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정부 공식 초청 앙코르와트 답사 대신 심장병 어린이 집을 찾아 위로한 일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거웠습니다. 각국 정상 배우자들의 외교 무대를 외면하고, 오드리 햅번식 연출을 했다는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반면 김 여사가 찾아간 심장병 소년을 돕겠다는 지원 문의가 국내에서 쇄도한다는 소식을 보면, 논란에도 불구하고 휴머니티에 대한 공감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윤 대통령이 프놈펜을 공식방문하는 것을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입니다. 부산저축은행은 2005년 프놈펜 인근 캄코시티라는 신도시 건설 사업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2369억 원을 대출해줬으나 분양 실패로 2012년 사업이 중단되면서 파산했습니다.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가 2020년 현지에서 시행사 지분 60%를 인정받는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냈으나 현지 시행사 경영권 확보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 3만 8000명은 아직 예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윤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를 수사한 주임검사였기에 뭔가 물꼬를 터주리라고 기대했겠죠.
캄보디아 교민과 피해자들은 이번 윤 대통령 동선을 따라 정부의 노력을 호소하는 플래카드까지 걸면서 관심을 촉구했지만, 대통령실은 무관심했습니다. 이번 방문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고, 부적절하다는 이유입니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는데, 이제 그들은 70대가 되었습니다. 생명과도 같은 돈을 떼인 피해자들의 눈물 앞에 정부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였어야 하지 않을까요. ‘바쁜 일정 탓이었겠거니…’, 10년 넘게 기대와 절망의 파고를 넘어온 피해자들은 이번에도 윤 대통령 귀국 후의 행보를 눈여겨 볼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