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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구 청룡노포동, 카페로 찾아가는 종이 팩 수거 및 교환 서비스 실시
부산시 금정구 청룡노포동(동장 이인희)은 지역 내 카페들의 자원재활용 실천 운동 참여를 유도하고, 버려지는 양질의 종이 자원을 최소화하고자 ‘찾아가는 종이 팩 방문 수거 및 교환 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
금정구 대표적 관광명소인 범어사 주변에는 범어로를 따라 많은 카페가 조성되어 있어 우유 팩 등 종이 팩 배출이 많다. 종이 팩은 일반 종이와 구분해서 배출해야 제대로 재활용할 수 있다. 이에 청룡노포동은 카페 점주의 번거로움을 덜고 적극적인 분리배출을 독려하기 위해 ‘찾아가는 종이 팩 방문 수거 및 교환 서비스’를 실시한다.
청룡노포동은 매월 1일, 15일 한 달에 2회씩 우유 팩 등 종이 팩 수거일을 지정하고 업소별 배출 여부를 확인한 후 행정복지센터에서 직접 방문 수거 및 재활용 휴지를 교환 해준다.
청룡노포동은 이 사업 추진으로 카페 점주의 적극적인 분리배출의 실천을 유도하여 자원 선순환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인희 청룡노포동장은“현재 참여 희망업체는 13개소이며, 직접 찾아가는 종이 팩 수거 및 교환 서비스의 적극적인 추진과 향후 지속적인 참여 업체를 발굴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카페 한 사장님은“앞으로도 종이 팩의 올바른 분리배출 및 자원재활용을 위하여 적극 실천하고 함께 지구를 살리는 데 일조하겠다”라고 밝혔다.
2024-03-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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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초겨울 명징한 소백의 기운 흠뻑 마시다
11월 초순인데 영하의 날씨였다. 소백은 곳곳에 얼음꽃도 피었다. 서걱대는 서릿발 같은 얼음을 밟으며 발아래로부터 차가운 침을 맞는 느낌을 받는다. 또 능선은 충만했다. 이미 잎을 떨군 나목은 낙엽 비단길을 만들어 놓았다. 상월봉(1394m)의 조망은 탁월했다. 국망봉까지 튼실하게 이어진 대간과 비로봉의 늠름한 자태, 그리고 소백 일대의 크고 작은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국망봉으로 우회하지 않고 몸을 쓴 덕분이다.
이날 산행은 부산시민등산아카데미 총동창회 제1기 백두대간종주대(단장 박경효·총대장 김창진)과 함께 했다.
고치령 산령각엔 산신이 두 분
소백산국립공원 고치령~비로봉 구간 대간길은 맑고 차가웠다. 모처럼 새벽이 아닌 동이 튼 아침에 나선 산행길이어서 더욱 맑은 느낌이 충만하다. 총구간 19.7km를 8시간 동안 걸을 계획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버스가 갈 수 있는 마지막 마을인 경북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에서 해발 760m 고치령까지는 마을 이장님의 차량 지원을 받아 쉽게 접근했다. 소백산신과 태백산신을 함께 모신 산령각의 목문을 일행 중 누군가 열어젖혔다. 백마를 탄 동자 태백산신과 호랑이를 거느린 백미와 흰 수염이 휘날리는 할아버지 소백산신이 있다. 이야기로는 단종과 단종의 숙부 금성대군을 모신 곳이라고 한다. 영험하다는 소문이 나 요즘도 무속인들의 발길이 잦다. 고치령은 소백산에 속하지만, 태백산과 소백산을 연결하고 있다.
국망봉으로 향한다. 국망봉에 다다를 때까지 모든 이정표는 국망봉-고치령으로 안내되고 있다. 잠시 비알을 올라서자 낙엽 푹신한 능선길이다. 불과 한 달 새 단풍은 나목으로 바뀌었다. 자연에서 계절은 가장 뚜렷한 결과물을 낸다.
산행코스는 고치령(760m)~연화동 삼거리~늦은맥이재~상월봉(1394m)~국망봉(1420m)~어의곡 삼거리~비로봉(1439m)까지 가서 달밭골로 하산해 삼가탐방지원센터까지 이어진다.
강인한 생명력의 참나무
소백의 능선길은 다른 구간에 비해 그리 힘들지 않다. 능선의 해발고도는 1000m를 오르내리다가 상월봉 가까이 가서는 한껏 고도를 높인다. 크게 오르고 내리는 구간이 없는 것은 이곳이 소백산 국립공원의 등줄기라서 그런 것일까. 능선의 일렬로 선 나무들이 오늘이 11월 11일임을 상기시킨다. 일행 중 한 분이 이번 산행 참가자 모두에게 '빼빼로' 한 상자씩을 돌렸다. 초콜릿이 듬뿍 묻은 과자는 산행을 하기도 전에 다 먹었다.
단체 산행을 하면서 늘 고마운 것은 나눔이 많다는 것이다. 이미 버스에서 내리기도 전에 최연장자 '1번 형님'이 제공한 찰떡 하나를 먹었고, 또 주최 단체에서 나눠주는 팥빵과 음료도 받았다. 이번에는 나눔이 유달리 풍성하다. 탄산음료는 나중에 목마르면 먹을 생각으로 배낭에 챙겼다.
상큼한 귤, 달콤한 단감, 사탕, 커피, 막걸리 한잔, 피망, 게살죽, 박하사탕, 사과, 미숫가루, 쌀눈 죽 등등이 산행의 소중한 에너지로 쓰였다. 다 참가자의 배낭에서 나온 정이다. 소백의 정이 끈끈했다. 그런 때문일까. 능선 한쪽에 뿌리가 거의 다 드러난 참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덩치를 키워냈다. 웬만한 참나무보다 훨씬 우람하다.
죽을 위기를 겪었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나무가 경이롭다.
운동장처럼 넓은 낙엽 광장
갑자기 주위가 환해진다. 운동장만 한 넓은 공간이 온통 낙엽으로 뒤덮여 있다. 이렇게 넓은 공간이 능선에서 발견되다니. 사람의 보는 눈은 비슷한 모양이다. 이정표를 보니 마당치다. 마당처럼 넓은 고개란 의미로 보인다. 아직 국망봉까지는 8km 이상 남아 걸음을 재촉한다.
나무들은 불과 한 달 새 겨울 준비를 마쳤다. 나무가 옷을 벗자 겨우살이가 푸른게 돋보인다. 빨간 참빗살나무 열매는 눈에 금방 띄어 새들의 먹이가 되기 좋겠다. 그 씨앗들은 소백 능선 곳곳에 퍼질 것이다. 공생의 계절이 겨울이다.
초겨울 산행은 덥지도 춥지도 않아 딱 좋다는 이들이 많다. 이한철 후미대장과 동행하던 여성 두 분의 발걸음이 유달리 가볍다. 오늘은 왜 후미를 지키지 않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후미가 아니에요. 오늘은 중간이라 불러주세요." 이 후미대장은 오랜만에 산행에 참여해 느긋함을 즐기는 김창진 총대장과 함께 든든하게 뒷배가 되고 있다.
소백의 능선은 지금 영하 온도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발밑의 서걱거림이 지속된다. 자세히 보니 얼음이다. 땅밑 수분이 영하 날씨에 얼음이 되어 솟구쳤다. 흰 실타래 같기도 하고, 예쁜 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얼음꽃이 피었다. 겨울에는 야생에서 꽃이 피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이다. 이렇게 예쁜 얼음꽃이 피니 능선은 또 화려한 겨울 장식을 마친 셈이다. 이제 눈까지 온다면, 소백의 산줄기는 또 다른 멋진 풍경을 연출할 것이다.
고치령에서 3시간 걸리는 연하동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제 2시간 남짓 걸으면 국망봉이다. 연화동으로 탈출하는 길은 의외로 짧다. 3km인데 1시간 40분이면 하산할 수 있는 모양이다. 소백산국립공원의 그림 이정표는 적절한 곳에 잘 설치돼 있다.
물푸레나무 군락지 황홀해
흰 페인트를 나무에 군데군데 칠한 것 같은 물푸레나무, 어릴 때는 흰 수피가 더욱 선명하다. 홀로 있는 나무도 아름답지만, 군집한 나무의 풍경도 독특한 매력이 있다. 능선 좌우에 도열한 듯 늘어선 물푸레나무 군락지를 지나니 늦은맥이재다. 어의곡주차장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국망봉은 2.1km 남았다. 애써 선두를 따라잡았는데, 신세균 수목산악회장이 달달한 단감을 주면서 좀 더 쉬다 오란다.
늦은맥이재는 휴게 시설을 설치하는지 헬기로 운반한 듯한 톤백 여러 개가 놓여 있다. 상월봉으로 간다. 고도를 조금씩 올린다. 이끼가 많은 응달쪽으로 접어들었다. 마치 보호색처럼 된 짐승의 똥이 있다. 바위 위의 이끼와 어울려 깜박하면 손으로 짚을 뻔했다. 그래봐야 산 열매 씨앗과 껍질이다.
우산살처럼 펼쳐져 화려한 푸름을 자랑하던 봄날의 관중은 추위에 손을 들었다. 줄기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다. 그리고 서서히 푸름을 잃어갈 것이다. 그러나 생명은 뿌리로 갈무리되면서 내년 이른 봄 또 아름다운 이파리를 솟구쳐 낼 것이다.
상월봉은 절대 우회 못 하지
국망봉이 1.1km 남았다는 이정표는 상월봉을 우회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앞서간 사람들이 우회로를 두고 굳이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기에 정말 따라가야 하는가 싶었다. 결론적으로 안 갔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 산행은 모름지기 정상에 올랐을 때의 느낌도 좋지만, 정상을 온전히 바라보는 풍경도 훌륭했다. 상월봉 풍경은 국망봉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진 소백의 맏 능선과 사방팔방으로 뻗어 내려간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과 산 사이에 머무는 구름바다. 일망무제의 느낌은 오히려 상월봉이 비로봉보다 낫다는 느낌이다.
한참을 머물며 풍경을 카메라와 마음에 담았다. 먼저 출발한 일행이 멀리 국망봉으로 오르는 이들이 가물가물 보일 무렵 다시 걸음을 뗀다. 상월봉에서 국망봉으로 가는 길엔 산철쭉 군락이 도열하고 있다. 산철쭉이 피는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 이곳에 온다면 잊기 힘든 꽃 터널을 걸을 수 있겠다.
옛 문헌에는 국망봉을 소백의 최정상이라고 기재해 놓았다. 아마도 산 아랫마을에서는 국망봉이 제일 높게 보이는 모양이다. 초암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이르니 비로봉은 2.8km 후에 있다.
아 소백산 비로봉에 다다르다
극망봉에서 비로봉을 가는 길에 특이한 모양의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제멋대로 굽은 나무다, 능선길에 큰 나무는 없다. 해발고도가 높은 탓이리라. 멀리 우람한 비로봉 능선이 보인다. 긴 덱 길이 비로봉까지 이어져 있다.
바람이 많은 탓일까. 나무 한 그루 찾을 수 없다. 긴 풀들은 이미 머리를 남쪽으로 누이고 드러누웠다. 가지런한 자세는 북서풍에 대응하는 자연의 법칙이다. 다들 정상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추위가 엄습한다. 온도계를 살펴보니 양지인데도 영하 7도다. 삼가주차장을 향해 하산한다.
산길은 잘 정비돼 있어 전혀 무리가 없다. 설악산국립공원 한계령 하산로와 비교하면 탄탄대로다.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민가가 나온다. 물어보니 주민의 집이다. 안전 산행하시라고 인사해 준다. 식당업을 하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했다. 사람 좋아 보이는 분이다.
달밭골 마을에 도착했다. 1번 형님과 박경효 단장이 1번 형님과 함께 막걸리판을 펼쳐 놓았다. 연거푸 몇 잔을 받아 마신다. 달밭골 조형물은 뭔가 전설을 이야기하는 모양새다. 이미선 간사가 조형물 사이에 자리 잡았다. 잘 어울린다. 그렇게 초겨울 소백 능선을 걸었다.
2023-11-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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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오대산은 벌써 단풍 절정...가을과 겨울의 공존
해가 뜨자 온통 붉고 노란 단풍이 주위를 에워쌌다. 부산에서 덥다가 시원하다가 변화무쌍한 미궁의 계절 속에서 살다 왔는데, 오대산은 이미 겨울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절정이라고 해도 좋을 단풍이다. 올해는 단풍이 좋지 않다지만, 해발 1000m를 넘는 백두대간은 달랐다. 특히 노란 단풍이 많은 오대산은 몽롱한 늦가을을 만끽하게 했다. 바람이 세찬 구간은 잎을 다 떨구고 이미 겨울 채비를 한 나무도 있다. 산행 막바지에 겨울을 재촉하는 비를 맞으니, 손이 시렸다. 모든 것을 버리지만, 또 새로움을 준비하는 계절이 오고 있다. 겨울이다.
다소 만만하게 시작한 길
백두대간 오대산 구간은 다른 구간에 비해 거리가 길지는 않았다. 설악산 구간에서 고생한 기억이 생생해 23km 남짓의 산길을 만만하게 본 것도 사실이다. 산악 날씨를 확인하니 최저 4도까지 떨어진다. 물론 새벽 기온이다. 조금 두꺼운 옷을 챙겼다.
그런데 출발부터 살짝 걱정하게 하는 정보가 있다. 산행 안내를 맡은 부산등산아카데미 제1기 백두대간종주대(단장 박경효)의 이경규 선두 등반대장이 산행 코스를 설명하며 이번 산행은 다소 체력이 요구되는 구간이라고 했다.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 크고 작은 오르내림이 무려 15군데나 있다는 것. 그중 몇 개는 오르내림이 심하고 특히 막판에 '악' 소리가 나는 구간이 있으니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달여 만에 나서는 산행이라 더욱 체력이 걱정됐다. 거기다 이 구간은 진드기 출몰 지역이라고 했다. 다행히 기온이 낮아서인지 진드기가 활동하지는 않았으나 산행 내내 조금이라도 따끔거리거나 간지러우면 신경이 쓰였다.
진고개 장엄한 밤 풍경
오대산 진고개 주차장은 유독 넓었다. 밤 기온은 서늘했고, 가로등은 어둠을 겨우 밀어내는 정도의 밝기로 우뚝 서 있다. 그 덕분에 하늘의 별이 총총하다. 북두칠성을 또렷하게 보는 것이 얼마 만인지. 가야 할 길만 아니면 몇 시간이고 하늘을 보며 앉아 있고 싶었다.
동대산을 향해 출발한다. 다들 방풍 겉옷을 꺼내 입었다. 산길이 가파르다. 에누리 없는 상승고도. 나중에 고도표를 확인해 보니 해발 1000m 쯤에서 400m 이상 치고 올라가는 오르막길이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동대산(1433m)까지 1시간 정도를 걸어 올랐다.
오대산의 주봉은 비로봉(1563m)인데 동대산과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61m) 등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 오대산이라 불린다. 아름드리 전나무가 아름다운 사찰 월정사도 품고 있어 월정사 템플스테이도 인기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동대산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지만, 사위는 검다.
때아닌 한우 논쟁
빛이 희고 단단한 차돌박이. 그런 모양의 석영 바위가 덩그렇게 서서 어둠을 밝힌다. 현 위치 '차돌백이' 이정표 옆에 두 개의 커다란 석영 바위가 산꾼을 맞이한다. 이 구간엔 마늘봉도 있었다. 누군가 맛난 소고기구이를 말한다. 즐거운 상상에 도파민이 분비되는지 모두 한바탕 웃는다. 이참에 남도의 산꾼답게 의령 한우산을 끌어오는 이가 있다. 한우산은 그 한우가 아니라(의령 한우산은 찰비산으로 찰 한(寒) 비 우(雨)자를 쓴다고 한다)고 신세균 수목산악회 회장이 핀잔을 준다. 산행 도반들의 엎치락덮치락 대화가 재미있다. 여기는 오대산이다. 어쨌거나 차돌박이와 마늘만 해도 푸짐한 한우 한상은 거뜬하겠다.
동쪽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다. 쓰러진 물박달나무 곁을 지난다. 주변이 밝아오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붉게 물든 단풍이다. 물박달나무의 흰 수피와 묘하게 대비되는 강한 색상이 지금의 계절을 규정하라고 재촉한다. 가을인가? 여름의 끝자락. 아니다 이곳은 깊은 가을이고 어떤 곳은 초겨울이라고 해도 좋다. 대간은 계절이 반 박자 정도 앞서가는 모양이다.
반할 수밖에 없는 숲길
밝아온 빛이 저마다의 색깔을 뽐내는 나뭇잎을 깨우치니 온산이 울긋불긋 물들었다. 이미 떨어진 잎은 잎대로, 선선한 새벽바람에 흔들리는 노랗고 붉은 단풍은 또 그대로 아름답다. 오래된 숲에서 볼 수 있는 고사목과 나무둥치가 뻥 뚫린 고목이 산꾼에게 연거푸 인사한다. 그들의 안부를 물어야 하는데 갈 길이 멀어 묵례만 하고 지난다.
유독 둥치에 구멍이 뚫린 나무가 많아 자세히 보니 속이 검게 그을린 흔적이 있다. 어느 때인지는 모르나 화마의 피해를 본 것 같아 안쓰러웠다. 그러나 저 공간에 산짐승들이 깃들어 겨우살이를 할 것을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15번의 오르내림에 잔뜩 겁을 먹었지만 아직 체력이 남아서인지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두로봉(1422m)에서 상황봉으로 오대산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길이 있다. 다음에 꼭 와 봐야겠다고 다짐 하나를 적는다.
만월봉 지나자 천년 주목
만월봉(1281m)쯤에서부터 체력이 서서히 바닥나기 시작했다. 만월봉에는 북부지방산림청 홍천국유림관리소가 세운 커다란 백두대간 등산로 안내도가 있다. 안내에 따르면 만월봉은 바다에 솟은 달이 온 산에 비친다고 하니, 바다에서도 잘 보이고, 산에서도 바다가 보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주위가 점점 짙은 운무에 둘러싸여 시나브로 어두워지는 중이어서 바다는 볼 수 없었다. 남은 구간에는 응복산(1359m)과 약수산(1306m)이 버티고 섰다. 차돌박이와 궁합을 맞춘(?) 마늘봉(1127m)도 있다.
만월봉에서 짙은 가을빛으로 물드는 떡갈나무 군락을 뒤로하고 응복산으로 간다. 한눈에 보기에도 오랜 세월의 흔적을 온몸에 새긴 아름드리 주목 한 그루가 있다. 둥치의 반은 썩어서 반원 형태이지만, 여전히 잎은 푸름을 자랑하고 있다. 나무의 기운이 좋아서인지 여러 사람이 쉬어간 흔적이 보인다.
응복산에 도착했다. 이곳 일대의 정상석은 돌이 아니라 금속판으로 돼 있다. 산세가 하도 험한 곳이라 운반하기 좋도록 그리 만들었는가 보다. 오늘의 목적지인 구룡령까지는 6.71km가 남았다는 오래된 이정표가 있다. 산꾼들의 지도에는 대략 6.8km로 안내돼 있다.
누적된 피로에 비까지
응복산을 지나자 산길이 한껏 고도를 낮춘다. 얼마나 내려가는지 두려울 정도로 떨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오름길이 시작되면서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는데 마늘봉(1127m)이다. 선두와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중간 대오를 책임진 명용익 산행대장이 적당한 거리로 안내해 준다. 너무 처지지 않게, 그러나 너무 힘들지 않게 챙겨주는데 민폐여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힘들기는 산행 베테랑인 황계복 부산등산아카데미 강사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물론 힘들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산행을 마치고는 "응복산~약수산 구간이 너무 지루했다"고 말했다.
약수산을 2.6km 정도 앞에 두고 제법 굵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산행 전날 예보를 봤을 때 1시부터 비가 올 것이라고 했다. 기상예보가 어지간히 맞다. 모두 비옷을 꺼내 입었다. 모자챙에서 낙숫물이 뚝뚝 떨어진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치고는 제법 거세다. 빗줄기에 단풍이 든 잎사귀도 우수수 떨어진다.
손끝이 시릴 정도로 기온이 떨어진다. 황 강사는 이런 환절기가 등산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도시 기온만 느끼고 가볍게 산행을 준비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마침내 구룡령에 도착
약수산까지의 길은 능선이 좌우로 매우 가팔랐다. 지형이 험하니 차단봉을 세워 산꾼들의 안전을 도모했다. 된비알을 오른다. 끝이 언제일지 몰라 위는 쳐다보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남은 길을 가늠하기 위해 고개를 든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젖은 산길을 올라 드디어 정상에 오른다. 탁 펼쳐진 풍경을 기대했는데 온통 '곰탕(비안개)' 조망이다. 그래도 이 장소가 평소엔 인제나 한계령은 물론 설악산 대청봉과 속초시, 양양군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인 모양이다. 오래된 사진 안내도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일탈하고 있다.
약수산 정상으로 착각했는데 정상석은 없고 한 대간꾼의 추모비만 있다. 가던 길을 조금 더 가니 약수산 정상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구룡령의 동쪽에 우뚝 솟은 약수산은 남쪽 골짜기의 약수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약수산 아래에는 명개약수가 있다. 명개약수는 철 성분이 있는지 샘 주변이 붉은 주황색이다. 인근에 불바라기약수, 갈천약수, 상봉약수 등이 있어 이 일대가 약수골이다.
약수산에서 구룡령까지는 심한 내리막길. 목책 계단과 돌계단이 번갈아 나오는데 보폭을 맞추기 쉽지 않다. 명 대장이 "아래로 내려올수록 단풍 때깔이 곱다"고 말했다. 생육환경이 좋으면 단풍도 더 붉다.
그렇게 느지막이 강원도 영동(양양)과 영서(홍천)를 가르는 분수령인 구룡령에 도착했다. 11시간 걸렸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
2023-10-19 [1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