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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팽개친 현대건설, 국책사업 나쁜 선례 막아야
가덕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였다가 공기 연장 불가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공사 참여를 포기한 현대건설을 제재할 수 있을지가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관련 사업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현대건설의 부정당업자 제재를 위해 국가계약법 소관 부처인 기재부에 사실관계 판단을 다시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부산지역을 비롯해 가덕신공항 조기 개통을 간절히 바라는 동남권은 국책사업을 무책임하게 팽개침으로써 사업을 지연시킨 대기업에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향후 공사 재입찰 과정에서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준엄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국토부는 상반기 기재부에 현대건설 부정당업자 제재 가능성 판단을 요청했다가 제재 대상 지정 불가 판단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법제처가 해당 판단은 사실관계를 따져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해석을 별도로 내놓자 국토부는 최근 새로운 사실관계를 첨부해 기재부에 제재 가능성 판단 재요청을 했다. 국토부가 새롭게 첨부한 사실은 현대건설이 활주로 부지의 지반 시추 조사조차 실시하지 않는 등 사업 불참 근거가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새로운 사실관계가 현대건설의 사업 불참 결정 근거 부족으로 인정되면 현대건설을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공공 입찰 제한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이후 갑자기 공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현대건설은 공기를 국토부와 당초 합의한 84개월이 아니라 108개월로 늘려야 한다고 버티다 5월 사업 불참을 선언했다. 이후 가덕신공항 사업은 아직까지도 후속 시공자가 선정되지 못 하는 등 공항 개통 시기가 당초보다 6년 늦어질 위기에 처했다. 그러는 사이 김해공항은 올해 국제선 이용객만 1000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시설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김해공항의 인프라는 수하물 수취 시간, 주차 시설 등에서 전국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현대건설이 무책임하게 사업 불참 선언을 한 여파는 동남권에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겼다. 재입찰이 추진되고 있으나 공기를 놓고도 여전히 새 우선협상대상자의 신의성실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트라우마는 더욱 크다. 국책사업 시공자가 기본설계 과정에서 해상 지반 시추 같은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입찰 조건을 내팽개치는 행위를 방치한다면 향후 재입찰에도 나쁜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 가덕신공항은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인프라다. 조기 개항 꿈이 흔들리도록 한 책임조차 엄히 물을 수 없다면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구호는 사탕발림이 되고 말 것이다.
2025-12-2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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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전·충남 통합 단체장 뽑자는데 부산·경남 행정 통합은
대전·충남 행정 통합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지지로 탄력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두 지역 행정 통합 추진안에 힘을 실으며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 가능성을 열어뒀다. 두 지역 행정 통합에 대한 이 대통령의 공개 지지는 행정 통합을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수단으로 삼겠다는 분명한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대통령의 전향적 발언과 정부 기조에도 불구하고 부산·경남 행정 통합은 주민 인식 격차와 실익에 대한 의문을 넘지 못한 채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런 대비된 흐름은 부산·경남 통합 논의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부산·경남 행정 통합 공론화위원회는 1년 가까이 논의를 이어왔지만, 주민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특히 경남의 중소 지자체를 중심으로 부산 중심의 ‘흡수 통합’과 ‘빨대 효과’에 대한 우려가 강하다. 통합이 왜 필요한지, 통합 명분과 실익이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탓이다. 공론화위는 이달 말 부산·경남 지역 주민 4000명을 대상으로 행정 통합 찬반 여론조사를 할 예정이다. 찬성률 70%를 넘겨야 논의에 탄력이 붙는다. 물론 대통령의 행정 통합 지지 발언이 여론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외부 환경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이번 조사 전까지라도 통합 이후의 구체적 청사진을 시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부산·경남과 달리 대전·충남의 행정 통합 속도는 매우 빠르다. 목표도 분명하다. 통합 특별법 제정, 재정 분권과 자치 권한 특례, 통합 단체장 선출이라는 일정표까지 제시되며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행정 통합을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닌 과밀화 해법과 균형성장, 그리고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실질적 행정 조력을 하겠다며 힘을 실어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 빠른 대전·충남 통합 논의는 부산·경남에 적잖은 자극이 될 가능성은 높다.
행정 통합은 특별법 제정과 이를 근거로 한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대전·충남은 행정 통합에 필요한 특별법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부산·경남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부산·경남도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행정 통합은 지역 소멸을 막고 수도권에 대응할 광역경제권을 만들기 위한 대안이다. 이를 위해 통합 이후 행정 권한 배분, 지역 균형발전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대전·충남은 이미 통합 단체장을 논의하는 단계까지 왔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경남이 결단을 미룬다면 또 한 번의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셈이 된다. 다가오는 여론조사는 행정 통합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제발 이번에는 부산·경남이 머뭇거리지 않길 바란다.
2025-12-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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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부산의 매력적 수산 명소 만들자
부산공동어시장이 반세기 묵은 역사를 뒤로하고 미래를 향한 대장정에 나섰다. 공동어시장은 18일 현대화 사업 착공식을 하고 동북아 수산 유통의 거점 도약을 선언했다. 2422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을 통해 공동어시장은 위판 중심 구조를 벗어나, 위생·가공·저장·물류가 통합된 수산 플랫폼으로 탈바꿈한다. 이날 본 공사 돌입을 지켜본 부산의 수산인과 시민들은 만감이 교차했다. 기본계획 수립 이후 이해관계 충돌과 행정 지연의 난맥상으로 무려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이날 착공은 오랜 지체 우려를 말끔히 씻고 부산 수산업 혁신을 알리면서 동시에 수산 명소의 탄생을 예고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공동어시장의 현대화는 해양 수도를 자부하는 부산의 도시 위상에 걸맞은 인프라로 재정립되느냐가 관건이다. 이 사업의 성패는 시장 성격의 구조 개편에 달려 있다. 그 핵심은 현지 위판 기능을 탈피해 중앙도매시장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기존 위판장은 속도와 물량을 중시하면서, 위생과 품질, 가격 형성의 공정성에 한계를 노출했다. 중앙도매시장은 표준화된 거래, 정보 공개, 저온 유통 체계를 통해 신뢰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류 자동화와 콜드체인 시설 도입은 물론, 가공·보관·배송이 가능한 스마트 수산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필수다. 어업인-중도매인-소비자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여야 한다.
세계 유수의 수산시장은 ‘빨리, 많이 파는 시장’에서 ‘가치를 높이는 시장’으로 진화해 왔다. 부산이 산지 위판장에 머문다면 글로벌 수산 도시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공동어시장의 현대화가 시급한 이유인데, 문제는 10년의 표류에서 나타난 구조적 한계가 재차 복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현대화 사업으로 위판 부지 축소가 불가피해 자칫 물량이 유출될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2029년말 준공 목표까지 책임과 효율을 앞세운 행정의 역할 그리고 이해관계자 소통의 제도화와 현장 의견을 반영한 단계적 추진이 중요하다. 갈등이나 소통 부재로 인해 다시금 사업이 좌초되어서는 안 된다.
부산공동어시장의 현대화는 부산이 ‘수산 도시’에서 ‘수산 플랫폼 도시’로 탈바꿈하는 전환점이어야 한다. 수산물 유통이 현장 중심에서 시스템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스마트 물류·데이터 기반 거래를 주도하는 부산공동어시장 거래가 국내 수산물 가격·물류의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부산이 미래 고부가가치 수산 유통을 선도하면서 글로벌 도매 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초 기지가 될 때 동북아의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 단순한 건물 완공이 아닌, 현장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부산 수산업의 글로벌 도약은 어업인·중도매인·소비자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을 때 실현 가능한 미래다.
2025-12-1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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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응급실 뺑뺑이’ 이유 아는 정부, 응급 대책 서둘러야
부산지역에서 병원 치료 중 쇼크 상태에 빠진 10세 아동이 119 구급차에 실려갔으나 병원 12곳으로부터 응급실 수용을 거부당한 끝에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필 사고가 알려진 날에는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를 받던 도중 직접 ‘응급실 뺑뺑이’를 질타하고 있었기에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대통령의 공개적인 질타가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사태 발생의 원인을 해명하고 해결책 마련에 허겁지겁 나서는 모양새다. 현장에선 오래 전부터 의사들의 과도한 법적 책임 부담 등 응급 진료 기피 현상에 대한 원인을 꼬집어 왔으나 정부가 이에 대한 대처에 소극적으로 임해왔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해당 아동은 감기 치료를 위해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찾았다가 수액을 맞는 과정에서 알레르기 쇼크가 발생했다. 사고가 아니라 그 나이 또래가 흔히 앓는 감기 치료 과정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는 상급 종합병원 12곳에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의료진 부족’ 등의 이유로 모두 퇴짜를 맞았다. 구급차에 실린 지 40분이 지나서 환자 비수용을 전제로 응급 처치만 가능하다는 병원으로 옮겼으나 그 사이 아동은 심정지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를 두고 부산지역 소아과 전문의 수급 악화로 발생한 일이라는 지적들이 나오지만 특정 필수 의료 인력 부족 때문만으로 보기엔 사정이 간단치가 않다.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먼저 “응급실 뺑뺑이로 119 구급차 안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병원이 구급대원이나 가족보다 치료에 낫기 때문에 응급 조치라도 하고 다른 병원을 수배해 전원하는 게 정상이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환자와 병원을 매칭하는 컨트롤타워, 광역상황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정부 부처 스스로도 119 구급대원에게만 병원 타진을 맡겨 놓은 현 시스템의 허점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구급대원이 응급 환자의 처치와 병원 물색 전화를 모두 담당해야 하는 불합리한 시스템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다.
응급실 뺑뺑이의 근본 원인은 진료 거부 병원들이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들듯이 필수 의료 분야 인력 확보난에 있다.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의료사고로 인한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대한종합병원협회도 18일 응급 진료에 한정해서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민형사상 면책이 가능한 법적 특례조항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하고 나섰다. 이는 지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함으로써 지역의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필수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없음을 의미한다. 국민이 길 위에서 헤매다 죽어가는 사태를 막는 것보다 시급한 일이 어디에 있는가. 정부의 발빠른 대책 시행을 촉구한다.
2025-12-1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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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신 줄고 여신 늘고 자금난 악순환… 이게 지역의 현실
지역 경제의 돈줄이 돼야 할 지역은행이 지역 기업에 빌려줄 돈이 모자라 서울까지 돈을 마련하러 원정을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역은행의 단순한 여·수신 불균형으로만 보기에는 해가 갈수록 이 같은 현상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는 데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인재에 이어 자본까지 서울로 집중된 한국 경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자본의 서울 집중은 비수도권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금융 공급에도 경색을 불러와 지역 기업의 자금난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공공 분야의 지역은행 수신 비율이라도 높여야 한다는 간절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부산은행의 수신액 61조 500억 원 가운데 부산에서 조달해 온 비율은 66.9%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6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5년 전 연말 기준 부산은행의 부산 지역 조달 수신액 비율이 72.4%였던 데 비하면 6%P 가까이나 비율이 줄어들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3.49%P 줄어들어 해가 갈수록 비율이 줄어드는 양상이다. 반면 올해 부산은행 대출 가운데 부산 지역 기업·개인 등에 대한 대출 비율은 전체 대출액의 74.16%를 기록했다. 지역 수신액 대비 지역 대출액 비율이 7%P 정도나 높다. 부산은행은 이를 메우려 서울에서 높은 비용을 들여 돈을 조달해 오는 형편이다.
부산은행과 같은 지역은행은 시중은행과는 다른 역할 수행을 해야 존립 의의를 찾을 수 있는 특수한 형태의 은행이라 할 수 있다. 소위 지역 밀착형 금융과 지역 관계형 금융이라 불리는 형태의 자금 운용이 그 역할이다.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와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원활한 자금 융통을 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지역의 자본이 공급돼 탄탄한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지역 수신액 비율 감소가 보여주는 지역은행의 현실은 참담한 지경이 됐다. 지역의 자금 경색과 기업 경쟁력 감소 등의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은행이 아니라면 시중은행이라도 지역에 대한 자금 공급 물꼬를 터야 하지만 금융기관의 지역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현저히 낮다. 비수도권 경제 규모가 대한민국 전체의 47%를 넘지만 시중은행의 지역 기업 대출 비중은 36%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경제 기여도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에 부산 지역에서는 지역 이전 공공기관들부터라도 지역은행과의 거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이는 혁신도시법에 명시돼 있는 ‘지역산업 육성과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기여’ 의무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공공 영역에서 부은 마중물이 민간 영역의 활기를 되살리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2025-12-1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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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가톨릭대 하하캠퍼스, 새 에이지테크 모델 주목한다
부산시가 부산가톨릭대 신학 교정 부지(6만 3515㎡)에 추진하는 대규모 시니어 복합 단지 ‘하하(HAHA)캠퍼스’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의 건물을 행정기관에 기부하거나 30년 무상 제공하는 것을 최종 허가한 데 따른 것이다. 부산시는 내년부터 건물 리모델링에 착수하고, 2033년까지 1·2단계에 걸쳐 ‘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BRC), 즉 시니어 주거 단지와 함께 에이지테크 산업의 요람을 조성할 계획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발생한 대학의 유휴 공간이 초고령화 사회를 선도하는 공공적 시설로 전환되는 사례는 사실상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회적·산업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부산은 2021년 9월 특광역시 최초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올해 7월 24.7%, 2050년에는 44%까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고속 노화 도시 부산에 시니어 세대를 위한 문화, 여가, 건강, 교육, 일자리, 주거, 실버산업이 결합한 복합 단지 조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에 따라 하하캠퍼스에는 606억 원이 투입돼 건물 9개 동이 리모델링되고, 대학 내에서 기숙사처럼 거주하면서 문화·여가 교육에 참가하는 UBRC와 스포츠·재취업 센터, 에이지테크 연계 시설이 조성된다. 초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부산에서 고령화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혁신 모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하하캠퍼스는 복지 시설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미래 전략으로 확장될 때 의미가 더해진다. 특히 사업 계획에 포함된 에이지테크는 미래 경제의 견인차로 주목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바이오테크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에이지테크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기존 에이지테크의 실증은 병원·연구소에서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한계를 갖지만 하하캠퍼스는 평생 교육과 주거, 커뮤니티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에이지테크와 시니어 복합 단지가 결합한 모델은 처음이어서 부산형 고령 친화 산업 플랫폼의 태동도 기대된다.
전례가 없는 사업이다 보니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단순한 시설의 개보수와 취미 프로그램 운영에 그친다면 고령 친화 산업 플랫폼은 언감생심이다. 에이지테크가 활성화되려면 지역 대학과 기업의 연계로 에이지테크 실증 모델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공 예산 지원을 넘어 자립하려면 운영 주체의 책임 소재와 성과 점검 체계가 분명해야 한다.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산업적·사회적 성과다. 수지타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산업 구조 전환의 가능성 확인이 공동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부산형 고령 친화 산업 거점의 성공 여부는 행정,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의 공감과 참여에 달려 있다.
2025-12-1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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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공기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거버넌스 작동해야
가덕신공항 건립 사업은 정부가 그냥 동남권에 새로운 공항을 지어주는 지역 시혜형 사업이 아니다. 동남권의 국제관문인 김해공항이 이용객 폭증으로 인해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공항의 기능을 확충하기 위한 정부의 장기적 계획에 의해 추진되는 국책사업이다. 김해공항의 포화가 빨리 진행될수록 새로운 공항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법이기에 가덕신공항 건립 사업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속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남권에서 가덕신공항 조속 건립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신공항 건립을 위한 특별법 제정 당시 법 조문에 ‘신속한 건설’이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도 재확인된다.
2021년 9월 시행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총칙의 제1조에서 법의 목적을 ‘가덕도신공항의 신속한 건설에 필요한 사항의 규정’으로 밝히고 있다. 특별법 제정 당시인 4년 전에도 이미 속도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못박은 셈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립 사업이 박근혜 정권 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뒤 특별법으로 입지가 가덕도로 바뀌면서 수년 동안 늦어졌기 때문일 터이다. 윤석열 정권이 가덕신공항 개항 시기를 2029년으로 당기는 방안을 강력히 추진한 것도 이 같은 특별법 제정 목적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으로 비친다. 동남권의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요구는 이처럼 합법적 타당성이 너무나 뚜렷하다.
지난 10일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조달청에 공항 부지 조성 공사 계약을 공식 요청하고 연내 입찰 공고를 목표로 절차 진행에 나섰다. 11일에는 공항 건립 예정 부지 인근 육지 보상 재결까지 마쳤다. 문제는 정부가 공항 부지 조성 공사 공기를 당초 정한 84개월에서 106개월로 22개월이나 늘릴 계획이라는 데 있다. 공기를 줄일 신공법을 제안하면 가점을 주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있으나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방침 적용이 어려워 사실상 공기 단축 문제는 시공사에 일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시민단체 등은 입찰과 실제 공사에 착수하는 시기 등을 감안하면 115개월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신공항 건립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관련 행정 절차에 반영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처럼 정부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에 책임을 떠넘기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신공항 건립’을 위해 설립됐다는 공단은 뒷짐을 지고 있는 현실을 타개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신공항 건립 추진 업무 조정 협의체 같은 거버넌스를 조속히 구성하고 부산시가 실효성 있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스스로 정한 공기를 연장한 책임이 있는 정부가 반드시 주도해야 할 일이다. 특별법의 제정 목적과 정신에 부합하려 노력하는 것은 정부의 최우선 의무다.
2025-12-1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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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 인재 유출 대안 원격근무 매칭 사업 시도해 볼만하다
동남권의 AI 인재 배출이 급증했지만, 지역의 관련 분야 채용 비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의 ‘부산시 AI 인력 현황과 지역 인재 양성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동남권 AI 분야 졸업·취업자는 2021년 3008명에서 2023년 4046명으로 35% 증가했다. 특히 AI 학과 졸업자는 2021년 93명에서 2023년 888명으로 9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부산의 AI 관련 채용 공고는 전체 공고의 2.5%에 그쳤다. 보고서는 〈부산일보〉의 ‘지방 소멸 대안, 원격근무’ 기획 시리즈를 토대로 해법을 제시해 주목된다. 지역 기업과 지역 인재를 연결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도권 기업과 지역 인재를 원격근무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인재와 지역 기업 간 미스매치는 지역 산업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AI 전환이 늦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동남권 AI 분야 졸업자의 취업 분야는 제조업(31.6%), 정보통신업(22.8%), 과학·기술 서비스업(5.3%) 순이다. 지난달 대한상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기업의 AI 활용 비율은 40.4%인 데 비해, 비수도권은 17.9%에 그쳤다. AI 전환이 국내 기업들의 생산성 저하를 막는 핵심 수단이지만, 현장에서는 막대한 비용 부담,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선뜻 나서지 못한다. 지역의 산업 생태계 혁신과 신산업 창출이 AI 인력 배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관건이다. 하지만 첨단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때까지 손을 놓고 있으면 지역 과학기술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없다. AI 관련 일자리가 풍부한 수도권 기업과 지역 인재를 연결하는 원격근무 매칭 사업을 시도해 볼만하다. AI 관련 산업이 고도화·세분화하면서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군과 업무 범위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는 게 어려운 현실에서, 수도권 기업의 원격근무를 통해 지역 인재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 첨단 기술 발달, 유연 근무 확산 등으로 뉴노멀이 된 원격근무는 일자리 미스매치 해결의 강력한 대안이다.
부산은 원격근무 활성화 최적지로 꼽힌다. 과학기술, 디지털 신산업 전공자 배출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지만, 산업의 퇴조로 일자리가 감소하는 도시이다. 원격근무는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원격근무 매칭은 단순히 수도권 기업에 지역 인재를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보고서는 부산시와 지역·수도권 기업들이 협력 체계를 구축해 관련 인재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일자리 매칭까지 나아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원격근무를 통해 지역 인력은 부산에 정주하면서 다양한 기업의 AI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기업 유치 노력과 함께 원격근무 활성화를 위해 부산시가 적극적인 정책 추진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25-12-1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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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해저터널 로비 PK 정치권 번지는 통일교 게이트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관련 불똥이 부산·경남 여야 정치권 전체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한일해저터널 추진이 통일교의 정치권 집중 로비 이유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이미 통일교 로비 관련 피의자가 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해서도 통일교가 한일해저터널 관련 현안 협조 로비를 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파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통일교의 숙원사업으로 꼽혀온 한일해저터널은 출발 지점이 부산 혹은 부산 인근지역으로 설정돼 온 만큼 통일교의 접촉 대상 정치인은 해당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에선 이 사안이 지역 정치권을 흔드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전재수 전 장관은 처음 알려진 것보다 더 자주 통일교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며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한 언론사는 전 전 장관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는 등 모두 7번 통일교 측과 접촉했다고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2018년 통일교 부산지역 행사 다음날 “우리 일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며 전 전 장관에 대한 특별보고를 하기도 했다. 전 전 장관 외에도 통일교는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 속해 있는 PK 인사들을 집중 접촉해 협력 관련 내부 보고를 남긴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협력 대상은 통일교 숙원사업인 한일해저터널로 추정된다.
한일해저터널 사업은 통일교 창시자 문선명 씨가 1981년 ‘국제하이웨이·한일터널’ 구상을 밝히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구상은 부산과 대한해협, 쓰시마, 규슈를 잇는 약 200km 길이의 해저터널을 만드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이 국가적 명운을 걸 정도로 주력해야 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 때문에 사업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젓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역으로 그렇기에 통일교가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정치권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교로서는 해당 사업이 문 씨의 뜻을 잇는 상징성이 크기에 후계자 다툼에도 큰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PK 정치권은 너도나도 통일교의 로비는 없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으나 수사 확대 이후 금품 수수 대상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해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통일교 서울본부와 천정궁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15일에야 이뤄졌다. 특검 수사 때부터 금품 로비 관련 진술이 나온 점을 감안하면 늑장 수사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자칫 결정적 증거를 못 찾아 수사가 한없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 미치는 악영향도 그만큼 커질 공산이 크다. 여야를 막론하고 원칙에 따라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이 납득할 결과는 결코 나올 수 없다. 그럴 경우 이 사안의 종점은 또 다른 특검이 되고 말 것이다.
2025-12-1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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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방대 예산 늘리기'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 내놓아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서울대 예산 쏠림’ 문제를 지적하며 지방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의 대폭 증액을 지시했다. 교육부는 서울대의 70% 수준까지 부산대를 비롯한 9개 지방거점국립대의 예산 지원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향후 5년간 지방대에 4조 원 이상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대 예산 지원을 줄이면 섭섭할 테니 지방대 지원을 최대한 늘려가자”고 말했다. 정부가 교육 분야에서도 수도권과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해 국가 균형발전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인 것은 바람직하다. 거점국립대가 ‘5극 3특’ 성장 엔진과 맞물려 지산학연 허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대와 지방대 학생 1인당 예산을 직접 언급하며 정부 교육 예산 불균형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학생 1인당 예산이 서울대는 6000만 원대, 거점국립대는 2000만 원대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연구용역을 제외한 예산 지원이 학교별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교육부에 물었다. 실제로 서울대가 받는 1년 정부 지원 예산은 7200억 원가량인 반면, 거점국립대는 2980억 원에 그친다. 학생 수는 서울대 2만 9000명, 지방대는 2만 1000명 수준이다. 학생 수 차이에 비해 지원금 격차가 훨씬 더 큰 것이다. 서울대가 법인의 특수성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정부 예산 편중 지원은 지역 불균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교육부는 이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중점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에 거점국립대 투자 예산으로 총 8855억 원을 투입한다. 거점국립대 9곳의 교육을 혁신하고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의 지방대 육성을 위한 다른 정책으로는 ‘글로컬대학30’ 사업과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사업이 있다. 3년에 걸친 글로컬대 심사 결과 9개 거점국립대 모두 지정된 바 있다. 글로컬대 사업은 대학의 혁신, 라이즈 사업은 지역과 대학의 협력·동반 성장을 강조한다. 정부가 각각 다른 사업들을 잘 연계하고 시너지를 발휘해 실질적인 지방대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거점국립대에 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한 만큼, 이를 어떻게 실행에 옮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거점국립대가 지역 발전을 이끌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인재 양성 방안, 우수 교원 유치를 위한 대책, 지역 사회·산업계와의 동반 성장 모델 마련 등 세밀한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 대규모 예산 투입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대학의 체질 개선도 뒤따라야 하겠다. 대학이 지역 산업과 연계해 인재를 키우고, 청년들의 취업·창업·정주를 이끌어내는 기반을 서둘러 조성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지역 혁신의 불씨가 돼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2025-12-16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