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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언박싱] “광안리를 넘어 부산을 대표하는 기념품 가게로”(영상)
‘부산언박싱’ 시리즈는 성장 잠재력 있는 부산의 대표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기술력이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부산의 색채가 묻어 있어 부산 브랜드로 성장할 만한 사회적기업,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사회적기업 등을 총 6편으로 구성합니다.
[부산언박싱] <6> 오랜지바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작지만 눈에 띄는 하얀색 기념품 가게 ‘오랜지바다’가 있다.
3층 규모 건물의 1층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수공예 기념품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2층과 3층은 관광객의 ‘힐링’을 위한 공간이다. 넓은 창으로 바다를 바라보면서 나만의 기념품을 직접 만들거나 엽서를 쓸 수 있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광안리를 오면 꼭 찾는다는 오랜지바다는 2014년 법인을 설립해 이듬해 오픈한 마을기업이다. 애초 오랜지바다 건물은 자그마한 카페였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바다를 볼 수 있는 전망으로 인기를 끌었다. 광안리를 산책하면서 늘 이 건물에 마음이 끌렸던 남소연(51) 대표는 좋은 기회에 계약을 진행하고 지금의 오랜지바다를 차렸다. 남 대표는 “광안리에 오면 꼭 들러야 할 만한 선물가게를 만들고자 했다”면서 “(판매하는) 제품은 생활 속에서 쓸모가 있으면서도 친환경적 소재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요한 가치는 ‘선순환’이었다. 오랜지바다는 부산지역 청·장년 작가 및 ‘관광객 작가’와 함께 기념품을 개발하고 판매해 수익을 나눈다.
관광객이 만든 엽서가 기념품으로 재탄생
오랜지바다 1층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공예 기념품을 보면 저마다 작가의 이름이 걸려있다. 이들 기념품 판매가격에서 엽서나 우표는 5%, 공예품은 40~50%가 작가에게 수수료로 지급된다.
공예품의 경우 그나마 직원들의 만류로 수수료가 줄어든 것이다. 당초 남 대표는 판매가의 60%를 작가들에게 지급하도록 했는데, 적자가 계속되다 보니 조정이 불가피했다.
‘관광객 작가’가 수익을 올리는 과정도 복잡하지 않다. 오랜지바다를 찾은 관광객은 직접 엽서와 우표를 제작할 수 있는데, 직원회의를 거쳐 일부는 작품으로 선정된다. 기념품이 판매까지 되면 저작권료가 관광객 작가에게 지급된다.
한 관광객 작가는 차를 타고 광안대교를 지나며 본 풍경에 노을과 별빛을 그려 넣었는데, 이 그림이 관광객에게 인기를 얻어 엽서와 타일자석으로도 제작됐다. 이 작가는 이후 다시 오랜지바다를 찾아 “내 그림이 팔리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워했다고.
서울에서 온 한 의대생은 ‘부산’, ‘광안리’ 등을 손글씨로 남겼다가 관광객 사이에서 소위 ‘대박’이 난 덕에 꾸준히 저작권료를 지급받고 있다.
지역 수공예 작가들에게 오랜지바다는 커뮤니티이자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50여 명의 작가가 오랜지바다를 통해 친분을 쌓고 기념품 제작에 직간적접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미대생을 비롯한 청년 작가들은 작품을 만들어도 전시회를 열 장소와 돈을 구하기 어려운데, 오랜지바다가 이들을 전면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오랜지바다 2층에서 40회 이상의 청년작가 전시회가 열렸다.
연말마다 주최하는 송년회에는 50명 이상의 작가들이 모인다. 관광객 작가를 포함한 누구나 자유롭게 참석해 교류할 수 있다. 손글씨로 인기를 끈 관광객 작가는 의사가 된 뒤에도 연말마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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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원은 마을기업의 존재 이유”
관광객 작가로 오랜지바다를 찾았다가 정식 입사한 직원도 있다. 박채린 사무장은 친한 언니를 따라 오랜지바다에를 방문해 그림을 그렸다가 남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SNS 계정 관리와 콘텐츠 생산 등에 주력하고 있다.
박 사무장은 “원래 교육 분야를 전공했다. 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기록하는 걸 좋아했지만 이 일이 생계수단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대표님이 직원들 각자 원하는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다”고 말했다.
직원이 본 남소연 대표의 경영 철학은 ‘사람’이었다. 박 사무장은 “대표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부분”이라며 “최대한 지역작가, 마을 주민들과 계속 함께해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조금이라도 욕심을 갖고 이기적인 태도로 경영했으면 지금까지 올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 중심 경영은 주력 사업에서도 드러난다. 오랜지바다는 2015년 10월 광안리 불꽃축제 때 2000원만 내고 ‘엽서 그리기’ 공모전에 참가하면 테라스에서 불꽃놀이를 볼 수 있도록 해 매스컴에 오른 바 있다. 공모전으로 모은 수익금은 연말 수영구 불우이웃에게 기부했다.
호평을 받은 공모전은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부산지방우정청 등의 지원을 받아 ‘나만의 우표’ 공모전을 열고 판매수익금을 전액 기부해왔다. 지난 연말에는 수영구청에 저소득 주민을 위한 백미 200포(환가액 600만 원)를 기탁했다.
회사 상황이 어려울 때도 기부는 멈추지 않았다. 박 사무장은 “(남 대표는) 이익을 내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마을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다”면서 “정말 경영이 어려웠던 해가 많았는데도 기부는 의무라고 강조하셨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람 중심 경영 덕일까. 오랜지바다는 2016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2018년에는 부산시 공유경제기관, 부산 국제영화제 공식 대표 기념품업체로 선정됐다. 지난 3년간 평균 연매출 규모는 약 3억 원에 달했다.
새로운 도전들
지난해 오랜지바다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9월 김해공항 국제선 면세품 인도장 앞에 ‘부산 기념품(Busan Souvenir)’ 부스를 오픈해 운영했다. 부산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기념품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광안리 밖으로 영역을 확대하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콘텐츠사업에 선정돼 해안가 중심 유명 관광지(오륙도 해파랑길 관광 안내소, 송도 해상 케이블카, 다대포 장림포구 부네치아 선셋전망대, 통영 동피랑)마다 일종의 ‘분점’을 냈다. ‘남쪽빛감성여행창작소’라는 이름의 이들 관광지에서는 엽서 쓰기, 파우치 제작, 나무액자에 그림 그리기 등 ‘DIY 기념품’ 제작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사업에 타격을 입었다. 당초 작년 12월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던 김해공항 기념품 부스는 호응에 힘입어 운영기간을 1년 연장하기로 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면세점이 휴업에 들어가면서 전면 철수해야 했다.
‘남쪽빛감성여행창작소’ 역시 현재는 송도 케이블카와 통영 동피랑, 광안리 세 곳만 중점적으로 운영 중이다.
물론 다른 활로는 있다. 지난해 부산 OK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수영구 옛 고려제강 폐공장 부지에 차린 ‘수공예기술자공장’은 정상 운영 중이다. 경력단절 여성 등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수공예 작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시와 구청의 지원으로 취업 연계 교육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오랜지바다는 아직 욕심이 많다. 광안리를 넘어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 기념품 가게로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다.
당면한 주요 과제는 체계를 정비하고 구축하는 것이다. 제작 비용이 높은 수공예품을 관광객에게 얼마에 팔 것인지, 수공예품과 공장생산품의 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을 밤낮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각종 국가사업 지원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고민 중이다.
박 사무장은 “각자가 더 능동적으로 나서야 하고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어 마냥 즐겁게만 일할 수는 없다. 휴일도 잊은 채 힘을 모을 때가 많다"면서 “고단하지만 서로를 보면서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그래픽=장은미 부산닷컴 기자 mimi@busan.com
사진=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영상=김보경 김보현 인턴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2020-09-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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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언박싱] 생리컵,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요?(영상)
'부산언박싱' 시리즈는 성장 잠재력 있는 부산의 대표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기술력이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부산의 색채가 묻어 있어 부산 브랜드로 성장할 만한 사회적기업,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사회적기업 등을 총 6편으로 구성합니다.
[부산언박싱] <5> '티읕'
"한 달에 한 번, 어김없이 여성들에게 찾아오는 생리일. 불편하게만 느껴지는 이 시간을 좀 더 편하고 쉽게 보낼 순 없을까."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티읕'은 시작되었다. 부산에서 창업을 시작한 '티읕'은 여성이 누릴 수 있는 건강한 라이프에 집중했다. 윤태준·윤송이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윤태준 대표는 인권, 환경과 관련된 일에 관심이 많았다. 유엔에서 소수자의 인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싶은 꿈도 있었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건너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현지 여성들을 위한 역량 강화 사업을 1년간 함께 했다. 해당 사업을 하면서 아프리카 여성들의 생리용품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는데, 그때 윤태준 대표는 큰 충격에 빠졌다. 에티오피아에서 여성들은 생리용품은커녕 쓰다 남은 헝겊이나 나뭇잎을 이용해 생리혈을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월경용품 시장조사를 하다 보니, 국내도 그리 좋은 상황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리대 가격이 비싸 깔창 생리대를 사용해야만 하는 여학생들의 이야기나 생리대 유해물질 이슈는 당연히 지켜져야 할 여성들의 건강권을 침해한 사례였다.
국내에서 연간 배출되는 1회용 생리대의 수는 약 23억 개에 달하는데, 사용 후 버려질 때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심각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생리컵은 구매 후 2년간 재사용할 수 있고, 식약처 또한 이를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환경과 비용 부담이 크게 해소되는 셈이다.
윤태준 대표는 친누나인 윤송이 공동대표에게 도움을 청했다. 남자인 자신이 생리컵을 개발하는 데는 분명 한계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7년 남매는 생리컵 개발에 착수하고 '티읕'을 창업하기로 했다. 스타트업 기업으로 시작해 지원을 받고 소액 투자로 출발했다.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수십 번의 시도 끝에 만들어진 생리컵 '티읕 컵'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정식으로 등록됐다. 그야말로 모든 과정이 '맨땅에 헤딩' 이었다.
'티읕'은 앞서 '티읕 컵'으로 지난해 2월 미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인디고고'에서, 지난해 5월에는 국내 '와디즈'에서 각각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윤태준 대표는 "펀딩 당시 사회적으로 생리대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는 시기였다. 많은 여성분들이 문제에 공감하셨고, 마침 시기적 상황과 맞물려 펀딩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약사로 구성된 티읕 자문 위원단도 있다. 처음 생리컵을 개발할 때 전문적인 지식이나 의학적인 소견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다. 발로 뛰어다니며 사업의 취지를 설명했고,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현재 인제대 일산 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김영아 교수와 아리솔 약국 이남석 약사가 도움을 주고 있다.
이윤 추구 이전에 사회적 가치를 도모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목적도 확고했다. 윤태준 대표는 "궁극적인 목적은 여성이 여성으로서 불편함을 갖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이다. 그것을 위해 생리 시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여성의 기본적인 월경권, 건강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가치다"라고 말했다.
'티읕'은 매월 28일 생리컵 28개를 사회취약 여성들에게 기부하는 'T-Day28' 일대일 기부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생리컵에 대한 인식이 아직 저조하고 사용 방법이 생소해 여성들이 받아도 쓰지 않는다는 후일담을 기부단체로부터 전해 들은 후 현재는 월경 용품이 간절한 취약계층 여성을 대상으로 실제로 필요한 분들에게 나누고자 티읕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윤송이 대표와 나눈 생리컵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생리컵이 뭐예요?
▶생리 패드에 대한 대안책이라고 볼 수 있다. 100%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컵 모양의 아이템을 질 안에다가 직접 삽입해 혈을 받아낸 다음, 혈을 비워주고 세척한 다음 재사용 하는 생리용품이다.
-어떻게 삽입하고 빼요?
▶생리컵은 실리콘의 재질을 접어 몸 안에 삽입하는 형식인데, 삽입과 제거에 있어서 몇 가지 팁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실리콘이라는 재질의 특성상 본인이 접기 쉬운 방법으로 컵의 부피를 최소한으로 줄인다. 몸 안에 생리컵이 자리를 잡고 있을 때는 진공상태이고, 생리컵을 뺄 때 진공을 풀어 줄 수 있도록 네 개의 공기구멍이 있다. 생리컵의 몸통을 눌러주면 컵 안에 있던 공기가 빠지면서 그대로 컵을 잡고 꺼낼 수 있는 방법이다.
-처음 생리컵을 구매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일반적으로는 본인의 질 길이를 잰 다음에 거기에 알맞은 사이즈를 찾아야 한다. 또는 생리혈의 양도 사이즈를 선택하는데 큰 요인이 될 수 있다. 양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같은 사이즈를 구매하더라도 자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산의 유무도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출산을 경험하셨던 분은 질 근육 등에 따라 사이즈가 달라지기도 한다. 초보자라면, 특히 한국에서는 본인의 질에다가 무엇인가를 삽입한다는 게 정서적으로 거부반응이 깔려 있어 얇거나 작은 사이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너무 얇거나 작으면 온전히 컵이 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애초에 어느 정도의 견고성과 단단함이 있는 제품을 추천 드린다.
-질 길이를 어떻게 재나요?
본인이 실제로 손가락을 넣어서 재는 방법이다. ㎝나 ㎜로 정확하게 길이를 알기 위함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측정을 할 때 "나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구나" "손가락을 끝까지 넣었는데도 경부가 닿지 않을 만큼 긴 폭음을 가지고 있구나" 등 본인도 몰랐던 자신의 몸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산부인과에 방문해 길이를 측정하는 방법도 있다.
-몇 시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하나요?
▶생리혈의 양은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교체를 해줘야 하는 시간도 다르다. 첫날 기준으로 "내가 8시간 정도 해보니 컵의 반 정도가 채워지더라" 등 본인만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양이 많아지는 둘째 날이면 "6시간 정도마다 교체해야겠다" 이런 식이다. 사용 권장 사항에는 최대 12시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생리컵이 몸 안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최대 12시간이라는 의미다. 본인의 교체 시간은 본인만 알 수 있으나, 보통은 8시간, 생리혈이 적으면 6시간 정도 사용하면 된다.
-실제 생리컵을 사용해보니 어떠신가요?
▶처음에는 실리콘을 내 몸 안에 넣는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이후 적응이 되고 느끼는 가장 큰 만족감은 잠을 잘 때다. 생리를 할 때는 편하게 잔다기보다 선잠을 자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생리컵이 몸 안에 들어가면 생리컵이 몸 안에서 온전히 펴져 샐 염려가 없다. 생리를 할 때도 편하게 잘 수 있다는 점이 신세계로 다가왔다. 뒤척이지 않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부분이 가장 좋았다.
-생리컵 사용 후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좋은 점은 생리 중에도 생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착용감이 좋다. 심지어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생리 패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냄새, 피부 트러블 등이 생기기도 하는데 생리컵은 그렇지 않다. 재사용이 가능해 금전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쓰레기도 확실히 줄어든다. 불편함 점은 생리컵 사용 초반에 삽입과 제거에 대해 적응하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출 시 교체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한다.
- 어떻게 소독하고 보관해요?
▶재사용이 가능한 생리컵을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소독이다. 실리콘 케이스에 생리컵이 물에 잠기도록 넣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2~3분간 돌리면 간편하게 소독할 수 있다. 케이스가 없을 경우에는 끓는 물에 생리컵을 냄비나 전자레인지 용기에 잠기도록 해 열탕 소독하면 된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그래픽=장은미 부산닷컴 기자 mimi@busan.com
사진=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영상=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2020-09-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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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언박싱] 아직, 부산에는 전차가 있습니다
'부산언박싱' 시리즈는 성장 잠재력 있는 부산의 대표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기술력이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부산의 색채가 묻어 있어 부산 브랜드로 성장할 만한 사회적기업,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사회적기업 등을 총 6편으로 구성합니다.
[부산언박싱] <4> 온더무브 '전차카페'
예비사회적 기업 (주)온더무브는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서 '전차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전차카페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공간을 통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근현대 문화사에 관심을 갖게 하고 그에 대한 가치를 알리고자 힘쓰고 있다. 이곳은 근대문화유산인 전차를 이용한 문화를 담은 카페로 장소의 역사적 의미도 카페 곳곳에 스며있다. 과거 전차의 종점역으로 쓰였던 구덕운동장역에 있으며 잊혀져 가는 우리의 근현대 문화유산인 전차를 재조명시키고자 탄생했다.
온더무브 김현석 대표는 처음부터 카페를 운영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2017년 디자인 사업을 하기 위해 사무실을 알아보던 중 오래된 건물을 발견하고 지금의 자리를 매입하게 됐다. 3층짜리 건물에 1~2층에 임대를 주려고 하니, 공간이 좁고 깊어 그리 좋은 구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근처에 공원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접했고 유동인구가 많아질테니 카페를 직접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지금의 전차카페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차를 알리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
전차카페 앞에는 과거 종점역을 기념하는 전차 모양의 버스 정류장이 있다. 근현대 문화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바로 이 버스 정류장 때문이다. 카페를 준비하면서 이곳저곳 다른 곳들을 둘러보니 고유한 특색을 살린 카페가 많았다. 김 대표는 과거 전차의 종점이라는 장소의 특색을 적극 이용해 콘셉트를 잡기로 했다. 카페가 위치한 주변에 대한 자료조사를 하면서 김 대표는 카페라는 공간이 사람들에게 전차를 알리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자연스레 가지게 되었다.
외관은 카페앞 전차형 버스 승강장과 어우러져 전차카페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켜 주도록 만들어졌다. 매장 안에 있는 전차에 대한 정보와 향수는 그 시절을 느끼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꾸며졌다. 1층은 전차라는 시대적 이미지와 연결되는 빈티지한 느낌을 가져가기 위해 폐교 원목과 소품들을 활용해 편안한 공간으로 구성했고, 2층은 벽면에 전차역 디오라마를 구성하여 역별로 현존했던 건물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리디자인했다. 김 대표는 카페뿐만 아니라, 제품디자인과 설계도 함께 하고 있다. 3층은 디자인 작업실로 현재 사용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전차에 대한 향수로 그 시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카페 내부 바닥은 초등학교 옛날 마루 느낌을 내기 위해 애를 썼다. 동네 어르신들이 카페를 찾으면, 예전 학교 다니던 시절의 느낌이 많이 난다고 피드백을 주시기도 한단다.
전차카페의 로고타입은 전차라는 글자에 잔의 이미지를 투영시켜 고객에게 언제나 정직하고 건강한 음료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심볼타입은 한자 차(茶)에 전차의 이미지를 투영시켜 초심의 마음으로 고객에게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것을 의미한다.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지켜나가는 일
김 대표는 2018년 초 사회적기업 창업가를 뽑는다는 공모를 접하고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전차를 지켜나가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하고자 하는 일과 부합되지 않을까 해서 알아보게 됐고, 2019년 예비사회적 기업에 선정됐다.
사회적기업이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한다.
전차카페는 취약계층을 우선으로 인력을 채용한다. 부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의 역량강화를 통해 사회활동도 지원한다. 실무적인 교육을 받고 추후에 취업, 창업,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커피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문화적인 부분에서 소외됨을 줄이고 이 시간을 통해 지역 주민들은 서로 소통하고, 삶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전차케이크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디저트 상품이다. 제품디자인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한 김 대표는 디저트 분야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오랜 고민은 3D 프린터와 식용 실리콘 몰드를 활용한 디저트로 탄생했다. 부산, 서울, 유럽 전차의 특징을 3D로 모델링해 자체보유한 3D 프린트로 출력한 뒤 식용 실리콘을 사용해 몰드를 제작했다.
경북 영덕에서 부모님이 직접 키우신 생강으로 만든 생강청은 특별히 애정이 가는 메뉴다. 생강을 한 달 동안 숙성시키면 생강 특유의 쎄한 맛은 사라지고 단맛이 난다. 특히 추운 겨울철이 되면 판매도 많아지고, 한 번 마신 손님들은 꾸준히 찾으시고 인기 메뉴란다. 생강청에 들어가는 꿀도 부모님이 직접 양봉하신 것을 사용한다. 이 정도 정성이면 몸이 저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김 대표는 "이 곳을 찾으시는 분들이 배부르게 갔으면 좋겠고, 좋은 것을 드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재료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지만, 이왕이면 좋은 것을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직접 디자인한 디저트로 사람들이 전차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일은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앞으로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마인드로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그래픽=장은미 부산닷컴 기자 mimi@busan.com
사진=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2020-08-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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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언박싱] “매년 마을축제, 국밥 나눠 먹어요”
‘부산언박싱' 시리즈는 성장 잠재력 있는 부산의 대표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기술력이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부산의 색채가 묻어 있어 부산 브랜드로 성장할 만한 사회적기업,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사회적기업 등을 총 6편으로 구성합니다.
[부산언박싱] <3> 산리협동조합
부산 중구 영주동에는 주민들이 뜻을 모아 만든 특별한 마을기업이 있다. 이름부터 영주동의 옛 지명인 ‘산리(山里)’ 협동조합이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조합원 대부분은 지역 주민들이다.
조합은 수익보다 주민들과의 상생을 중시한다. 산복도로 유일의 마을회관에 카페와 직거래장터, 도서관, 강의실까지 마련했다. 일자리와 각종 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매년 조합 설립을 기념하는 마을 잔치를 열어 주민들과 국밥이나 비빔밥을 나눠 먹기도 한다.
조합의 설립 계기도 ‘마을을 살리자’는 것이었다. 2011년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당시 “자꾸 사람이 빠져나가니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보자”며 일부 주민들이 마을회관 건립을 추진했다. 건물이 완공된 2013년, 회관 운영비라도 벌기 위해 44명의 주민이 뭉쳐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조합원이 주요 소비자…이윤보다 나눔이 우선
현재 90여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산리협동조합은 1억 원 상당의 연매출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조합원 숫자에 비해 수익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전기료 등 운영비를 내기에는 충분하다. 매출 대부분은 조합원인 지역 주민들에게서 나온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중규(78) 대표이사는 “처음에는 힘이 많이 들었다. 소득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정말 많은 노력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상명하복 구조가 아니다 보니 의사 결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김 대표이사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데 힘썼다. 마을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임했기에 급여를 받지 않고도 일할 수 있었다.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천일염 판매와 농산물 직거래 장터 운영을 시작한 것이 주효했다.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이 입소문을 탔다. 천일염은 중구 자매결연 도시인 전남 영광에서 직거래한 상품을 조합원들에게 할인가로 판매한다. 농산품도 농가와 직거래하거나 조합원들이 직접 생산한 것이다. 전국 택배와 인근 지역 배달도 가능하다. 믿고 살 수 있다는 신뢰감이 결국 매출로 이어졌다. 천일염과 쌀, 꿀, 참기름 등 다양한 품목이 주민들에게 인기다. 주요 소비자가 결국 조합원인 주민들이다 보니 이윤을 위해 가격을 높이 책정하기도 힘든 구조다.
직거래 장터 운영은 농가에도 도움을 준다. 박혜은 본부장은 “직거래는 수송비가 많이 들어 대량으로 거래하는 것보다 오히려 비싸다”면서 “그러나 농가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 직거래가 좋다. 우리 역시 유통마진을 없앴기 때문에 시중 판매가와 비슷하거나 저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만들어 보자는 게 가장 큰 목표”
조합 건물에는 직거래 장터 뿐 아니라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는 강의실, 카페, 작은 도서관 등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마을지기 사무소에서는 수리에 필요한 각종 공구를 대여할 수도 있다. 지역 수공예 작가들의 작품도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조합의 ‘상생’ 전략은 일자리 창출에서 정점을 찍는다. 박혜은 본부장은 “협동조합은 상호 이익이 가장 중요하다. 마을기업이기 때문에 마을에 사회적 환원을 해야 한다”면서 “가장 큰 목적은 마을 특화 사업을 발굴해 일자리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의 염원은 지역 공동체 일자리 사업으로 각종 지원을 받으며 이뤄질 수 있었다. 마을지기 사무소 등 조합 시설 관리자부터 직거래 장터 매장 근무자, 조합 사무직, 작은 도서관 사서, 청년 인턴, 카페 바리스타 등 조합 덕분에 다양한 일자리가 생겼다. 위탁 운영 중인 인근의 ‘디오라마 전망대’에도 카페를 열어 일자리를 만들었다. 경력 단절 여성이나 장애가 있는 조합원에게 큰 도움이 됐다.
매년 잔치 열어 음식 제공…“돈 버는 건 매력 없다”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살리겠다는 의지는 매년 열리는 설립 기념행사에서도 드러난다. 김중규 대표이사는 ‘가장 보람 있는 순간’으로 “1년 동안 고생해서 기념행사 때 국밥과 비빔밥을 나눌 수 있을 때”를 꼽았다.
박 본부장은 “매년 마을축제를 열어서 잔치를 한다. 국밥 500인분을 준비하고 떡도 나눠 먹는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공동체 의식이 형성됐다. 김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들이 모두 지역에 오래 사셔서 지역 행사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합의 이러한 노력들은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 2015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전국 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한 데 이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장(2016), 부산시 선정 우수 사회적경제기업(2019) 등 여러 수상이 잇따랐다.
그러나 김 대표이사는 수상 이력에 대해 “자랑할 일이 아니라 별로 노출을 안 시킨다. 자랑하면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홍보보다는 우리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축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익이 원칙이 아니다. 수익을 받아서 주민들에게 나누길 원하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은 매력이 없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전 조합원들이 협심해서 단합된 모습으로 계속 지금처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 역시 “개인은 약하지만 공동체의 힘은 크다. 그런 큰 힘을 빌어서 산복도로 주민들이 삶의 즐거움도 느끼길 바란다”며 “산리협동조합이 삶터, 쉼터, 일터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 일자리로 희망을 주고 싶다”며 “청년도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정말 없다. 내가 뭔가 할 수 있고 효용가치가 있다는 것을 조합에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그래픽=장은미 부산닷컴 기자 mimi@busan.com
사진=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2020-08-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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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언박싱] 미역이 하트 모양이라고요?
‘부산언박싱' 시리즈는 성장 잠재력 있는 부산의 대표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기술력이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부산의 색채가 묻어 있어 부산 브랜드로 성장할 만한 사회적 기업,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사회적기업 등을 총 6편으로 구성합니다.
부산언박싱 <2>기장사람들
손바닥만 한 하트 모양의 미역 하나로 전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산 기업이 있다.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일광로에 위치한 ㈜기장사람들(대표 박상호·43)은 기장 특산물인 미역으로 승부를 걸었다. 산모를 위한 건강식이나 조리용이었던 미역을 돌 답례품이나 기업의 고객 관리용 선물로 새롭게 상품화시켰다. 그 중 ‘하트 미역’은 '마음(하트)과 사랑(하트)을 담아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의미에서 생일뿐 아니라 다양한 기념일의 선물로 인기몰이 중이다.
박상호 대표는 "20g(4인분)의 작은 중량의 미역이지만 '하트 미역'을 선물 받은 고객들은 한결같이 얼굴에 미소를 띤다. 받으면 좋은 '친구' 같은 선물. 미역에도 이런 의미를 담을 수 있어 뿌듯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기장 특산물, 미역·다시마로 승부수
기장 특산물, 기장 미역은 예로부터 임금의 수라상에 오를 만큼 우수한 맛과 품질로 정평이 나 있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기장 앞바다는 물살이 세기 때문에 미역 또한 쫄깃한 맛과 풍부한 ‘바다 향’으로 호평이 자자해 전국 곳곳에 퍼졌다.
박 대표가 기장 미역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여 년 전 김 전문유통업체에서 일하던 중 거래처를 통해 우연히 기장 미역을 알게 되면서다. 맛과 품질이 보장된 기장 미역 정도라면 사업성도 있으리라 판단했다.
당시 야간대학에서 사이버 무역을 전공하고 있었던 박 대표는 전공을 살려 직접 온라인 쇼핑몰을 제작했다. 그리고 김과 미역을 온라인에서 본격 판매했다. 하지만 판매 실적은 기대 이하. 1주일에 고작 1개 정도의 주문량이었다.
박 대표는 바로 포기할 수 없었다. 매일 저녁 온라인 쇼핑몰 연구에 매진했고, 당시 인기를 끌고 있었던 포털사이트 지식인 서비스에 미역 관련 질문에는 밤새도록 답변을 달았다. 그 덕분이었을까. 온라인 쇼핑몰 주문량이 눈에 띄게 늘었고 구매 고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무렵인 2009년 초 10년 가까이 몸담았던 김 유통업체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 사하구 괴정동에 79㎡(24평) 규모의 매장을 차려 기장 미역과 다시마 온라인 판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초창기 박 대표의 일상은 발품 팔이가 전부였다. 6개월가량 경남 지역의 크고 작은 마트와 슈퍼를 직접 돌아다니며 기장 미역과 다시마 홍보를 겸한 벌크상품(포장하지 않은 제품) 판매에 나섰다. 그는 “아내와 함께 아이를 업고 밤늦게까지 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정성이 통했을까. 제품의 질을 알아봐 준 소비자 덕분에 마침내 주요 관공서와 유명 기업체 등으로부터 주문이 이어졌다.
2012년 박 대표는 기장군 장안읍 오리의 대룡마을에 ‘기장사람들’이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했다. 그리고 2년 뒤 대박 상품인 ‘하트 미역’을 출시한다.
가공 공장도 기장 앞바다가 보이는 기장군 일광면 일광로로 옮겼다. 공장에는 생산설비 이외에 별도의 전시관을 두고 방문객들에게 미역과 다시마를 맛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함께 일하는 14명의 직원들도 모두 기장 주민들로 꾸렸다.
‘하트 미역’ 답례품·선물로 큰 인기
기존의 기장 미역은 산모용이나 재래식 포장으로 판매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런 기장 미역을 다른 형태로 판매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하트 미역’이다. 하트 모양의 미역은 ‘사랑’과 ‘마음’을 담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기장사람들’의 시그니처 제품인 만큼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도 착하다. 낱봉 1개(4인분 20g)가 1500원이다.
고객 최정윤(57·중구 중앙동) 씨는 “국을 끓여보면 확실히 맛 차이가 난다. 기장미역의 장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식감까지 쫄깃해 계속 찾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기장사람들’은 제품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 기장 다시마와 건 매생이, 멸치, 다시마 환 등 10여 종과 더불어 최근에는 다시마 맛 간장과 맛 육수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또 아몬드와 참깨가 들어간 아몬드 김스낵 제품도 간식과 안주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주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맞춤형 선물세트 판매에 주력하고 있지만, 고객이 원하면 분량이나 규격과 관계없이 주문하는 대로 제품을 포장해 배송해준다.
온라인 쇼핑몰 후기도 단골들의 평들로 가득하다. 박 대표는 “한 번 구매한 고객은 뛰어난 맛을 알고 다시 주문한다. 출산 때 먹어보았던 산모들이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주문하거나 입소문을 듣고 사이트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제대로 된 제품을 판매해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사업 초기부터 ‘좋은 품질’ 만을 고수했다. 미역을 직접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튼실한 거래처를 두는 것이 바로 좋은 상품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그는 또 다른 신상품 출시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박 대표는 “신상품은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기대해 주셨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기장 미역은 식탁 위의 즐거움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며 고객들이 맛있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그래픽=장은미 부산닷컴 기자 mimi@busan.com
사진=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2020-07-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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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언박싱] "장애인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 한 잔 어때요?"
‘부산언박싱' 시리즈는 성장 잠재력 있는 부산의 대표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기술력이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부산의 색채가 묻어 있어 부산 브랜드로 성장할 만한 사회적기업,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사회적기업 등을 총 6편으로 구성합니다.
[부산 언박싱] <1> 부산커피협동조합
부산 남구 황령대로. 커피 원두를 연상케하는 건물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은은한 커피향이 온몸을 감싼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우아한 음악 선율과 커피 내리는 소리가 향기롭게 어우러진다.
“반갑습니다”라며 미소 띤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기계를 다루며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다.
전문 바리스타 뺨치는 이들은 발달장애인.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물과 얼음을 적당히 섞어 커피를 능숙하게 내리며 여느 커피전문점의 바리스타가 하는 일과 똑같은 업무로 하루를 시작한다.
부산커피협동조합(이사장 이성록)은 2014년 바리스타 교육 학원, 생두·자재 법인, 에스프레소 머신 판매·렌탈 사업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5명이 뜻을 모아 만든 기업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에 도전장을 내며 시작, 지역사회와 ‘상생’을 실천하며 장애인과 어르신 등 취약 계층 20여 명이 함께 모여 일하고 있다.
부산시민 입맛 사로잡은 부산커피 #A
커피 맛은 원재료인 생두(커피 원두를 볶기 전 상태)의 품질에 따라 좌우된다. 생두가 얼마나 신선한가에 따라 그 맛은 확연히 차이 난다. 조합은 설립 당시부터 원두 직수입에 정성을 들였다. 수도권을 거쳐 부산으로 돌아오는 유통 과정을 줄이고 직수입을 선택해 소비자에게 더욱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제공한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시내 특급호텔들이 주거래처가 된 것도 신선한 생두를 고집하는 조합의 커피 유통 방식 때문이다.
커피협동조합 한홍규 이사는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에 일부러 제품을 써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커피 맛은 무엇보다 소비자가 더 잘 알고 있다. 경쟁력을 갖춰 더욱 맛있는 커피 생산에 주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합은 지난해 1월에 90년 역사의 유럽 에피코(EPICO)사와 공식 수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최상의 생두 로스팅에 탄력이 붙었다.
조합의 주력 상품은 부산시민 입맛에 맞춘 #A(샵에이)라 불리는 원두커피다. #뒤 붙은 알파벳은 원두의 원산지를 의미한다.
#A는 조합이 부산향토기업 300곳과 함께 고객의 사례를 수집하고 이를 빅데이터로 축적해 개발했다. #A는 베리(딸기) 향에 단맛이 더해져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특징이지만 카페라떼로 즐길 때는 딸기 우유를 맛보는 듯하다. #A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E(샵이)는 신맛과 단맛이 어우러져 깊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장애인 바리스타 육성·‘희망 일자리’ 공급
장애인을 채용하면서 조합은 또 다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발달장애인이 직접 커피를 내리고 고객을 응대하며 사회적 능력을 키운다. 바리스타 이외에 원두 로스팅을 하고 볶지 않은 생두에서 결점이 있는 콩을 골라내는 핸드 픽 업무 또한 장애인 직원이 도맡는다.
현재 조합에는 10명의 발달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제각각 맡은 일은 다르지만 모두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장애인 전형의 바리스타 자격증이 따로 있지만, 조합이 운영하는 부산커피교육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사)한국커피협회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취업과 연계해 조합 비스트로(작은 규모) 카페 ‘비쿱’에서 바로 현장 적응 능력을 키우도록 길을 열었다. 비쿱을 거쳐 간 장애인 바리스타 가운데 2명은 이미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에 취업했다.
한 이사는 “함께 일하는 발달장애인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특히 장애인 부모들이 만족스러워한다”며 “세상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다고 인식을 전환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비쿱에서 1년째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임우진(24·여) 씨 역시 행복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어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조합은 지난 2017년 8월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인 공로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았다. 조합은 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정부나 공기업, 대기업 등이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분담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조합에서 제조한 커피를 구매할 경우 연계 고용으로 인정해 분담금을 일정 비율 감면해준다.
부산을 커피 생산 메카로… 부산커피박물관 건립 목표
부산커피협동조합의 비스트로 카페 ‘비쿱’은 낮에는 주로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이자 오후 5시 이후에는 와인과 함께 이탈리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변신한다.
남부경찰서 옆 황령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고,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 덕분에 이미 분위기 좋은 음식점으로도 입소문이 나 있다. 특히 유럽풍 인테리어와 어우러진 야외 테라스는 문화예술공연 장소로도 활용돼 지역민의 또 다른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조합은 크고 작은 변화를 꿈꾸고 있다. 먼저 ‘비쿱’ 1호점에 이어 2호점을 구상하고 있다. 커피 제조·판매·유통에 그치지 않고 부산 시민들이 언제나 손쉽게 커피를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내 수입 커피 물량의 80%가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는 만큼 부산에 원두 창고를 조성하는 것도 향후 목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더 나아가 단순한 창고 형태가 아닌 전 세계의 커피를 맛보고 로스팅 체험까지 할 수 있는 테마형 커피박물관 등을 지어 부산의 또 다른 관광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한 이사는 “커피시장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지만, 부산서도 이제 날갯짓이 시작됐다. 커피 산업이 성장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많은 부산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그래픽=장은미 부산닷컴 기자 mimi@busan.com
사진=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2020-07-10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