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
지난달 31일 전국 곳곳에 설치된 분향소 명칭입니다. 이번 일은 참사가 아닌 사고이며, 희생자가 아닌 단순 사망자라는 정부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예상도 못한 장소에서 발생한 참사로 꽃다운 나이의 희생자가 워낙 많았기에 조금이라도 참사에 대한 인식을 축소하고 싶었을 심정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번 참사 프레임을 사고와 사망자로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생각을 드러냈습니다.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건 아니다,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했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과 전략적 준비는 다 했다. 이건 축제가 아니라 일종의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박희영 용산구청장).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박 청장 등은 1일 일제히 뒤늦게 사과했습니다만, 사고 직후 나온 그들의 이 발언이 정부와 당국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유족은 말할 것도 없고,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지켜본 국민들은 책임 있는 누군가 나와 사과하고 유족의 슬픔에 공감하길 바랐습니다만 모두 발빼기에 바빴습니다.
일각에선 이날 책임자들이 일제히 태도를 바꿔 사과 모드로 나온 것은 이날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참사 당일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될 예정이었기 때문 아니냐고 해석합니다. 참사 4시간 전인 29일 오후 6시 34분부터 ‘압사 당할 것 같다’는 신고 11건이 접수됐는데 실효성 있는 조치가 없었던 것입니다.
참사일 수 있었던 일을 작은 사고로 막는 것이 행정과 공권력의 임무입니다. 외신들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는 점에 주목한 기사와 칼럼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사전 대책도, 후속 조치도 공공 개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당국자들이 새겨봐야 할 칼럼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소설가 김훈은 2020년 4월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로 노동자 38명이 숨진 현장을 다녀와 ‘우리는 왜 날마다 명복을 비는가’라는 거리의 칼럼을 썼습니다. 마지막은 이렇게 맺어집니다.
‘우리는 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넘어진 자리에서 거듭 넘어지는가. 우리는 왜 빤히 보이는 길을 가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날마다 도루묵이 되는가. 우리는 왜 날마다 명복을 비는가. 우리는 왜 이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