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으로 이태원 참사 현장 상황을 지켜본 국민들에게는 떨리는 손으로 브리핑하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6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정보계장,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과 함께 최 소방서장까지 입건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침 어제 9일은 소방의날이었습니다. 2020년 제58회 소방의날 기념식에 소설가 김훈이 헌정한 ‘살려서 돌아오라, 살아서 돌아오라’라는 문장이 새삼 가슴을 때립니다. 경찰과 소방 일선에서 당일 현장 대응에 나섰던 직원들은 지금도 ‘더 구할 수 있었다’는 자책에 트라우마를 겪습니다. 최 소방서장도 근무일이 아님에도 사건 당일 현장에 나와 직원들을 격려했고, 초저녁부터 현장을 지키다 사건 발생 소식을 듣고 대원들보다 현장에 먼저 뛰어갔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주현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과연 그 자리에 있었어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는 분을 입건했다”며 “그럼 도대체 어디까지 하는 것이 우리 임무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서울지부는 9일 성명을 내 "꼬리자르기식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반발했습니다.
노조 주장에 이해가 갑니다. 인파 관리 주무 관청인 경찰청 수뇌부는 사고 시점 공백이었습니다. 충북 제천에 1박 2일 캠핑을 떠난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고 상황을 알리는 보고 문자와 전화도 처음엔 받지 않다가 자정이 지나서야 통화에 성공, 부랴부랴 상경해 새벽 2시 30분에 대책회의를 주재했습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29일 오후 9시께 광화문 시위 현장 모니터링을 끝낸 뒤 귀가해 집에 머물다 오후 11시 36분에야 이임재 용산서장 전화를 받고 30일 오전 0시 25분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김 청장은 오후 11시 34분쯤 걸려온 이 서장 전화를 3차례 받지 않았습니다. 더 윗선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대통령보다 늦게 보고 받았는데 당일 행적은 아직 공개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좌동훈 우상민’이라는 시중의 말이 사실인지, 장관 문책 얘기는 이제 쏙 들어가버렸습니다.
왜 경찰과 소방 현장 근무자들은 사건사고 후 매번 꼬리가 되고 양이 되어야 하는지, 소방의날이어서 더 쓰라린 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