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발표된 다큐멘터리 ‘밥. 꽃. 양.’은 2가지 사실을 고발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자 사이에도 계급이 생겼고,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타자화 했다는 사실입니다. 1998년 정리해고 바람이 시작된 곳은 현대차노조 식당이었습니다. 대공장 정규직 노조의 상징인 현대차노조는 식당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면, 사용자 지위를 갖는 현대차노조가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영화는 그 이후 고용 승계도 물거품이 되고, 복직에도 미온적인 정규직 노조의 행태를 담담하게 담습니다. 모두가 기억하듯 정리해고 폭풍은 약한 고리부터 시작해 우리 사회 전반을 강타했습니다.
24년이 지나는 동안 비정규직은 파견·기간제의 틀을 넘어 플랫폼, 특수고용직, 감시단속직 등 수많은 형태로 분화하고 있습니다. 모양은 여러 종류지만 저임금·장시간·고위험 노동의 부담은 변함 없습니다.
영남권 거점 국립대의 하나인 부산대 학생식당 노동자들이 지난 10월 31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원인도 노조 주장에 따르면 저임금과 인력 부족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50명이던 노동자가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 3년간 절반으로 줄었답니다. 올 2학기 대면 강의가 다시 시작돼 업무량은 배로 늘었는데 인력에 변화가 없어 2명이 200인분 식사를 준비한답니다. 그런데도 실수령 월급은 170만 원 남짓, 올해 월 최저임금인 191만 4440원(시급 9160원 기준)에도 못미칩니다. 사용자인 부산대소비자생활협동조합 측은 "인력은 3년 전 수준으로 늘렸고, 지난 2년간 5억 이상 적자를 감내해 노조 임금 인상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에서, 학생들의 끼니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대학 당국이나 교수, 학생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지난 6월 연세대에서는 재학생 3명이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4개월째 집회를 이어온 청소경비노조를 상대로 ‘학습권을 침해 당했다’며 손배소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소송을 비판하는 교수들과 학생들의 움직임도 있었죠.
머잖아 노동자가 될 학생들, 지식 노동자인 교수들, 그리고 뉴스를 접하는 대다수 노동자들은 24년 전 현대차노조, 아니 지금도 대부분의 정규직 노조가 저지르는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 아닌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