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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빨래방, 제26회 일경언론상 대상 선정
<부산일보> 디지털 기획보도 ‘산복빨래방’이 일경언론상 대상을 받았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2022 지역신문 컨퍼런스 대상, 386회 이달의 기자상(지역 기획보도 부문)에 이어 세 번째 수상이다.
일경언론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일경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제26회 일경언론상 대상 수상작으로 본보 김준용·이상배 기자와 김보경·이재화 PD의 산복빨래방 기획보도를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산복빨래방은 ‘세탁비 대신 산복도로 주민들의 이야기를 받는다’는 취지로 디지털미디어부 2030팀이 6개월간 산복도로에서 빨래방을 운영하며 진행한 기획보도다. 그동안 조명받지 못한 해방 이후 부산 현대사의 주인공인 산복도로 주민의 삶을 오롯이 기록하고 영상과 디지털 기사로 보도했다.
산복빨래방은 전국 최초로 취재팀이 생활 필수시설을 조성하고, 6개월간 장기적으로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제26회 일경언론상 장려상은 KNN ‘기후 위기, 종자가 사라지다’, 매일신문 ‘대구 시월, 봉인된 역사를 풀다’가 수상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국화실에서 열린다.
2022-11-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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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산복빨래방’, 이달의 기자상 선정
<부산일보> 디지털 기획보도 ‘산복빨래방’이 한국기자협회 제386회(2021년 11월) 이달의 기자상(지역 기획보도 부문)을 받았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최한 2022 지역신문 컨퍼런스 대상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제386회(2022년 10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부산일보의 <산복빨래방-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보도 등 총 7편을 선정했다.
산복빨래방은 ‘세탁비 대신 호천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받는다’는 취지로 디지털미디어부 2030팀(김준용 기자, 이상배 기자, 김보경 PD, 이재화 PD)이 6개월간 진행한 기획 보도다. 과거 산업화 시기 고무공장 여공, 부산항 하역 노동자 등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해방 이후 부산 현대사의 주인공인 주민의 삶을 오롯이 기록하고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유튜브 영상, 디지털 기사, 지면 기사 등으로 보도했다. 기존 취재와는 다르게 산복빨래방은 부산 산복도로 호천마을에 폐가를 고친 무료 빨래방을 만들어 지난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기자와 PD들이 6개월간 빨래방을 직접 운영하며 산복도로 주민과 만났다.
산복빨래방은 전국 최초로 취재진이 생활 필수시설을 직접 조성, 운영한 점에서 '팝업스토어 저널리즘'의 시초로 취재 방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대내외적으로 받았다. 또한 언론계, 학계에서는 지역 언론의 혁신사례로 호평받기도 했다.
시상식은 2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2022-11-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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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산복빨래방' 2022 지역신문 컨퍼런스 대상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은 <부산일보> ‘산복빨래방’이 2022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대상(문화체육장관부장관상)을 받았다.
지난 4일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 2022 지역신문 컨퍼런스가 정부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지역신문 컨퍼런스는 ‘그레이트 리셋, 지역신문’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 2030팀의 특별 기획 산복빨래방은 지역신문 보도와 편집 우수사례 분야에서 서류 심사, 현장 발표 심사를 거쳐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산복빨래방은 ‘세탁비 대신 호천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받는다’는 취지로 디지털미디어부 2030팀(김준용 기자, 이상배 기자, 김보경 PD, 이재화 PD)이 6개월간 진행한 기획 보도다. 산복빨래방은 부산 산복도로 호천마을에 폐가를 고친 무료 빨래방을 만들어 지난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기자와 PD들이 6개월간 빨래방을 운영하며 산복도로 주민과 만났다. 과거 산업화 시기 고무공장 여공, 부산항 하역 노동자 등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해방 이후 부산 현대사의 주인공인 주민의 삶을 오롯이 기록하고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유튜브 영상, 디지털 기사, 지면 기사 등을 보도했다.
부산 산복도로에 전국 최초로 취재팀이 생활필수시설이자 취재 공간인 무료 빨래방을 조성해 ‘부산의 진짜 이야기’를 보도한 산복빨래방 특별기획은 지역 언론의 혁신 사례로 꼽히며 언론계, 학계, 지역사회의 관심과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지역신문 우수 사례로 보도와 편집, 혁신과 미래전략, 지역공헌 활성화 등 3개 분야에 걸쳐 총 28개 우수 사례가 발표됐다. 산복빨래방 팀은 ‘지역공동체 보전과 활성화’ 세션에서 경남신문 ‘지역소멸 극복 프로젝트,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매일신문 ‘격차의 시대, 구하라 시리즈 빈곤 동네와 주거 빈곤 아동’ 보도와 함께 발표했다.
한편 <부산일보>는 2017년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My Vote(마이보트)’ 기획 보도, 2019년 ‘살아남은 형제들-형제복지원 피해자 영상구술사 프로젝트’로 각각 대상과 금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수상했다.
2022-11-0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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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가 걷힌 자리, 산복도로의 삶과 이야기는 계속 돕니다 [산복빨래방] EP 21.
안녕하세요, 산복빨래방입니다. 산복빨래방은 지난달 31일로 운영을 마쳤습니다.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는 빨래방’ ‘부산 산복도로의 진짜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을 목표로 6개월 전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 2030팀은 산복빨래방 문을 열었습니다. 두 번의 계절이 지났습니다. 우리 손을 거친 빨랫감은 500개를 넘었습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어머님, 아버님이 눈물과 웃음으로 쏟아낸 이야기는 24꼭지의 기사와 39편의 영상으로 전국의 독자들과 만났습니다. 산복도로에서의 176일을 뒤로 한 채 마지막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눈물바다 된 빨래방
“이렇게 가버리면 어떡하노. 정이 들어도 너무 많이 들어버렸어.” “호천마을 떠나도 우리 잊으면 안 돼. 우리도 삼촌들 잘해줬던 거 하나도 잊지 않을게.”
지난달 31일. 이른 오후부터 단골 어머님 다섯 분이 함께 빨래방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손에 빨랫감이 없습니다. 아직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았는데, 서로를 바라보자 눈물부터 핑 돕니다. 늘 빨랫감이 가득했던 빨래방 한쪽도 이날만큼은 텅 비었습니다. 하지만 테이블 위에는 오전에 어머님, 아버님이 ‘이별 선물’로 놓고 간 요구르트, 양말, 찐 고구마가 한가득 놓여 있습니다.
“정 주지 말 걸 그랬다. 왜 왔노. 빨리 가버려라.” 어색한 분위기 속 어머니가 툭 한마디 던집니다. 하지만 꽉 잡은 손은 따뜻했습니다. 떠나는 손자, 손녀 잡듯 그저 건강해라, 행복해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어머님들의 떨리는 목소리에 우리 가슴은 먹먹해집니다.
■176일, 504개
5월 9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총 176일,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단 하루도 빠짐없이 빨래방에서 어머님, 아버님을 만났습니다. 대한민국 발전의 일등 공신인 주인공들은 매일 이불을 이고 빨래방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깨끗하게 세탁한 빨랫감만 504개. “이 마을 빨래는 자네들이 다 했어!” 통장님의 호탕한 칭찬에 왠지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수십 년 전 결혼할 때 친정에서 가져온 이불, 이번 추석 때 손자가 오면 내줄 담요. 저마다 사연을 흠뻑 배고 온 빨랫감은 깨끗하게 주민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삯을 받은 우리에게 어머님, 아버님은 “자식들도 안 듣는 이야기다” “끝까지 들어줘서 고맙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어디 가서 하겠노.” 라며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했습니다. 호천마을 한가운데 있는 빨래방에서 만난 주민들이 “네가 여기 웬일이고!” “너무 오랜만이다. 잘 지냈나?” 하며 부둥켜안는 건 예삿일이죠.
‘도시재생’ ‘뉴딜’ 등 생활 인프라가 열악한 산복도로를 바꾸려는 거창한 이름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키가 큰 새 건물이나 마을 곳곳에 그려진 형형색색 벽화는 진짜 주민의 삶을 바꾸지 못합니다. 주민이 진정 원하는 건 관심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줄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작더라도 주민들이 즐기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산복도로에 필요하다는 걸 산복빨래방에서 알았습니다.
■주민 품에 안긴 빨래방
〈부산일보〉는 세탁기, 건조기를 포함한 산복빨래방의 모든 시설을 마을에 기부합니다. 이제 빨래방이 취재를 위한 공간이 아닌 주민 생활 시설로 탈바꿈하는 셈입니다.
산복빨래방 운영은 마을 주민 단체인 ‘호천마을주민협의회’가 맡습니다. 산복빨래방을 처음 준비할 때부터 약속했던 일입니다. 다른 도시재생 시설처럼, 우리가 빨래방 문을 닫는 순간 시설이 사라지는 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민협의회는 잠시 숨을 가다듬고, 이달 중순부터 다시 빨래방 문을 열 계획입니다.
참, 세제나 섬유유연제는 어떻게 하냐고요? 산복빨래방에 나온 주민분들의 사연에 감동하여 유한양행에서 세제를 주셨습니다. 그 양만 대형이불 1000회를 세탁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덕분에 수년간 호천마을 어르신들은 빨래 걱정을 덜 수 있게 됐습니다.
■언론·지자체도 주목
총 39편의 영상과 24꼭지의 기사로 전국 독자를 만났습니다. 유튜브와 네이버TV 영상, 포털과 〈부산일보〉 홈페이지의 조회 수를 합치면 50만 회가 넘습니다. 유튜브 〈산복빨래방〉 채널을 구독한 4100명의 구독자 분들은 연재 내내 우리에게 든든한 힘이 됐습니다.
학계와 언론계에서도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물론 해외대학까지 저희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언론 변화, 혁신 사례로 산복빨래방을 꼽았습니다. 부산 동구청에서는 산복빨래방을 모델로 생활 밀착형 빨래 시설을 크게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산복도로는 오늘도 굽이굽이 흐르며 우리의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열악한 산동네’ 또는 ‘야경이 아름다운 관광지’로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보다는 산복도로에 가장 ‘부산’스러운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있음을 기억하려합니다.‘어머님, 아버님.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김준용·이상배 기자·김보경·이재화 PD jundragon@busan.com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2-11-0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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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언론 보도의 새 지평 연 ‘산복빨래방’ 기획
〈부산일보〉가 부산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긴 산복도로 마을을 새로운 각도로 재조명한 ‘산복빨래방’ 기획이 대장정의 여정을 마쳤다. 산복빨래방은 올해 5월 9일부터 10월 31일까지 6개월간 부산의 대표적인 산복도로 마을 중 하나인 부산진구 호천마을에 취재진이 직접 빨래방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삶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보도한 새로운 형식의 기획물이다. 그동안 총 504번의 빨래를 하면서 삯 대신 주민들에게 들은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토대로 기사 25회, 영상물 39편을 제작한 이 기획은 취재와 보도 형식에 있어서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지역언론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높이 평가받았다.
산복빨래방은 처음 기획할 때부터 일반적인 기사의 취재와는 다르게 출발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 몰려든 피란민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산복도로는 2010년대부터 ‘산복도로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적잖은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목소리가 빠진 일방적인 정책은 그곳 주민들의 삶을 바꾸지 못했다. 산복빨래방은 이런 한계를 고려해 직접 주민들의 삶에 파고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결정했다. 그 방편이 2000만 원의 자체 예산을 들여 노후화한 산복도로에는 없지만, 주민들에겐 필요한 빨래방 시설 운영이었다. 예전의 어떤 한국 언론도 시도해 본 적이 없던 새로운 형식의 실험이었다.
주민들의 삶으로 들어간 산복빨래방은 단순한 빨래방을 넘어 주민들이 편히 찾고, 쉴 수 있는 마을사랑방을 지향했다. 취재진이 직접 간판을 세우고 홍보 전단을 뿌리며 주민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탄생한 산복빨래방은 시간이 지나면서 산복도로에 켜켜이 쌓인 부산 근현대사의 생생한 이야기를 주민들의 삶 속에서 캐냈다. 이야기는 산복도로에서 나왔지만, 독자는 전국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례적으로 유튜브에 별도의 〈산복빨래방〉 채널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진짜 이야기’를 전했다. 지역신문이 이렇게 특정한 프로젝트 채널을 운영하면서 영상과 기사를 동시에 제작한 사례 자체가 언론사에 남을 일이다.
산복빨래방을 통해 독자들은 부산의 살아 있는 이야기에 감동했다. 전국에서 산복도로 주민을 만나려고 오는 등 극찬이 쏟아졌다. 타 매체의 반향도 컸다. 국내외의 많은 언론사가 이를 조명했다. 국내 양대 미디어 비평지인 미디어오늘과 기자협회보는 지역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 준 기획으로 평가했다. 언론학계에서는 “저널리즘을 넘어 문화인류학적인 연구 가치가 있다“라고 한다. 산복빨래방이 지역언론 보도의 새 지평은 물론 지역언론의 새로운 경쟁력까지 보여 준 사례로 꼽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론사에 한 획을 그은 산복빨래방 기획은 이제 마쳤지만, 그 파급 효과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022-11-0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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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흰여울마을에 가냐고요?” 산복도로의 재발견 [산복빨래방] EP20.
안녕하세요, 산복빨래방입니다. 부산에는 수많은 산복도로 마을이 있습니다. 빨래방이 있는 범천동 호천마을이 대표적이죠. 그동안 산복도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다른 산복도로 마을을 소개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빨래방 직원들은 여러분께 다양한 산복도로를 소개하겠다는 핑계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바로 산복도로와 해안 절벽 사이에 있어 독특한 풍경을 자랑하는 흰여울문화마을로요. ‘부산 버스 드리프트’ 사진으로 유명한 산복도로 핫플레이스, 산복도로에 전시한 현대 미술 작품까지 돌아봤습니다.
■ 바다 위 산복도로, 흰여울
흰여울문화마을을 아시나요? 부산 영도 해안가 절벽 끝에 올라선 작은 마을입니다. 원래는 송도해수욕장 건너다보이는 마을이라고 해서 ‘2 송도’라 불린 곳입니다. 하지만 2011년부터 낡은 집을 고치고 예술가의 손을 거쳐 오늘날 부산 대표 관광지로 거듭났습니다. 해안 절벽 위에 집이 다닥다닥 엉킨 탓에 위태롭기도 하지만, 영도 바다를 마주한 모습이 아름다워 ‘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리기도 합니다.
빨래방 직원이 나들이 온 곳은 바로 이곳, 흰여울마을입니다. 산복도로를 찾아 나섰다며 왜 흰여울마을이냐고요? 바다와 가까이 있어 ‘산복’이라는 단어를 쉬 유추하기 어렵지만, 봉래산이 가운데 솟은 영도는 섬 전체가 경사져 산복도로가 섬을 두르고 있습니다. 흰여울마을도 앞에는 깎아질 듯 가파른 해안절벽이 있지만, 뒤로는 산복도로가 지나고 있는 겁니다. 흰여울마을도 산복도로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 모르셨죠?
그래서 역사도 다른 산복도로 마을과 비슷합니다. 흰여울마을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전국 피란민이 몰리며 형성된 판자촌에서 시작했습니다. 가파른 해안 절벽이 있는 탓에 원래는 사람이 살지 않았지만, 발 붙일 곳 없는 피란민은 이곳에까지 밀려 들었던 것입니다. 공동묘지 위에 세워진 아미동 비석마을, 고무공장 인근 산동네인 호천마을과 배경이 닮았습니다.
해안 절벽을 따라 설치된 계단을 타고 바다 가까이로 내려갔습니다. 바로 흰여울마을 아래에 있는 절영해안로입니다. 멋대로 쌓인 테트라포드와 무지개 돌담 너머 영도 바다가 출렁입니다. 해안로 끝에 있는 해안동굴에 가서 멋지게 ‘동굴 샷’도 찍어봅니다. 즐겁게 산책한 것도 잠시, 다시 올라가기 위해 가파른 계단 앞에 서자 한숨이 푹 나왔습니다. 호천마을 ‘180계단’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 산복도로’ 소리가 절로 나오는 아찔한 경사를 보여줬습니다.
흰여울마을에도 그늘은 있습니다. 바로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리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심각하다는 점입니다. 흰여울마을 골목골목에는 카페와 소품 가게 등이 있어 관광객 눈을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실제 주민이 사는 주거지와 붙어있습니다. 실제 이날 골목을 다니던 빨래방 직원 눈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으니 쓰레기를 버리거나 시끄럽게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안내문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산복도로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건 좋은 일이지만 주민에게 피해가 가선 안 되겠죠. 관광객들의 성숙한 배려 의식은 물론, 과도한 관광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 산복도로 버스 드리프트
산복도로 하면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진이 있습니다. ‘부산 버스의 위엄’ ‘부산 버스 드리프트’ 등 이름을 가진 이 사진은 산복도로를 달리는 부산 버스가 한 번에 180도 가까이 꺾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유튜브에도 ‘산복도로’를 검색하면 이런 버스 드리프트를 다룬 영상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조회 수도 180만 회에 달하죠. 산복빨래방이 이 ‘핫플레이스’를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장소는 산복도로 유명 카페인 ‘초량845’ 바로 아래쪽 도로입니다. 산복도로인 망양로와 초량로가 만나는 지점이죠. 각도가 워낙 꺾여있어, 버스가 오지 않았는데도 도로를 보는 것만으로 아찔했습니다. 도로 건너편에서 기다리길 잠시, 반여3동과 수정4동을 오가는 52번 버스가 서서히 초량로를 따라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부산 버스는 운전이 거칠다는 편견과 달리, 버스는 오르막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왔습니다. 끝까지 올라온 버스는 곧장 우회전하기 위해 머리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각도가 큰지 버스 옆면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였습니다. 묘기에 가까운 코너링을 보여준 버스는 그렇게 직원들 눈에서 멀어져갔습니다.
그럼 승용차는 어떨까.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차를 타고 버스가 올라온 길을 그대로 따라 올라가 봅니다. 애초에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부터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엑셀에서 잠시라도 발을 떼면 곧바로 뒤로 갈 것처럼 경사가 가팔랐습니다. 그리고 오르막길이 끝나는 직후, 우측으로 코너링할 때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몸이 울렁였습니다.
산복도로는 산허리를 둘러 가는 도로이기 때문에 구불구불한 경우가 많습니다. 오르막길 끝 180도 가까이 좌우로 꺾이는 이 장소는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부산에는 이런 산복도로를 오가는 버스나 차량이 무척 많습니다. 때로 묘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면 즐겁기도 하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부산 시민은 물론 산복도로를 찾아온 다른 분들도 시내보다 더욱 안전히 운전해야겠습니다.
■ 산복도로의 재조명
부산에서는 2년에 한 번씩 현대 미술 전시회인 ‘부산비엔날레’가 개최됩니다.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국내 양대 비엔날레로 손꼽힙니다. 지난달 3일부터 진행 중인 부산비엔날레는 ‘물결 위 우리’라는 주제로 총 4곳의 장소에 전시회를 열었는데, 놀랍게도 그중 하나가 초량 산복도로에 있었습니다. 빨래방 직원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습니다.
차가 오르기 힘들 정도로 구불구불한 산복도로를 오르자 좁은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옵니다. 전시회를 위해 산복도로 집 한 채를 통째로 꾸민 겁니다. 부산비엔날레는 가이드북에서 산복도로를 ‘도시이지만 친밀한 규모와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산복도로 마을의 풍경은 도시 부산의 오랜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시관으로 탈바꿈한 집안에 들어서자 곳곳에 설치된 스마트폰이 눈에 띄었습니다. 송민정 작가는 신발 기술자인 남편을 따라 부산에 정착한 하루코와 같은 날 부산에서 태어난 춘자라는 가상 인물의 이야기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작품을 보고 해석하는 즐거움은 온전히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산복도로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동안 ‘인프라가 열악하다’ ‘계단이 많다’ ‘신기하다’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색다른 풍경을 무기로 삼아 전국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기도 하고, 예술인의 작품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바야흐로 산복도로가 재조명되는 시대가 온 것이겠죠.
빨래방에서 6개월 동안 일했지만 우리도 여전히 산복도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세기에 걸친 부산의 소중한 이야기가 잘 스며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우리가 그랬듯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에 더 많은 조명이 쏟아져야 할 이유입니다. 멋진 바다를 끼고 있는 광안리나 해운대도 좋지만, 부산의 진짜 이야기가 숨어있는 산복도로를 찾는 발길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2-10-1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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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빨래방 언제까지 하는지 궁금한 여러분에게 [산복빨래방] EP19.
안녕하세요 산복빨래방입니다. <부산일보> 기자와 PD들이 부산 산복도로에 빨래방 문을 연 지 어느덧 6개월이 됐습니다. 지난 5월 9일 문을 연 뒤 빨래방은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어머님, 아버님들의 빨래를 해드리고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으며 우리는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오늘은 주민과 여러분의 관심을 받은 우리의 모습, 그리고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과분한 관심
지난 7월 빨래방 앞마당에 ‘가드닝’을 해보겠다며 만든 작은 텃밭에는 방아꽃이 피었습니다. 상추도 내년에 또다시 자랄 수 있는 씨앗을 맺었습니다. 방아, 상추를 뜯다 지친 직원들의 방치가 꽃을 피운 ‘웃픈’ 상황이 됐습니다. 못 보던 이불도 늘어났습니다. 겨울 이불이 가득했던 빨래방에 여름 이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빨래방을 할 때는 쌓여가는 이불을 세탁하느라 바빴습니다. ‘언제 다 하나’라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할 정도였습니다. 6개월 간 400개가 넘는 빨래를 했습니다. 이제는 이 이불이 여름용인지, 겨울용인지, 얼마나 오래된 건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산복빨래방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방송사 라디오 프로그램, 방송사 유튜브 채널, 청년 단체 등이 우리 이야기를 궁금해했습니다. ‘부산일보에서 어떻게 빨래방을 차리게 됐나?’, ‘빨래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나?’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항상 마을 어머님, 아버님을 주어로 대답했습니다. 산복도로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차린 빨래방에서는 그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유튜브 <산복빨래방> 구독자는 4000명을 넘었습니다. 직접 빨래방을 찾는 독자도 생겼습니다. 한 독자는 “강원도 양양에서 산복빨래방 때문에 부산 여행을 왔다”며 빨래방 문을 두드렸습니다. 매주 화요일 게재되는 기사에는 빨래방의 취지를 간파하고 따뜻한 댓글을 다는 독자님들도 만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기자협회보에서는 산복빨래방을 ‘지역언론의 미래’라며 과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KBS 김원장 기자는 미디어오늘 기고에서 ‘부산일보 젊은 기자들의 분투에서 우리 언론의 희망을 본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22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는 산복빨래방이 언론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의 대표 사례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냥 웃고 떠들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을 뿐인데 과분한 칭찬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서 던져지는 다양한 질문들과 격려 속에서 ‘아, 우리가 이런 일을 하고 있지’라며 빨래방이라는 공간, 마을에서의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계속되는 빨래방
산복빨래방에 쏟아지는 따뜻한 관심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와도 맞닿아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산복빨래방은 언제까지 하나’라고 물어봅니다. 어느 곳, 어느 글에서도 우리가 언제까지 빨래방을 한다고 말해본 적은 없습니다. 언제까지 빨래방을 할 것인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이야기는 애써 대답을 피해왔습니다. 따뜻하게 우리를 대하는 어머님, 아버님들에게 이별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웠던 걸지도 모릅니다.
빨래방 직원들이 마을을 떠나더라도 마을과 빨래방의 이별은 되지 않도록 많이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처음 산복도로에 빨래방을 연 건 마을에 빨래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니어도 빨래방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세탁기가 계속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호천마을주민협의회와 산복빨래방은 치열하게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 <부산일보>는 빨래방 시설을 마을에 기부하고 대신 주민협의회가 주도해 마을 자체적으로 빨래방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세제는 유한양행에서 1000회 분의 세탁 세제를 산복빨래방에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산복도로 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빨래를 해준다는 취지를 좋게 봐주셨다고 합니다. 전기세, 인력, 수도요금 문제도 곧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빨래방은 11월부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이번 달까지 저희들은 매일 그랬던 것처럼 세탁기를 작동시키고,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붓고, 건조기 먼지를 털어보려 합니다. 마을에 우리가 온 이유인 어머님, 아버님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기록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산복도로에서의 시간을 산복빨래방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느 가을날 산복도로 주황빛 야경을 뒤로 한 연주회도 꿈꿔보고, 우리 마을이 아닌 다른 산복도로의 모습도 담아보려 합니다. 늘 그랬던 것 처럼 조금 색다르게 산복도로를 보고 기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은 산복빨래방의 여정도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2-10-1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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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과 함께하는 산복도로 여행 [산복빨래방] EP18.
안녕하세요 산복빨래방입니다. 빨래방은 매일 오후 6시 30분 문을 닫습니다. 퇴근 시간이 되면 많은 사람이 마을을 찾습니다. 마을 입구 호천마을 문화플랫폼에는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야경을 보거나 드라마 촬영지를 보러 온 관광객들입니다. 어느덧 5개월 차 마을 주민이 된 우리는 '오늘은 몇 명이 왔나?' 하며 마을을 둘러보고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 됐습니다. 마을을 카메라에 담는 관광객들을 보고 있으면 ‘이 동네로 우리는 매일 출근한다’라는 뿌듯함마저 들기도 합니다.
관광객의 시선으로 보는 마을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들의 카메라에 담기는 ‘우리 마을’의 모습도 궁금했습니다. 주민들을 배려하며 마을의 ‘진짜 모습’을 보는 방법도 조금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우리와 4명의 관광객이 필름 카메라를 들고 함께했습니다.
■감탄에서 걱정으로
많이 고민했습니다. 관광객의 시선을 담겠다는 저희의 계획이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가 되면 안 됐기 때문입니다.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마을 관람 시간은 30분으로 제한하고 마을 투어 인원을 5일에 걸쳐 나눠 받았습니다. 마을 투어를 위해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준비했습니다. 야경으로 알려진 마을인 만큼 많은 분이 저녁 시간에 마을 투어를 신청했습니다.
투어는 산복빨래방에서 시작해 180계단을 지나 호천마을 플랫폼, 호천마을 끄티 카페를 둘러보는 코스였습니다. 오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마을 주민들이 아직은 잠에 들지 않은 이른 저녁 마을을 둘러봤습니다. 주민들의 집과 가까운 좁은 골목에서는 관광객들에게 카메라 사용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 사진 대신 눈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담았습니다.
4일간 진행된 투어 첫날 마을을 찾은 송주영(21) 씨는 시내버스에 보인 산복도로 야경의 매력에 투어를 찾았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86번 시내버스를 타고 본 산복도로 야경은 버스에서 내려 제대로 마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고 합니다. 송 씨는 유튜브 <산복빨래방> 구독자이기도 합니다. “차창 밖 풍경과 실제 눈에 담은 산복도로 풍경이 다르다”며 “산복도로는 한번 와 볼 만한 곳이다”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마을 곳곳에 있는 높은 경사의 계단 탓에 연신 거친 숨을 내쉬기도 했습니다.
부산 사상구 주례에서 온 박예원(26) 씨는 대학생 때 마을에서 봉사활동 하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치위생학과 봉사활동으로 칫솔질 교육, 치약 만들기를 하며 호천마을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때의 좋았던 기억이 예원 씨를 다시 호천마을로 불렀습니다. 박 씨는 "부산 야경 하면 황령산을 많이 떠올리는데 호천마을 야경은 고즈넉한 느낌을 준다"며 산복빨래방 3층 야경에 큰 감탄을 하기도 했습니다.
산복빨래방을 찾는 단골 어머님의 손녀도 마을을 찾았습니다. 산복빨래방 단골인 정국남 어머님은 손녀 유나연(23) 씨에게 어느날 문득 “산복빨래방 가봤냐?”며 빨래방 자랑을 했다고 합니다. 그 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산복빨래방을 보던 손녀는 할머니 집을 사진에 담고 싶었습니다. 유 씨는 “옛날에 할머니 집에서 본 야경은 주황색 야경이었는데 등이 바뀌고 하얀 야경이 돼 조금 아쉽다”며 “할머니와 함께 남긴 사진 한 장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할머니집을 찾는 나연 씨에게 특별한 마을 안내는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마을 구석구석 옛 모습까지 기억하고 있는 모습에서 할머니를 사랑하는 손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빨래방 직원들은 산복도로의 역사, 마을의 역사, 빨래방에서 만나는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관광객에게 최대한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저희의 노력이 통했을까요. 관광객들은 어느덧 마을 주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듯 보였습니다. 마을 구석구석을 산복빨래방 직원들과 둘러 본 4명의 관광객은 입을 모아 높은 계단을 걱정했습니다. 최희원(28) 씨는 “계단 경사가 심해 젊은이들도 힘든데 어르신들이 다니실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고 투어 소감을 밝혔습니다.
■주민들이 사는 곳
빨래방을 찾는 마을 주민들은 종종 관광객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습니다. “180계단에 쓰레기가 한 가득이라” “밤에 윽수로 시끄러워” 같은 대부분 아쉬움의 목소리입니다. 관광객들은 조금 더 고즈넉하고 다양한 구도로 사진을 찍기 위해 마을 구석 구석을 누빕니다.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든 모습입니다. 일부 관광객들은 마시던 커피를 마을 구석에 버려두고 가기도 합니다. 조용한 마을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잊은 듯한 행동입니다.
2016년 KBS 드라마 ‘쌈 마이웨이’가 마을에서 촬영한 뒤 마을은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마을 큰 도로에 마을 플랫폼이라는 시설이 생겼습니다. 관광객들이 드라마를 추억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마을 곳곳에는 호랑이 벽화가 그려졌습니다. 삶의 공간에서 시나브로 사람들이 찾는 공간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급격한 변화 속에 마을에서는 주민 피해를 막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드라마 핵심 공간이었던 ‘남일바’를 마을 중심부에서 마을 한 쪽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사유지인 남일바의 특성상 주민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에서는 카페도 운영하며 마을에 도움이 될 수익 사업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관광객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주민들은 관광객이 오면 따뜻하게 맞아주고 길도 잘 알려줍니다. 하지만 주민과 관광객의 공존을 위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 어머님의 말에 관광객과 주민 공존의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을에 오는 건 좋아. 젊은 사람 보기 힘든 마을이잖아. 근데 여기에도 사람이 산다는 걸 좀 한번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마을이 알려지고 마을 좋아해주면 좋지만 우리도 살아야지"
얼마 전 마을 입구에는 주황색 배경의 안내판이 붙었습니다. ‘쉿! 주민들이 살고 있어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빨래방이 있는 호천마을을 포함해 산복도로를 여행할 때는 한 가지만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민들이 살고 있어요'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2-10-0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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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달픔과 낭만이 공존하는 곳", 산복도로를 바꾸는 마을 회장님 [산복빨래방] EP17.
안녕하세요 산복빨래방입니다. 빨래방이 자리 잡은 부산 부산진구 호천마을은 아름다운 야경으로 알려진 마을입니다. 하지만 호천마을은 밤보다 낮이 더 바쁜 마을입니다. 마을 어머님, 아버님들의 다양한 주민 참여 활동들 때문입니다. 체조, 장구 치기, 요가 등 어머님, 아버님의 스케줄은 연예인 못지 않게 바쁩니다. 마을에는 낮 시간 다양한 공사도 진행됩니다. 골목 정비, 공원 조성 등 마을은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뒤에는 마을을 바꿔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젊은 활동가가 있습니다. 바로 강재성(47) 호천마을 주민협의회장입니다. 평균 연령 70대가 넘는 마을에서 40대는 매우 젊은 ‘마을 막내’ 세대입니다. 그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자기 일’처럼 나섭니다. 그가 꿈꾸는 호천마을은 어떤 모습일까요. 산복도로의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그의 말에 귀 기울여봤습니다.
“호천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동네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빨래방이 있는 호천마을에는 16통부터 21통까지 약 1100가구가 산다. 강 회장은 7년째 이 마을 주민협의회를 맡고 있다. <부산일보>가 지난 5월부터 운영 중인 산복빨래방 건물의 주인이기도 하다. 호천마을 바로 옆을 흐르는 호계천 인근 출신인 그는 2013년 개인적인 일로 호천마을에 집을 구했다. 우연한 기회였지만 이후 그는 ‘이 마을에 대해 더 알고 싶다’ ‘바꿔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눈에 비친 마을 풍경은 조금 생소했다. 오후 8시만 넘어도 동네는 어두컴컴했고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었다. 그는 수소문 끝에 주민협의체 문을 두드렸다.
“2013년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진행되면서 처음 ‘호천마을 주민협의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저도 그때 회원이 됐죠. 당시 협의회는 실제 주민보다는 유관 단체 관계자가 더 많아 인위적 성격이 더 강한 조직이었습니다. 주민과 동떨어지기도 하고 내부 갈등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3년 동안 활동하면서 마을이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고, 2016년 총회를 거쳐 주민협의회장에 선출됐습니다.”
2016년 주민협의회장이 된 그는 이듬해 큰 변화를 맞는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가 방영되면서 주 촬영지였던 호천마을이 전국적인 조명을 받게 된 것이다. 드라마 주인공들 뒤로 호천마을의 아름다운 야경이 특히 주목받았다. 처음엔 외지인을 반기던 마을 주민들은 점차 소음, 주차, 쓰레기 문제 탓에 골머리를 앓았다. 강 회장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주민과 관광객의 공존이었다. 마을에 찾아온 관심도 지키고 주민들의 삶도 지켜야 했다. 일반 주택 옥상인 드라마 세트장을 호천마을 문화 플랫폼으로 옮기고, 대대적인 마을 골목 청소에 나섰다. 덕분에 호천마을을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늘어도 오히려 주민들의 불편은 크게 줄었다.
최근 들어 강 회장이 가장 힘쓰고 있는 건 마을 정주 환경 개선이다. 강 회장은 부산 산복도로 9개 마을 공동체 대표자 모임인 ‘부산산복네트워크’에도 소속돼있다. 이들이 공통으로 꼽는 산복도로 마을의 개선점은 불편한 보행 환경과 노후화 된 주거지다.
강 회장은 “호천마을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노후 주택을 수리하는 등 거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도시형 스마트팜을 설치해 주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마을 축제를 열어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등 경제적 자립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호천마을의 어떤 매력에 빠진 걸까. “과거 한국전쟁 때는 피난민, 그리고 1960~1970년대는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가 많이 유입됐죠. 호천마을도 원래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지만 피난민과 노동자가 누울 곳을 찾아 들어온 곳입니다. 그만큼 애달프고 한 많은 동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산만의 특별한 역사와 아름다운 야경을 가진 낭만이 공존합니다.”
호천마을은 65세 이상 비율이 30%가 넘는 대표적인 고령화 지역이다. 강 회장은 호천마을이 무엇보다 다시 활력을 찾기를 바란다 젊은 인구는 지속해서 빠져나가고 있어 고령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거주 환경을 개선하고, 다양한 시설이 들어온다면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믿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일이 아니라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이 행복하고 마을에 전입하는 가구도 늘어나서 다양한 연령 계층이 마을에 모여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강 회장님은 마을에서 '홍반장'으로 통합니다. 강 회장님을 통하면 마을에서 안되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산복도로를 바꾸기 위한 그의 헌신에 산복빨래방은 경의를 표합니다.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2-09-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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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산복빨래방, 부산진구 단편영화 공모전 우수상 수상
<부산일보> 기획 보도 '산복빨래방'의 취재기를 담은 단편 영화 산복빨래방이 부산 부산진구 단편 영화 공모전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부산 부산진구청은 ‘제1회 부산진구 단편영화 공모전’ 우수상에 산복빨래방 등 2편을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산복빨래방은 편집국 디지털미디어부 2030팀 기자와 PD가 부산 부산진구 호천마을에 무료 빨래방을 열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냈다. 산복빨래방 팀은 올 5월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는 빨래방’이라는 이름으로 산복도로의 과거, 현재, 미래 이야기를 5개월째 취재, 보도 중이다.
부산진구 단편 영화 공모전은 27회 부산국제영화제 ‘동네방네 BIFF’의 시민 참여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번 공모전은 지난 6월부터 부산 부산진구에서 30% 이상이 촬영된 단편 영화 작품을 공모했다.
한편 공모전 시상식은 다음 달 7일 부산 부산진구 시민공원에서 열린다. 단편 영화 산복빨래방은 다음 달 8일 부산진구 동네방네 BIFF에서 상영된다.
2022-09-27 [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