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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돌아가신 집 개조해 비영리 단체 활동… 이번엔 음악극 도전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첫 콘서트와 앨범 제작은 어머니 부조금으로 진행했습니다. 그후, 37년 된 노후 주택을 개조해 ‘그랜마하우스’를 열었고요. 이번 공연은 ‘VIP’(미혼모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 다문화 가족, 시설 퇴소 청소년 등을 이렇게 지칭했다)들을 더 넓은 자리에서 만나기 위해 준비한 자리입니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지난 22일 오후 4시 부산 사상구 백양대로 글로컬 비전센터(날마다교회). 150여 명의 관객은 ‘그랜마하우스’(대표 전혜정·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상임단원)가 주최·주관해 선보인 음악극 ‘멈춰진 시간’을 1시간 남짓 감상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출연진과 어울려 담소를 나누고, 저녁 식사까지 함께하며 공감대를 이어 갔다.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 이번 음악극은,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작품이어선지 더 아프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전 대표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며 성숙한 시민의식,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재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고 밝혔다. 음악극에서도 “네 잘못이 아니야. 부족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야. 인생에는 예기치 못한 일들을 만날 때가 있어.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용기를 내어 얘기하고, 두려워하지 말고, 소리쳐.”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연이 이색적이었던 건 내용 못지않게 30여 명에 달한 출연·제작진이다. ‘Via the Cros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대부분 현역 아티스트이고, 하나같이 재능 기부자들이다. 3년 전인 2022년 6월 미혼모 돕기 콘서트를 위해 처음 모였다. 그해 12월엔 미혼모 및 한부모 가정을 위한 ‘러브 콘서트’를 열었다. 2023년 2월엔 앨범이 나왔다. 그해 4월엔 부산진구 초읍동에 위치한 주택을 개조한 그랜마하우스를 비영리 단체로 등록해 활동 근거지로 삼았다. 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도 하나둘 합류했다. 동참자는 50여 명으로 늘었다.
“어머니가 소천하시고 4남매가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6년간 유품을 그대로 둘 정도였으니까요. 7년 차가 되면서 이제는 집을 비워야겠다고 형제들이 합의했습니다. 한데, 어머니가 살아생전에 쓰셨던 자개농은 결국 버리지 못했고, 그렇게 ‘할머니 집’, 그랜마하우스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음악으로 위로하고, 따뜻하게 격려하고 싶었습니다.” 전 대표의 말이다.
그동안 그랜마하우스에서 개최한 ‘다락방 음악회’는 17회에 달한다. 아무 데도 알리지 않았다. 국악, 클래식 등 다양한 뮤지션이 있어서 여러 장르가 뭉쳐서 음악회를 열 수 있었다. 대여섯 명의 아티스트에, 관객은 10~12명의 ‘VIP’만 모셨다. “최고로 대접받는 게 어떤 건지 경험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 사이 협약기관도 12개가 되었다. 다비다모자원, 사랑샘, 은애모자원, 부산시청소년자립지원관, 부산시성매매피해아동청소년지원센터…. “다락방 음악회가 열일곱 번이 되면서 ‘100인 음악회’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그러려면 공간이 필요한데, 우여곡절 끝에 ‘날마다교회’와 연결돼 글로컬 비전센터에서 음악극 공연을 올리게 된 겁니다. 처음엔 캠페인 개념으로 아티스트들이 뭉쳤다면,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사회 참여도 당연하고요.”
한편 이번 음악극의 주연급 5명은 전문 배우가 맡았고, 조연급 배우는 전 대표의 선의에 동참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동료들이 나섰다. 강민정(해금), 김지현(가야금), 정주아(피리), 조은경(소금)은 상임단원 혹은 부수석, 강메라(신시사이저)는 비상임 단원을 역임했다. 배우 외에도 대본(김지은·그랜마하우스 공동 예술감독), 작곡(차민영·그랜마하우스 공동 예술감독), 연출(송다솔·시립국악관현악단 거문고 단원), 보컬(김환영 외 4명), 기타(진석곤), 베이스(박재훈), 퍼커션(김은호·김선훈), 건반(차민영·김주현), 바이올린(김나연), 생황(강영현·시립국악관현악단 피리 단원), 춤(오혜민), 랩&영상(조주영) 등으로 힘을 보탰다. ‘선한 이웃’이 선한 바람을 만들고 있다.
2025-02-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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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문 닫는 게네랄파우제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그동안 게네랄파우제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게네랄파우제는 긴 휴식의 시간을 갖습니다.” 부산 중구 신창동에 위치한 소공연장으로, 7년을 버텨온 게네랄파우제가 이번 주말 공연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며 알린 소식이다.
“게네랄파우제가 문을 닫는다니 가슴이 아픕니다. 덕분에 그동안 연주자들과 시민들은 행복했습니다.” “언젠가는 게네랄파우제 시즌2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게네랄파우제가 폐업한다는 소식에 아티스트, 공연장 관계자들이 들려준 말이다.
특히 부산소공연장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은숙 스페이스 움 대표는 “그 힘들었던 코로나 시절 민간 소공연장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 상황에도 힘을 합쳐 보자고 의기투합했고, 나름 성과도 있었는데…”라며 “문화공간을 유지하는 게 정말 힘들구나 싶고, 과연 우리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말로 안타까움을 전했다.
게네랄파우제는 일주일에 2~3회, 살롱 음악회 형식의 클래식 공연뿐 아니라 재즈 공연도 자주 열던 곳으로, 피아니스트 김다은·봉직의 김지완 씨 부부가 사비를 털어 운영하던 공간이다. 2017년 12월 23일 중구 영주동 6-1에서 처음 시작해 3년을 꼬박 채운 뒤 2021년 1월 1일 지금의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4년을 보냈다. 7년간 게네랄파우제 무대를 거쳐 간 뮤지션만 해도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초창기에는 아내 김다은 씨가 전면에 나서다가 출산과 자녀 양육에 전념하게 되면서 최근 몇 년간은 남편 김지완 씨가 대표로 활동했다. 공연 기획을 비롯해 관객에게 제공되는 음료와 음식을 직접 만들기도 하는 등 본업인 의사가 부업으로 느껴질 정도로 애정을 쏟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게네랄파우제가 결국 자생력을 갖추는 모델이 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상업적인 부분에 대한 센스나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는데 이걸 아쉽다고 해야 할지, 공연 씬에 대해 안타까운 점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보람도 있었다. “게네랄파우제라는 공간을 통해 팀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거나 활동을 정기적으로 이어 나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기뻤습니다.” 김 대표는 또 “게네랄파우제를 거쳐 간 정홍일 가수가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을 때 내 일처럼 기뻤다”면서 “공간을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상업적으로도 잘되는 분이 많이 나오기를, 그래서 게네랄파우제 무대에는 더 이상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게네파우제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12월 공연 대부분은 게네랄파우제를 추억하거나 헌정하는 공연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번 주만 해도 도담 앙상블, 앙상블 참, 강혜인 퀸텟 무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월간 민주신’ 마지막 무대로 만난 재즈 피아니스트 민주신 역시 게네랄파우제 영주동 시절부터 지금의 신창동에 이르기까지 꽤 오랜 시간 함께한 인연으로 게네랄파우제를 추억했다. “서울은 월화수목금토 거의 매일 공연을 할 수 있는데 부산은 금·토요일밖에 공연 수요가 없어 목요일 공연은 엄두도 못 냅니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 ‘월간 민주신’이란 기획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곳도 게네랄파우제입니다. 정말 감사하고, 이런 소중한 공간이 사라지는 게 너무나 아쉽습니다. 꼭 게네랄파우제 시즌2가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시민 관객 남세현 씨는 “집이 동래 쪽이어서 평일에는 오기가 힘들어 자주 못 왔는데 12월이 마지막이라고 해서 달려왔다”며 김 대표와 아티스트를 위한 선물을 가져와 전달하는 따뜻함을 보이기도 했다.
2024-12-25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