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 놓고 진통…서부경남지역 공공의료원 운명은?
경남 진주시와 하동군에 공공의료원 설립이 추진 중인 가운데 관련 예산 확보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동의 경우 군의회가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군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며, 진주병원은 도의회 추경예산 심의를 앞두고 있다.
하동군의회 더불어민주당 김혜수, 박희성, 정영섭, 최민경 의원은 30일 군의회 특별위원회실에서 ‘하동군 보건의료원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건 앞서 하승철 군수가 군의회의 보건의료원 관련 실시설계비 13억 3900만 원 전액 삭감에 반발해 1인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 군수는 “예산 삭감의 합리적 근거 제시하라”며 “하동군은 심각한 의료취약지역으로서 보건의료원 건립이 시급한 실정이며, 군민의 공익 증진을 위해 운영 적자를 감내하고서도 추진돼야 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군의회가 의료원 설립을 반대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면서 “오히려 하 군수가 의회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으며 불통행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군의원들은 보건의료원의 건립 예산 확보 계획과 이후 운영예산에 대한 적자 추계를 우려했을 뿐이며 이에 대한 군의 답변은 의원들의 우려를 충족시키기에 상당히 부실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무엇보다 군의 의료진 확보 계획에 의문을 드러냈다. 의료원 계획안은 50병상·10개과에 의사 4명·공중보건의 12명을 확보하도록 돼있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근 산청군의 경우 연봉 3억 6000만 원을 제시해도 의사채용이 어려워 의료원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은 데다, 공중보건의 역시 해마다 숫자가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확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의료계와 정부 갈등 사태가 겹치면서 갈수록 의료인력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다”며 “부실한 예산 심사요구안에 대한 의회 의원들의 신중한 태도와 보류 결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동 공공의료원 설립 예산이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경남도의료원 진주병원(이하 진주병원) 설립 예산도 의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30일 경남도에 따르면 진주병원 설립 관련 예산 등 총 7015억 원을 증액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진주병원 설립 예산으로는 부지 매입비 63억 원이 전액 도비로 편성됐고, 설계비 등 30억 원(국비 18억 원·도비 12억 원)이 반영됐다.
다만 분위기는 하동과는 조금 다르다. 앞서 지난 2월 열린 임시회에서 진주병원 토지 매입 등을 담은 ‘2024년도 제1차 수시분 경상남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원안 가결됐고, 이후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민관협력위원회(이하 민관위원회)’도 열려 향후 운영방식 등을 논의했다. 일단 공공병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다만 도의회는 진주병원 적자 운영을 우려하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과 우수 인력 확보, 대중교통 접근성 제고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도 관계자는 “도의회에서 지적한 적자 해소 방안에 대해 민관위원회 등을 통해 논의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시니어센터를 비롯해 건강검진센터 등 전문진료센터를 운영해 수익창출 방안과 병원 부대시설 수익을 극대화 하는 여러 방안들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예정대로 이번 추경예산안이 경남도의회를 통과하면 경남도는 곧바로 다음 단계인 기본 및 실시설계 공모를 할 예정이다. 절차가 예정대로 마치게 되면 건립을 위한 공사에 착공할 수 있게 된다. 도는 오는 2026년 3월 진주병원을 착공해 2028년 3월 준공한 후 4월에 개원할 계획이다. 3만 1150㎡ 규모에 300병상을 갖출 계획이며, 총 사업비는 1578억 원이다.
2024-04-30 [16:18]
-
한 달 새 3번이나…툭 하면 멈추는 거제모노레일 도로 애물단지 되나
경남 거제 관광모노레일이 다시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승강장 화재 사고 이후 1년 5개월 만에 운행을 재개했지만, 이번엔 연이은 차량 멈춤 사고로 말썽이다. 보다 못한 거제시는 안전 문제부터 해결하라며 무기한 운행정지를 명령했다.
30일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4시 30분께 상부 승강장으로 향하던 모노레일 차량 1대가 갑자기 멈춰 섰다. 원인은 메인 배터리 방전. 사고 차량에는 관광객 5명이 타고 있었다. 2차 사고에 대비해 뒤따르던 차량도 줄줄이 멈추면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승객 40여 명은 발만 굴렀다.
문제는 유사 증상으로 인한 차량 멈춤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달 9일 상업 운전 재개 이후 이번이 3번째다. 가동 보름여 만인 지난달 24일 상부 승강장을 출발한 차량 1대가 얼마 못가 멈춰다. 통신용 보조배터리 방전이 원인이었다. 승객들은 2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차량은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걸어서 산길을 내려왔다.
이후 사업자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지만 2주 만인 지난 7일 또 사고가 났다. 이번엔 모터 구동용 메인 배터리가 방전됐다. 배터리가 50% 미만일 땐 운행을 중단해야 하는데, 관제탑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올려보냈다가 사고가 났다. 지난 24일 사고도 마찬가지다. 당시 멈춰 선 차량은 3시간여 걸쳐 하부승강장까지 후진으로 이동했다.
사고가 잇따르자 거제시는 임시 운영 중지 명령을 내렸다.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안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때까지는 운행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시 관계자는 “운영사 측에 시설개선 명령을 내린 상태”라며 “해결 후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를 통과해야 다시 운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운영사 측은 전기를 공급하는 차선(전차선)을 확장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거제 모노레일은 전차선 구간을 충전된 배터리로 달리고, 내려오는 구간에서 자동 충전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총노선 길이는 1700m로 이 중 전차선은 1265m다.
운영사 관계자는 “배터리 잔량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 방전 속도도 빨라져 이번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전차선 구간을 늘리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보완 작업 완료까지 최소 3주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거제관광모노레일은 공사가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77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하늘광장에서 계룡산 상부에 있는 옛 미군 통신대까지 왕복 3.54km 노선을 잇는다. 관광형 모노레일로는 국내 최장이다.
2018년 3월 상업 운전을 시작해 누적 탑승객 65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대표 관광시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22년 10월, 한밤중 발생한 화재 사고 이후 운행이 중단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하부 승강장 등 건물 2동이 불에 탔고 모노레일 차량 15대 중 13대가 잿더미로 변했다.
피해 규모가 너무 커 운행 재개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민간 사업자인 홍익관광개발(주)이 투자를 제안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홍익관광개발은 홍익여행사가 지세포 대관람차 개발·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이다.
공사는 홍익관광개발이 110억 원 상당을 투자해 시설을 복구하는 조건으로 궤도사업 운영권을 20년간 양도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하이브리드 방식 모노레일 차량 25대를 새로 도입하고 노선에 야간경관조명을 달아 볼거리를 더해 지난달 운행을 재개했다.
2024-04-30 [11:30]
-
[포토뉴스] “지리산 세석평전은 지금 야생화 천지”
지리산국립공원 세석평전에 봄을 알리는 털진달래, 처녀치마, 동의나물, 얼레지, 개별꽃 등 봄 야생화가 활짝 피었다. 세석평전은 대한민국 대표적인 아고산대로 1500m 고도에 위치한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고위평탄면이다. 고지대 봄꽃의 개화시기는 전년보다 4일 정도 빠른 편이며 곰취, 산마늘 등도 새싹을 내밀었다.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는 5월 첫째 주쯤 야생화가 만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 제공
2024-04-30 [11:04]
-
거제 조선소 화재로 얼굴·팔다리 화상 입은 60대 결국 숨져
경남 거제 한 조선소에서 발생한 바지선 화재 사고로 중상을 입은 노동자 1명이 병원 치료 중 끝내 숨졌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전 9시 10분께 사고 현장에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된 60대 남성 A 씨가 뒷날 오전 10시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불이 난 바지선은 내·외부에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 중이었다.
기존 페인트를 벗겨내기 위해 외부에서 그라인딩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불꽃이 시너 등을 이용해 기름 찌꺼기를 제거하던 내부로 튀면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A 씨를 포함해 60~70대 노동자 4명이 얼굴과 팔다리에 2도 화상을 입고 거제와 부산, 창원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다른 50~80대 작업자 7명도 다쳤는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조선소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적용 대상이다. 사고 직후 현장에는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고용노동부는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과 중처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2024-04-29 [20:33]
-
세계 시장 진출 지름길 확보한 통영수산물…향후 행보는?
‘대한민국 수산 1번지’ 경남 통영의 명품 수산물이 유럽인들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통영시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24 Seafood Expo Global’에 참가한 통영수산물 해외시장개척단 총 110만 3000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또 수출 관련 MOU 5건, 9000만 달러어치 120여 건 상담실적도 달성했다.
SEG는 매년 150여 개국 바이어가 찾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산 관련 전문박람회다.
앞서 벨기에 브뤼셀에서 28년간 개최되다 2021년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무대를 옮겼다.
올해도 84개국, 2050여 업체가 현장에 부스를 차렸다.
통영시는 천영기 시장을 단장으로 지역에 사업장을 둔 수산물 가공‧수출업체 13곳과 함께 개척단을 구성,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현장에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인정한 청정해역에서 생산된 고품질 수산물로 다양한 수산가공품을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시간대별로 제공되는 시식 요리를 맛본 관람객들은 연신 엄지를 추켜세웠다는 게 통영시 설명이다.
참가 업체 관계자는 “시장 트렌드를 파악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판로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천영기 통영시장은 “통영수산물이 전 세계로 나갈 날이 머지않았다는 확신이 생겼다”면서 “수출에 걸림돌이 없도록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024-04-29 [19:25]
-
통영서 다시 울려 퍼진 ‘새마을운동’ 함성
경남 통영시새마을회는 29일 충무체육관에서 새마을운동 제창 제54주년 새마을의 날 기념식과 한마음대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봉사활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전‧현직 새마을지도자 500여 명이 함께했다.
천영기 통영시장, 배도수 시의회 부의장과 시의원, 김강성중·김태규 도의원 등 외빈도 참석해 뜻깊은 날을 축하했다.
기념식은 30년 기념장과 10년 근속패 수여, 우수지도자 표창, 기념사, 축사 순으로 진행됐다.
조승우 회장은 “시대 흐름에 맞춘 나눔과 연대를 실천하며 MZ 새마을운동 활성화를 통해 다시 새마을운동, 세계와 함께라는 새로운 비전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기념식 직후 새마을 가족 간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한마음대회가 열렸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지도자들은 지네걸음, 줄다리기와 읍면동 노래자랑을 통해 단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새마을운동은 1970년 4월 22일 제창된 새마을가꾸기운동을 모체로 한다.
정부는 새마을운동 성과와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려 2011년 제창일을 국가기념일(새마을의 날)로 지정했다.
통영시새마을회는 1982년 충무시와 통영군에 설치된 지회가 1995년 시군 통합으로 하나의 단체가 됐다.
작년 9월에 사단법인으로 전환되면서 명칭을 새마을운동통영시지회에서 통영시새마을회로 변경했다.
2024-04-29 [19:25]
-
진주시 두 번째 국제스포츠대회 추진…이번엔 ‘여자배구’
경남 진주시가 두 번째 국제스포츠대회 유치에 나선다. 종목은 지역을 대표하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인 배구다.
진주시는 ‘2025 코리아컵 진주 국제여자배구대회’ 개최를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5월 열린 2023 진주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 이후 두 번째 국제스포츠대회 추진이다.
시는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지난 26일 대한배구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신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조규일 시장과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 김택세 진주시체육회장, 김병윤 진주시배구협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대회 개최를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대한배구협회가 주최하는 ‘2025 코리아컵 진주 국제여자배구대회’는 대표팀의 국제경기 경험을 통한 경기력 향상과 국내 배구의 저변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펼쳐진다.
이번 협약으로 국제여자배구대회는 오는 2025년 8월 진주에서 열리게 되며, 우리나라 시니어·청소년 대표팀을 비롯해 5개국 6개 대표팀이 6일간 진주실내체육관에서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진주시는 이번 배구대회 개최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첫 번째 국제스포츠대회였던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는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세계 각국에서 선수와 임원 등 600여 명이 진주를 찾았고 하루 평균 2000여 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대회를 즐겼다. 별다른 문제 없이 대회를 치러냄에 따라 국제사회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다양한 봄축제와 함께 펼쳐지며 지역을 홍보했으며, 역도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큰 자산은 첫 국제대회를 개최했다는 경험과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이다. 진주시는 인구 35만 명 정도의 중소도시로, 2022년까지는 국제대회를 개최한 적이 없었다. 그나마 경남FC가 해마다 1~2번 정도 경기를 갖는 것 외엔 프로경기조차 보기 힘들 정도였다.
진주시는 현재 선명여고, 동명고, 동명중, 경해여중 등의 배구 명문학교에서 많은 배구 꿈나무들이 배출되고 있고, 국가대표도 여럿 배출한 전례가 있다. 이번 여자배구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경우 배구의 메카이자 국제스포츠도시로의 명성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규일 시장은 “2025 코리아컵 진주 국제여자배구대회 유치로 우리 진주시가 세계스포츠도시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어 기쁘다”며 “성공적인 대회 개최와 국내 배구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2024-04-29 [15:41]
-
[단독] 역대급 풍작인데… 내수도, 수출도 신통찮은 굴 업계 시즌 조기 종료?
“올해는 이쯤에서 끝내야 할 듯합니다.” 29일 오전 경남 통영시 용남면의 한 굴 박신장(굴 껍데기를 제거해 알맹이 굴을 생산하는 시설). 흥겨운 트로트 메들리로 시끌벅적해야 할 작업장이 쥐 죽은 듯 고요하다. 며칠 전까지 50여 명의 작업자들로 북적이던 공간엔 차가운 냉기만 가득하다. 굴 더미로 그득했던 작업대는 말끔히 치워졌다. 업주는 “단가가 너무 형편없어 지난주부터 문 닫았다. 일단 중지하고 지켜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접어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경남 남해안 굴 양식업계가 울상이다. 역대급 풍작에 기대에 들떴던 시즌 초반과 달리, 종반으로 갈수록 위축된 소비시장과 공급 과잉 여파로 가격이 폭락하면서 조업할수록 손해인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견디다 못한 상당수 작업장은 일찌감치 일손을 놓은 채 시즌 조기 종료를 고민하고 있다.
굴 양식업계는 통상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6월까지 출하 시즌을 이어간다. 하지만 올해는 주산지인 통영과 고성, 거제지역 굴 박신장 300여 곳 중 절반가량이 이미 시설 가동을 종료했거나 5월 초 중단할 예정이다.
시즌 초반 만해도 업계는 기대 이상의 풍작에 반색했었다. 여름내 태풍이나 이상 고온 피해가 적었던 데다, 긴 장마로 육지에 있던 각종 영양분이 바다로 다량 유입돼 어느 해보다 작황이 좋았다. 그런데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유가 등 4중고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재 시장이 얼어붙었다.
기호식품인 굴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김장철 부진이 뼈아팠다. 굴 양식업계는 수도권 김장이 시작되는 11월 중순에서 남부 지방 김장이 마무리되는 12월을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는다. 하지만 김치를 사 먹는 가정이 늘어난 데다, 지난 연말 배춧값까지 폭등해 그나마 있던 김장 수요마저 크게 줄었다.
여기에 최근 이상 기후까지 업계를 괴롭히고 있다. 날것으로 먹는 게 일반적인 생굴은 기온이 올라가면 생산‧유통 과정에서 위생 문제가 불거질 개연성이 높아지는데 최근 낮 최고기온이 27도에 육박할 정도로 초여름에 가까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출 시장 역시 제 몫을 못 하고 있다. 이맘때 자연 감소하는 내수 소비를 뒷받침해 원료 끌어주는 견인차가 일본을 중심으로 한 수출인데, 이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도 경기 부침이 심해 작년 수출한 재고가 상당량 남아 있다”면서 “수출이 시작돼도 작년보다 20% 이상 물량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이런 안팎 악재에도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굴수하식수협에 따르면 4월 하루 평균 위판량은 60t 남짓이다. 작년엔 40t 안팎이었다. 소비가 신통찮은 상황에 공급만 늘면서 가격은 급락했다. 굴수협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이후 생굴 위판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떨어졌다. 지금은 여기서 더 폭락해 10kg 들이 생굴 한 상자가 4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평균 6만 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인건비 등 생산원가를 고려해 5만 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어민들 입장에선 밑지는 장사인 셈이다. 수협 관계자는 “지금 가격대에선 차라리 수확을 하지 않는 게 낫다보니 소규모 박신장은 대부분 일을 접고 있다”면서 “소포장 단위로 가공, 유통해 온 중소 가공업체도 상당수가 문을 닫은 상태”라고 전했다.
시즌 단축이 현실화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경남지역 굴 산업 직·간접 종사자는 줄잡아 2만여 명. 대부분 일한 만큼 품삯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월수입을 1인당 200만 원씩만 잡아도 400억 원이 넘는다. 이 돈이 돌고 돌며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 위축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2024-04-29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