수의 국민(91.8%)이 고준위방폐물 관리시설마련의 시급성에 동의하고 있다.
이번 특별법 제정의 기회를 실기하면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의 미래가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고 결국 미래 세대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다. ‘시불가실(時不可失)’을 마음에 새기며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도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의 증설과 영구화 우려에 대한 대안없는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고준위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통한 당면과제의 해결책을 찾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이고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한다.
2024-02-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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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술 강국 위해 인재 육성해야
최근 몇 년 새 지역 산업체로부터 신규 채용을 위해 졸업생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으나 보낼 졸업생이 없어 산업체는 애를 태우고 있다. 지역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력은 R&D(연구개발) 고급인력이 아닌 대부분 생산현장 인력 또는 현장관리 인력이다. 전문대학 졸업자에게 적합한 직무이다. 부울경의 주요 산업인 자동차, 부품소재, 조선, 화학공업, 우주항공 등 제조업 기반의 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현장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지역산업체는 어떻게 인력 문제를 해결할까? 대부분이 해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다. 오랜 세월 기술 자립화를 이룬 기술강국 대한민국이 이런 방법으로 인력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은 방법일지는 국가나 지자체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깊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정부는 무분별한 해외근로자 유입 정책을 지양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투입되더라도 공학교육을 되살려 우리 청년들을 훌륭한 기술인으로 양성하는 방향으로 인재 육성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예를 든다면 항공우주연구소에서 새로운 형태의 로켓엔진을 연구개발하더라도 실물로 구현하는 것은 기술자의 몫이다. 소재 기술, 가공 기술이 적용되어 제품으로 만들어지게 되는데 국내 기술자가 없어 해외에 맡기거나 핵심부품의 가공이 해외근로자의 손에 맡겨진다면 좋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기술 자립화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나 지자체는 항상 신산업분야의 R&D 우수인력을 키우는 데 관심을 쏟고 있지만, 실제 기업에서는 생산현장 기술 인력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숙련 기술인력을 육성하지 못한다면 기술강국 대한민국은 허울 좋은 옛이야기가 되고 말 것이다.
최근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기업이 대학과 손잡고 교육 후 채용을 약정하는 계약학과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번 입시에서 1차 합격자들이 대부분 등록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공학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대학에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이공계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전 학년에 걸쳐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생활비 지원까지 배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산업체 현장에 종사하는 고숙련 기술자들이 고령화로 인해 현장을 떠나고 있다. 고숙련 기술이 젊은 세대에 전수되지 못하고 자칫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 고숙련 기술자, 기술명장들이 대학에서 기술과 기능을 마음껏 전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세 번째, 청년들을 위한 취업장려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실업수당과 구직수당은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두 종류의 수당이 많은 예산을 들여 좋은 취지로 시행되고 있지만 최근 자발적 실직을 양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예산을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지원금으로 활용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급여를 조금 더 인상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고용주에게 세제 혜택을 주어 청년 고용 장려와 급여 현실화를 유도한다면 현장 인력 확보도 다소 해결될 수 있다. 또 출산장려 국가지원금을 투입한다면 생활이 안정된 청년들이 혼인적령기에 결혼과 출산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지역 정주와 출산 장려 효과도 기대된다.
현재 제조업과 대학의 공학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망망대해에서 갈 길을 잃어버린 형국이다. ‘경제의 심장’ 제조업이 다시 힘차게 뛸 수 있도록 인력양성과 제조업 활성화에 정부와 지역사회의 큰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 세대에 다시 한번 기술강국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금자탑을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2024-02-1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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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저출생 시대 늘봄학교가 대안이 되려면
해마다 갱신되는 출생률 통계는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한다. 2000년 이후 계속되어 온 저출생 문제는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 보니 오늘날 인구절벽이라는 심각한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저출생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온종일 돌봄과 방과후학교의 통합모델인 늘봄학교 정책을 발표했고, 부산시교육청은 교육부 일정보다 앞서 1학기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한다. 온종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학부모로서는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다만, 너무 성급한 정책추진은 아닌지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보고, 늘봄학교가 저출생 시대에 대안이 되길 기대해 본다.
첫째, 늘봄학교 프로그램 운영과 돌봄 공간 확충에 대하여 수요자 요구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학부모 중에는 만족스럽지 않으면 돌봄교실 또는 늘봄 프로그램을 희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의 요구에 맞는 양질의 늘봄학교 프로그램 운영과 강사의 전문성 담보 등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기존의 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의 질적 개선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둘째, 사회 제도적 해결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돌봄을 희망하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모든 아이를 수용한다는데 과연 이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대책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SNS상에서 학부모들의 늘봄학교에 대한 의견을 보면, 맞벌이 가정에서는 대체로 찬성하고 있으나, 이에 앞서 부모의 출퇴근 시간을 좀 더 유연하게 해주길 바란다. 누구든 희망만 하면 돌봄을 지원해 준다는 생각은 교육적이지도 못하고 저출생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10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인구정책을 연구한 유럽의 국가처럼 부모가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육아휴직 확대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셋째, 운영 주체인 학교는 조직 확충 및 업무 가중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우려가 있다.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의 통합모델로 인해 돌봄전담사는 돌봄 아동들이 많아져 업무 가중을 우려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 행정인력 등을 확충해 늘봄학교 업무를 담당하게 한다고 하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늘봄학교 지원에 대한 업무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의 통합은 돌봄의 기능, 방과후활동의 교육적 효과, 학교의 환경, 돌봄 수용 등을 고려하여 조직과 인력의 효율적인 운영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고 유연하게 연계해야 한다.
넷째, 늘봄학교가 지나치게 학교 중심이 되다 보면 지자체의 돌봄에 대한 관심과 지원, 질적 개선이 약화될 수 있다. 돌봄과 방과후활동을 위해 지자체 중심으로 다함께돌봄센터,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활발하게 양질의 돌봄과 방과후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의 돌봄과 지자체의 돌봄이 상호 유기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며 각각의 강점을 살리고 안전과 접근성 등을 감안한 학부모의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부산시교육청은 늘봄학교를 2024년 전면 실시함으로써 전국에서 가장 앞서 나간다고 발표했고, 정책설명회 등 홍보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보다는 개학을 앞두고 늘봄학교의 준비 상황을 좀 더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늘봄학교 안착을 위해 성급한 추진보다는 단계적으로 다져야 할 현장을 살펴보고 반영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 본다.
한 명의 아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면밀한 연구와 시범 등을 거쳐 멈춤 없는 지원과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 맡길 곳을 찾기에 앞서, 자녀와 함께 시간을 더 많이 갖기를 원한다. 이에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고, 부득이 아이를 맡겨야 하는 경우 부모의 품처럼 안전하고 따뜻한 돌봄을 희망한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4-02-1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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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늘봄 확대', 학교 현장에서 반대하는 이유
교육부가 올해부터 ‘늘봄학교’를 전면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현장 적용이 어렵다며 반대 목소리가 많다. 필자는 지난해 3월 부산·경남지역 초등학교 60개교의 방과 후 강사, 돌봄 전담사, 교감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으며, 올해 1월 전화 설문 조사를 추가로 했다.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력 확보, 교실 증축, 프로그램 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교육 현장에서의 ‘늘봄 전면 확대’는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늘봄 전면 확대가 제대로 되려면 우선 인력 보완이 시급하다. 돌봄교실 운영 전반 업무와 아동 관리, 활동 지도, 프로그램 운영, 교실 관리, 급·간식 주문, 배식, 처리까지 업무가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현장 돌봄 교사들은 학생들의 스케줄을 시시각각 챙겨줘야 한다. 아이들이 교실에 있을 때 일반 행정 업무인 공문 처리, 예산 관련, 간식 식단 작성, 정산 처리 등을 할 수가 없어서 이런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인력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행정 처리 인력이 보완되지 않을 경우, 돌봄 운영시간 외에 행정 업무를 처리할 시간을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계약제 교원 확보만큼 중요한 것이 계약제 교원 채용에 따르는 관리 감독 체계 개선이다. 방과후학교 운영, 돌봄이 학교로 들어오게 됨으로써 학교 시설 관리, 학생 안전과 같은 부수적인 업무를 학교 관리자와 교사들이 맡아 왔다. 또 방과후학교 강사, 돌봄 전담사, 방과후학교 실무원 등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 학교 현장에 들어옴에 따라, 노동법을 근거로 각자의 이익을 위해 주장하므로 학교 현장은 교육 효과보다 그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한다. 가령 학기 중에 급식을 볼모로 삼아 연례행사처럼 파업할 때 각 시도 교육청에서 ‘계약제 교원 관리 감독 부서’를 신설해 해결해 준다면 학교 관리자와 교사는 아이들 급식을 위해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계약제 교원 채용을 돕는 학교 지원 전담 기구만 설치하고, ‘계약제 교원 관리 전담 부서’ 신설 필요성은 파악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계약 채용 인력을 관리 감독하는 부서를 각 시도 교육청에 신설해 준다면 각 학교와 연계해 계약제 교원 인력 풀을 제공할 수 있다. 각 학교의 계약제 교원들을 관리 감독하고, 계약제 교원과 학교 사이에서 발생하는 노사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현장은 아동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셋째, 돌봄 수요자는 많은데, 저녁 8시까지 잔류를 희망하는 늘봄교실 수요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일제 의미를 저녁 8시까지로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오전과 오후로 나누고 오후는 5~6시까지 운영하는 것이다. ‘늘봄 교실’은 수요자가 없으므로 차라리 ‘돌봄 교실’로 대체하고 대상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확대해 폭넓은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 실속 있는 운영이라는 지적이 많다. 늘봄 교실은 개방했으나 수요자가 없으면 예산과 인력 낭비만 초래한다는 의견이었다.
넷째, 돌봄 교실 확대와 비례해 교실 증축도 필요하다. 시도 교육청이 지자체와 연계해 늘봄 교실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아동이 지역 기관까지 이동할 때 안전 관리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교육부가 학교 외 지역에서 돌봄을 받는 아동의 안전 관리 인력 보완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정부는 늘봄 교실 확대에 따른 계약제 교원 채용 조건을 완화한다고 발표했는데, 교직 수강자가 아닌 계약제 교원을 채용할 경우, 현장 채용 전에 일정 기간의 교직 연수를 시킬 것을 제안한다. 끝으로 늘봄 교실을 수요자가 없는 경우, 늘봄 전면 확대보다 아동을 한곳에 모아서 관리 운영하는 ‘마을 돌봄’ ‘지역아동센터’ ‘거점 통합 돌봄센터’ 증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령 경남의 통합거점 돌봄센터가 창원 2곳(상남, 명서) 김해 1곳(삼문초등)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수요자가 많고, 외부 놀이 전문 강사가 놀이 중심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가 과욕만 앞세워서 ‘늘봄 전면 확대’를 무리하게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먼저 인프라를 구축하고, 현장 교사들과 학부모의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실속 있는 교육 정책을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
2024-02-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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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손주들에게 세뱃돈 듬뿍 주는 날 빨리 왔으면
모처럼 온 식구가 한데 모여 손주들의 세배와 재롱을 지켜보고 떡국을 나눠 먹으며 북적대던 모습은 설날 아침 우리의 정겨운 풍경이었다. 큰절하는 손주들에게 덕담과 함께 푼푼이 아껴 모은 세뱃돈을 던져 주던 할아버지는 마냥 흐뭇해했다. 그런데 이렇게 세배하던 손주들이 하나둘 사라져 차례조차 어렵게 되었으니 이 공허함을 무엇으로 달랜단 말인가. 올해는 입학식도 열지 못하는 초등학교가 부지기수다.
1960년대 초 100만 명을 넘어서던 초등학교 입학생이 올해는 마침내 30만 명대로 줄고 한 교실 학생 수도 손꼽을 정도가 되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니 학교 간 통합에다 심지어 폐교까지 일찍이 상상 못 할 일들이 대도시에서조차 벌어지고 있다.
교육열 세계 1위로 집마다 대학 진학에 목을 매던 대한민국에서 마침내 대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충격적 뉴스가 최근 보도되었다. 강원도 어느 대학의 일인데 매년 1000명이 넘던 입학생이 올해 90명으로 줄면서 학교 운영이 불가능해져 교육부에 눈물의 자진 폐교를 신청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베이비 부머 시대 사회적 곤궁기에 경제가 어려운데도 콩나물 교실을 이룰 정도로 자녀 출산이 극에 이르렀다. 마침내 정부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를 방방곡곡에 내걸고 출산 억제를 장려했다. 그러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극도의 저출산으로 발등이 찍히자 부랴부랴 관련 부처에 국가 예산의 절반이나 쏟아부었지만 성과가 없다는 질타가 빗발치고 있다. 출산 주도로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 삼자는 ‘출산주도성장론’을 펴고 있지만 수치는 마냥 내리막이다.
합계출산율이 0.7명 아래로 떨어져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연말 흑사병(페스트) 창궐로 인구 절반이 줄어든 14세기 중세 유럽에 한국을 빗대어 ‘한국은 사라지나?’라는 제목으로 우리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칼럼으로 다뤘다. 2060년 한국은 3500만 명으로 줄 것이란 충격적인 예고까지 덧붙였다.
심각한 초저출산은 전쟁과 가난을 딛고 마침내 산업화와 민주화란 경이로운 기적을 이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대한민국의 동력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급속한 초고령화, 사회보험과 복지제도 붕괴, 의료시스템과 교육 문제 등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맞물리면서 끝없이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 유도, 외국인 인력 적극 유입, AI 도입으로 부족인력 보완 등이 대책으로 등장한다.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는 정부와 정치권의 저출산 대책과 국민들의 높은 관심이 하나 되어 현재의 암울한 인구 전망이 훗날 예측 오류가 되기를 부디 기원한다. 소극적인 저출산 대책에서 탈피해 아이만 낳으면 국가가 다 키워주는 통 큰 정책이 시급하다. 그래서 머지않은 설날 아침 온 집안이 아이들로 또다시 북적거리고 세뱃돈을 걱정하는 할아버지들이 대거 늘어났으면 좋겠다.
설립 10년이 지난 ‘세자녀출산지원재단’은 아기를 많이 낳는 산부 지원 사업을 올해도 묵묵히 수행할 것을 거듭 다짐한다.
“아는 생기는 대로 낳자!”
2024-02-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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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65일 중 단 하루 헌혈이 36.5도 온기 된다
‘헌혈로 한파를 이겨냅시다!’
최근 뉴스나 신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전국적인 혈액 보유량 감소에 따라 언론 매체는 겨울철 혈액 부족 상황을 앞다투어 다루고, 대한적십자사에서는 헌혈자를 대상으로 연일 헌혈 동참 호소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작년부터 헌혈자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겨울철마다 반복되는 혈액 부족난을 이겨내기에는 어렵다. 지난 1월 기준 부산지역의 하루 평균 혈액 재고량은 의료기관 적정 공급량인 5.0일분을 밑돌고 있어 병원의 정상적인 진료활동이 늦어지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동짓날이 추워야 풍년이 든다’라는 옛말이 무색하게 최근 ‘겨울바람 때문에’ 헌혈은 그야말로 ‘꽁꽁꽁’ 얼어붙었다.
일반적으로 겨울철은 겨울방학, 독감 유행 등으로 인해 1년 중 헌혈이 가장 감소하는 시기다. 게다가 지난 3년간 팬데믹을 겪으며 단체 헌혈이 크게 줄었고, 단체 헌혈 참여 후 헌혈센터를 재방문하는 발걸음 또한 줄어들었다. 2023년 부산의 헌혈 건수가 전년 대비 1524건(0.7%) 증가하였음에도 전체 헌혈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헌혈센터 헌혈은 오히려 전년 대비 4869건(3.9%) 감소해, 헌혈센터를 찾는 헌혈자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단체 헌혈의 감소는 신규 헌혈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등학생 헌혈 감소로 이어졌다. 대부분 학교로 온 헌혈 버스에서 첫 헌혈을 하는 고등학생들은 헌혈을 접할 기회가 없었고, 대입 봉사 점수에 개인 헌혈이 제외되면서 자연스레 헌혈과 멀어진 것이다. 실제 부산의 헌혈자 중·고등학생의 비율은 코로나 이전 약 20%에서 지난해 약 11%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헌혈 ‘코어층’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고등학생이 줄어든 것은 향후 헌혈할 수 있는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지속해서 헌혈률이 떨어질 수 있어서 더 심각한 것이다.
이러한 헌혈자 감소에 따라 혈액원에서는 혈액 재고량 조절을 위해 의료기관 청구량 대비 혈액 공급량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 혈액 부족 상황이 심화된다면, 병원에서는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수술이 지연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헌혈 감소에 따르는 문제는 비단 남의 일이 아니다. 수혈이 필요한 환자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발생할지 모르는 데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어 건강한 사람의 헌혈을 통해서만 안전한 혈액을 환자에게 수혈할 수 있다. 2024년 부산에서 첫 번째로 500회 헌혈을 달성한 이영호 씨는 오랜 기간 헌혈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수혈이 필요한 환자와 내 이웃을 위한 값진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단 한 번의 실천이 내 이웃과 내가 사는 지역을 더 따뜻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든든한 초석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두에서 ‘헌혈자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라고 언급했지만, 2024년 헌혈이 예년보다 잘 되리라 전망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희망적인 예측은 헌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넘어 참여와 실천이 있을 때만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부산시민에게 당부하고 싶다. 올해는 학교나 회사의 단체헌혈 버스에서, 부산 시내 14개 헌혈센터에서 한 번이라도 헌혈에 참여해 보시기를. 330만 명 중 한 명의 실천이, 365일 중 하루의 참여가 가져올 변화의 시작을 이끌어 주시기를 말이다. 365일 중 작은 점 하나가 36.5도의 온기가 되어 나와 내 이웃 모두를 감싸는 따뜻한 2024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4-02-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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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 위기, 스타트업 통한 혁신이 답이다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속에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은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데, 지역으로 갈수록 심각하다. 절반 이상의 지역이 인구 감소를 넘어 소멸 위험 단계로 심화해 경제 침체는 물론 지역 공동체와 고유의 문화까지 해체될 수 있는 위기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령인구 비중이 평균보다 높을 뿐 아니라 광역시 중 가장 높은 상황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22년 21%에서 2050년에는 43.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부산을 포함한 영남권은 가장 많은 20대 청년이 수도권으로 이동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에 대응해 정부와 국회, 지자체는 지역균형발전, 저출산 극복, 청년세대 지원 등 각고의 노력을 해왔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존과는 다른 접근과 새로운 정책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의 위기는 국가 전체적으로는 혁신을 통한 성장으로 극복해야 하고, 수도권 집중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로 혁신의 온기가 퍼질 때 지역의 문제도 함께 해결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혁신과 성장의 주역인 스타트업이 저성장과 지역소멸 문제의 해답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디지털경제를 주도하는 세계적인 혁신 기업의 대다수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성장한 기업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벤처·스타트업이 고용과 매출 측면에서 재계 1위 및 3위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스타트업은 빠르고 유연한 비즈니스로 지역에 특화된 자원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용이하고, 이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 청년 유입 효과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300여 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동남권협의회를 운영하며 지역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작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 행사 ‘슬러시’와 연계해 ‘부산 슬러시드’를 개최하면서 지역 중심의 글로벌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바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지역에서 혁신인재를 양성하고 투자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지원을 한다면 대한민국 전체를 혁신 생태계로 조성하는 것도 꿈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지역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혁신인재와 투자생태계에 집중해야 한다. 우선 지역에서 혁신인재가 끊임없이 양성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 대학을 스타트업 육성을 중심으로 개편하는 한편 대학과 경쟁하는 인재양성 과정을 도입해 지역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지역에서 성장한 혁신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게 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성장에 필수적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현재의 로컬펀드를 뛰어넘는 중앙정부 차원의 마중물도 필요하지만, 지역경제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할 수준의 지역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 스타트업 투자는 고위험이지만 생태계 전체로 놓고 보면 평균 8% 수준의 고수익이 나는 영역이다. 지역의 기업과 주민까지 마음껏 스타트업 투자를 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하면 중앙정부의 지원에만 기댈 필요가 없다. 청년들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문화와 공간적 접근도 중요하다. 아울러 규제 문제를 빠르고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 스타트업 자치제도를 통해 재량권을 주어 지역별로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스타트업 혁신으로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정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이 길밖에 없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스타트업 혁신으로 부산과 전국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할 정치인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2024-02-01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