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인기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동네방네 비프’입니다. 영화의전당과 남포동 극장가 외에, 시민이 즐겨찾는 곳을 찾아가 스크린을 펼치는 새로운 방식의 영화제입니다. 부산 전체를 영화의 바다로 만드는, 애초 BIFF가 꿈꿨던 것을 실현하는 프로그램이지요.
올해 이 동네방네 비프 가운데서도 가장 이색적인 장소가 부산을 대표하는 선찰대본산, 범어사입니다. 성보박물관 앞 대형 스크린에서 지난 11일 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만든 빅터 플레밍 감독의 ‘굿바이 마이라이프’(1937)를 상영했습니다. 고즈넉한 가을 밤, 간간히 풍경소리 들리는 절에서 명작을 감상하는 느낌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상쾌합니다. 마음 속 부처와 절집 안팎, 스크린 속 부처가 모두 다르지 않음을 꿰뚫은 스님들이 흔쾌히 영화 상영에 동참한 것 아닐까 짐작합니다.
경제와 외교·안보는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듭니다. 기준금리 3.0% 시대가 열렸고, 고환율·고물가도 꺾일 기세가 아닙니다. 북핵 위기에 대응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력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이 와중에 일본과의 합동 군사훈련에 대한 공방도 역사 논쟁으로 비화했습니다.
도탄에 빠진 민생은 돌보지 않고 개혁보다 기득권에 안주하며 정쟁에만 골몰했던 왕가와 조정, 140년 전 구한말과 현재 모습이 묘하게 겹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