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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첫 막 오른 부산 커피어워즈, 산업생태계 키울 기회다
부산을 대표하는 커피 업체들이 주축으로 참여하는 ‘2025 부산 커피어워즈&페스티벌’이 4일 개막했다. 부산시, 부산일보,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가 주최·주관하는 이 행사는 7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 대기업 중심의 기존 행사와는 차별화되는 첫 ‘부산표 커피 축제’로, 국내외 커피 업체 88곳이 참여했다. 중소 커피 브랜드, 챔피언 바리스타, 커피 애호가들이 함께 모여 교류하며, 이를 기반으로 커피 산업 확장을 목표로 한다. 지역 커피 기업을 알리는 실질적인 비즈니스의 장이 펼쳐진 것이다. 커피 도시 부산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지역 커피 산업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커피어워즈는 다양한 이색 대회로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아마추어 바리스타들이 8분간 빠르게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즉석에서 심사받는 ‘스로우다운’ 대회와 커피 맛을 포함해 카페들의 컵 디자인을 평가하는 ‘커피컵스’가 4일 진행됐다. 홈브루어들이 자신만의 레시피와 도구로 자유롭게 커피를 선보이는 토너먼트 대회인 ‘홈브루다운’이 5일과 6일 열린다. 국내외 커피 챔피언들이 동일한 머신과 원두를 사용해 에스프레소 추출 실력을 겨루는 ‘위너스 클럽’은 7일 펼쳐진다. 커피 챔피언에게 직접 핸드드립을 배우고, 바리스타와 로스터와 직접 만나 커피를 맛보는 장도 마련됐다. 생생한 커피 체험은 물론 산업의 최신 동향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부산은 국내 커피 90% 이상이 수입되는 물류 거점도시다. 또 관광객을 비롯해 커피 소비층이 많아 소형 독립 카페, 대형 프랜차이즈,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등이 발달해 있다. 부산시는 2022년 전국 최초로 ‘커피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지난해 6월 ‘제1차 부산시 커피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2023년엔 부산을 글로벌 커피도시로 키워 나가기 위해 산학연관이 참여한 ‘커피도시부산포럼’도 발족한 바 있다. 부산 커피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지자체와 민간이 꾸준히 합심해 온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부산 커피어워즈는 부산을 글로벌 커피도시로 나아가게 하는 강력한 추동력이 될 것이다.
부산이 커피 수출입 거점을 점하고 있지만, 커피 수입업체 대부분은 수도권에 있다. 단순 수입 거점에서 탈피해 커피산업을 새 성장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커피 수입, 가공, 유통, 판매 등 커피 밸류체인을 강화해야 한다. 블록체인, 인공지능을 활용한 물류 플랫폼 구축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도 필요하다. 이번 커피어워즈에서는 부산시가 부산 출신 월드챔피언 바리스타 3인과 함께 개발한 커피음료 ‘월드챔피언 부산커피 맛쩨’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라테 상품으로 내년부터 주요 편의점을 통해 전국에 유통된다고 한다. 부산형 커피 음료의 전국화 가능성을 선보인 이번 행사를 커피 산업생태계를 키울 기회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2025-12-0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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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의사제, 위기에 처한 지역 의료 살릴 불씨 돼야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도가 마침내 법제화됐다. 여야가 지난 2일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다. 지역의사제도는 의료 인력 불균형으로 인한 지역 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불씨로서 기대를 모아온 제도다. 크게는 ‘복무형’과 ‘계약형’으로 나뉜다. 어떤 형태가 되든 빠른 의사 수급으로 지역의 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부풀고 있다. 반면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서 지역의 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는 없다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법제화는 시작일 뿐, 더욱 촘촘한 후속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지역의사제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은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기간이다. 복무형 지역의사는 대입에서 지역의사 선발 전형으로 뽑힌 의대생이 졸업 이후 특정 지역에서 10년 동안 의무 복무를 하는 것이다. 해당 의대생은 세금으로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을 지원받고 제적 혹은 자퇴, 의무 복무 불이행 시 등의 경우엔 지원받은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또 다른 형태인 계약형 지역의사는 전문의 가운데 국가나 지자체 혹은 의료기관와 특정 지역에서 혜택을 받고 일정 기간 종사하기로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계약상 의무 종사 기간은 5~10년이다. 어떤 형태든 의무 기간을 채우지 않을 경우 정부가 의사 면허 자격 정지까지 가능하다.
이처럼 강력한 의무 복무 혹은 종사 기간을 설정해 놓았음에도 지역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지역의사들이 법에서 정한 의무 기간만 지역에서 채운 다음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싣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의사로서 가장 성숙한 시기에 지역을 떠난다면 지역의사제도의 취지와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일이 된다. 여기에다 복무형 지역의사의 경우 일러야 2027학년도 입시 윤곽이 나온 뒤에 의대 정원 규모가 정해질 전망이어서 우려가 더 크다. 의대 입학 후 본격적으로 의사가 되는 기간만큼 장기간 공백이 불가피해서다. 시범 도입 중인 계약형 지역의사 규모부터라도 서둘러 늘려야 한다.
지역의사제도가 지역의 필수의료 공백을 제대로 메울 수 있기 위해서는 사명감 같은 부분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그 사명감이 제대로 발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반드시 조성돼야 한다. 다행히도 정부는 하위 법령 제정 등을 통해 지역의사들이 지역에서 일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지역 정주여건 개선에서 시작해 지역 병원 시스템 강화와 합당한 보상 체계 구축 등으로 지역의사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외부 환경이 제대로 조성된다면 지역의사들이 내적 사명감을 발휘하지 않을 리 없을 터이다. 그게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메울 줄탁동시(啐啄同時)다.
2025-12-0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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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년도 예산 '낙동강 먹는 물' 반영, 이제 해결할 때 됐다
부산시가 사상 첫 국비 10조 원 시대를 맞게 됐다. 지난 2일 확정된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부산시가 받는 국비는 10조 2184억 원으로 올해 대비 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은 스마트항만 구축 사업비가 삭감되는 등 일부 미래 신산업 육성 분야를 제외하면, 가덕신공항 등 대다수 사업비는 원안이 유지됐다. 지역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낙동강 먹는 물 사업이 막판에 기사회생해 19억 2000만 원을 확보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난 수십 년간 좌절을 거듭한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올해도 애초 정부안에서 누락됐지만, 극적으로 부활했다. 먹는 물 공급의 패러다임 전환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낙동강 유역 주민들에게 믿고 마실 수 있는 식수를 제공하려는 ‘먹는 물 사업’이 시작된 건 1991년 경북 구미공단 페놀 유출 사고가 계기다. 식수를 강물에 의존하던 하류 주민들이 안전한 공급원을 찾으려 한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서 낙동강 본류와 지류, 지천의 수질 안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고도 정수처리, 그리고 광역 상수도망 구축이라는 종합적 공급 체계를 구상한 것이다. 합천 황강 복류수, 창녕 강변여과수 등 새로운 취수원을 통해 하루 90만 톤 규모의 식수를 부산과 경남 동부에 공급한다는 계획은 그 자체로 획기적이다. 하지만 부산-대구-경남 간 이견에 재정 부담과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겹치면서 하세월이 되고 말았다.
부산시는 올해도 먹는 물 사업을 ‘예산 1순위’로 올렸지만, 정부 우선순위에 밀리고 말았다.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호소한 덕분에 국회 심의 때 설계비가 추가되는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확보된 예산은 전체 사업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낙동강 유역 통합관리 구상도 제도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류와 지천의 수질 편차, 계절별 유량 변화, 지역 간 이해 갈등도 난제다. 예산의 일관된 확보를 위해 정치적 변동성을 극복하는 일은 지역의 몫으로 남았다. 지자체 간 협력에 기반한 속도감 있는 실행력과 주민 수용성 확보 병행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내년 부산 국비 사업 중 가덕신공항은 6889억 원의 정부안이 유지됐다. 하지만 대구경북신공항 건설비 2882억 원이 내년 예산에 미반영된 사례처럼 국책 사업이라 해도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긴장감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부산은 바이오·디지털·해양 분야 사업비도 먹는 물 사업처럼 국회 심의 단계에서 대거 추가돼 주목된다. ‘자율주행 기반 스마트항만 모빌리티 구축 사업’에 19억 6000만 원이 신규 배정되는 등 인공지능(AI)과 해양 신산업이 수혜를 받는다. ‘시민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면서,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을 모색하자.’ 국비 10조 원 시대를 맞이한 부산 앞에 놓인 과제다.
2025-12-0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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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란 심판에 방점 대통령 계엄 1년 담화 국민 통합 어쩌나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엔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의지가 담길 것으로 기대됐다. 여야가 지난 1년 동안 한치 양보 없이 비상계엄 공방을 벌이면서 정치 실종은 물론 민심 분열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성명에서 통합보다는 내란 심판을 강조했다. ‘정의로운 통합’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으나 과거 지향적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의힘도 사과 대신 책임을 여당에 미루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 국힘의 모습은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린 듯한 착각까지 유발한다. 민심을 봉합하기는커녕 기름을 끼얹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대통령은 성명에서 가담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정권을 겨냥해 ‘사적 야욕’ ‘친위 쿠데타’ ‘전쟁 획책’ 등을 강조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어 “다시는 쿠데타를 꿈조차 꿀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도 ‘정의로운 통합’은 필수”라며 결국 내란 심판에 방점을 찍었다. 여당도 이날 국회 본청 계단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다짐했다. 2026년을 내란 청산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미 특검 등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시점이다. 지난 1년 정치적 내전으로 국민들은 큰 고통을 받았다. 국론 분열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분열이 아닌 통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더욱이 여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추가 특검 등을 추진 중이다. 여야 갈등은 더 극심해질 전망이다. 비상계엄 1년을 넘겼지만 극한 공방은 해를 넘겨서도 재연될 조짐이다. 이 대통령마저 성명에서 여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민 통합과 ‘모두의 대통령’ 등 취임 당시의 약속을 저버렸다.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내란 정국’을 이어가려는 의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힘도 일부 의원들이 사과했지만 장동혁 대표는 사과 요구에 선을 그으며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과 여야의 이런 태도는 주권자인 국민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어떠한 경우라도 분열을 조장하는 지도자는 국가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국힘은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이 이날 기각된 것을 두고 “위헌 정당으로 몰고 가려는 여당 계략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반응이다. 비상계엄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여당의 반응도 우려스럽다. 정청래 대표는 “내란 청산을 방해하는 제2의 내란 사법쿠테타”라고 재판부를 겁박했다. 대한민국은 대미 관세 협상으로 인한 경제 위기와 환율 불안 대책은 물론 지역 균형발전 등 산적한 국정 과제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민생 경제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더 늦기 전에 과거에 발목 잡혀 분열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대한민국을 구해내야 한다.
2025-12-0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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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남-전남 손잡은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주목된다
영호남이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에 의기투합했다. 경남 사천의 서천호 국회의원과 전남 고흥 문금주 국회의원이 우주항공산업 지원 특별법을 공동 발의한 것이다. 우주항공 분야는 기술·인력·인프라·안전 관리에 국가적 역량 집적이 필수라서 중앙정부의 주도적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간 법적·재정적 뒷받침이 부족해 사천의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성장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앞서 사천 단독 지원 특별법이 특혜성으로 비쳐 심사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영호남 상생 구조의 남부권 우주항공 거점 육성에 여야의 이견이 있을 리 없다. 누리호가 연 우주시대의 가속화가 기대된다.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지원 특별법’은 전담 조직 설치, 특별회계 신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실행력을 담보하는 장치를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답보 상태였던 우주항공산업 거점 구축을 실현하는 강력한 법적 토대다. 특히 지원의 일관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올해 우주항공청 개청 1주년 기념식이 본청이 있는 사천이 아닌 과천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사천 개최로 변경된 해프닝이 대표적 사례다. 또 우주항공청 신청사 건립을 앞두고 대전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 부서 분리 신설 요구로 혼선이 빚어졌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별법이 ‘나눠 먹기’의 구태를 차단하는 쐐기가 돼야 한다.
우주항공산업의 심장은 발사 기지가 있는 고흥과 항공산업의 중심지인 사천이다. 본격적인 우주항공 시대는 남부권에서 열려야 한다. 하지만 특별법이 우주항공산업의 성공을 보장한다는 안이한 생각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예타 면제는 사업 진행의 신속성에 도움이 되지만, 타당성 평가가 약화되면 사업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국가 역량이 집중돼야 할 신산업이라 중앙정부의 주도적 책임과 정밀한 관리 체계가 필수적인데, 지역 단위 또는 부동산 중심의 도시 개발에 그친다면 본래 취지가 훼손된다. 실질적인 산업 클러스터로 발전하려면 정부·지자체·민간 기업의 실행력과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남부권에 우주항공 벨트를 안착시키려면 지역별 산업 생태계와의 협업과 상생이 고려돼야 한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를 주도한 민간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 사업장을 경남 창원에 두고 있다. 이밖에 부울경에는 방산·로봇·소재 부문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즐비하다. 이 생태계가 전남까지 확장돼 순환 체계를 이뤄야 한다.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육성책은 국토 균형발전의 취지에 부합한다. 지역주의 굴레를 벗고 국가전략으로 추진될 충분한 명분이 있다. 예산 확보, 중앙-지방 컨트롤 타워 정립, 민간 참여 확대, 인재 양성 등 할 일이 산적하다. 우주항공 신산업으로의 전환이 과제다. 특별법은 출발선에 불과하다.
2025-12-0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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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 빈집 대책 실질적이고 창의적인 접근 필요하다
저출산, 초고령화, 인구 유출을 겪는 부산에서는 원도심을 중심으로 공동화와 빈집이 확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산의 빈집은 작년 기준 1만 1471호에 달한다. 특히 중구, 동구, 영도구 등 원도심에서 노후공동주택의 빈집 발생이 두드러지며, 고령자 1인 가구 비율도 높다. 해안가와 도심에 아파트 개발이 진행되고, 시 외곽지에 에코델타시티 등 대규모 택지 개발이 한창인 상황에서 원도심의 인구 유출은 구조적으로 가속할 수밖에 없다. ‘지역 소멸의 그늘’인 빈집 문제는 지역사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가 내년부터 빈집 정비 고도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시는 지난해 〈부산일보〉 ‘부산 빈집 SOS’ 기획 보도를 계기로 같은 해 12월 ‘부산형 빈집 대책’을 발표했고, 올해 초 ‘2025년 빈집 정비 계획’을 내놓았다. 그 연장선에서 시가 지난 1일 발표한 ‘빈집 정비 고도화 계획’은 빈집 소유주의 자발적 철거를 유도하면서 동시에 빈집 활용 시장을 키우는 투 트랙 전략을 취했다. 빈집 증가 속도를 기존 철거 중심의 정책으로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빈집 정비 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둔 것이다. 지역기업이 빈집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지역 건축 관련 단체 등이 활발하게 개입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지자체와 지역 공동체의 협업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실현해야 한다.
시는 이번 고도화 계획을 통해 내년부터 빈집을 활용해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한 도시재생 공간으로 만든다고 한다. 지역 기업인 (주)미스터멘션 등과 연계해 도심 빈집을 리모델링해 관광객에게 공유 숙박 시설을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는 대상 빈집을 발굴하고 리모델링비를 지원하면서, 연간 20호씩 5년간 100호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역 특화 모델을 발굴해 해안과 관광지 인근에는 워케이션 장소나 게스트 하우스를, 산단과 공단 인근에는 근로자 기숙사로 정비한다. 빈집을 단순한 주거 용도에 국한시키지 않고, 창의적으로 활용한다면 생활 인구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빈집은 ‘주거의 소멸’을 넘어 ‘지역 기능의 공백’으로 이어진다. 빈집을 창의적인 도시재생의 거점이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세제 특례와 빈집 조사·관리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인구 감소 지역의 빈집 매매에 대한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감면 확대, 빈집 소유자 정보 확인 절차 법적 근거 마련 등이 뒤따라야 한다. 국토교통부도 ‘빈 건축물 정비 특별법’ 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빈집을 지역 맞춤형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다 실질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부산이 지역 소멸을 넘어 지속 가능한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2025-12-0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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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란 몰이'에 빠진 민주, '계엄의 강'서 허우적대는 국힘
내일이면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만 1년이 된다. 우리 현대사를 장식한 숱한 고비들이 있었으나 1년 전 느닷없이 선포된 비상계엄은 그 이후의 대한민국을 전혀 다른 국가로 환골탈태하게 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헌정 질서를 헌법의 정신에 걸맞도록 신속하게 회복한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은 그 저력을 만방에 떨쳤다고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1년이 지났으나 국민들은 비상계엄 선포 이전과 다름없거나 오히려 더욱 악화한 정치권의 행태와 마주하는 중이다. 선거 앞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여념이 없어 보이는 여야 정치권의 이 같은 모습에서는 미래 청사진을 일절 찾아볼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선 비상계엄 이전에 여당이었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을 잃은 국민의힘이 보이는 분열적 퇴행이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년이 다 됐지만 국힘은 아직까지도 계엄에 대한 사과 여부조차 당내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안철수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의 개인적 사과 의사 표시는 있었으나 당론은 아직도 분열된 상태다. 심지어 사과를 할 경우 여당의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의견까지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심지어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 문제를 놓고는 당내 강성 친윤들이 아직도 ‘윤 어게인’을 외치는 수준이라 향후 당론 결집 방향에 따라 당의 앞날이 달라질 우려도 큰 상황이다.
국힘이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틈을 타 민주당은 다시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확정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일 최고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사법개혁안 처리, 특검 연장 등 소위 ‘내란 청산’ 3법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3일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내란 청산에 대한 의지를 밝힐 계획이다. 비상계엄 선포 1년이 지나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대부분 법정에 섰고 판결만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여당이 되고 나서도 국정 수행보다 내란 몰이에 더 치중한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판이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대통령의 그 행위를 놓고 탄핵 결정을 한 헌법재판소가 내렸다고 할 수 있다. 헌재는 탄핵 결정 당시 대통령의 비상계엄이라는 반헌법적 수단 선택을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도 민주당의 전횡이 국정 마비와 국익 저해라는 대통령의 인식을 낳았을 수 있다는 비판을 잊지 않았다. 그 결정 이후에도 국힘은 아직 계엄의 반헌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민주당은 전횡을 멈출 기미가 없어 보인다. 서로가 강성 지지세력만 바라보며 극단을 치닫는 모양새다. 비상계엄을 겪고도 그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한 반성이 없는 여야 정치권의 행태에 중도의 상식적 국민들은 계엄 때만큼이나 절망하고 있다.
2025-12-0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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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수부 부산 이전의 의미 해양수도특별법으로 완성해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국회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지원하는 특별법 처리에 환영 논평을 쏟아냈다고 한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특별법은 해수부와 산하기관의 부산 이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이주 기관과 직원의 정착 지원 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부산을 법적으로 ‘해양수도’로 명시하면서 명확한 지위를 부여했다. 해수부 이전 특별법 처리는 당연하다. 해수부는 이달 개청식을 한 뒤 부산에 안착한다. 해수부 이전은 해양수도 부산을 향한 로드맵 중 1단계 매듭을 지은 것이다. 진정한 해양수도 건립을 위한 해수부의 과제 실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부산의 거대 양당이 해수부 이전 특별법 처리에 환영 일색의 목소리를 냈지만, 안일한 인식으로 비친다. 해당 법안의 핵심인 해수부 기능 강화와 조직 확대가 빠져 ‘반쪽짜리 입법’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부산으로 이전한 해수부가 실질적 해양정책 컨트롤타워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현재 산업통상부가 담당하는 해양플랜트·조선산업 기능과 국토교통부 등에 분산된 국제물류 기능을 해수부에 이전해야 한다. 북극항로 시대를 앞두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양당은 해수부 기능 보강과 해양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포함한 구체적 로드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동남권투자공사, 해사법원, 산하 공공기관과 해운 대기업 등 설립·이전 계획이 담긴 ‘해양 패키지’ 로드맵을 내년 1월 중순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각 기관·기업의 입지 선정과 이전 일정 등 구체적인 윤곽도 이때 드러날 것이다. 해수부가 부산 시대를 어떻게 개척하느냐가 중요한데 이는 해양수도특별법 제정에 초첨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부산항만산업총연합회 등 26개 단체가 지난달 28일 해양수도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단순한 부산 이전 차원을 넘어 해양산업 생태계 재편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해양수도특별법 제정은 필요하다.
조선·물류·에너지 기능의 해수부 이관 요구는 꾸준히 제기됐지만, 해수부 부산 이전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해수부 이전 특별법에는 빠지게 됐다. 이번에 매듭짓지 못한 해수부 기능 강화, HMM 등 해운 대기업과 해양 관련 기관 이전이 뒤따라야 진정한 해양수도를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조선·해운·플랜트·친환경 에너지 등 분야별 집적 지원, 북극항로 개척, 해양금융 활성화를 종합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이것이 해양수도특별법이다. 부산이 글로벌 해양 허브로 도약하려면 산업·인재·재정·국제 협력을 지원하는 종합적인 법적 틀 마련은 필수다. 해수부 부산 이전의 의미는 해양수도특별법이 완성될 때 더욱 빛날 수 있다.
2025-12-0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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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쿠팡 초대형 고객 정보 유출, 산업계 근본 대책 세워야
대한민국 성인 4분의 3에 해당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1위 업체인 쿠팡 고객 정보 3370만 건이 지난 6월부터 해외 서버로 빼돌려졌는데도 해당 업체는 깜깜이였다. 온라인으로 물품을 구매한 사용자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연락처 등 개인 식별 정보가 통째로 넘어갔으니, 시쳇말로 ‘다 털린 것’이다. 이 대목에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일당의 범죄 행각에 치를 떨던 악몽이 겹쳐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또 다른 사이버 악당들이 우리 국민의 신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사기·폭력에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적 공분이 부족한 탓인지,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다.
쿠팡 측의 보안 사고 대응은 실망스럽다. 쿠팡은 유출이 시작된 이후 5개월이나 지나서야 발견했다. 중국 국적 직원을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이미 출국한 상태라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사이 민감한 개인정보는 해외 서버로 옮겨졌고, 피해 규모는 처음 4500명에서 단기간에 7500배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쿠팡은 “결제·로그인 정보는 안전하다”며 책임 축소에 급급했다. 최근 해킹과 고의 반출을 통한 정보 유출이 통신(SK텔레콤·KT)과 카드사(롯데카드) 등 전 산업과 전 플랫폼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이들 사건에는 우려스러운 공통점이 있다. 범죄의 잠복과 뒤늦은 인지, 축소 급급으로 이어지는 패턴의 반복이다.
이번 쿠팡 사건은 개인정보 보호 위반으로 개인정보보호위로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1348억 원) 처분을 받은 SK텔레콤(약 2324만 명)을 뛰어넘는 규모다. 문제는 이들 대기업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 인증을 받았지만 실제 사고에 취약했다는 점이다. ISMS-P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정보보호 인증 제도다. 쿠팡은 2021년과 2024년 인증을 받았지만, 이 기간에 네 차례 유출이 있었다.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제도에 대한 신뢰 기반은 무너졌다. 인증 심사 및 사후 감시 체계의 강화 대책은 즉시 마련돼야 한다. 국민 보호뿐만 아니라 산업의 신뢰 회복에도 절실하다.
산업 전반의 정보보안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온 국민이 스팸, 피싱, 스토킹, 금융사기 등 2차 범죄 위험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신뢰 기반도 흔들린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범국가적이고, 전 산업계를 대상으로 한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정부는 뒤늦게 전수 조사와 과징금 부과에 나섰지만, 근본적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감내해야 할 정보보호의 기준을 높여야 한다. 기업은 고객의 정보 유출 방지에 기업 존립이 걸려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인권·안전 문제를 넘어 안보·산업에 직결되는 국가 인프라 리스크로 인식하고, 법·제도 정비와 거버넌스 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
2025-12-0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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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지연 김해공항은 북새통, 시민만 속 터진다
정부가 가덕신공항 개항을 당초 2029년에서 2035년으로 6년이나 미루면서 부산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국제 노선을 이용하려면 인천공항까지 올라가야 하는 서러움을 감내해야 하는 기간도 늘어났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절실했던 남부권 관문공항의 적기 개항이 불발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김해국제공항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국제선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더욱이 국제선 이용객이 올해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뜩이나 포화 상태인 김해국제공항은 연일 북새통이다.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에 시민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김해공항 국제선의 연간 수용 인원은 830만 명이지만 연말까지 1040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과 중국·동남아로 향하는 이용객들이 좁은 공항에 대거 몰려들면서 수속 지연 등으로 분통을 터트리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제선 출국 수속까지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예측 불가능한 출국 소요 시간 때문에 이용객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이 일상화되고 있다. 출국장뿐만 아니라 은행과 식당가 등에서도 극심한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주차공간 부족으로 주차를 희망하는 차량들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김해공항의 풍경은 수도권 일극주의의 폐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김해공항 포화에 따른 시민 불편은 예고됐다. 당초 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김해공항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은 시급한 상황이었다. 적기 개항은커녕 6년이나 늦추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부산의 이런 상황을 아예 무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과 경남, 울산 등 동남권 주민들은 2035년까지 김해공항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가. 더욱이 김해공항 이용객은 계속 증가할 예정이다. 지역에서는 “이래서야 국가를 어떻게 믿겠느냐”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근본 대책은 가덕신공항 개항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다. 김해공항 여객 터미널 확충 등 급한 불을 끌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김해공항 이용객들의 불편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부산 도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공항 인프라가 부족하면 부산 관광산업도 치명타를 입는다. 반면 인천공항은 4단계 확장을 마치고 5단계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6년이나 늦춰진 가덕신공항의 향후 공항 운영 경쟁력은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 국책사업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정부는 지금이라도 가능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을 하루빨리 개항하고 당초 예정된 각종 철도 등 연계 교통 인프라 구축도 늦춰선 안 된다. 특히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는 김해공항 이용객들과 시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답해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납득할 만한 대책을 촉구한다.
2025-12-01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