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보고 즐길 거리 채워 매력 키워야 할 북항 친수공원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봄을 만끽하려는 나들이객이 몰리고 있다. 도심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위치에서 탁 트인 바다 조망을 즐기며 광활하게 펼쳐진 공원을 걸을 수 있는 게 북항 재개발지의 최대 매력이다. 부산역 연결 상부 덱에 이어 이순신대로가 2월 개통되면서 접근하기도 수월해졌다. 북항 친수공원(18만㎡)은 부산항만공사에서 부산시로 관리권이 넘어온 뒤 지난해 11월 전면 개방됐지만 상춘객이 몰리는 지금 본격 손님맞이를 시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방문객들은 보고 즐길 거리가 없어 아쉽다고 이구동성이다. 쾌적한 건 좋은데 휑뎅그렁하다 싶을 정도로 상시 콘텐츠와 편의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친수공원에 다녀온 이들은 부지의 역사성과 광활한 규모에 비해 기억에 남을 만한 스토리텔링이 빈약하고, 머물며 즐기기에 불편한 시설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첫 항만 재개발지의 의미를 되새기는 상시 콘텐츠가 부족해서 그냥 무색무취한 공간이 되어 버렸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또 앉아서 휴식을 취할 곳이 마땅치 않고, 간식이나 음료를 사려면 부산역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한여름 같으면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되고, 바닷바람을 피할 곳도 없다. 볼거리가 없는데 놀거리도 없으니 한 번은 오는데 두 번은 오고 싶지 않을 지경이다. 전면 개방에 앞서 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민과 관광객을 유인하는 축제와 이벤트가 열리고는 있으나 간헐적이고 단기간인데다, 특히 컨트롤 타워 없이 제각각 진행되는 탓에 지속적인 효과를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6월 열리는 ‘제17회 부산항축제’에서는 수로를 활용한 보트 체험과 드론라이트쇼, 불꽃쇼가 선보인다. 부산 동구청도 올 상반기 중 종이비행기 페스티벌, 스탠드업 패들보드 레이스, 드론아트쇼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행사에 인파는 몰리겠지만 끝난 이후 친수공원의 집객력은 다시 떨어진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도심과 가까운 대규모 ‘워터프런트 파크’에 역사성과 지역성을 살린 콘텐츠가 뒷받침된다면 상시 집객력을 갖춘 명소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전 세계 노후 항만이 재개발을 통해 활력을 찾은 사례는 많다. 신항만의 개장으로 쓸모가 없어진 영국 런던의 도크랜드는 재개발을 통해 수변·문화·비즈니스 집적 시설로 탈바꿈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이탈리아 포르토 안티코의 옛 항만도 문화와 비즈니스 중심지로 명성을 되찾았다. 북항 친수공원 주변의 오페라하우스는 건축 중이고, 랜드마크 개발은 첫 삽조차 뜨질 못해서 더 휑하게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방문객을 붙들 콘텐츠를 개발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부산시는 예산난 타령을 해선 안 된다. 콘텐츠와 시설을 돌아봐야 한다. 이를 수행할 전담 조직이 필요한지를 포함해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
2024-03-19 [05:12]
-
[사설] 의·정 대치 한 달째… 극단 갈등 접고 접점 찾아야
지난 2월 19일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의·정 갈등 사태가 한 달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지키던 전임의와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 행렬에 동참할 뜻을 밝히면서 의료 현장은 말 그대로 대란으로 치닫는 중이다. 애꿎은 환자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건만 의·정 양측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모습이다. 대체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의지가 있기나 한지, 끝내 파국으로 가길 원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달은 사직 효력의 발생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라 전공의들에게도 중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양측이 완강한 기존 입장만 고집하는 태도를 접고 대화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의·정 갈등이 지속되면서 전국 의료 현장은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은 의사들, 의사 업무 일부를 맡게 된 간호사들, 그리고 비상 상황에 투입된 구급대원들이 분투하고 있지만 대란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오는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면 의료 공백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될 게 분명하다. 의대 교수들은 2000명 증원을 못 박은 정부 정책을 먼저 거두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전공의 복귀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을 말하지 않는데, 이율배반이다. 이렇게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집단행동으로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오만에 다름 아니다.
다행히 무조건 증원 반대를 외치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대위를 이끄는 방재승 위원장이 18일 한 방송을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 없이는 의사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의대 교수들의 사직은 환자를 떠나려는 목적이 아니라 의료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의미”라고 밝혔다. 4월이 가기 전에 해결해야 의료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그의 말에는 공감할 부분이 많다. 다만 환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는 교수들의 진심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으려면 무엇을 요구하기 이전에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에 나서는 게 먼저다.
예전과 달리 이번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한 달 동안 계속된 불편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의료 개혁에 대한 국민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의사들도 이번 사태가 의대생 유급과 전공의 행정처분, 병원의 줄도산 등 의료 파탄으로 이어지길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는 게 순리다. 정부도 퇴로 없는 밀어붙이기식 대응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 창구를 열어놓고 있다고 공언했지만 아무런 결실도 보이지 않으니 국민들은 답답하다. 의사 증원은 물론 전공의 처우 개선, 필수의료 수가 문제 등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의·정은 힘겨루기 대신 합리적 대화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2024-03-19 [05:10]
-
[사설] 부산경제 “된다. 잘 된다. 더 잘 된다” 소리 듣게 되길
부산 상공계를 대표하는 부산상공회의소 제25대 회장에 양재생 은산해운항공 회장이 공식 선출됐다. 부산상의는 지난 15일 상의홀에서 ‘제25대 회장 및 임원 선출을 위한 임시 의원총회’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현 장인화 회장이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터여서 양 회장은 참석한 상의의원 90여 명의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그동안 회장 선거 과정에서 빚어졌던 상공계 내 분열을 피하기 위해 현 회장이 불출마하면서 근래 보기 드문 화합의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양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합의 추대로 지역 경제계의 통합 기틀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앞으로 부산 상공계에 불어닥칠 변화와 화합의 바람이 기대된다.
19일부터 3년 임기가 시작되는 ‘양재생호 부산상의’ 앞에는 새 집행부라면 피할 수 없는 어려운 숙제가 버티고 있다. 이를 돌파할 키워드는 ‘변화’다. 우선은 침체한 지역 경제 분위기와 환경부터 일신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로부터 고금리 등 글로벌 위기에다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마저 무산되면서 지금 부산 상공계는 매우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다. 여기다 본사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과 에어부산 분리 매각 추진도 꽉 막혀 있다.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통과도 마찬가지다. 새 집행부는 여기에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실마리라도 제시해야 지금의 침체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양 신임 회장도 여야 대치 국면에서 진척이 없는 지역 현안에 대해 강력한 해결 의지를 다짐했다. 민간 기구이면서 공적 역할도 부여받고 있는 부산상의의 수장이라면 당연한 각오다. 양 회장은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을 적극 설득하고, 국회에도 법안 개정이 이뤄지도록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려면 일단 부산상의부터 똘똘 뭉쳐 단합된 힘을 발휘해야 한다. 새 회장의 만장일치 선출은 이런 점에선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양 회장 특유의 친화력과 긍정적 마인드도 부산 상공계의 결집된 목소리를 도출하는 데 긍정적이다. 시민들이 거는 기대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현재 부산은 안팎으로 큰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그 핵심이 침체한 지역 경제라는 점을 모르는 시민은 없다. 부산상의 새 집행부의 역할과 존재감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집행부 교체로 부산경제의 모든 현안이 순풍을 탈 순 없겠으나 시민과 상공계의 지지를 받은 첫 출발의 동력은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2, 3세대 경영진으로 대폭적인 세대교체도 이뤄진 만큼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행력은 역대 어느 집행부보다 뛰어나리라 생각된다. 양 신임 회장은 이처럼 역대 어느 회장보다 좋은 환경에서 출발했다. 그 보답은 양 회장의 평소 구호처럼 “된다. 된다. 잘 된다. 더 잘 된다”라는 말이 부산에 흘러넘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2024-03-18 [05:12]
-
[사설] 정치권 민낯 드러낸 막말·망언, 유권자가 심판해야
22대 총선을 20여 일 앞두고 후보들의 막말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여야의 입단속을 비웃듯 또 다른 막말 논란이 연일 이어지면서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난교 예찬’ ‘부산 비하’ ‘일제 옹호’ ‘노무현 불량품’ 등 열거하기 힘들 만큼 사례가 넘친다. 표현도 저질적이고 모욕적이며 망언 수준이다. 극단의 표심을 자극해 선거에 이용하려는 욕심의 소산일 텐데, 결국 이를 걸러내는 공천 시스템이 부실했다는 방증이다. 말 그대로 우리 정치권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선거철이면 가열되는 막말의 정치는 더 이상 통상적인 일로 치부할 때가 아니다. 막말 정치인이 발붙일 수 없게 정치권 차원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여야 대진표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막말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장예찬 후보는 17일 결국 공천이 취소됐다. ‘난교 예찬’과 ‘대마초 옹호’ 등 잇단 부적절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의원도 과거 ‘목발 경품’ 발언이 문제가 돼 공천이 취소됐다. 이밖에 국민의힘 도태우 후보가 ‘5·18 폄훼’ 발언으로, 조수연 후보는 ‘일제강점기 옹호’ 언급으로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 ‘매국노’라고 일컬은 사실이 드러났다. 김우영 후보는 ‘정의를 쌈 싸서 개에게 처먹여’ 등 귀를 의심케 하는 막말을 한 경우다.
문제의 발언을 한 당사자들은 여론을 의식해 즉시 사과하고 여야도 당 차원에서 막말 경계령을 내렸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인 의식도 없고 역사 인식도 부족한 막말은 사회 전체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정치인의 편향된 사고방식도 통합의 정치를 원하는 국민들의 불신을 부추길 뿐이다. 발언 내용도 내용이지만 욕설에 가까운 표현도 우리 정치문화의 낮은 질적 수준을 잘 보여준다. 이 모두가 진영을 양분해 증오 정치를 만들어낸 거대 양당 탓이 크다고 할 것이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 국민 눈높이에 어울리는 정치 언어는커녕 서로를 악마화하는 막말만 난무하는 꼴이라 남은 선거 기간 국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발언 자체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동안 후보 검증 작업이 얼마나 원칙 없이 부실했기에 막말 후보들이 공천됐는지 의아하다. 이전 사례를 봐도 막말 정치인에게 공천 불이익을 주겠다는 다짐은 별로 지켜진 적이 없다. 사태가 이러하니 숨어 있던 막말 전력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고, 절제되지 못한 막말 행진 역시 앞으로 계속되리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확고한 기준의 공천 시스템이 제대로 된 후보를 뽑는 구조가 돼야 한다. 공천 이후의 막말 정치인이라면 단호한 퇴출 조치가 필요하다. 최종적으로는 유권자들이 엄정한 안목으로 걸러내는 수밖에 없다.
2024-03-18 [05:10]
-
[사설] 봄철 어선사고 빈발… 기후변화 반영한 예방책 절실
봄철 성어기를 맞아 조업 중이던 선박이 전복되거나 침몰해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어선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와 대책이 시급하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에서 8일 밤 제주 선적 근해연승어선 제2해신호(20t)가 전복되면서 4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이어 14일 새벽에는 근처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부산 선적 쌍끌이저인망어선 제102해진호(139t)가 침몰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해경이 총력을 기울여 수색하고 있지만 제2해신호 실종 선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또 인명 사고가 났으니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선주와 선원의 각별한 주의와 관계 당국의 특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이은 어선사고가 발생한 통영 해역은 봄철 해난 사고에 각별히 조심해야 할 곳이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의 2018~2022년 통계를 보면 선박 충돌로 인한 사망·실종자 52명 중 18명(34.6%)이 봄철에 사고를 당했다. 특히 인명 피해 규모로 볼 때 통영 해상 사고가 전국에서 가장 피해가 컸다. 봄철은 일교차가 커 짙은 해무가 빈발하고, 어선과 낚싯배 외에도 여객선 운항까지 늘어나는 탓에 해상 혼잡도가 올라 사고에 취약해진다. 이밖에 안전 불감증이나 선령 노후화, 늑장 신고와 초동 대처 미흡 등 사고를 키우는 요인은 많다. 문제는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돌풍이나 너울성 파도 등 갑작스런 기상 이변까지 위험 요인으로 부상한 점이다.
제2해신호가 전복될 당시 사고 지역 풍속은 초속 13.8m, 파고는 최대 4.1m로 악천후였다. 이 때문에 해경은 순간적으로 치솟은 너울성 파도가 배를 뒤집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12일 오전 전남 여수시 남면 작도 인근 해상에서 장어잡이 어선(7t)이 전복됐는데 어부들은 “갑자기 선체가 45도 기울면서 전복됐다”고 진술했다. 사고의 원인이 ‘바다의 변덕’이라는 것인데,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해경에 따르면 고기잡이 성수기에 들어간 3월 초에만 전국에서 40건의 크고 작은 어선사고가 발생했다. 주목할 점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해난 사고가 잇따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2해신호가 전복된 뒤 동료 선단선이 ‘정박 중’이라는 오보를 보내는 바람에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대목은 쉬이 넘기기 어렵다. 선주와 선원 모두 경각심을 갖고 항법 수칙 준수를 다짐해야 할 테고 관계 당국도 계도와 단속을 강화해야 할 대목이다. 문제는 원인이 오리무중인 어선사고가 빈발하는 데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여수에서 전복 사고를 겪은 어부가 “이런 바다 변덕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는데, 언제까지 어민들만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가.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 관계 당국은 기존의 안전 대책에 안주하지 말고 최근 사고의 기상 이변 관련성을 잘 살펴 시대에 맞는 대책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2024-03-15 [05:12]
-
[사설] 백화점·대형마트도 우려하는 과일·채솟값 고공행진
최근 과일 가격을 필두로 신선식품 등 장바구니 물가의 오름세가 가팔라지면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 업체들도 할인 행사를 통한 ‘고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다. 물가 관리를 책임진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는 형식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통 업체들까지 현재의 고물가 현상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유통 업체들은 산지 직송전 확대, 산지 대량 매입-대폭 할인 행사 연계로 체감 물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인식처럼 지금의 고물가는 말 그대로 국민에겐 고통 그 자체나 다름없다. 고물가 고통이 조금이라도 진정될 때까지 이러한 협업과 노력은 이어져야 하겠다.
유통 업체들의 고물가 잡기 대상은 최근 물가 급등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과일과 식재료에 집중되고 있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직접적으로 고물가 현상을 실감하는 대상이 과일과 채소 등임을 감안하면 마땅한 품목 선택이다. 부산에서는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이 이례적으로 15일부터 나흘간 얼음골사과, 밀양 딸기의 산지 직송전을 열고 이마트도 일주일간 망고, 오렌지 등을 전년 대비 최대 60%까지 할인 판매한다고 한다. 롯데마트도 17일까지 저장 양파와 무를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벌인다. 예전엔 모두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었으나 지금은 정말 큰맘 먹지 않으면 한번 맛보기도 어려워진 품목들이다.
실제로 과일·채솟값이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통계청 발표에서도 확연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3%대로 치솟았는데, 여기엔 1년 전보다 평균 41.2%나 폭등한 과일의 영향이 가장 컸다. 이는 1991년 9월 이후 32년여 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국민들이 특히 즐기는 사과와 귤이 ‘금사과’ ‘황금귤’로 불리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작년 여름철 집중호우와 올해 봄철 이상저온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이를 알았다고 해도 당장 현재의 수급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고통스럽다. 지금은 유통업계와 협력 강화로 물가안정 시너지 효과라도 거두는 게 긴요한 때다.
지금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은 농산물에만 그치지 않고 거의 모든 경제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온 나라가 고물가로 난리인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먹거리의 물가 상승은 국민 생존과 직결되는 가장 절박한 문제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총력적으로 임하고 있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조금 더 현장과의 정책 협업을 세밀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유통업계의 할인 행사 상시화와 품목 다양화, 식품기업들의 가격인하 등 정책 협업을 위한 노력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복잡한 농산물 유통 체계를 개선하는 것도 서둘러야 할 일이다. 아울러 진행 중인 외국산 사과 수입을 위한 검역 협상도 늦지 않게 매듭짓는 것이 좋겠다.
2024-03-15 [05:10]
-
[사설] 부산 이전 앞둔 산은, '에어부산' 지역여론 외면 말라
에어부산 신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대외 소통 창구인 전략커뮤니케이션실을 전격 해체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 부서는 대외 홍보·협력을 맡아 지역과의 가교 역할을 수행했는데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가 거세지는 시기에 돌연 폐지된 배경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과 합병이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로 부산 상공계는 에어부산만 떼어 내 인수한 뒤 가덕신공항 거점 항공사로 키우려 한다. 하지만 채권단 KDB산업은행(산은)의 미온적 태도 탓에 협상은 착수도 못 한 상태다. 소통 부서가 돌연 폐지된 배경에 지역의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산은의 의중이 깔려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까닭이다.
에어부산 전략커뮤니케이션실은 지역 상생 경영의 통로였다. 부산시와 지역사회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고 지역 LCC(저비용항공사)를 살린다는 취지로 탑승 운동까지 벌였다. 2008년 에어부산 출범 때 지역 기업 14곳이 50%에 육박하는 지분을 출자했다. 지역민은 향토 기업으로 받아들였고, 손발 벗고 나서서 키웠다. 하지만 지역 지분이 줄고 아시아나 자회사로 전환되자 에어부산 주요 임원에 아시아나 출신이 들어오면서 지역 이해도가 떨어졌다. 그래도 협업의 끈은 이어졌고, 그 덕분에 남은 지역 지분 16.1%를 보태고 추가 지분을 인수한 뒤 가덕신공항 거점 항공사로 키우려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부산일보〉가 4·10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여야가 공통 공약으로 채택해야 할 현안 1위에 산은을 비롯한 공공기관 부산 이전이 차지했다. 부산시민이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부산 이전이 예정된 산은 본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데, 산은이 지역을 대하는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당초 정부 차원에서 두 국적기의 합병 이후 양사 산하 LCC(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를 통합해 지역에 본사를 둔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산은은 통합LCC 본사를 수도권에 두겠다는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공중분해되고, 가덕신공항은 거점 항공사도 없이 개항할 판이니 지역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산은은 EU의 합병 승인 이후 매각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가 지금은 미국 심사 이후로 미룬 상태다. 문제는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그 사이 에어부산은 신규 인력과 노선, 비행기 도입은 꿈도 못 꾸고 인력 이탈과 투자 중단에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이러다 지역에서 장성한 항공사가 가뭇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허탈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가덕신공항의 성공과 지역 항공사 육성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에어부산은 부산으로 와야 한다. 이번 조직 개편이 ‘분리매각 논의 차단용’이라는 일각의 의혹이 사실무근이기를 믿고 싶다. ‘부산본사 산은’은 지역민의 간절한 바람을 모르거나 외면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2024-03-14 [05:12]
-
[사설] 의대 교수들 실력 행사 대신 의·정 갈등 중재 역할을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의료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마저 실력 행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전국 19곳 의대가 참여한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정부가 사태 해결에 당장 나서지 않으면 사직할 수 있으며 15일까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를 향한 겁박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 확고해 갈등이 쉽사리 해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수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난 마당에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한다면 환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게 된다.
의대 교수들의 일차적 요구는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휴학에 나선 의대생을 처벌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진료유지명령을 어겨 행정처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휴학에 나선 의대생들은 유급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자들의 미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교수들의 고충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지난 12일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단 한 명의 전공의·의대생이라도 피해를 입는다면 주저 없이 행동에 나서 제자를 지키겠다”고 천명한 것은 그런 절박한 심정에 따른 것이었을 테다. 하지만 그 때문에 환자들이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면 그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전공의와 마찬가지로 진료유지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실효가 있을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의료 공백이 지속되자 정부는 군의관과 공보의를 투입하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했지만, 의료 현장은 아우성이다.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은 탈진한 상태고, 환자들은 환자들대로 제때 치료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실제로 70대 암환자가 의사 없는 대형 병원에서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가 이튿날 숨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형편에 교수들마저 집단 사직한다면 의료 현장의 혼란은 극한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의대 교수들은 교수이기에 앞서 의사다. 제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환자를 우선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환자를 외면하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설득해 복귀시켜도 모자랄 판에 집단행동에 동참하겠다고 나서는 건 스스로의 본분을 저버리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은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사직 운운하며 정부와 환자를 겁박할 게 아니라, 현 사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와 의사 사이 중재자 역할을 다하는 게 의료계 선배로서 바람직한 모습이라 할 것이다.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의대 교수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당부한다.
2024-03-14 [05:10]
-
[사설] 총선 공천 완료 단계… 유권자의 검증 시간이 왔다
여야가 4·10 총선 공천 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일부 지역구의 경선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여야 간 대진표가 확정될 전망이다. 집권 여당과 제1 야당의 선거대책위원회도 12일 꾸려졌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에 나경원·안철수·원희룡·윤재옥 등 4명의 공동선대위원장까지 ‘5인 체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이해찬·김부겸 ‘3인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향후 일정은 긴박하다. 오는 21~22일 후보자 등록이 완결되고, 28일부터 4월 9일까지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펼쳐지게 된다. 바야흐로 유권자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천 과정이었다. 특히 거대 양당의 공천에는 감동도 쇄신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양당 모두 소위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주류 세력을 옹호하는 공천을 넘어서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아래 현역 의원의 대거 물갈이가 기대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친윤’ 등 기득권 불패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현역 교체율은 30%대 초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이 불거지면서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웃지 못할 조어까지 나왔다. 이 같은 여야의 공천 결과에 국민의 실망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자격 미달의 공천 확정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과 이력을 가진 이가 수두룩한 게 하나의 사례로, 도대체 각 당의 도덕성 잣대가 무엇이었는지 묻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처신과 언행으로 도마에 오른 이도 많아, 이들에 대해서는 확정된 공천을 재검토해야 된다는 지적이 소속 당에서조차 터져 나오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어째서 이들을 걸러지지 못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역대 총선에서 보였던 ‘무연고 돌려 막기’ 공천 역시 이번에도 심심찮게 재연됐다. 정책 대결 대신 상대 당에 대한 폄훼와 조롱을 일삼은 당 지도부의 일부 행태도 유권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공천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심판하는 건 유권자의 몫이다.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당신의 소중한 한 표’라는 말이다. 유권자의 힘으로 정치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후보자들이 진흙탕 선거판을 벌인다고 해도 유권자는 바른 선택으로 그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부산을 비롯한 지방의 유권자라면 특히 유념해야 할 게 있다. 어느 당 어떤 후보가 지역소멸을 막고 균형발전을 이루는 데 진정한 관심이 있는지 꼼꼼히 살피고 선택하는 일이다. 〈부산일보〉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산업은행 이전 등이 이번 총선의 시급한 현안으로 부각됐다. 냉정한 심판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2024-03-13 [05:12]
-
[사설] 사용 방안도 없이 고향사랑기부금 모았단 말인가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2년 차를 맞았지만 부산 지역의 경우 기부금 활용 방안이 없는 기초지자체가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건전한 기부 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가 고향사랑기부제다. 하지만 기부금이 고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는데 기부 문화가 활성화될 리 만무하다. ‘성공적인 안착’이라는 평가와 ‘기대 이하 실적’이라는 비관이 엇갈리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당초의 취지와 달리 제도적 효과가 크지 않은 것도 기부금 사용처의 불투명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고향사랑기부제 ‘시즌2’의 성공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부산 지역 16개 구·군의 기부금 모금 현황을 보면, 사상구가 1억 6773만 원을 기록해 가장 많았고 중구가 2460만 원으로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역의 사정에 따라 모금액 격차가 최대 7배 가까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물론 기부 금액을 단순하게 비교한 뒤 제도의 성과와 실패 여부를 단정 짓는 건 성급하다. 인구 감소 지역이나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짧은 시간에 제도의 취지에 부합할 만큼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 지역의 기부금 실태에서 드러나듯, 기초지자체가 정책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정책 의지가 기부금의 투명한 사용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기부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제대로 알고 기부하는 기부자는 당연히 큰 자부심을 지닐 수밖에 없다. 지자체가 기부금 조성 규모를 확대하려 한다면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계획을 세워 기금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노력이 먼저다. 하지만 부산에는 사상구 외에 기금 사용 계획과 추진 사업을 제시한 지자체는 없는 형편이다. 1년 동안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대체 무얼 했는지 모를 일이다. 대부분 ‘주민 복리 증진’이라는 모호한 방침 말고는 별다른 활용 방안이 없는데 이래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기부자와 지자체 간 신뢰가 걸린 문제가 아닌가.
구체적인 기금 추진 사업이 중요한 것은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금액이 저조하거나 마땅한 답례품이 없던 지자체도 기금 사업 발굴을 통해 반전을 노릴 만하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참여율과 활성화 속도를 높이는 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기부와 함께 그동안 미진했던 홍보 효과까지 높일 수 있다. 적극적인 의지가 뒷받침된 지자체의 추진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정부도 온-오프라인 참여 방법 확대를 비롯해 세액공제 범위 상향 조정, 법인 기부 허용, 홍보 매체의 규제 개선 등 제도적 보완에 힘써야 할 것이다.
2024-03-13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