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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고양이] ‘마지막 인사’ 드립니다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사람과 동물과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획 보도였습니다. 올 2월부터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부터 시작해 동물복지 현안을 다뤘는데요. 반려동물의 입양‧유기‧파양뿐 아니라 불법 번식농장, 길고양이, 동물원‧수족관, 야생동물 카페, 실험동물, 패션에 희생되는 동물, 농장 동물까지 동물권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내내 병치레가 잦았던 부루는 아직도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부루는 편집국보다 아늑한 공간에서 회복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우주보다 먼저 입양을 가게 됐는데요. 그동안 병원을 데리고 다니며 수의사 선생님들과도 가장 자주 연락한 제(율 집사)가 부루를 입양하기로 했습니다.
부루는 저희 집에 미리 와서 적응 기간도 가졌는데요. 낯선 곳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 덕분인지 금세 적응을 끝내고 안겨 ‘골골송(고양이가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을 불렀답니다. 고양이 물품이라곤 전혀 없던 율 집사의 집에는 어느새 고양이 물품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는데요. 캣 타워부터 고양이 화장실, 고양이 밥그릇, 정수기 등등. 부루와 함께 살아갈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부루는 빈혈 수치가 계속 떨어져, 원인을 찾는 몇 가지 검사를 위해 다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요. 퇴원하면 율 집사와 함께 지낼 계획입니다. 부루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돌보겠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애교쟁이’ 우주는 여전히 집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데요. 편집국 집사들의 무릎에 돌아가면서 올라가 애교를 부리곤 합니다. 우주에게는 어쩌면 아침부터 밤까지 사람이 있는 편집국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우주는 편집국에 완벽 적응했습니다. 우주도 곧 평생 집사를 찾아갈 테지만, 그때까지는 우주가 여러 집사들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우주와 부루가 처음 편집국에 왔을 때만 해도 추운 겨울이었는데, 어느덧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힘든 한여름이 됐습니다. 고양이 눈곱을 떼는 것조차 서툴렀던 초보 집사들은 어느덧 약을 먹이고 발톱도 깎이고 순식간에 고양이 목욕도 시키는 ‘만렙(게임에서 최고 레벨)’ 집사가 됐습니다. 편집국에 찾아온 두 작은 생명 덕분에 편집국에는 온기와 생기가 넘쳐났습니다. 편집국 직원들에겐 고양이들과 함께한 겨울, 봄, 여름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동물권 이야기를 다루는 기사엔 비판 댓글들도 따릅니다. 대체로 ‘사람 살기도 팍팍한데 무슨 동물까지 챙기냐’는 반응들이죠. 사실 편집국 고양이를 돌보기 전까진 편집국 내부의 반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고양이들을 돌보며 편집국의 인식도 점점 바뀌어 갔죠.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알게됐다’며 응원해주는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응원 댓글을 차근히 보면서 힘을 얻었습니다. 동물도 함께 행복한 사회를 바라는 마음이 모여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함께해주신 편집국 직원들과 독자 여러분, 그리고 사랑스러운 두 마리의 고양이 우주와 부루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 우주와 부루를 불법 번식농장에서 구조해주신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우주와 부루를 성심껏 돌봐주신 다솜동물메디컬센터에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편집국 고양이 정기 연재는 끝나지만, <부산일보> SNS를 통해 가끔씩 고양이들의 소식 전하겠습니다. 안'냥'히 계세요!
2021-07-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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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고양이] 농장 동물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합니다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기억하시나요. 달걀에서 사람에게 해로운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나와 전 세계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습니다.
어쩌다 계란에서 살충제가 나온 걸까요? 알을 낳는 닭에게 벼룩이나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썼기 때문입니다. 자연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닭은 흙에 몸을 비비는 ‘흙 목욕’을 하면서 몸에 묻은 진드기를 떼어냅니다. 하지만 좁은 철창 안에 갇힌 닭들은 흙 목욕은커녕, 깃털을 제대로 정리할 수조차 없죠. 그러니 살충제를 뿌렸고 닭이 낳은 달걀에서도 살충제가 나온 겁니다.
‘피프로닐’이란 살충제는 인체에 흡수되면 구토와 복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랜 기간 노출될 경우엔 장기를 손상시킬 수도 있고요. 이 때문에 소나 돼지, 닭처럼 식용으로 쓰이는 동물에겐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하지만 농가에선 손쉽게 해충을 제거하기 위해 흔히들 써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소비자들도 큰 충격에 빠졌는데요. 식약처는 ‘하루에 126개 달걀을 먹어도 문제없다’는 공식 입장을 냈지만, 어딘지 모르게 찝찝함은 남았습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공장식 축산’에 대한 성찰이 일었습니다. A4용지 한 장보다 좁은 곳에 닭을 가둬놓고 알을 낳도록 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왔고요. 실제 산란계는 한 마리당 0.05㎡의 공간에서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 기계처럼 알을 낳았는데요. 2018년 기준이 0.075㎡로 늘었지만, 여전히 너무 좁은 공간이죠.
이런 사육장을 ‘배터리 케이지’라고 부르는데요. 케이지를 3~4단으로 쌓은 모습이 대포를 정렬한 포열(battery)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이런 좁은 곳에서 평생을 보내는 산란계는 뼈가 부러지기도 하고, 심하게 깃털이 빠지기도 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유럽은 1999년부터 산란계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2012년엔 배터리 케이지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반할 때는 계란 판매를 할 수 없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이 시작됐으니, 아무리 제도가 잘 갖춰져도 현실에서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닭뿐만이 아닙니다. 일부 양돈농가의 돼지도 ‘스톨(stall)’이라 불리는 작은 철창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스톨의 크기는 대개 가로 60cm, 세로 210cm 수준. 새끼를 밴 어미 돼지는 스톨에 갇혀 새끼를 낳고 다시 임신하기를 반복합니다. 다행히, 지난해 1월부터 스톨 사육이 제한적으로 금지됐는데요. 교배한 날로부터 6주가 지난 어미 돼지는 스톨에서 사육을 못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임신 후 6주 동안은 다른 돼지들과 분리된 공간에서 사료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스톨에서 사육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좁은 곳에 가둬놓고 키우는 이유는 생산 효율성 때문입니다. 더 많은 동물을 더 빨리 키워내기 위해서죠. ‘공장식 축산’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풀어놓고 키우면, 관리도 힘들 뿐더러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겁니다.
그럼에도 농장동물에게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요.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2012년 산란계부터 시작해 2013년엔 양돈, 2014년엔 육계, 2015년엔 젖소·한육우·염소, 2016년엔 오리 농장까지. 적용 범위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에 인증 받은 동물복지 축산농장은 337곳. 동물복지 축산농장에서 사육되고 동물복지 운송‧도축을 거쳐 생산된 축산물에는 ‘동물복지 축산물’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농장동물에 대한 복지가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동물복지 농장에서 생산한 달걀·고기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높아지고는 있지만, 비싸다는 이유로 고민 끝에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 경우가 많죠. 동물복지 농장이 더 많아진다면 소비자들도 조금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동물자유연대는 ‘케이지 프리(cage free) 코리아’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케이지 프리’를 선언하는 기업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기업의 케이지프리 선언은 케이지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을 제품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풀무원은 2018년 유통 중인 식용란 제품을 10년 안에 모두 동물복지 달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풀무원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만큼, 2028년이면 마트에서 동물복지 달걀을 더 자주 만날 수 있겠죠? 포시즌스 호텔과 메리어트 호텔도 2018년 케이지프리 선언을 했습니다. 이들 호텔은 2025년까지 국내뿐 아니라, 본사를 포함한 해외 지점에서 케이지 프리를 이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샌드위치 브랜드 서브웨이와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 역시 2019년 케이지 프리에 동참했는데요. 서브웨이는 2025년까지, 스타벅스는 2029년까지 약속을 이행하기로 했습니다.
케이지 프리에 동참한 이들 브랜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죠. 영향력 있는 기업이 케이지 프리에 동참하면 할수록, 농가들도 점차 변화를 모색하게 될 겁니다. 어쩌면 몇 년 뒤엔 동물복지 농장이 더 익숙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축산 농가 동물도 조금 더 자유를 누릴 수 있겠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다면, 그 미래는 조금 더 빨리 다가올 겁니다.
‘어차피 식용으로 먹는 동물의 복지까지 생각해야 하나’라고 의문을 갖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농장동물 복지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 글로 답을 대신합니다. “쾌적한 사육환경을 제공하고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는 등 농장동물의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면 동물이 건강해집니다. 건강한 동물로부터 생산되는 축산물은 안전합니다.”
편집국 고양이들 소식 전합니다. 우주와 부루는 평생 집사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시작 때 언급했듯, 편집국 내에서 우주와 부루의 평생 반려자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이기도 했는데요. 다음 주는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이야기, 편집국 고양이들의 입양 소식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우주와 부루의 일상은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2021-07-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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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고양이] 동물의 털은 동물이 입을 때 가장 빛납니다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비건’이라고 하면 흔히 채식주의자를 떠올리죠. 최근에는 음식뿐 아니라 의류, 액세서리, 화장품으로 비건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데요. 동물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모피부터 패딩, 니트, 가죽가방, 신발 등을 만드는 데 악어, 밍크, 양, 거위, 토끼 등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의 이번 주제는 ‘패션으로 희생되는 동물들’입니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에 따르면 모피코트 한 벌을 만드는 데 평균 60마리의 밍크가 필요합니다. 털 종류에 따라 수달은 20마리, 너구리 50마리, 여우 20마리, 늑대 15마리, 족제비 125마리, 토끼 35마리, 담비 50마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비단(실크)은 누에가 누에고치를 만들기 위해 뿜어내는 실로 알려져 있죠. 누에는 누에고치 안에서 번데기로 지내다 나방이 되어 고치를 뚫고 나오는데요. 빈 누에고치를 수거해 실크로 만든다면 문제될 건 없겠죠. 하지만 자연스럽게 실크를 만들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됩니다. 또 나방이 고치를 뚫고 나오면 실로 뽑아낼 때 실이 뚝뚝 끊기겠죠. 그 경우 품질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누에공장은 누에가 고치를 만들고 나면 유충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뜨겁게 달구거나 증기로 찌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방이 되어 고치를 뚫고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부드러운 모질로 인기가 높은 ‘앙고라’는 앙고라토끼의 털입니다. 앙고라를 얻기 위해 살아있는 앙고라토끼를 묶어둔 상태에서 가위로 털을 잘라내는데요. 이때 토끼가 움직이면서 피부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털은 때가 되면 깎아줘야 한다고들 알고 있죠. 하지만 단시간에 많은 털을 얻기 위해 양의 피부에 밀착해 털을 밀면서 피부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겨울옷 패딩은 대부분 오리나 거위의 깃털로 채워져 있는데요. 이 깃털도 산채로 뽑히거나, 도살로 인해 뽑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나 악어, 뱀도 가죽으로 쓰이기 위해 도살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입는 옷과 액세서리들은 많은 동물의 희생에서 비롯됐습니다. 이같은 비윤리적이고 반환경적인 패션산업에 대한 성찰로 시작된 것이 ‘비건 패션’인데요. 동물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넘어, 친환경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제품들이 비건 패션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식물성 섬유라도 토양을 오염시키는 농약을 사용한다면 비건 소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거죠.
요즘은 명품부터 국내 브랜드까지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모든 제품에서 동물성 섬유를 사용하지 않는 완전한 형태의 비건부터,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퍼-프리’까지 다양합니다.
독일의 패션브랜드 휴고보스는 완전한 형태의 비건 브랜드로 분류되는데요. 2016년 컬렉션부터 라쿤, 여우, 토끼 등의 모피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울소재를 이용할 때도 양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는 공급자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겠다고 발표했고요. 살아있는 동물에게서 뽑은 거위 깃털과 앙고라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휴고보스는 대신 파인애플가죽이나 버섯가죽 등 식물에서 채취한 신소재를 제품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완전한 비건은 아니더라도 캘빈클라인, 구찌, 마이클코어스, 랄프로렌 등이 일부 제품에 '퍼-프리'를 선언하면서 한 발자국씩 윤리적 패션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2015년 최초로 '비건타이거'라는 비건 패션 브랜드가 생겨났습니다. 이 브랜드는 모든 제품에 천연 모피와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비건 소재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뒤이어 낫아워스, 푸시버튼 등의 브랜드도 자리잡았습니다. 국내 비건들의 선택 폭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죠.
패션뿐 아니라 화장품 업계에도 이같은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주 실험동물 편에서도 짧게 소개해드렸는데요.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제품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점점 윤리적 소비 트렌드가 확산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와 같은 실천이 미래의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남대 의류학과 배수정 교수는 “독신 가정과 반려동물이 증가하는 현 시대에 동물의 생명도 존중하자는 사고는 더불어 사는 사회와 환경에 대한 인식,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21세기의 사회적 가치와도 연결돼 있다”면서 “환경문제와 연계한 가치소비의 관점에서 비건패션을 교육하고 실천한다면 미래에 발생할 상당한 환경문제와 의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25일(한국시간)에는 유명 패션브랜드 '캐나다구스'가 모자 장식으로 사용해오던 코요테 털을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늦어도 2022년 말까지는 모피가 들어가는 제품의 생산을 끝내기로 했다는데요. 페타를 비롯한 수많은 동물보호단체가 캐나다구스에 모피 사용 중단을 요구한지 15년 만입니다. 하지만 재킷의 충전재인 거위와 오리깃털 사용은 계속된다고 하네요. 세상은 분명 바뀌고 있지만, 그 속도가 아직은 더딘 것 같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가 쓴 책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동물의 털은 동물이 입고 있을 때 가장 빛나고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편집국 고양이 소식도 전합니다. 부루가 수술을 받은 지도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지난 1일에는 병원에서 실밥을 풀고 왔는데요. 수술 자국도 깨끗하게 아물었고, 체중도 조금 늘어서 잘 회복을 하고 있습니다. 피부병도 점점 나아가는지, 새 털도 올라오고 있고요. 우주는 언제나 그랬듯 아픈 곳 없이 밥도 잘 먹고, 편집국 집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편집국 고양이 우주와 부루의 일상은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2021-07-0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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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고양이] 과학의 눈부신 발전 뒤엔 실험동물의 눈물나는 희생이…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동물 실험’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동물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 쥐나 토끼일 겁니다. 실제로 동물 실험엔 훨씬 다양한 동물들이 투입되는데요. 귀여운 외모에 사고뭉치로 알려진 ‘비글’도 실험에 자주 쓰이는 동물이란 사실, 알고 계셨나요?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 이번 편은 실험동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에서 실험에 사용된 동물의 수는 371만 2380마리였습니다. 2010년 132만 8000여 마리에서 9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종은 설치류(86.9%)입니다. 그 다음으로 어류(6.3%), 조류(5.1%), 기타포유류(0.9%), 토끼(0.7%) 순이었습니다.
실험동물들은 실험을 위해 태어나, 각종 실험으로 고통받다 대부분 안락사됩니다. 동물 실험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불거지자 국내에서도 2009년 실험동물관련 법안이 처음 만들어졌는데요. 무분별한 동물실험을 억제하고 실험동물을 윤리적으로 다루기 위해 동물실험윤리위원회도 만들어졌습니다. 실험에 쓸 수 없는 동물을 지정하고, 동물의 고통이 덜한 방법으로 실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감독할 수 있게 됐죠.
하지만 현실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동물보호법은 장애인 보조견이나 경찰견, 소방견, 검역 탐지견 등 국가를 위해 일한 동물들이 실험동물로 쓸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실험에 쓰이고 있습니다.
혹시 검역탐지견 ‘메이’를 기억하시나요? 2012년 복제견으로 태어난 메이는 훈련을 받아 검역탐지견으로 활약했는데요. 국가를 위해 일하고 영예롭게 은퇴할 줄 알았지만, 은퇴 후 메이는 또다시 실험실로 가게 됐습니다. 메이는 2019년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비쩍 마른 상태로 발견됐는데요. 성기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는 등 무리하게 실험에 투입한 정황들이 발견됐습니다. 메이는 결국 실험실에서 생을 마감했는데요. 당시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무리한 동물 실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동물 실험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일어날까요? 올해 초엔 충북대 수의학과 한 연구진의 연구가 논란이 됐는데요. 3D프린터로 만든 인공 눈을 넣기 위해 멀쩡한 개의 눈을 적출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샀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잔혹하고 불필요한 실험”이라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게다가 이 실험이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통과가 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동물이나 인간의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실험이 아닌, 단순 미용의 목적으로 두 마리의 비글을 희생시킨 불필요하고 비윤리적인 실험”이라고 지적하면서 “실험의 윤리성과 정당성을 올바르게 평가해야 할 동물실험윤리위원회와 연구윤리위원회마저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사실상 국내에 실험동물의 안전을 보장할 시스템이 부재함을 의미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동물 실험의 결과가 완벽하지도 않습니다. 실제로1950년대 후반 ‘탈리도마이드’라는 약물은 소형 설치류에서 독성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시중에 판매됐는데요. 입덧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전 세계 많은 임신부들이 약을 복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산모에게서 팔다리가 짧거나 없는 기형아들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당장 동물 실험을 없애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3R원칙’입니다. 최대한 동물을 이용하지 않도록 대체(Replacement)하고, 실험에 사용하는 동물의 수를 줄이고(Reduction), 불가피하게 동물 실험을 진행할 경우 고통 완화(Refinement)를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입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동물 실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요즘엔 대학 학부 수업에서 직접 해부를 하는 대신 모형을 이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고요.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실험도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한국동물실험대체법학회도 꾸려져 연구자들이 다양한 대안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소비자 중에도 동물 실험에 반대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 이른바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제품을 찾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에 발맞춰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고요.
국회에선 동물대체시험법을 더욱 확산하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2020년 12월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습니다. 동물대체시험법 확산을 위해 기본 계획을 세우고, 식약처 등 관련 행정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시책을 수립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돼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실험실에서 고통 받는 동물들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불필요한 희생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끝으로, 편집국 고양이 소식입니다. '부루'는 수술을 잘 마치고 편집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아픈 곳이 없어서인지 이전보다 훨씬 활발해지고 밝아져 집사들의 마음이 놓입니다. '우주'는 신문사 고양이답게 제작회의에도 참여했는데요. 우주의 활약은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2021-06-2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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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고양이] 야생동물이 왜 카페에 있는 건가요?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포동포동한 몸집에 처진 눈매. 아장아장 걸어 다니면서 사람에게 애교도 부리는 동물 라쿤. 호기심은 많은데 경계심도 강해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미어캣. 과거엔 모두 TV나 책,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던 동물이었죠.
하지만 일부 카페에서는 돈만 주면 희귀한 야생동물들을 만질 수 있습니다. 2000년대 강아지·고양이 카페가 점점 인기를 끌자, 2010년대엔 더 희귀한 동물을 볼 수 있는 야생동물 카페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는데요. 전국에 우후죽순 들어선 동물 카페들은 생겨났다가 없어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 전시동물 편 마지막 주제는 ‘야생동물 카페’입니다.
부산에도 야생동물 카페가 있습니다. 이 카페는 고양이뿐 아니라 라쿤과 미어캣, 사향고양이, 사슴을 함께 키우고 있는데요. 취재를 위해 찾은 이곳, 입장하자마자 동물의 분변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평일 오후였지만 손님은 끊이지 않았는데요.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학생부터 젊은 성인 남녀들까지 다양한 나이대가 방문했습니다. 손님들은 눈앞에서 보는 야생동물들이 신기한지, 쉴 새 없이 동물들을 만졌습니다. 한 남성은 구석에서 잠든 라쿤 한 마리를 흔들어 깨운 뒤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엔 앵무새 체험을 할 수 있는 카페도 있었습니다. 이곳 역시 평일 오후 시간대지만 테이블 가득 손님이 가득했습니다. 이곳은 입장료를 내면 앵무새를 테이블 위로 가져다줍니다. 직원이 앵무새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손님들의 손길이 서툰지 자꾸만 날아가는 앵무새들. 물거나 쪼지 않도록 훈련이 돼 있다지만, 가끔 손을 물기도 했습니다.
이런 야생동물 카페는 전국에 몇 곳이나 될까요?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전국에 47곳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정확한 현황은 파악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보유동물이 10종 50개체 미만일 경우 동물원수족관법에서 정하는 환경부 관리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반려동물 6종 이외의 동물은 동물보호법 ‘동물전시업’ 의무 등록 대상도 아닙니다. 동물원에도 해당하지 않다 보니 동물원수족관법의 적용을 받지도 않습니다. 한마디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곳이죠.
동물 카페는 무엇이 문제일까요? 동물들은 시끄러운 노랫소리와 밝은 조명에 노출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억지로 만지기도 하죠. 사람의 손길이 익숙하지 않은 야생동물은 이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합니다. 또 대부분의 야생동물 카페는 여러 종을 함께 키우고 있는데요. 서식 환경이 다른 동물을 함께 키우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야생동물 카페가 사람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람과 동물이 공통적으로 감염될 수 있는 병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는 건데요. 라쿤이나 사막여우, 미어캣, 야생 조류들은 야생에서는 인간과 직접 접촉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카페에선 이런 동물들을 만지고, 안고, 먹이를 주죠. 이 과정에서 할큄, 물림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이때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들은 감염에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카페가 문을 닫은 후, 동물의 거처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동물체험카페도 하나둘씩 문을 닫았는데요. 동물원은 폐업할 경우 동물을 어디로 보내는지 등을 지자체에 알려야 하지만, 동물원이 아닌 개인 소유의 동물은 지자체가 관리·감독하는 규정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단체들은 카페에서 야생동물을 만지고 애완용으로 전시하는 것이 야생동물을 소유하려는 분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꼬집습니다. 실제로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인터넷 업체에서는 라쿤이나 미어캣 등의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야생동물이 탈출하거나 유기될 때는 생태계를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8년 9월 말까지 야생동물구조센터엔 106마리의 외래종 동물이 입소했는데요. 이중 라쿤은 4마리가 포함돼있었습니다. 유기동물보호센터에 개‧고양이 이외의 동물이 유기된 건수는 2008년 405건이던 것이 2017년 1218건으로 늘어났는데요. 사람들이 점점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2019 전국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야생동물 카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연말 “야생동물 카페와 같은 미등록 야생동물 전시시설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공중보건과 안전을 위해 동물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할 계획입니다. 환경부는 정확한 현황 파악을 위해 올해 중 실태조사도 하기로 했습니다. 또 카페 등에 전시된 동물 중 멸종위기(CITES종)을 확인하고 입수 경위 등을 점검한다는 방침입니다. 야생동물 카페를 더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되면, 유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죠? 이에 대비해 외래 야생동물보호소도 설치할 계획입니다.
야생동물 카페가 없어진단 소식에 평소 동물체험카페를 즐겨 찾는 이들은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 모(39) 씨는 “아이가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종종 카페를 찾는다. 동물들을 만지고 교감하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정서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물 카페는 동물복지 차원에서 결코 좋은 시설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천명선 교수는 “야생동물 카페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일회성이고 무책임하며 동물을 도구화하는 것”이라면서 “방문 목적이 야생동물을 만져보고, 키울 수 없는 동물을 구경하고, 먹이를 주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면 이것이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과 고통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편집국 고양이들의 안부도 전해드립니다. 지난주 부루가 며칠동안 밥을 잘 먹지 않았는데요. 급히 병원에 갔더니, 십이지장에 작은 천공이 생겨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복막염까지 일어난 상황이었는데요. 다행히 늦지 않게 응급 수술을 받아, 현재는 빠르게 회복 중입니다. 한 생명을 돌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또다시 뼈저리게 느낍니다. 부루의 수술‧회복기는 <부산일보> 유튜브 채널에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영상‧편집=장은미 에디터 mimi@busan.com
2021-06-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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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고양이] 수족관 속 돌고래가 죽어갑니다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올해에만 벌써 세 마리의 돌고래가 수족관(아쿠아리움)에서 폐사했습니다. 올해 2월 거제 씨월드에서, 3월 제주 마린파크에서, 5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각각 1마리가 세상을 떠났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수족관에서 폐사한 고래는 총 20마리. 고래에게 수족관은 어떤 공간일까요.
경남 거제에 위치한 거제씨월드는 국내의 대표적인 돌고래 체험 파크입니다. 이곳에서는 돈만 내면 돌고래와 입 맞추기, 먹이 주기, 만지기 뿐만 아니라 벨루가의 등에 올라타는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성인 남성이 서핑보드처럼 돌고래를 타는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이같은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거제씨월드 측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학대 의혹에 반박했는데요. 이 입장문에서 “동물 학대 등의 금지조항을 철저히 지키며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수족관 시설은 다양한 해양동물 및 해양생태계의 중요성과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공간이라고 자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전국에는 총 23개소의 수족관이 있습니다. 민간이 운영하는 곳은 15곳, 공공이 운영하는 곳은 8곳입니다. 이중 고래류를 사육하는 수족관은 총 7곳. 이곳에서 24마리의 돌고래가 사육되고 있습니다. 일부 수족관에선 전시를 넘어 돌고래 쇼, 체험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족관들은 큰 인기를 끕니다. 2016년부터 2018까지 대형 수족관 4곳은 연평균 100만 명가량이 꾸준히 찾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육지 동물보다 더 보기 힘든 수중 생물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을 찾는 주된 이유죠.
특히나 돌고래를 보유한 수족관들은 더 큰 인기를 끕니다. 귀여운 외모에 사람에게도 친근하고 지능이 높아 재롱도 떠는 돌고래. 바닷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눈앞에서 돌고래를 보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일 겁니다.
수족관의 순기능도 있습니다. 일부 수족관들은 전시의 역할을 넘어 해양생태계 보전과 구조‧치료 등의 공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멸종 위기인 수중 생물을 번식해 방류하는 등의 역할도 하고, 해양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는 교육적 기능도 하고요.
하지만 문제는 수족관 속 돌고래들이 계속해서 죽어 나간다는 겁니다. 하루 수백km를 헤엄치는 돌고래들을 10m도 채 안 되는 수조 안에 가둬두니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초음파로 소통하는 돌고래들이 수조 안에 갇힐 경우, 반사되는 음파로 인해 지속적인 소음에 노출됩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돌고래들은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하죠. 수족관 내를 반복적으로 맴돌거나, 움직이지 않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폐사한 큰돌고래 안덕이는 죽기 직전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물에 떠 있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매년 평균 4마리의 돌고래들이 죽어 나가는 수족관. 해양환경단체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이 수족관을 ‘감금시설’이라 표현하는 이유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초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요. 동물원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등록제였던 법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허가 기준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전문검사관 제도도 도입해 수족관 허가뿐 아니라 점검 시 서식환경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동물 학대 논란이 된 '체험'은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해수부는 앞으로 관람객 먹이주기, 만지기, 올라타기 등을 금지하고 체험이 가능한 프로그램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도록 지침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새로 짓는 수족관에는 고래류 사육‧전시를 전면 금지하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고래를 전시하지 않고, 디지털 기술로 구현하는 체험시설을 짓도록 유도하고 이를 지원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등록된 수족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데요. 해수부 관계자는 “돌고래들이 업체의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방류를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수족관 운영 업체에 방류를 제안하는 등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고래류의 사육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2019년 ‘고래 돌고래 감금 종식법’을 도입해 치료나 구조, 학술연구 목적을 제외한 고래류의 사육과 전시, 관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프랑스, 인도, 칠레 등 국가에서도 돌고래 사육을 금지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바닷속 모습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곳들도 늘고 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연사박물관은 바닷속을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전시를 열기도 했습니다. 길이 30m에 달하는 대왕고래가 유영하는 모습이 실제와 매우 흡사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뉴욕 한복판에서 열린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오션 오디세이 인카운터’에서도 혹등고래와 백상아리, 대왕오징어, 바다사자가 눈 앞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하네요.
수족관 속 고래를 방류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데요. 특히나 제주 마린파크에 홀로 남은 생존 돌고래 ‘화순이’의 방류를 촉구하는 범국민적 캠페인도 일고 있습니다. 방류 방법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는데요. 핫핑크돌핀스 등 해양환경단체들은 대안으로 ‘바다쉼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역 중 면적이 넓고, 수심이 일정하고, 해양생태계가 잘 보전된 곳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이달 초 전문가, 활동가들과 함께 바다쉼터 후보지를 답사하기도 하는 등 돌고래 방류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습니다.
수족관 속 돌고래를 방류하면 돌고래는 어디서 보냐고요? 제주도 앞바다에선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맨눈으로 돌고래를 볼 수 있습니다.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보다, 바닷속을 헤엄치는 돌고래가 가장 돌고래다운 모습이지 않을까요?
편집국 고양이 소식도 전합니다. 우주는 편집국에 온 지 4달 만에 처음으로 목욕을 했습니다. 고양이들은 물을 싫어하고, 평소 ‘그루밍’을 통해 스스로 몸을 단장하기 때문에 목욕을 자주 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피부병이 있는 부루와 함께 지내는 만큼 한 번쯤은 목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겁이 많은 편이어서 목욕이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우주의 목욕난이도는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우주의 목욕기는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영상‧편집=장은미 에디터 mimi@
2021-06-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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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고양이] 시멘트 바닥과 유리 벽에 갇힌 동물들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어릴 적 TV에서 본 사자는 드넓은 초원을 거닐었습니다. 호랑이는 깊은 산속을 어슬렁거리고요. 코끼리와 사슴은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북극여우는 흰 눈밭 위를 뛰어다녔습니다. 여러분이 본 동물들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초여름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달 31일, 기자는 경남의 A동물원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동물들은 시멘트 바닥에 누워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습니다. 북극여우는 더위에 지친 듯 미동도 없고, 10평 남짓해 보이는 좁은 전시장을 백호 두 마리가 공유했습니다. 더 좁은 공간에 혼자 놓인 흑표범은 활동량이 성에 차지 않는 듯, 자꾸만 전시장을 맴돌았습니다. 홀로 전시 중이던 수사자는 기침에 가까운 포효를 하더니 철퍼덕 바닥에 누웠습니다. 인기척이 느껴지자 알파카, 기니피그, 사막여우는 ‘먹이주는 곳’에 연신 얼굴을 들이밀며 먹이를 갈구했습니다. 어린 아들과 함께 동물원을 찾은 부부는 “동물들이 너무 안 됐다”며 혀를 찼습니다. 어린 아들은 신난 듯 보였지만요.
다른 동물원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관람객이 줄면서 동물원 운영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대부분 동물원이 전시 규모와 운영 기간을 축소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궁여지책에 나섰습니다. 폐업하는 곳들도 줄을 이었습니다. 지난 2월에는 폐업한 대구 B동물원의 모습이 고발되기도 했죠. 당시 고드름이 빽빽한 우리 안에 방치된 원숭이 사진이 공개되자 공분이 일었습니다.
2019년 환경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는 총 110개의 동물원이 있습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영동물원은 20곳, 민간동물원은 90곳으로 조사됐습니다. 동물원‧수족관 법은 보유하고 있는 동물이 10종이 넘거나, 동물이 50개체 이상일 경우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동물원을 찾는 관람객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1980년 약 465만 명이던 관람객은 2000년에 1580만 명으로 3배 이상 늘었습니다. 2019년 관람객은 3465만 명. 전체 인구수 대비 66.8%가 동물원을 찾았다고 합니다.
동물원을 찾는 이들은 신기한 야생 동물을 눈앞에서 보는 것을 기대합니다. 특히나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TV나 책에서만 보던 동물을 직접 보여주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실제 2012년 동물원의 기능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들은 ‘교육 기능’을 가장 높게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나 전문가들은 지금의 동물원은 ‘교육적이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밀림이나 초원에 사는 야생 동물들이 시멘트 바닥과 유리벽 안에 갇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과연 교육적이냐는 지적이죠.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의 심인섭 대표는 “교육적 측면, 종 보호 측면에서 동물원이 필요하다는 것도 동물원 옹호론자들의 논리다. 지금은 영상이나 VR 등으로 충분히 동물을 볼 수 있는 시대다. 특히 우리나라 동물원은 근친 교배 등으로 인해 종 보존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않을뿐더러, 동물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동물원이 대부분이어서 교육적이지도 않다”며 일침을 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동물원 동물 중 대다수가 야생동물이 아닌 동물원에서 번식된 개체라고 말합니다. 야생동물을 잡아다 가둔 게 아니라는 거죠. 물론 사람의 손을 탔다고 해서 동물적 본능이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외국의 동물원은 동물의 실제 서식 환경과 비슷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넓은 초원에 기린과 코뿔소 등이 함께 무리를 짓고 살도록 동물들을 풀어놓습니다. 기린을 눈앞에서 볼 수는 없지만, 실제 기린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동물원은 아직도 1세대 ‘콘크리트 감옥’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사파리 형태에 넓은 공간을 확보한 동물원도 있지만, 대부분은 좁은 우리 안에 동물을 가둔 형태입니다.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될까요? 누구나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전까지만 해도 동물원 관련 법이 전무했습니다. 동물원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경우가 많아, 야생생물법이 적용돼 왔죠. 하지만 이는 전시 동물만을 위한 법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원과 관련한 법은 미비한 실정이었습니다.
2016년에서야 동물원‧수족관법이 제정되면서 그나마 제도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허술한 법망이 2018년에서 재정비되기 했지만, 이또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껍데기’라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지난해 드디어 구체적인 계획이 나왔습니다. 환경부는 ‘제1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요. 누구나 등록만 하면 운영할 수 있던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꿀 계획입니다. 동물원을 허가할 때는 사육 환경이 적절한지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전문 검사관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국립생태원이나 국립생물자원관 등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검사관으로 투입됩니다. 또 먹이 주기, 만지기 등 체험도 몇몇 종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찾아가는 동물원’과 같은 이동 전시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더 나아가 동물원 선진화를 위해 권역별 거점 동물원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권역별로 거점 동물원을 지정해 제대로된 환경에서 동물들이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영국 런던동물원이나 체스터동물원, 미국의 샌디에고동물원, 브룩필드동물원 등이 선진 사례로 꼽혔습니다. 환경부는 이 계획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지침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동물원법 제정과 개정에 참여해온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환경부 종합계획을 반기면서 “지금까지는 누구나 어디에서든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던 구조였다. 허가제, 검사관제 등을 도입한 점에서 큰 변화라 생각한다”면서 “계획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모든 관계 기관이 끝까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부산에도 동물원이 있죠. 지난해 4월, 부산 어린이대공원에 있던 더파크가 문을 닫았는데요. 운영사인 삼정기업은 사업 철수 의사를 밝히며, 부산시에 동물원 매입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앞서 시는 2012년 ‘운영사가 매각 의사를 보이면 최대 500억 원으로 동물원을 매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동물원 부지 중 재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협약 이행에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삼정기업과 시는 동물원 문제를 두고 법적 다툼까지 벌이고 있는데요. 더파크는 1년이 넘도록 휴업 상태. 아직 폐업 신청을 하지 않아 올해 중 임시 개장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앞으로 더파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현재는 최소 인원인 14명의 사육사가 남아 동물들을 평소처럼 돌보고 있다고 하는데요. 사료비나 전기·수도요금 등은 기존 운영사인 삼정기업에서 지급하고 있습니다. 관람객이 없는 덕분(?)인지 동물들은 이전보다 더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파크 관계자는 “염소 등 가축 몇 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동물원에서 지내고 있다. 동물들이 사육사들만 만나서인지 관람객을 받을 때보다 동물복지 차원에선 더 나아졌다. 번식도 이전보다 더 활발히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더파크 주인이 누가 되든, 보호하고 있는 동물들에 피해가 가지 않길 기대해봅니다.
마지막으로 편집국 고양이들 소식 전해드립니다. 지난달 28일은 우주와 부루가 김해 불법 번식농장에서 구조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태어난 날을 정확히 모르는 터라 편집국 집사들은 구조된 날을 생일로 정했는데요.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날을 축하하는 의미입니다. 편집국에서 새로운 묘생을 시작한 우주와 부루처럼, 이 땅 위의 동물들이 고통에서 해방되길 기원합니다. 우주와 부루의 생일 파티 영상은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영상·편집=장은미 에디터 mimi@
2021-06-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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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고양이] '15cm의 배려' 덕분에 오늘도 살아갑니다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이미 도시 생태계의 일원이 된 길고양이. 미우나 고우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됐는데요.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 길고양이 편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길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을 소개합니다.
■재개발 ‘길냥이’ 구조 대작전
2018년 겨울, 한때 주택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던 해운대구 반여 1-1 재개발 현장. 삐져나온 철근, 깨진 유리 파편,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 사이를 고양이들이 위태롭게 넘어 다닙니다. 재개발사업이 확정되면서 사람들은 이미 썰물처럼 빠져나갔지만, 고양이들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더 이상 먹이를 구할 수도 없고 깨끗한 물도 마실 수 없지만, 이곳이 제 영역이었던 아이들은 공사 차량이 들어와도 떠날 줄을 모릅니다.
평소 이곳 주택가 고양이들을 돌봐오던 캣대디 최명환 씨는 철거 소식에 고양이들의 안전이 걱정됐습니다. 앞서 부산 동래구의 어느 한 재개발 구역에서 철거 공사 도중 고양이들이 참혹한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마땅한 사례가 없어 도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뜻을 함께 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재개발 현장에 길고양이뿐 아니라 길고양이를 돌보는 주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에도 도움을 구했습니다. 해운대구청에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구청을 통해 재개발조합과 시공사에 길고양이들의 보호를 요청했습니다.
요구사항은 이랬습니다. 철거 공사가 진행되기 전 고양이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철거 시작 시 땅을 울려 고양이들이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가림막으로 막힐 경우 공사장에 갇혀 매몰될 우려가 있는 만큼, 15㎝ 정도의 고양이 이동 통로를 요청했습니다.
처음엔 모두들 ‘의아하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조합과 시공사에서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작은 배려로 하나의 생명을 더 구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한 겁니다. 시공사가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 덕분에 이곳의 고양이들은 안전한 곳으로 이주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엔 반여 1-2 재개발구역이 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명환 씨를 비롯한 캣맘들은 이 사업장에도 길고양이 보호를 요청했습니다. 이곳 조합 역시 “길고양이 보호에 힘쓰겠다”며 구청에 공문을 보내왔다는데요. 1-1구역 처럼 좋은 사례로 남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2019년 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도 모범이 될 만한 사례가 나왔는데요. 민관이 힘을 합쳐 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들을 구출하기로 한 겁니다. 이름하여 ‘온천냥이구조프로젝트’. 캣맘과 동물단체 등으로 구성된 ‘온천냥이구조단’이 구조 활동을 벌이면, 지자체에서 중성화 사업 등 행정적인 지원을 뒷받침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온천냥이 구조단은 2019년 7월 12일부터 2020년 4월 26일까지 온천4구역 일대의 길고양이들을 구조했는데요. 9개월의 활동 기간 중 총 320마리를 구조했습니다. 이 중 176마리는 안전한 곳에 풀어주고, 아픈 고양이들은 치료한 후 입양을 보내거나 임시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온천냥이 구조단은 해단한 이후에도 남은 고양이들이 입양을 갈 수 있도록 ‘온천냥이 행복프로젝트’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동물보호 대책을 세우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부산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가 시행됐는데요. 이에 따라 구청장은 정비구역 내 동물의 보호·관리를 위한 노력하고, 시장은 정비 계획 수립때 이를 포함하도록 구청장에게 권고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조례 시행 이후로 지정된 곳에 한해서만 적용되고, 권고 수준에 그쳐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권고에 그치는 데다 소급이 안 되다보니 아직 많은 현장에서 적용되지는 않는 실정이다. 조례가 적용되지 않는 현장이라 하더라도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니 앞서 모범이 된 현장들 처럼 조합과 시공사들이 길고양이 보호에 동참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전했습니다.
■ 우리들의 ‘선냥한’ 이웃
부산 수영구 ‘망미골목’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골목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건데요. 이들은 급식소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중성화수술(TNR)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이름은 ‘선냥한 이웃 캠페인’. 캠페인에는 비온후 책방을 비롯해 △씨네포크 △아트랩 △자매식당 △책방동주 △책방한탸 △파우재 △현대미술회관 △홍순덕 전포양곱창 9개 가게와 10통 통장님이 동참합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골목의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으면서 부터입니다. 이 가게 저 가게에서 밥을 챙겨먹는 고양이 ‘양다리’가 다섯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요. 다섯 마리 새끼 고양이 중 한 마리가 그새 자라 또 새끼를 낳았습니다. 무분별한 번식을 막기 위해 TNR을 요청했지만, 예산이 떨어져 어렵다는 구청. 비온후 책방의 이인미 대표는 골목의 커뮤니티인 ‘망미골목 아름다운 이웃’에 이 사연을 알렸는데요. 커뮤니티에 함께하고 있는 이들이 급식소 운영과 TNR 비용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우선 TNR 자금을 모으기 위해 고양이 달력을 판매했는데요. 판매 비용 일부가 길고양이를 위해 쓰인다는 소식에 부산뿐 아니라 서울과 제주 등에서도 구입해 갔습니다. 캠페인 소식을 듣고 여러 곳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는데요. 비콘그라운드 입주기업인 비틀에서는 길고양이 급식소 틀을 만들고, 온그루 창작센터에서는 밥그릇을 만들어 지원했습니다. 동래의 한 동물병원에서도 저렴하게 TNR을 할 수 있도록 후원했다고 합니다.
참여 가게들은 급식소를 가게 앞에 설치하고 밥을 가득 채워 놓습니다. 어느덧 가게 주인들과 깊은 유대 관계가 만들어진 녀석들은 이곳에서나마 경계를 늦추고 주린 배를 채우고 갑니다. 지난 14일엔 10마리의 고양이가 TNR을 끝내고 다시 골목으로 돌아왔는데요. 수술이 잘 됐는지 금방 활력을 되찾았다고 하네요.
물론 이 골목에서도 갈등이 없는 건 아닙니다. 골목에 사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걸 탐탁지 않아 몇 마디씩 남기곤 합니다. 그때마다 서로 조율하며 오해와 갈등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들 공동체는 이번 캠페인 이야기를 담은 미니북도 제작할 계획인데요. 미니북의 수익금도 망미골목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해 쓸 예정이라고 합니다.
길고양이가 밥 먹을 한 편의 공간도 내어주기 어려운 요즘. 이곳처럼 마음 편히 먹고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좀 더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편집국 고양이 소식도 전해드립니다. 부루가 병원에서 퇴원한 지도 벌써 2주가 되어갑니다. 아직 눈에 띄게 나아지진 않지만, 꾸준히 약을 먹으며 컨디션을 회복 중입니다. 한동안 우주가 부루를 낯설어하며 잔뜩 경계했는데요. 요 며칠은 익숙해졌는지 마주보고 밥을 먹기도 합니다. 다시 친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지만, 싫어하지 않는 것만 해도 큰 발전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우주와 부루가 편집국에 온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편집국원들이 집사가 된 지도 어느덧 100일을 넘겼네요. 우주와 부루의 행복한 묘생을 위해 편집국 집사들은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 업로드되는 영상도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영상·편집=장은미 에디터 mimi@
2021-05-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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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고양이] 길고양이와 함께 살 수는 없을까요?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부산 부산진구 한 중학교 옆 조그맣게 조성된 쌈지공원. 이 공원 수풀 사이엔 길고양이 급식소와 쉼터가 놓여있습니다. 지난 13일 이곳을 찾아가자, 길고양이 한 마리가 쉼터 위에 앉아 기자를 반깁니다. 2kg쯤 돼 보이는 녀석은 몸을 웅크린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경계태세를 갖추더니 안전한 사람이란 걸 느낀 건지 이내 다시 휴식 자세를 취합니다. 사람들이 마련해 준 쉼터 덕분에 잠시나마 경계를 풀고 고단한 하루를 달래봅니다.
우리나라 길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은 2~3년 남짓. 길고양이들은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각종 질병에 노출돼있고, 도심에서 먹이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탓에 굶주림에 허덕입니다. 길 위의 영역 다툼으로 입은 상처가 곪기도 하고, 도로 위 쌩쌩 달리는 차들을 피하지 못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기도 합니다. 특히 칼바람을 피할 곳도 없는 겨울엔 더욱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고, 잠깐이라도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는 ‘사막 위 오아시스’ 같을 겁니다.
부산시는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해 매년 ‘길고양이 급식소’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20개를 만들고, 올해도 24개를 추가했습니다. 캣맘‧캣대디들이 각 구·군청에 신청하면 시가 적절한 장소에 급식소를 설치합니다. 민원 발생 가능성이 적은 공유지나 길고양이가 많아 급식소 효과가 큰 곳에 우선 만듭니다. 또 사람이나 차량의 이동이 잦은 곳은 피한다는데요. 그렇다 보니 대부분 공공기관 근처나 공원 등에 급식소가 있습니다. 급식소가 설치되면 캣맘‧캣대디들이 사료와 물을 채우고, 주변 청소도 맡습니다.
시가 제작한 급식소는 사설 급식소보다 이웃과의 실랑이가 덜한 편입니다. 설치할 때부터 민원 발생 소지가 적은 곳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길고양이 보호단체는 지자체가 제작한 것도 한몫한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시가 공원이나 관공서 위주에만 급식소를 둘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갈등이 치닫는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에 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박혜경 대표는 “아직도 길고양이 밥 주는 걸 범법행위처럼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자체가 설치하는 길고양이 급식소는 공존을 위한 홍보 효과도 있다”면서 “부산은 ‘지자체 급식소’가 관공서 위주로만 설치돼 있는데, 수도권에서는 개체 수 조절에 적극 참여하거나 청소 등 관리가 잘되는 곳은 아파트나 주택이어도 급식소를 설치한다. 부산도 좀 더 다양한 곳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하나의 공존법, TNR
길고양이 수명이 짧다지만, 번식력은 매우 강한데요. 고양이는 1년에 두 번 임신이 가능하며, 한 번에 3~5마리 새끼를 낳습니다. 새끼 고양이들이 성장해 또 번식한다면, 그 개체 수가 어마어마하겠죠. 도심에서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이 필수적입니다.
지자체에서는 길고양이의 무분별한 번식을 막기 위해 'TNR'사업을 시행 중인데요. TNR사업이란,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Trap)해 중성화 수술(Neutre)을 한 다음 포획한 장소에 풀어주는(Returtn) 방식입니다. 길고양이의 생식기능을 억제해 개체 수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아줍니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5000~9000마리에 대해 중성화 사업을 해왔습니다. 서울시는 중성화사업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2013년부터 2년 단위로 '길고양이 서식 현황 모니터링'도 해왔는데요.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2013년 25만 마리이던 길고양이 추정치가 2015년엔 13만 9000마리로, 2019년엔 11만 6000마리로 줄어들었습니다.
부산시는 2015년부터 시·구비를 들여 TNR사업을 실시했는데요. 2018년부터는 국비 지원을 받으면서, TNR 대상 수가 훌쩍 늘었습니다. 다만 2019년부터는 마리당 수술 단가가 비싸지면서 실적이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시는 올해 TNR 목표 마리 수를 5763마리로 잡았는데요. 단가 인상으로 인해 실적은 5000마리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산시 길고양이 수는 19만 5000여 마리로 추정됩니다. 이 추정치로 볼 때 부산시의 중성화율은 10% 정도 수준에 그칩니다. 서울시가 22%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실정입니다.
현재로서는 개체 수 조절 효과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서울시처럼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부산 동구청이 지난해 부산 최초로 '길고양이 서식환경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벌였습니다. 시범사업 결과를 분석해본 결과, 부산 동구의 길고양이 중성화율은 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범사업은 올해도 지속할 예정인데요. 아직 사업 초기지만, 동구청은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모니터링 사업을 실시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 동물복지단 관계자는 “시 자체의 모니터링을 고려했으나 위탁 사업을 도맡아 진행할 업체를 찾기가 어려웠고 예산 확보도 쉽지 않았다.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한 기존 사업을 이어가면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방법도 계속 찾아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길고양이 돌봄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함께 공존해나가야 할 존재이지만, 그 방법을 놓고 수많은 갈등이 일고 있는데요. 서울시가 마련한 길고양이 돌봄 기준을 덧붙입니다.
참, 마지막으로 편집국 고양이 소식도 전합니다. 부루는 6주간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지난 7일 편집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부루가 없는 동안 편집국 공간과 집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우주는 부루가 달갑지 않은 모양입니다. 공간을 분리해 다시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부루의 퇴원 이야기를 담은 영상도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편집국 고양이' 우주와 부루의 일상은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영상‧편집=장은미 에디터 mimi@
2021-05-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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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고양이] 길에서 태어난 게 죄일까? ‘미운털’ 길고양이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길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이미 도시 생태계의 일원이 된 ‘길고양이’. 과거엔 ‘도둑고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사람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도둑’ 꼬리표는 뗐지만, 여전히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는 뿌리 깊은데요. 어느 순간부터는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캣맘’과 ‘캣대디’에 대한 혐오로 번지고 있습니다.
최근 부산 해운대구 A아파트 단지에서는 길고양이 혐오 범죄로 추정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수년째 고양이가 죽은 채로 발견되고 있는 겁니다. 동물자유연대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등에 따르면 A아파트에서 올해만 4마리의 고양이가 죽은 채로 발견됐습니다. 지난해에는 10마리, 그 전년도에는 8마리가 사체로 발견됐습니다. 최근 해운대경찰서의 수사에 따르면, 이 고양이 사체에서 ‘쥐약’이 검출됐습니다. A아파트 주민 일부는 아파트 근처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챙겨주기도 했는데요. 누군가 길고양이와 캣맘‧캣대디에 불만을 품고, 먹이에 쥐약을 탄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혐오 범죄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경남 김해시에서는 장기가 진열되듯 널브러진 채로 죽은 고양이가 발견됐고, 같은 해 7월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생후 1개월 된 고양이가 토막 난 채로 목격됐습니다. 같은 달 부산 강서구에는 주택가 담벼락에 목이 묶인 채로 숨진 고양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범위를 전국구로 넓히면, 길고양이 학대 사건은 하루가 멀다고 잇따르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향한 미움은 캣맘‧캣대디에게 불똥이 튀기도 합니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아파트에서 12년째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J 씨. J 씨는 아파트 주민의 양해를 얻어 화단에 사료 그릇을 놓고 고양이 밥을 챙겨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아파트 위원장이 바뀐 뒤부터 주민의 시선이 싸늘해져 갔습니다. 한 이웃은 J 씨에게 “쥐약을 넣어 고양이들을 죽여버리겠다”며 폭언·협박을 하고, 어떤 이웃은 J 씨가 설치해둔 고양이 쉼터를 팽개쳐 버리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이름 모를 이웃으로부터 협박성 편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J 씨에게 모든 피해 보상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웃들과의 갈등이 극에 치닫자 J 씨는 고양이 안전을 위해서라도 급식소를 옮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아파트 건너 초등학교 담벼락 부근으로 옮겼지만, 이곳에서도 눈총을 받아야 했습니다. J 씨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나는 ‘죄인’”이라면서 “하지만 내가 밥을 안 주면 굶어 죽는 걸 아니까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합니다.
길고양이들은 어쩌다 이런 미움을 사게 됐을까요. 미워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울음이 소름 끼친다, 눈이 무섭다, 아무 데나 대소변을 한다, 차를 훼손한다, 쓰레기통을 뒤진다 등등.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이들은 캣맘과 캣대디들 때문에 고양이들이 모여들고 번식한다며 그들에게 책임을 떠넘깁니다.
물론 사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료나 그릇, 쉼터를 훼손할 경우 재물 손괴죄나 절도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길고양이 밥 주는 문제로 이웃 간에 무수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캣맘·캣대디들은 ‘집에 데려 가서 키우라’라는 말도 심심찮게 듣는데요. 그 많은 아이를 집에서 보호할 수도 없을 뿐더러, 길에서 자생하며 야생성을 가진 고양이들에겐 길 위가 자신들의 영역입니다. 길고양이 보호단체들은 영역 동물인 고양이들이 자신의 영역인 길 위에서 안전한 삶을 이어가도록 돕습니다. 사람과 함께 살다가 유기됐거나, 어미를 잃은 새끼고양이거나, 사고나 질병으로 길 생활이 어려워진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도 중성화 수술 후 방사하는 ‘중성화 사업(TNR) 방침’을 따르고 있습니다.
길고양이가 밉다는 이유로 해를 가하거나 학대할 경우, 동물보호법 제8조 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요. 길고양이 혐오 범죄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더라도, 제대로 수사조차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대부분 사건은 학대범을 잡지 못한 채 수사가 종결되곤 합니다.
수많은 동물 학대 사건을 고발한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사람이 아니고 동물 사건이다 보니 사건을 받아주지 않거나, 받더라도 수사할 의지가 없어 보일 때가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부산경찰청 한 관계자는 “동물학대 사건도 똑같은 절차에 의해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이 한정돼 있고 사건·사고가 많다 보니 사람과 관련한 사건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움의 감정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생태계 일원이 된 길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겠지요. 길고양이와의 공존의 방법으로는 ‘길고양이 급식소’와 ‘TNR’이 대표적인데요. 이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편집국 고양이 소식 전해드립니다. 부루의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행히 난치성 질환인 ‘낙엽천포창’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비만세포종’이라는 결과를 받았는데요. 고양이에게 찾아오는 ‘피부암’이라고도 불리는데, 다행히 악성이 아닌 '양성 종양'이라고 합니다. 부루의 경우엔 비만세포종의 보편적인 증상과 다른 데다, 증상이 온몸에 퍼져 있다고 하는데요. 부루가 긴 입원에 지친만큼, 통원하며 약물 치료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상태가 점점 괜찮아 지고 있어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다.
그동안 부루 소식을 전해드리느라 우주 소식은 뜸했는데요. 부루가 병원에 입원한 사이 우주는 편집국 집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윙크 냥이’ 우주의 애교 대방출 영상도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편집국 고양이' 우주와 부루의 일상은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영상·편집=장은미 에디터 mimi@
2021-05-07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