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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무릎서 ‘뚝’ … 반월상 연골판 한번 손상되면 이전 탄성 회복 어려워
직장인 A(43) 씨는 최근 조깅을 마친 뒤 무릎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며칠 참고 달렸더니 더 이상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A 씨는 출근길 무릎에서 다시 덜컹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수일이 지나도 불편함이 이어져 병원을 찾은 A 씨는 ‘반월상 연골판’이 경미하게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반월상 연골판은 몸의 하중을 견디고 움직임을 담당하는 핵심 관절인 무릎에 있는 반달 모양의 연골 조직으로 충격을 흡수하고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쓰임새가 많은 만큼 부상 위험도 높다. 센텀종합병원 관절센터 노상명 과장은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된 경우 초기에는 통증이 있다가 호전된 것 같다는 착각을 줄 수 있다”며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관절 내부 연골이 점점 손상되면서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손상 원인과 주된 증상
반월상 연골판의 손상 원인은 다양하다. 축구나 농구, 스키, 테니스 등 격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운동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꾸거나 무릎이 과도하게 비틀릴 경우 연골판이 찢어질 위험이 크다. 젊은 층에서는 이 같은 급성 외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순간적인 충격이나 반복적인 무릎 사용으로 인해 연골이 점진적으로 손상될 수도 있다.
반월상 연골판 손상의 가장 큰 특징은 통증이 간헐적이라는 데 있다. 사고 직후에는 걷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가도 며칠 쉬면 통증이 가라앉아 단순 근육통이나 타박상으로 오해하기 쉽다. 통증 유무보다는 무릎의 ‘이질감’ 여부를 잘 확인해야 한다. 이 부위가 운동 중 충격으로 인해 손상되면 무릎 통증과 더불어 무릎을 펴거나 굽힐 때 무언가 걸리는 듯한 ‘딸깍’ 혹은 ‘덜컹’거리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노 과장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이 갑자기 무력해지며 힘이 빠지는 느낌, 관절 내부에 물이 차서 팽팽해지는 부종 등이 반복된다면 이미 손상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진단은 엑스레이나 초음파, MRI 등 정밀 영상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MRI 검사는 무릎 관절 내 연부조직의 뚜렷한 영상 이미지를 볼 수 있어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완치 불가 ‘재부상 방지’에 초점
치료는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비교적 경미한 손상의 경우 약물치료, 보조기 착용,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통해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연골판이 심하게 찢어졌거나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 않을 경우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1cm 미만의 절개를 통해 내시경을 삽입하고, 모니터로 확인하며 손상 부위를 정밀하게 치료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최소침습 수술 기법의 발달로 환자의 회복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다행히 파열 정도가 심하지 않아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이 완화됐다고 하더라도 안심은 금물이다. 한 번 손상된 연골판은 이전의 탄성을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릎 주변 근육의 균형’에 신경써야 한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바로 격한 운동에 복귀하기보다는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분산해 줄 수 있는 허벅지 앞쪽(대퇴사두근)과 허벅지 뒤쪽(햄스트링) 강화 운동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쪼그려 앉기나 양반다리처럼 연골판을 강하게 압박하는 좌식 생활 습관을 반드시 교정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러닝을 할 때 보폭이 너무 크면 뒤꿈치가 지면에 강하게 충돌하면서 무릎에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보폭을 평소보다 10% 정도 줄이고 발걸음 수를 늘리는 ‘숏피치’ 주법이 좋다. 발바닥 전체나 중간 부분이 지면에 먼저 닿는 ‘미드풋 착지’가 무릎 부담을 덜어준다. 지나치게 푹신한 쿠션화보다는 자신의 발 아치 형태에 맞는 적절한 지지력이 있는 러닝화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령별 관리, 어떻게
반월상 연골판 손상을 예방하려면 운동 전후 충분한 스트레칭을 통해 무릎 주변 근육을 유연하게 만들어 갑작스러운 부상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한데, 몸무게의 5~10%를 빼면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연골판 관리법은 생애 주기별 활동 수준에 따라 달라야 한다. 20~30대는 활동량이 많고 격렬한 스포츠를 즐기기 때문에 ‘급성 파열’을 주의해야 한다. 운동 전 워밍업은 물론, 코어 근육을 강화해 갑작스러운 비틀림에 신체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0~50대는 연골의 수분 함량이 줄어들며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다. 등산이나 가파른 경사 걷기 등 무릎에 수직 하중이 실리는 운동보다는 수영이나 실내 자전거처럼 체중 부하가 적은 운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60대 이상은 작은 충격에도 연골판이 쉽게 파열되는 ‘퇴행성 파열’이 잦다. 부드러운 스트레칭과 평지 위주의 가벼운 산책으로 관절이 굳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영양제도 고려할 만하다. 콘드로이친과 글루코사민은 연골의 구성 성분으로 연골 마모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보스웰리아나 MSM은 일부 소염 작용이 관절 통증과 부종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메가-3은 혈행 개선과 염증 억제를 도울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성분을 고함량으로 장기 복용할 경우 간 수치 상승이나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기저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노 과장은 “무릎 통증을 무시하고 운동을 강행하는 것은 관절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라며 “정확한 진단과 함께 본인의 나이와 신체 조건에 맞는 관리법을 찾는 것이 100세 시대 무릎 건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2025-12-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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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만 되면 찾아오는 우울감, 단순 계절 타기라고?
날씨가 쌀쌀해지고 해가 일찍 지는 겨울이 되면 유난히 기분이 가라앉고 무기력해진다. 매년 이맘때면 반복되는 이런 증상을 단순히 ‘겨울을 타는 것’으로 여기고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계절성 우울증은 특정 계절에 우울 증상이 나타났다가 다른 계절에는 호전되는 패턴을 보인다. 주로 가을과 겨울에 시작돼 봄과 여름에 회복되는 형태가 가장 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계절성 우울증으로 진료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발생하며, 젊은 성인층인 18~30세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계절성 우울증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조량 감소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겨울로 접어들수록 낮 길이가 짧아지면서 일조량이 감소하고 뇌에서 생성되는 세로토닌이 줄면서 계절성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세로토닌은 기분, 식욕, 수면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다. 햇빛이 줄어들면 세로토닌 농도가 낮아지고, 동시에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해 하루 종일 졸리고 무기력한 상태가 된다.
계절성 우울증 증상은 의욕 저하와 피로감 증가라는 측면에선 일반 우울증과 유사하다. 하지만 일반 우울증이 식욕 저하와 불면증을 동반하는 것과 달리 계절성 우울증은 식욕과 수면욕구가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탄수화물이 많은 빵이나 단 음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잠들기 전 야식을 먹으면서 체중이 늘 수도 있다.
계절성 우울증을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이유는 정신과적 문제가 동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국제학술지 ‘BMC 정신의학’에 발표된 계절 민감성과 정신과적 유병률 연구에 따르면, 계절성 우울증 환자의 36.6%가 정신과적 문제를 동반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치료법으로는 광선 치료가 최우선으로 꼽힌다. 광선치료는 주로 아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최대 1만 lux의 강한 광선을 쬐면서 생체 리듬을 되돌리는 치료법으로, 형광등과 같은 일반적인 빛과는 구분된다. 운동도 우울증에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심박수와 호흡수가 빨라지고 몸이 덥다고 느끼는 강도로 매주 3회 이상, 한 회 30분 이상, 9주 이상 운동하면 도움이 된다.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 특히 효과적이다.
기온이 오르는 낮 시간에 최소 30분 이상 산책하며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생성되고 기분도 개선될 수 있다. 탄수화물과 단 음식 섭취를 줄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등 식습관 관리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 잠이 특히 중요하다.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야간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고 잠들고 깨는 시각을 규칙적으로 정해 생체리듬을 회복해야 한다.
특정 계절에 우울 증상이 나타난 뒤 약 복용량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다른 계절 완전히 회복되는 패턴이 2년 연속으로 나타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면밀한 상담을 요한다. 계절성 우울증은 약 복용으로 증상이 호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상태가 좋아지는 계절엔 약 복용을 반드시 멈추고 증상을 살펴야 한다.
김철권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철권 원장은 “증상이 호전된 계절에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게 되면 기분이 지나치게 좋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약을 먹어선 안 된다”며 “약 복용을 멈추고 수면에 특히 신경을 써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것이 계절성 우울증 치료의 핵심이며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5-12-2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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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두측두엽치매 환자 증상, 서양과 구별 ‘뚜렷’
한국인 전두측두엽치매 환자의 증상은 서양 환자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부산대병원 김은주 신경과 교수 연구팀이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 연구사업’을 통해 구축한 한국인 조발성 치매환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전두측두엽치매 환자의 증상이 서양 환자와 뚜렷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에 게재됐다.
전두측두엽치매는 주로 50∼65세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하는 퇴행성 치매로 성격 변화, 감정 둔화, 언어 기능 저하 등이 먼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서양의 우측 측두엽형 전두측두엽치매 진단 기준을 국내에 적용할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전두측두엽치매 환자 225명의 임상 정보와 뇌 영상(MRI)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 환자의 경우 기억장애와 우울증, 공감 능력 저하, 강박적 사고 등은 서양인 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사회적으로 부적절하거나 충동적인 언행을 참지 못하는 ‘탈억제’ 증상은 한국인 환자에서 상대적으로 자주 관찰됐다. 얼굴 인식 기능과 관련된 우측 측두엽 및 방추회(뇌 측두엽과 후두엽 사이 아랫부분에 길게 자리 잡은 영역) 부위의 위축 패턴 역시 한국인 환자에서 뚜렷하게 관찰됐다.
얼굴인식장애는 서양인 환자와 한국인 환자 모두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김 교수는 “한국인 환자의 임상 표현 양상과 문화적 행동 특성을 고려할 때, 기존 국제 기준만으로는 우측 측두엽변이 전두측두엽치매를 조기에 구분하기 어렵다”며 “한국형 특성을 반영한 새 진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5-12-2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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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호흡기 관련 해외직구 ‘조심’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겨울철 호흡기 질환 증상 완화’ 직접구매 해외식품(이하 해외직구식품) 30개 중 10개에서 국내 반입차단 대상 원료와 성분이 확인됐다.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겨울철 소비자 관심제품 30개를 검사한 결과 10개 제품에서 국내 반입차단 대상 원료와 성분이 확인돼 국내 반입 차단 조치가 이뤄졌다. 이번 검사는 감기, 비염 등 겨울철 질환 관리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호흡기 질환 증상 완화’, ‘히스타민 차단’ 등 효능·효과를 표방하는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제품에 표시된 성분 중 ‘에키네시아’ ‘엔아세틸시스테인’ ‘반하’는 기침이나 기관지염 치료 또는 증상 완화 등에 사용되는 의약품 성분으로, 오·남용할 경우 복통, 메스꺼움, 설사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국내 반입 차단된 제품들은 해외직구식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해외직구식품 올바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식품안전나라’ 홈피를 통해 접속하면 된다.
2025-12-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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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병원 정해웅 교수,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 회장에
인제대부산백병원 정해웅(사진) 영상의학과 교수가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 제15대 회장 선출됐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다.
1994년 창립된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는 국내 신경중재치료 분야의 학문적 발전과 진료 수준 향상을 이끌어온 의료분야 학술단체다.
정 신임 회장은 1994년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세브란스병원에서 신경 중재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2022년부터 인제대부산백병원 영상의학과에서 재직 중이며, 뇌동맥류 등 뇌혈관질환에 대한 최소침습적 치료 분야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정 신임 회장은 “국제적 수준의 학술대회 개최를 통해 국내 신경중재치료 분야의 학문적 위상을 높이는 한편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학술단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5-12-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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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관절염 언제 수술할까…“연골 손상·변형 정도, 기능 저하 일치 땐 수술”
무릎 관절수술은 언제 하는 것이 최선일까. 걷기 힘들고 약물치료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즈음에 수술을 하면 적당할까. 아니면 참을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버티면서 수술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좋을까. 통증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무작정 참거나 늦추는 것이 현명한 선택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릎 관절수술의 적기는 언제일까.
■영상검사 소견과 기능 저하 함께 고려
60대 전후로 흔해지는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노화뿐만 아니라 좌식 생활, 비만, 과도한 운동, 여성호르몬 변화 등 여러 요인이 겹쳐서 발병한다.
예전에는 가볍게 올라가던 계단이 두려움이 되고, 가벼운 산책이나 장보기도 큰 결심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약이나 주사치료를 통해 일시적인 통증은 참아지지만 관절 손상은 계속 진행된다. 통증 주기가 짧아지고 강도가 높아진다. 이때부터 ‘언제 수술을 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수술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먼저 검사를 시행한다. 영상 검사에서 연골이 거의 사라져 뼈와 뼈가 직접 닿는 골관절염 말기(켈그렌 로렌스 분류 4단계) 소견이 보이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또 다리 축이 5도 이상 휘어져 관절 틀어짐이 진행된 경우도 수술 적응증에 해당한다.
그러나 영상 검사와 수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환자의 일상적인 기능 저하 여부가 더 중요할 수가 있다. 환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예전보다 걷는 거리와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반복되거나 △약이나 주사치료의 효과가 점점 짧아지는지 등을 체크해 보아야 한다. 이같은 환자의 ‘줄어든 일상’이 가장 현실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가 있다. 통증으로 일상생활의 제한이 커지고 심한 관절 손상이 같이 나타나면 더 이상 참기만 할 단계는 지났다고 봐야 한다.
센트럴병원 정일권 병원장은 “영상 검사상 연골손상과 관절 변형이 있더라도 생활에 크게 불편이 없다면 좀 더 지켜봐도 된다. 하지만 영상 소견과 일상 기능 저하가 지금 겪는 통증 양상과 일치할 때는 인공관절수술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술 최대한 늦추는 것이 좋다?
참는 시간이 길어지면 관절 손상은 더 빠르게 진행된다. ‘가만히 두면 언젠가 나아지겠지’ 하고 버티는 동안에도 무릎관절염은 조용히,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연골이 더 많이 닳고 관절 간격이 좁아지면서 다리 축이 틀어지고, 관절을 지탱하던 근육과 인대도 함께 약해진다.
‘인공관절도 수명이 있으니, 자기 관절을 끝까지 쓰다가 마지막에 수술하는 게 좋다’는 말은 과연 옳을까. 그렇지 않다. 관절이 완전히 망가진 뒤에 수술을 받는 것은 결코 유리하지 않다. 변형이 심해질수록 수술은 더 까다로워지고, 수술 후 보행 회복과 재활에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진다.
정 병원장은 “과거에는 인공관절에도 수명이 있다는 이유로 될 수 있는 한 수술을 늦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최근 인공관절의 내구성과 수술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수술을 늦출수록 좋다는 개념은 더 이상 맞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로봇수술로 줄어든 두려움
중장년층이 인공관절수술을 망설이는 또 다른 이유는 ‘혹시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수술은 절개 범위가 줄고 통증·출혈 관리가 체계화되면서 과거에 비해 리스크가 크게 줄었다. 거기다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수술이 도입되면서 수술 정확성이 높아지고,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커졌다.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수술 장비는 3차원 영상으로 무릎의 구조와 변형 정도를 미리 정밀하게 파악하고, 계획한 범위 안에서만 뼈를 깎도록 돕는다. 특히 변형이 심한 말기 관절염이나 오랫동안 방치된 경우에도 다리 축을 최대한 곧게 맞추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많이 걸어야 하는 중장년층에게 유리하다.
로봇수술 시스템을 활용하면 개개인의 관절구조 분석을 통해 수술계획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수술 전에 CT로 확보한 영상 데이터로 환자마다 다른 다리 축과 관절면 기울기, 인대 긴장도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 데이터에 맞춰 절삭 범위와 삽입물의 각도, 인대 균형을 조정해 수술 후에 자연스러운 보행 패턴이 나오도록 설계해 준다. 또한 안쪽 바깥쪽 중 어느 부위가 더 많이 닳았는지, 주변 연부조직이 얼마나 긴장돼 있는지에 따라 로봇이 뼈를 깎는 깊이와 방향을 조정해 줌으로써 수술 후 재활 회복 속도도 빨라진다.
모든 환자에게 같은 인공관절수술을 적용할 수는 없다. 관절의 한쪽만 닳은 경우에는 부분치환술이 적합하고, 연골 전체가 손상됐거나 관절 축이 심하게 틀어진 경우에는 전치환술이 필요하다. 걷기 힘든 원인이 무릎이 아닌 고관절에서 비롯된 환자라면 고관절 전치환술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정 병원장은 “로봇수술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환자의 손상 범위, 다리 모양, 활동량, 직업, 보행 습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가장 덜 침습적이면서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로봇수술의 정밀 분석 시스템은 이러한 맞춤 치료를 뒷받침해, 심한 변형이 있는 환자도 안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술 후 재활 프로그램도 필수다. 수술 직후에 관절 가동 범위를 회복시키고 근력 강화와 보행 교정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면 환자의 일상 복귀 속도가 한층 빨라진다.
2025-12-2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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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모습과 젊은 마음 [젊어지는 이야기]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을 넘어서 외모관리가 노년기의 심리적 안녕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노화로 인한 신체의 변화(주름, 피부탄력 저하 등)들은 정체성을 상실하게 하거나,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런 신체의 변화를 극복하고자 패션, 뷰티 관리, 더 나아가 미용시술 등을 받는 행동들이 자존감을 향상시켜 심리적 위축을 극복할 수 있게 하고, 사회적 관계들에서 자신감이 증대되는 보호요인으로 작용함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권위있는 학술지들에 발표된 논문들에서도 비슷한 연배의 또래들보다 젊어 보인다고 느끼는 노인은 노화에 대해 훨씬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 자기 효능감의 향상으로 이어져 노년기에 흔히 겪는 우울증을 감소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피부 관리를 정기적으로 받아온 사람들은 본인의 실제 나이보다 평균 5~10세 정도까지 젊다고 인지하며, 이런 ‘주관적 젊음’은 실제 신체 활동량을 20% 이상 높이는 결과를 보인다고 한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은 타인과의 소통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스스로의 외모에 만족하는 노인은 외출이나 사교 모임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석하게 되는데, 이는 건강한 노화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풍부한 인간관계와 사회적 건강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동력으로 작용한다.
최근 항노화 미용시술의 트렌드도 과도하게 늘어진 피부를 당겨 어색한 얼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이는 좀 들어 보여도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활력 있어 보이는 인상’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 노년층 환자분들도 과도한 성형을 원하시기보다는 피부의 상태(검버섯, 잡티, 잔주름, 탄력 등)를 개선하는 정도를 더 많이 원하시는 경향이 뚜렷하다. 나이가 들어서 왜 쓸데없이 성형외과를 들락거리고, 자연스럽게 늙는 걸 왜 거부하냐고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과거와는 확연히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의 몸은 대략 25세 전후부터 신체의 노화가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젊음회복(리쥬버네이션)의 개념을 넘어선 예방적 젊음회복(프리쥬버네이션)이라는 개념이 각광을 받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미용성형 분야에서 언급되기 시작된 개념인데 나이가 들어 비로소 항노화 미용시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20~30대부터 다양한 항노화 시술들을 시작하면 예방적으로 피부의 노화 증상들을 늦출 수 있다는 개념이다. 노화에 대한 의학적 관리와 치료는 일생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작업이라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매우 긍정적인 개념의 진화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항노화 치료의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젊은 마음이다. 마음이 젊고 활력이 있어야 삶 전체가 젊어질 수 있고 대인 관계도 좋아지며 다른 항노화 치료 과정들에도 의욕적으로 참여가 가능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피부 미용과 항노화는 마음을 젊어지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이면서도 강력한 방법이며, 항노화 치료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점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하고 싶다.
2025-12-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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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23일 화요일(음력 11월 4일)
2025년 12월 23일 화요일 박청화 철학원
(음력11월4일) 051-863-8306
◎-大吉 ○-吉 △-平 X-凶
쥐
96년생 일신의 이동수 따르고 먼 곳과 교신할 일이. 84년생 여러 가지 일로 손발 바쁘게 움직여야 할 듯. 72년생 쓸모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 60년생 다양한 견해를 받아들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도움이. 48년생 다 잘하려는 태도는 오해를 낳을 수도. 36년생 버릴 것은 버려야 더 좋은 것이 생긴다.
금전-△ 애정-△ 건강-△
소
97년생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따르니 우쭐해질 수도. 85년생 한쪽에만 매달리지 말고 다른 방법을 도모해 보라. 73년생 웃는 얼굴과 마음 씀씀이로 좋은 환경 조성에 노력함이. 61년생 대접받으려 하지 말고 먼저 대접하라. 49년생 자기 뜻을 주장하여 대립하면 손실이 있다. 37년생 사소한 일이 크게 될 수 있으니 매사에 조심.
금전-△ 애정-○ 건강-△
범
98년생 마음에 품은 뜻을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될 듯. 86년생 만만한 환경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쳐낼 일이. 74년생 경험을 쌓는 과정이라 생각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니. 62년생 감추고 싶은 비밀이 드러나게 될지도. 50년생 먼 곳에서 정보를 구하면 도움받을 일이. 38년생 남 탓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볼 것.
금전-○ 애정-○ 건강-○
토끼
99년생 쉽게 포기하기 쉬우니 끈기를 발휘하라. 87년생 피곤해도 할 일은 뒤로 미루지 마라. 75년생 하나를 잃으면 하나의 득이 따르니 끝까지 두고 보라. 63년생 갑갑한 침체기에서 비로소 변화의 움직임이. 51년생 주변 변화로 인해 심신이 바빠질 듯. 39년생 나서지 말고 주변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맡기는 자세를 취하라.
금전-○ 애정-○ 건강-△
용
00년생 경쟁상대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88년생 활동 영역의 확장이 이루어질 듯. 76년생 방해의 기운이 따르나 의지로 극복이 가능하니 힘을 내라. 64년생 실속 없이 바쁘고 수고로움이 따를 듯. 52년생 매사에 공평한 눈으로 평가하도록 하라. 40년생 속마음을 드러내지 말아야 할 일이 생길 수도.
금전-△ 애정-△ 건강-△
뱀
01년생 윗사람의 간섭으로 고달파도 참아야 한다. 89년생 활동 무대의 주축이 되어 이끌어 가라. 77년생 꿩 먹고 알 먹는다는 생각은 버려야. 65년생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찬사를 받게 될 듯. 53년생 마음은 바쁜데 몸이 말을 안 듣는구나. 41년생 생각이 미치는 곳이 있으면 즉시 개선함이.
금전-○ 애정-△ 건강-○
말
02년생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변화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90년생 일관성 있는 태도를 취하려면 가치 판단의 기준이 필요. 78년생 일의 윤곽이 잡히는 시기. 확실한 방향 설정을 하라. 66년생 본인 주동으로 모임을 이끌어 갈 일이. 54년생 내 목소리가 결정에 한몫하게 될 듯. 42년생 일일이 간섭하지 말고 믿고 맡겨라.
금전-○ 애정-○ 건강-△
양
03년생 순간의 선택이 먼 미래까지 좌우할 수도. 91년생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주관대로 행동하라. 79년생 많은 정보와 궁리보다 실전이 필요한 시기. 67년생 낮아질수록 높아질 수 있음을 명심. 55년생 중도에 포기하면 손해가 커질 수 있다. 43년생 남의 말에 좌우되면 손해 보니 자신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금전-△ 애정-○ 건강-△
원숭이
04년생 힘든 환경 속에서 실력의 향상이 이루어짐을 알라. 92년생 목적 달성에 자신만의 장점을 무기로 써라. 80년생 바쁘고 이동수도 예상해 보는 하루. 68년생 새로운 방향을 시도하고 개발해 보아라. 56년생 스트레스는 그날 그날 자신의 방식으로 해결하도록. 44년생 기분이 좋아지고 가벼운 외출도 좋을 듯.
금전-△ 애정-○ 건강-△
닭
05년생 자기와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억지로 어울릴 필요는 없을 듯. 93년생 안으로 힘을 기르고 밖으로 내색하지 마라. 81년생 대외 활동이 많으니 지출 또한 늘어날 듯. 69년생 활동 무대에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 수도. 57년생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여유롭게 관조하라. 45년생 어떠한 상황에서도 좋은 점을 찾아라.
금전-○ 애정-△ 건강-△
개
06년생 일복이 많은 날이다. 열심히 일하라. 94년생 자신을 변화시켜 가면 세상도 바뀐다. 주인 의식을 가질 것. 82년생 주변 말에 흔들리지 말고 초지일관하라. 70년생 산길도 가지 않으면 풀이 무성해지니 지인과의 교류가 끊이지 않도록. 58년생 공들인 일에 결과가 좋을 듯. 46년생 항상 가족을 배려해서 판단하도록.
금전-○ 애정-○ 건강-○
돼지
95년생 활동한 만큼 얻는 것도 많으니 활기차게 움직여라. 83년생 지금까지의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이동이 있을 듯. 71년생 인간관계의 확장과 더불어 귀인과의 인연도 기대해 봄이. 59년생 자식에게서 기쁜 소식 들릴 일이. 47년생 이쪽 저쪽 더불어 융화시키고 발전하는 흐름. 35년생 몸과 마음이 가벼운 날이다.
금전-○ 애정-△ 건강-△
2025-12-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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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톡톡] 관객도 ‘훈련’이 필요하다
부산콘서트홀이 클래식 음악을 위한 전용 홀이라면, 국립부산국악원은 한국 전통 예술(국악, 무용 등)의 보존과 계승, 그리고 공연을 목적으로 세워진 국가 기관이다.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북문 쪽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두 공연장은 특화된 공연 장르의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인프라의 힘이라고 할까, 관객도 아티스트 못지않게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지난 19~21일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 무대에 오른 국악극 ‘대청여관Ⅱ’는 6년 만의 재공연인 올해도 어김없이 전석 매진 신화를 썼다. 이 작품은 2016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 온 국립부산국악원의 킬러 콘텐츠로, 올해는 기존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주인공과 일부 조연을 더블 캐스팅해 각기 다른 전통 성악의 매력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초연의 정가·경기민요 조합을 넘어 정가(이희재·성악단 악장)와 경기민요(이은혜·성악단 정단원), 판소리(정윤형·성악단 정단원)와 정가(김윤지·성악단 정단원)로 구성한 A·B팀이 활약했다.
초연부터 함께한 남권아 연출가는 “같은 이야기라도 소리의 양식과 정서에 따라 다르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는데, 국악 애호가는 물론이고 입문자도 다양한 한국 전통 성악(소리)을 한자리에서 감상한 소중한 기회였다. 한국 전통 성악에는 정가(가곡·가사·시조), 경기민요, 판소리 외에도 잡가, 가야금병창, 범패 등으로 다양하지만, 일반인이 자주 접할 기회는 드물다. ‘대청여관’도 2008년 국립부산국악원이 생긴 이래 2016년 처음 시도한 국악극이었고, 다수의 앙코르 공연을 거쳐 이번에 시즌2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작품도, 제작·출연진도 성장했지만, 관객 역시 함께 커 나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싶다.
비슷한 시간, 부산콘서트홀에서도 의미 있는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부산콘서트홀이 지난 6월 개관 페스티벌 일환으로 선보인 콘서트 오페라 ‘피델리오’에 이어 부산콘서트홀의 초대 예술감독인 정명훈 지휘자가 다시 한번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 메가폰을 잡으며 화제를 모은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이다. 지난 19~20일 합창석을 제외한 1500석가량을 오픈했는데 2회 공연이 거의 전석 매진됐다.
카르멘 역의 메조소프라노 미셸 로지에, 돈 호세 역의 테너 이용훈, 에스카미요 역의 바리톤 김기훈 등에 관객들 환호가 쏟아졌다. 이날 공연은 또 정명훈 지휘자가 2004년 9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 프로덕션과 함께 전막 공연으로 선보인 ‘카르멘’ 이후 21년 만이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음악 본연의 힘과 성악가의 목소리에 집중한 고품격 사운드’라는 평가는 그렇게 나왔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관객 반응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콘서트 오페라도 이렇게 좋은데 하루빨리 전막 오페라를 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이번 공연이 가진 의미 중에는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앞두고 부산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오페라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클래식부산의 의지도 컸다. 개관 페스티벌에 올랐던 ‘피델리오’보다 ‘카르멘’이 더 대중적인 작품이었고, 관객들도 이렇게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콘서트홀 같은 빈야드 구조는 관객과 무대가 매우 가깝기 때문에 친밀감도 주지만, 반대로 관객의 작은 움직임이나 스마트폰 불빛과 벨소리 등이 다른 관객이나 공연에도 영향을 주기에 훈련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좋은 관극 태도가 좋은 공연을 만드는 법이다.
2025-12-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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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대표는 일렉·막내는 베이스… 연극인의 밴드 공연 이유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부산의 한 연극 극단이 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연극 작품이 아닌 밴드 콘서트를 펼쳐 눈길을 끈다.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부산 연제구 효로인디아트홀 소극장에서 열리는 인디밴드 ACT(액트)의 콘서트 ‘K-데자뷰’가 그 무대이다.
인디밴드 ACT는 41년 역사를 가진 극단새벽의 병설 밴드이다. 2011년 극단의 노래가 있는 연극 ‘철수와 영희를 위한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단원들로 결성한 후 이듬해 7월 정식 출범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후 극단새벽 전용 소극장인 효로인디아트홀 설립을 위한 기획 콘서트를 비롯해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을 펼쳐오고 있다.
이번 송년 콘서트 ‘K-데자뷰’는 극단이 내년 무대에 올릴 작품을 창작하고 제작하는 데 쓰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열린다. 1984년 창단한 극단새벽은 자본과 상업주의 의존적으로 흐르는 문화계 현실에 대한 대안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운영 방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연극 문화 활성화를 위한 시민연극학교 운영이나 청년 예술인 양성 등 공익 사업을 위한 목적을 제외한 지원금은 신청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갖고 있다. 극단새벽은 대신 ‘새벽지기’라는 이름의 정기 후원회 운영을 통해 극단 운영과 작품 제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콘서트 수익금 역시 같은 목적으로 사용된다.
콘서트 타이틀 ‘K-데자뷰’는 기시감을 뜻하는 프랑스어 데자뷔에서 따왔다. 콘서트는 K팝, K푸드, K뷰티 등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붐의 이면에 불법 계엄령 발동과 노동자들의 안전사고, 사회적 참사 등 지독스럽게 되풀이되는 우리나라의 치부를 뼈아프고 냉철하게 되돌아보자는 외침인 셈이다.
인디밴드 ACT는 이번 콘서트에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벨라차오’ 등 4곡의 기존곡(편곡)에 더해 ‘사람이 그립지 않소’ ‘짜라투스트라가 니체에게 말했다’ 등 창작곡 8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창작곡 중 하나인 ‘그렇게 그렇게’(이성민 작사, 이종화 작곡)는 2014년 4월 16일 별이 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고,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단새벽 측은 콘서트에 대해 “2025년 끄트머리에, 함께 어제를 돌아보며 내일을 열 힘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기획했다”라며 “이번 콘서트를 통해 희망의 근거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밴드 멤버는 변현주 대표(일렉)를 포함한 극단새벽 단원들이다. 올해 극단이 진행한 ‘청년 예술인 발굴 프로젝트’(부산일보 8월 7일 자 16면 보도)를 통해 선발된 막내 이지은 씨는 베이스를 들고 데뷔 무대를 갖는다.
인디밴드 ACT 콘서트 ‘K-데자뷰’는 26일 오후 7시 30분, 27일 오후 5시, 28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전 좌석 사전 예매제로 진행되며 관람료는 3만 5000원이다. 예매는 극단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문의 051-245-5919.
2025-12-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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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1번으로 여는 부산메세나 신년 음악회
부산메세나협회(회장 백정호·동성케미컬 회장)가 주최·주관하는 2026 제1회 부산메세나 신년 음악회가 내년 1월 8일 오후 7시 30분 부산콘서트홀에서 마련된다. 이번 신년 음악회는 음악을 통해 부산·울산·경남을 문화로 연결하고, 기업·예술·시민이 함께하는 사회공헌형 문화 행사로 기획됐다.
공연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과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1번 ‘거인’(Titan)이다. 자유와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를 담은 ‘에그몬트 서곡’과 청춘의 방황과 고뇌, 그리고 이를 극복한 승리를 상징하는 말러 교향곡 제1번은 새해와도 잘 어울린다. 지휘는 국내의 대표적 말러 스페셜리스트 임헌정(서울대 명예교수·충북도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맡는다. 임 지휘자는 1999~2003년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말러 교향곡 전곡을 완주했다. 연주는 울산시립교향악단이 맡는다. 울산시향은 지난 10월 정기 연주회에서 말러 교향곡 제1번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신년 음악회는 부산메세나협회 회원사를 중심으로 한 기업 후원으로 운영되며, 모든 좌석은 무료로 제공된다. 사회복지기관, 부울경 꿈의오케스트라, 청소년 단체, 공공·사회 서비스직 종사자 등을 우선 초청하고, 시민 대상 온라인 사전 예매도 진행 중이다. 지난 16일 1차로 300석 정도가 오픈됐고, 23일 오후 2시에 2차 100석이 추가 오픈된다. 예매는 부산콘서트홀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부산메세나협회 관계자는 “이번 신년 음악회를 ‘부산형 메세나 연대의 상징’으로 삼고자 한다”면서 “부산 기업들의 사회 공헌, 청소년의 문화 체험, 지역을 아우르는 예술의 공공성을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엮어, 매년 지속 가능한 신년 행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의 051-715-4715.
2025-12-2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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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현악기 ‘공후’ 독주회 부산서 열린다
고대 현악기 ‘공후’를 연주하는 독주회가 부산에서 열린다.
부산시 무형유산 가야금 산조 이수자인 부산동래국악단 최경철 예술감독은 오는 30일 금정구 금정문화회관에서 공후 독주회를 갖는다. 공후는 기원전 약 3000년께 서아시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만들어져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된 고대 현악기다. 현존하는 최고(最古) 시가로 전해지는 ‘공무도하가’에도 공후가 등장한다.
최 감독은 “공후는 백제를 통해 일본으로 전래돼 그 흔적을 지금까지 전하고 있으며 나라현 정창원(正倉院)에 보관된 ‘백제금’(百濟琴)이라 불리는 23현 공후의 실물은 그 역사적 사실을 물질적으로 입증하는 귀중한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이번 독주회에서 직접 작곡한 공후 작품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공후 에튀드 1번 춘조(春鳥)’ ‘생황과 공후를 위한 화사(花史)’ ‘장구와 공후를 위한 별의 노래’ ‘공후와 앙상블을 위한 중주곡 월곡(月曲)’ 등이 그것이다.
이번 연주회에는 김현경(거문고), 박선미(양금), 안창섭(저대), 송한비(생황), 이겨레(타악)가 함께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새롭게 창작된 공후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고대악기 공후를 현대 한국음악의 감각 속에서 재해석하고 그 예술적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기획됐다고 최 감독은 의미를 설명했다.
최 감독은 부산예고와 부산대 한국음악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가야금·양금·옥류금 등 여러 현악기를 섭렵하고 국내외에서 왕성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30일 오후 7시 30분 금정문화회관 은빛샘홀. 전석 초대. 공연문의 010-8771-9814.
2025-12-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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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임상움직임치료학회지, 등재학술지 최종 선정
<한국임상움직임치료학회지>(이하 학술지)가 2025년도 한국연구재단 학술지 계속평가에서 등재학술지로 최종 선정됐다.
22일 당당한방병원 등에 따르면 한국임상움직임치료학회지는 인제대와 당당한방병원 네트워크가 협업해 설립, 운영 중인 한국임상움직임치료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로, 근골격계 및 신경계 재활 등 ‘임상 움직임’을 중심으로 한 융합 연구를 주로 다루고 있다.
학술지 및 수록 논문의 온라인 접근성, 게재 논문의 학술적 가치와 성과, 편집위원회의 전문성, 투고 논문 심사제도의 구체성과 엄정성 등 주요 평가 항목 전반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임상움직임치료학회 성진욱(부산연산 당당한방병원장) 회장은 “투고자와 편집위원의 지역·전공 다양성 확대, 연구윤리 강화 등을 통해 임상 움직임 치료 분야를 대표하는 학술지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5-12-2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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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시인 김소월, 부산서 세계로 이어간다
시 ‘진달래꽃’은 의무 교육을 받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김소월 시인은 생전에 <진달래꽃>이라는 딱 한 권의 시집을 남겼을 뿐이지만, 국민 시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의 시는 대한민국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1925년 출간된 딱 한 권의 소월 시집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각종 출판사에서 850여 종으로 다시 출간됐다. 320명의 가수가 소월 시를 바탕으로 만든 노래 66곡을 각자 개성에 맞게 리메이크해 앨범으로 냈다.
하지만 한국에는 지금까지 김소월 전용 문학관이 없으며, 심지어 김소월의 시는 현대시에 밀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듯하다. 이 같은 사실에 안타까워하며 지난 2022년 부산에서 국제 소월협회가 탄생했다. 1922년 문예지 <개벽> 25호에 ‘진달래꽃’ 시가 발표되었고, 100주년을 맞아 각계각층 부산 사람들이 협회 탄생을 위해 참여했다.
당시 사단법인 유라시아교육원 산하의 유라시아포럼이 주도적으로 움직였고, 유라시아 포럼 회장이자 현재 국제 소월협회 회장을 맡은 이재혁 부산외대 명예교수가 그 중심에 있었다. 이 회장은 "러시아의 푸시킨과 독일의 괴테, 스페인 로르카, 칠레 네루다, 필리핀의 리살, 아일랜드의 예이츠처럼 우리에게도 김소월이라는 자랑스러운 국민 시인이 있다. 그런데 한민족을 대표하는 김소월 시인의 전용 문학관도 없고, 국내외에서 소홀히 취급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국내외 뜻있는 인사들이 힘을 합쳤다”라고 전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제 소월협회는 꾸준히 활동하며 하나씩 성과를 쌓아갔다. 지난 17일 국제 소월협회는 시집 <진달래꽃>의 발간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3년간의 활동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기념행사는 이재혁 회장이 ‘<진달래꽃> 백 주년의 의미와 문화 기억’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고, 소월 시 낭송회, 오카리나 연주, 노래패 공연, 소월의 시 필사해 보기, 나무판에 소월의 시 새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국제 소월협회 고문으로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전호환 부산 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전 부산대 총장)은 “소월 시인은 한국 근대 시의 출발점을 넘어 남북한 7000만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통일과 사회 통합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임성원 부산외대 특임교수(전 부산일보 논설실장, 예술학 박사) 또한 “앞으로 ‘소월 국제문학관’(가칭)의 건립을 통하여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교육문화콘텐츠가 더 확충되고, 시민과 청소년의 정서 생활이 한층 윤택해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국제 소월협회의 대표 활동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우선 매월 세 번째 수요일에 ‘소월 시 감상회’를 정기적으로 열며 34회차까지 진행했다. 소월의 시를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시를 분석하고 대문호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거장들과 소월의 시를 비교하거나 음악과 연결하는 등 매주 다른 주제로 소월 시에 접근했다.
유라시아 여러 대학에 소월 시집을 한국어 교재로 기증했고,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식 후원을 받아 제1회 국제 소월 시 낭송회도 열었다. 첫 대회임에도 19개국, 104명의 외국인(다문화가정 포함)이 참여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올해는 국비, 시비를 받아 황령산 생태숲 2.3km 구간에 ‘김소월 시와 함께하는 길’을 조성했고, 10개의 시비를 만날 수 있다.
국제 소월협회는 지난 활동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계획을 발표했다. 소월 기념사업재단과 소월 박물관을 부산에 설립해 주요 외국어로 소월 시집을 번역하여 알리고, 시대에 맞게 다양한 소월 시 교재와 영상 콘텐츠를 개발하여 해외 한국학 거점대학에 보급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문학관은 젊은 세대와 미래를 위해 디지털 콘텐츠 부문을 강화하고 국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다.
‘소월 문학예술제’ 혹은 ‘소월 바다 문학예술제’ 등을 정기적 개최할 예정이며, 초중고 방과 후 활동에 소월 시 낭송 프로그램도 지원할 생각이다. 지역 대학 해외유학생의 글쓰기 교육, 교양 교육에 국제 소월협회의 소월 시 교육 프로그램을 접목할 게획이며, 시민학술대회, 청소년 소월문학상 시상 등 문학을 넘어 한국 문화의 국제화에 소월 시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5-12-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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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아의 그림책방] 비움과 채움
그림책이 질문한다. ‘비어 있는 건 이상한가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와 곽영권 작가가 만든 <비움>(고래뱃속)은 제목 그대로 비움의 의미를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비어 있다’라는 말에서 부정적 감정을 먼저 느낀다. 비어 있으면 왠지 허전해서 이것저것을 채워 넣으려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채워도 채워도 부족하다. 밑 빠진 독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채움에 지쳤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비어 있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비어 있어야 진짜 좋아하는 것을 넣을 수 있다. ‘마음도 비어 있어야 좋아하는 사람이 들어올 수 있고, 비어 있어야 다른 사람의 마음도 담을 수 있다’라는 말이 좋다.
눈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담기 위해서 필요한 것도 빈 그릇이다. 최은영이 쓰고 이경국이 그린 <나는 그릇이에요>(이론과실천 꼬마이실)는 평범한 한 줌에 그쳤을 흙이 물과 손과 불을 만나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릇은 갈증을 해소할 시원한 물부터 건강한 식생활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담고 보관한다. 또 작지만, 쓸모 있는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게 돕는다. 때론 한 개인의 추억과 시대의 기억을 후대에 전하는 기능도 가진다. 비어 있는 그릇은 무엇이든 담고 새로움을 채울 가능성을 품는다.
그림책이 다시 질문한다. ‘무엇을 채우고 싶은가요?’
다다 아야노 작가는 <채운다는 것>(파스텔하우스)으로 세상이 부여한 것과 다른 방식의 채움이 있음을 보여준다. 어엿한 찻잔이 되는 꿈을 이룬 잔이 있다. 할머니와 오후 티타임을 즐기던 잔에게 세상이 뒤집어지는 일이 생겼다. 새에게 잡혀 풀숲에 떨어진 잔은 ‘텅 빈’ 신세가 됐다. 찻잔으로 살 수 없게 된 잔은 ‘더는 자신이 아닌 것 같아’ 서글펐다. 한참 뒤 잔은 차 대신 다른 것을 품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느 날은 꽃잎, 어느 날은 아기 오리, 어느 날은 빗물을 품었다. ‘꼭 차를 담지 않아도 괜찮을지 몰라.’ 아름다운 풍경으로 자신을 채운 잔의 멋진 변신에 독자의 마음도 따뜻해진다.
비움과 채움은 연결되어 있다. 채우기 위해서는 비워야 한다. 연말에 내가 아닌 것을 비워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다. 진짜 나와 나의 것으로 새해를 채울 수 있도록 말이다.
2025-12-21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