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하지 못한 인생 말년, <br />모차르트 왜 갑자기 눈을 감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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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하지 못한 인생 말년,
    모차르트 왜 갑자기 눈을 감았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전기학자나 역사학자는 모차르트를 ‘빈곤에 시달리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천재 음악가’라고 묘사했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본 사람이라면 모차르트가 능력에 맞는 대우도 받지 못하다 죽었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는 공동묘지의 평민 묘역에 묻혔기 때문에 ‘홀대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사료가 발견되면서 이 같은 평가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모차르트가 빈곤했거나 홀대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인생의 말년이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엄청난 돈을 벌었던 대작곡가가 왜 그렇게 된 것일까. 그는 힘든 시기를 어디에서 어떻게 버텼을까. 그리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그의 인생 마지막을 살펴보려면 지하철을 타고 빈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사치가 불러온 몰락모차르트가 전성기를 보냈던 모차르트하우스가 있는 구시가지의 슈테판스플라츠역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3개 정류장을 지나 로쿠스가세역에서 내린다. 이곳은 빈의 링슈트라세 바깥에 있는 지역이다. 빈에 성벽이 있던 시절에는 성벽 외곽이었다. 시내와 그다지 많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도 외곽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1787년 오스트리아와 오스만투르크 사이에 전쟁이 터졌다. 전쟁 탓에 음악 연주회 손님이 줄고 작곡을 의뢰하는 고객도 모두 사라져 모차르트의 재정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큰돈을 벌고도 저금이라고는 몰랐던 모차르트는 자금난에 쪼들리다 집세 부담을 덜기 위해 란트슈트라세 75번지로 이사를 갔다. 오페라 ‘돈 조반니’와 현악 세레나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작곡한 곳은 여기였다. 여기에서도 자금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집을 더 싼 곳으로 다시 옮겼다.로쿠스가세역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가다 쇼텐토르역 앞에서 내린다. 역 바로 앞에 지그문트 프로이트 공원이 나타나고 공원 뒤편에 뾰족한 첨탑 두 개가 솟은 교회가 보인다. 19세기 말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암살 위기를 넘긴 뒤 성모 마리아에게 감사를 드리는 뜻에서 만든 교회다.교회 옆의 베링거슈트라세를 따라 3분 정도 걸으면 베링거슈트라세 26번지가 나온다. 계속 자금난에 시달린 모차르트는 1788년 6월 이곳으로 이사를 가 1789년 초까지 살았다. 이곳은 지금도 빈 중심가까지 걸어서 20분 이상 걸리는 곳이다. 모차르트가 살아 있을 때에는 성벽 밖이었기 때문에 더 외곽이었을 게 분명하다. 이 일대 집값은 시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쌌다. 그가 오페라 ‘코지 판 투테’를 쓴 곳은 여기였다. 이곳 입구에 이런 사실을 알리는 명판이 붙어 있다. 모차르트가 살던 때의 건물은 허물어졌고 지금은 새 건물이 들어섰다.모차르트는 1784~1787년 사이에 매년 5000~1만 굴덴을 벌었다. 빈에서 최고 소득자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는 1787년 후반기부터 빚을 많이 지고 재정난에 시달렸다. 100굴덴이 없어 곳곳에 돈을 빌리러 다녔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문제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았다는 것이었다. 일부에서는 그의 아내인 콘스탄체의 씀씀이가 헤펐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모차르트가 아버지, 누나와 주고받은 편지는 물론 다른 자료를 살펴보면 사정은 다르다. 근본적인 원인은 모차르트에게 있었다. 씀씀이가 헤펐던 사람은 콘스탄체가 아니라 모차르트였다. 그는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매우 신경을 썼다. 옷, 신발은 늘 최신 유행의 고급만 고집했다.모차르트는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후한 대접을 받았다. 그가 연주회를 진행하는 곳은 대부분 왕의 궁전이나 귀족의 대저택이었다. 연주회를 마치면 왕이나 귀족이 대접하는 진수성찬을 즐겼다. 그들로부터 값비싼 선물을 받았다. 옷, 신발, 보석 등 선물은 다양했다. 당연히 어릴 때부터 비싸고 고급스러운 물건에 익숙했다. 자존심이 강했던 그는 그런 집에서 살고 싶어 했고 생활수준에서 귀족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했다.게다가 모차르트는 도박을 즐겼고 알코올 중독자였다. 당시 빈 귀족의 오락거리는 음악과 도박이었다. 그들은 밤에 연주회를 보러 가지 않으면 당구장이나 카지노에서 도박을 했다. 귀족 친구가 많았던 모차르트도 마찬가지였다. 연주회, 작곡 시간이 아니면 당구장에서 공을 치거나 노름을 했다. 거기서 탕진한 재산이 만만치 않았다.잘츠부르크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 때에는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부모가 통제를 했기 때문이었다. 빈에 가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직접 돈을 벌었고 주변에 통제하는 사람이 없어 버는 족족 돈을 써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미국 작곡가 겸 음악사학자인 앨런 크란츠는 모차르트 전기에 ‘모차르트는 아량, 충동성, 과소비의 희생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어릴 때부터 절제를 모르면서 버릇없이 자랐다. 남의 말에 잘 속아 넘어갔다. 돈은 마치 물처럼 그의 손에서 흘러나갔다’ 면서 ‘모차르트의 어머니조차 ‘볼프강은 새 친구를 사귀면 늘 인생이나 재산을 모두 쏟아부을 것처럼 행동한다’고 하소연했다’고 적었다.■대가의 비참한 최후모차르트는 1790년 11월 말 라우헨슈타인가세 8번지로 집을 옮겼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제법 큰 아파트였다. 그는 이곳에 이사를 간 뒤 돈을 벌기 위해 필사적으로 곡을 썼다. 발세그 스튜파흐 백작에게서 의뢰를 받고 유작이 된 미완성곡 ‘레퀴엠’을 작곡한 곳은 이 집이었다. 또 오페라 ‘마술피리’와 ‘티토의 자비’도 작곡했다.그런데 모차르트는 이듬해 12월 5일 이곳에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마지막을 지켜본 건물은 이제 남아 있지 않다. 그 자리에는 ‘슈테플백화점’이 들어섰다. 백화점 건물 7층 스카이 바에는 모차르트를 기념하는 동상이 세워졌고, 건물 뒤편에는 명판이 붙여졌다.모차르트의 마지막을 지킨 의사 클로셋이 발행한 사망 증명서에는 사망 원인이 ‘속립진열’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것이 어떤 질병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모차르트가 죽기 전인 11월 아내에게 ‘몸이 아파. 죽을 것 같아. 독을 먹은 모양이야“라고 말했다는 것 때문에 독살설이 퍼지기도 했다. 이후 많은 의학 전문가가 모차르트의 사인을 분석했지만 결과는 늘 달랐다. 앞으로도 사인을 둘러싼 논쟁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100% 명확한 사인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덩치가 작았던 모차르트는 어릴 때부터 튼튼한 아이가 아니었고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는 각종 병에 걸려 세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여섯 살 때 빈에 처음 가서 성홍열에 걸려 생사를 헤맸다. 이때 간을 상했는데 평생 신장 질환에 시달린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빈을 두 번째 방문했을 때에는 천연두, 네덜란드 헤이그에 갔을 때에는 발진티푸스에 걸렸다. 이때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게 거의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모차르트가 이렇게 자주 병에 시달린 것은 각종 전염병이 수시로 유행한 게 이유일 수 있지만, 그가 어릴 때 제대로 못 먹어 체질적으로 약한 것이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와 어머니 안나 마리아는 모유 수유를 하지 않고 보리죽만 먹였는데, 이 때문에 모차르트는 늘 영양실조에 허덕였다는 게 일부 전기학자의 주장이다.모차르트의 장례식은 성슈테판대성당에서 거행됐다. 관은 대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사인이 전염병 때문이라고 짐작한 대성당 사제주임이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간단한 장례 미사가 거행된 곳은 대성당 외부의 십자가 경당 앞이었다. 지금 십자가 경당의 철문 뒤에는 모차르트의 장례 미사가 열린 장소임을 알리는 명패가 붙어 있다.‘1791년 12월 6일 불멸의 작곡가 모차르트의 육체는 이곳에서 축복을 받았다. 여기에서 그의 관은 공동묘지로 옮겨졌다.’■마지막 흔적성슈테판대성당 십자가 경당 앞에서 잠시 묵념한 뒤 그라벤거리를 거쳐 호프부르크왕궁으로 이어지는 콜마르크트거리를 따라 간다. 이 거리의 종점은 미하엘러플라츠광장인데, 이곳에는 13세기에 만들어진 장크트미하일러교회가 있다.세상을 떠난 모차르트를 위해 첫 추모 미사가 열린 곳은 여기였다. 그가 미완성으로 남긴 유작 ‘레퀴엠’이 초연된 것도 이곳이었다. 교회에 들어가서 잘 살펴보면 한쪽 구석에 이런 내용을 담은 동판을 찾을 수 있다. 대다수 외국인 관광객은 교회의 역사를 잘 몰라 들어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광장 정면에 보이는 호프부르크왕궁 사진 찍기에만 바쁘다. 역시 여행에서는 아는 만큼만 보이기 마련이다.교회에서 나와 호프부르크왕궁을 가로질러 왕실 정원인 부르크가르텐으로 간다. 정원 한쪽 모퉁이에 조그맣게 따로 단장된 공간이 나타난다. 온전히 모차르트를 위한 공간이다. 모차르트 동상이 서 있고 동상 바로 앞에는 봄여름이면 ‘음표’ 모양의 꽃이 피어나는 화단이다.모차르트 동상은 독일어로 ‘모차르트 덴크말’이라고 부른다. 동상은 악보대를 든 모차르트를 형상화했다. 정면의 부조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의 두 장면을 의미한다. 뒷면의 부조는 여섯 살인 모차르트가 아버지, 누나 난네를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을 담았다.모차르트 동상을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은 1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동상과 주변의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날씨가 따뜻한 4~5월이다. 이 무렵이면 부르크가르텐에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꽃이 화사하게 핀다. 동상 앞에는 높은음자리표 모양의 꽃밭이 조성된다. 꽃밭 앞에서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줄을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모차르트 동상에서 길을 건너 71번 트램을 탄다. 목적지는 빈 중앙공동묘지다. 이곳에 가는 이유는 모차르트의 기념비가 있고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같은 유명 음악가가 묻힌 곳이기 때문이다. 기념비가 있는 곳은 중앙공동묘지 ‘32 A-55’ 구역이다.모차르트는 원래 중앙공동묘지가 아니라 장크트 마르크스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때만 해도 평민의 경우 개인무덤이 아니라 공동무덤을 쓰는 게 일반적이어서 모차르트도 공동무덤에 묻혔다. 나중에는 그 위에 다른 공동무덤을 또 만들었다. 이 때문에 모차르트의 유해를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돼 버렸다.빈 시청은 모차르트가 죽고 68년 뒤인 1859년 장크트 마르크스 공동묘지에 모차르트 기념비를 세웠고, 사망 100주기이던 1891년에는 중앙공동묘지로 옮겼다. 기념비는 크게 상단과 하단으로 나눌 수 있다. 상단에는 위대한 작곡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뮤즈의 조각이 설치됐다.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뮤즈는 음악 같은 예술을 관장하는 여신이니 모차르트 같은 작곡가를 추모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하단에는 대리석 비석 몸체에 모차르트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이 붙었다.모차르트 기념비 주변은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의 무덤이 둘러쌌다. 의도는 분명하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작곡가인 모차르트가 최고의 음악가라는 걸 내세우기 위해서다. 다들 베토벤을 ‘음악의 황제’라고, 모차르트를 ‘음악의 신동’이라고 불러 베토벤을 한 수 높게 친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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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상선암, 비만 땐 더 생기고 <br />저체중 땐 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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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상선암, 비만 땐 더 생기고
    저체중 땐 덜 생긴다”

    안수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비인후과 과장은 그동안 1500례 이상의 갑상선암 수술을 집도했다. 지난 2010년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개원 이래 매년 100례 이상의 수술을 시행해 왔다. 한번은 수술방에서 마취과 과장이 “갑상선암 환자들은 왜 이렇게 비만인 경우가 많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안 과장이 갑상선암과 비만과의 연관성을 연구하게 된 시발점이었다.■비만, 갑상선암 발병에 영향 준다비만과 갑상선암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안 과장은 대규모 연구에 착수했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40세 이상의 갑상선암 환자 4977명과 갑상선암 환자가 아닌 대조군 1만 9908명을 비교 분석했다. 이전에는 1000명 미만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들이 대부분이었다.연구 결과 BMI(체질량지수) 수치를 기준으로 갑상선암 발병률이 저체중(BMI 18.5 미만)인 경우 0.75배, 과체중(BMI 23~25)인 경우 1.08배, 경도 비만 (BMI 25~30)인 경우 1.13배, 고도 비만 (BMI 30 이상)인 경우 1.2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만인 경우 갑상선암이 더 잘 생기고, 저체중인 경우에는 덜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국내 빅데이터를 이용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급격한 체중 증가가 갑상선암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BMI 25 미만이던 사람이 4년 안에 BMI 25 이상으로 비만해지면 갑상선암 발병률이 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BMI 25 이상의 비만이던 사람이 4년 내에 체중이 줄어 25 미만으로 감소한 경우에는 계속 비만이던 사람보다 갑상선암 발병률은 11% 감소했다.그동안 갑상선암의 주요 원인으로는 방사선 조사나 유전에 의한 유전자 이상, 식이, 당뇨, 여성호르몬 등이 꼽혔다. 그런데 일련의 연구 결과 의외로 비만 또한 갑상선암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안 과장은 “비만은 대장암과 유방암 등을 일으킨다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갑상선암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비교 연구 결과 비만인 경우 갑상선암이 더 잘 생기고, 저체중인 경우에는 덜 생기는 것으로 확인돼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한 바 있다. 급격한 체중 증가도 갑상선암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비만은 어떻게 갑상선암의 발병률을 증가시킬까. 비만은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 생성을 증가시킨다. 그 외 각종 사이토카인과 관련된 만성염증, DNA를 손상시키는 스트레스의 증가 등으로 갑상선 세포의 변화를 촉진시킨다.따라서 비만 관리는 다른 질병뿐만 아니라 갑상선암 예방에도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갑상선암 진료 가이드라인한때 갑상선암 과잉 진단 및 과잉 치료 논란이 있었다. 그 결과 진단과 치료 경향이 많이 수정됐다.2023년 대한갑상선학회 갑상선 결절 진료 권고안에 따르면 갑상선 결절의 초음파 모양에 따라 암 가능성을 ‘높은 의심’ ‘중간 의심’ ‘낮은 의심’ ‘양성’으로 분류한다. 높은 의심인 경우는 결절이 1cm보다 클 때, 중간 의심은 1~1.5cm, 낮은 의심은 2cm보다 클 때 미세침 세포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높은 의심’의 결절이라 하더라도 림프절 전이, 명백한 주변 구조물로의 침범(기도, 목소리 신경, 혈관 등),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확인된 경우는 크기와 무관하게 세포검사를 시행한다. 또 갑상선 수질암이 의심되는 등의 불량한 예후 인자가 발견될 때에도 세포 검사를 진행한다.갑상선암을 진단받았다면 치료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된다. 미국 갑상선협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갑상선 분화암의 경우 종양의 크기가 4cm보다 크거나, 주변 중요 구조물로의 침범이 있거나, 전이가 있으면 갑상선전절제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권한다. 종양의 크기가 1~4 cm이면서, 주변 구조물 침범이 없고, 전이가 없으면 부분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고, 이 경우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하지 않는다. 종양의 크기가 1cm보다 작고 전이가 없는 저위험군인 경우는 부분절제술을 하거나 능동적 감시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능동적 감시란 치료를 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초음파 관찰을 하면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그때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다.■흉터 최소화, 수술 이후 관리갑상선암 수술은 목에 절개선을 넣기 때문에 흉터가 남는다. 특히 여성의 경우 흉터에 민감한데, 흉터를 최대한 작게 하고 있지만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다. 목에 흉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내시경이나 로봇을 이용하여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수술 후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실리콘 젤 테이프나 연고를 사용하기도 하며 두껍게 흉터가 남은 경우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거나 레이저 치료를 받기도 한다. 색소 침착을 예방하기 위해 몇 개월간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수술 후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 즉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는 경우 치료하기 2주 전부터 저요오드 식이가 필요하다. 이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침으로 이 기간만 저요오드 식이를 하면 된다. 평소에는 저요오드 식이를 할 필요가 없다.안 과장은 “수술 후 6개월~1년마다 추적 관찰을 하는데도 굉장히 불안해 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재발률이 매우 낮고, 재발되더라도 치료가 잘 되므로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좋다. 완치율이 높다고 너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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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보다 뜨거운 밤, <br />전포에서 발견한 나만 알고 싶은 <br />백골뱅이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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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보다 뜨거운 밤,
    전포에서 발견한 나만 알고 싶은
    백골뱅이 맛집

    오랜 기간 코로나19 팬데믹을 견디며 술자리 문화도 변했다. "부어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라는 응원가를 외치며 음주를 권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좋아하는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이 요즘의 분위기다. 그렇다 보니 술 한 잔도 맛있게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술을 맛있게 먹으려면 술도 술이지만 곁들일 안주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하다. 고단백 저지방 식품인 골뱅이는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으로 오래전부터 술꾼들이 사랑해 온 안주다. 전 세계 생산량의 9할을 우리가 소비한다고 하니 말 다 했다.우리가 흔히 통조림으로 접하는 골뱅이는 큰구슬우렁이다. 서해와 남해안에 주로 서식하지만 수요를 맞추지 못해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칠레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통조림 특유의 맛이 있어 골뱅이를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에 위치한 '다섯시반'(대표 우성훈·차민부)은 백골뱅이로 만든 안주를 내놓는 요리 주점이다. 이곳은 경북 울진에서 이틀에 한 번 경매에 참여해 직접 물건을 떼온다. 물건이 없다면 강원도 태백에서 공수한다. 물건이 신선하니 골뱅이가 부담스러운 사람도, 입문하고 싶은 사람도 여기만 한 곳이 없다. 골뱅이는 동해가 주 생산지로 그중에서도 울진이 최상급이라고 한다. 차민부 대표는 "좋은 골뱅이를 판단하는 방법은 내장"이라며 "삶았을 때 내장이 살에 붙어 나오면 신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곳은 경북 울진과 강원도 태백에서 공수한 자연산 백골뱅이로 만든 탕과 숙회, 무침이 시그니처 메뉴다. 백골뱅이탕은 전골냄비에 맑은 국물과 어묵, 무, 고추, 미나리 등 각종 야채를 넣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백골뱅이는 주방에서 삶은 후 냄비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바로 먹을 수 있다. 먹는 방법도 간단하다. 포크로 백골뱅이를 찍어 눌러 껍질 모양을 따라 나선형으로 돌돌돌돌 돌리면 된다. 마침내 뽀얀 자태를 드러낸 백골뱅이. 성인 여자 주먹 크기에 입이 떡 벌어진다. 백골뱅이를 초장에 찍어 입에 넣자 쫄깃하면서도 야들야들한 식감에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참을 먹었을까. 국물만 남았다. 이대로는 아쉬워 칼국수 사리를 추가했다. 백골뱅이를 우려낸 시원한 국물과 탱글탱글한 면의 조합은 배가 불러도 참을 수 없는 맛이다.벡골뱅이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숙회를 추천한다. 둥그런 접시를 따라 플레이팅 된 백골뱅이와 초록색 미나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숙회는 주방에서 미리 손질해서 주니 껍질 까기가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메뉴다. 잘 삶긴 백골뱅이를 마늘·참기름 소스에 찍어 먹으면 탕에서 먹었던 백골뱅이와는 또 다른 맛이다. 내장을 먹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미김도 함께 제공한다. 내장을 조미김에 올려 미나리와 함께 초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니 별미다.백골뱅이뿐만 아니라 다른 메뉴도 먹음직스럽다. 그중에서도 육회와 새우부추전이 인기다. 육회는 잘게 깍둑 썬 배를 깐 다음 육회를 올리고 쪽파와 계란 노른자로 장식했다. 동그란 모양이 케이크를 연상케한다. 3월이 생일은 아니지만 재미 삼아 후~ 불어보기도 한다. 육회는 국내산 홍두깨살을 사용해 부드럽고 경북 청도식 양념으로 무쳐내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달짝지근해 호불호가 없다. 또 다른 메뉴인 새우부추전은 작은 크기로 부쳐내 먹기가 좋다. 부추천을 한입 베어 물자 오동통한 새우가 입안에서 팡 터진다.사이드 메뉴도 눈여겨 보자. 그중 된장 술밥은 다섯시반을 방문했다면 꼭 먹어야 할 메뉴다. 차 대표는 "백골뱅이와 된장 술밥을 함께 시키는 분들이 많다"며 "사이드 메뉴에 있지만 술이 술술 들어가는 저희 가게의 히든 메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뚝배기에 밥을 담아 차돌박이 된장과 함께 끓여낸 메뉴로, 매콤 칼칼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모름지기 탄수화물이 들어가줘야 잘 먹었다~는 느낌이 든다.맛있는 안주에 술을 빼놓을 순 없다. 맥주, 소주도 잘 어울리지만 가볍게 한 잔만 걸치고 싶다면 역시 하이볼이다. 아이엠더문, 막시모, 혼 하이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음료수 같은 느낌을 원한다면 자몽을 베이스로 한 아이엠더문, 좀 더 진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막시모나 혼을 추천한다.전포에 위치한 다섯시반은 오래된 건물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힙하게 공간을 조성했다. MZ부터 나이 있는 어른들까지 찾기 좋다. '노을이 지는 시간 다섯시 반'이라는 콘셉트를 구축해 벽면에는 다섯시 반을 의미하는 시계 그림을, 정면으로 보이는 외벽에는 노을이 지는 간판을 달았다. 심지어 오픈 시간도 다섯시 반이다. 다섯시 반에 진심인 이곳, 내부도 달 모양 조명으로 꾸몄다. 매장에는 바 테이블, 작은 테이블 여럿과 큰 테이블이 있어 혼술족도 소규모 모임도 가능하다. 특히 루프탑은 최대 40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야유회나 단체 모임으로도 좋다. 양도 푸짐해 2차보다는 1차로 방문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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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빛 축제’ 즐기고, <br />상큼한 숲정원 만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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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빛 축제’ 즐기고,
    상큼한 숲정원 만끽하고

    경북 경주시 여행의 핫스폿인 황리단길에서 경주시청이 추천하는 향토음식 별채반에 찰보리빵까지 즐겼지만 밖으로 나갈 엄두는 나지 않는다. 뜨거운 태양이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첨성대, 그리고 동궁과 월지를 바라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힌다.그나마 조금 덜 더운 오전 일찍 두 곳은 물론 불국사까지 둘러보았길 망정이지 오후에 돌아다닐 계획을 잡았더라면 낭패를 당할 뻔했다. 오후에는 에어컨을 즐길 수 있는 실내공간을 돌아보고, 나무가 우거진 숲 그늘에서 편안히 쉬어가기로 했다. ‘경주에서 여름 나기’ 여행이다.■경주엑스포대공원처음에는 어린이만 좋아하는 공간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곳곳을 둘러보면서 마음은 조금씩 바뀌었다. 화려한 ‘빛 축제’인 미디어아트는 물론 깊은 인상을 남기는 독특한 미술관, 그리고 자연사박물관까지 어린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장소였다. 각 건축물 사이에는 계림지 해먹공원, 화랑숲과 비밀의 정원, 아평지 등 숲과 연못이 설치돼 다양한 전시물과 체험을 즐기다 잠시 쉬기에도 제격이다.뜨거운 햇빛을 피해 먼저 달려간 곳은 계림지 해먹공원이다. 이름 그대로 해먹은 물론 벤치가 대거 설치돼 편안히 앉아서, 또는 누워서 시간을 보내기에 좋아 보인다. 평소 즐기기 힘든 해먹에도 올라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본다. 걸어 다닐 때는 몰랐는데, 해먹에 누워 있으려니 제법 선선한 바람이 몸을 이리저리 간질인다.해먹공원에서 졸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향한 곳은 실내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미디어아트를 즐길 수 있는 경주엑스포기념관 ‘살롱헤리티지’다. 이곳에서 가장 흥미로운 공간은 민화에 나오는 동물을 증강현실(AR) 등 디지털로 만날 수 있는 ‘상상 동물원’이다. 벽과 바닥에는 빛을 이용한 민화 속 동물이 등장하는데, 손이나 발로 건드리면 반응을 보인다. 종이에 그림을 그려 스캐너에 집어넣으면 정면 벽에 영상으로 등장한다. 여러 사람이 올린 동물 그림은 퍼레이드라도 벌이는 듯 반복적으로 벽을 오간다. “내가 그린 그림이 지나가”라고 외치는 어린이의 얼굴에는 반갑다는 표정과 신기하다는 표정이 교차한다.‘살롱헤리티’에서 나가면 바로 인근에 ‘찬란한 빛의 신라’라는 주제로 더 다양한 미디어아트를 보여주는 ‘천마의 궁전’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미디어아트는 첨성대 안으로 들어가는 형상을 상징한다는 LED 조명 조형물이다. 아무리 봐도 이걸 왜 첨성대라고 하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5분간 다양한 색으로 변화하는 조형물을 지나는 기분은 흥미롭다.신라시대의 대표적 유물인 천마총 금관, 녹유귀면기와, 금동물고기를 구현한 미디어아트가 다음 차례다. 손이나 발로 건드리면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는 공간이어서 꽤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가장 인상적인 곳은 ‘시간을 기록하다-삼국사기, 삼국유사’라는 제목의 방이다. 화려하기가 이를 데 없는 데다 꽤 신기한 인터랙티브 공간이어서 여기도 만져보고 저기도 만져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울의 방’인 ‘연꽃’도 화려하기는 ‘시간을…’에 뒤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다양한 연꽃무늬가 사방을 에워싼 거울에 새겨져 어디가 입구인지 출구인지, 어디가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별하기 힘들다.‘천마의 궁전’에서 나와 오르막 숲길을 따라 걸어 ‘솔거미술관’으로 향한다. 뜨거운 태양만 아니라면 인근에 있는 ‘시간의 정원’과 ‘아사달조각공원’도 둘러볼 만하지만 무더위를 무릅쓰기는 쉽지 않아 이날만큼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솔거미술관’은 유명 건축가 승효상 씨의 작품이다. 마침 ‘현지우현’이라는 주제로 이응노 화백과 박대성 화백의 교류전이 오는 8월 4일까지 진행 중이다. 이색적인 그림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사실 많은 관람객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최고 인기의 포토존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전시실에 설치된 큰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아평지 풍경이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설명하면 관람객 중 상당수는 이 통유리 앞에서 사진을 찍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다. 직접 가서 풍경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어봐야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다.■경북천년숲정원경주엑스포대공원 실내공간에서 시원하게 에어컨 바람을 즐겼으니 이제는 야외에서 선선하게 숲 바람을 느낄 시간이다. 지난해 4월 개장한 ‘경북도 1호 지방 정원’ 경북천년숲정원이 목적지다. 이곳에 가기 전에 인터넷에서 다양한 글을 읽어보니 평가가 엇갈렸다. ‘더운 여름에는 가지 말라’는 글이 있는가 하면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지내기 딱’이라는 반대 글도 있었다. 어느 게 맞는지 알려면 현장에 가 봐야 한다.기자가 내리는 결론은 ‘후자가 맞다’는 것이다. 경북천년숲정원은 시원하고 청량하고 깔끔하고 상쾌한 공간이었다. 그늘이 없는 공간은 무덥기 짝이 없지만 상당 부분을 덮은 커다란 나무 숲 그늘 아래에서 쉬거나 걸어보니 이보다 좋은 여름 피서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경북천년숲정원 입구에서는 햇빛 가리개용 종이 모자를 무료로 나눠준다. 공짜로 구한 모자를 쓰고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사람들이 보인다. 다리 아래로는 작은 개울이 흐르는데, 개울 위에 통나무로 만든 외나무다리가 있다. 외나무다리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으면 시원한 풍경을 담을 수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은 누구나 셔터를 누른다.개울 양쪽은 키 큰 나무가 우거진 산책로다. 위쪽은 목련길, 아래쪽은 무궁화길이다. 산책로에 설치된 벤치에는 사람들이 앉아 무더위를 피하는 중이다. 그곳으로 내려가 보니 햇살이 거의 들지 않아 상당히 시원하다. 왜 여기에 몰려 한참이나 앉아 쉬는지 이유를 알 만했다.다리를 건너 직선으로 걸어가면 활엽수가 우거진 산책로가 보인다. 모자를 쓴 인부들이 자전거를 타고 산책로를 지나간다. 이제 네댓 살로 보이는 어린이는 혼자 킥보드를 밀며 신나게 바람을 가른다.활엽수 산책로는 돌아나올 때 걷기로 하고 일단 개울을 따라 숲길을 걷는다. 환한 미소를 짓는 수막새를 모티브로 한 ‘천년의 미소원’을 지나니 다시 짙은 숲길이 나온다. 숲길 끝부분 담장 너머는 푸른 벼가 자라는 논이다. 숲길 끝에는 햇빛을 가리는 차양막이 설치되고 잎이 무성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벤치가 보인다. 이곳에 누워 낮잠을 즐기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벤치마저 지나 다시 숲길을 걷다 보면 방금 본 활엽수 산책로가 길게 뻗어 있다. 숲길 사이 벤치에 앉아 산책로를 바라보며 한참 멍때리기에 들어간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드물고, 들리는 소리라고는 이름 모를 새 울음소리뿐이다.아까 킥보드를 타고 지나갔던 어린이가 다시 산책로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지쳤는지 킥보드를 끌고 가다 한참이나 서 있더니 다리 앞에서 부모를 발견하고는 다시 킥보드를 신나게 밀어젖힌다.정원 한쪽 구석에 화사하게 핀 보라색 버들마편초 꽃이 희미한 바람에 산들거린다. 뜨거운 태양에 지쳤는지 꽃도 고개를 약간 숙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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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립합창단 벌인 판 위에서 청년 예술가들 빛났다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문화라이프

    시립합창단 벌인 판 위에서 청년 예술가들 빛났다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다소 미흡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젊은’ 에너지가 넘쳤다. 의욕과 도전이 빛났다. 판은 부산시립합창단이 벌였지만, 사실상 주인공은 부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악장 심채영)과 경성콘서트콰이어(인스펙터 서유민), 동아대합창단(단장 박정훈) 등 100여 명의 청년 예술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부산시립합창단(예술감독 이기선)이 23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톨가 카쉬프(1962~ )의 1시간 남짓 걸리는 ‘퀸 심포니’(원제 The Queen Symphony:A symphony in six movements inspired by the music of Queen)를 초연했다. 이날 공연 지휘와 레퍼토리 선정은 시립합창단 임희준 부지휘자가 했다. 합창과 오케스트라 지휘를 함께 공부한 임 부지휘자는 2020년부터 시립합창단 부지휘자를 맡고 있다.이번 공연이 주목받은 이유는 전설적인 영국의 록 밴드 퀸 음악에 영감을 받은 6악장의 교향곡 ‘퀸 심포니’를 부산에선 처음으로-보도자료는 ‘한국 초연’으로 잘못 배포됐다-선보인 덕분이다. 한국 초연은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2021년 10월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가 기록했다. 영국 왕립 음악학교에서 지휘와 작곡을 공부한 톨가는 2002년 11월 6일 영국 런던의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이 곡을 세계 초연했다.특별 연주회는 시립합창단이 주도했지만, 곡은 합창보다 기악에 가깝다. ‘Radio Ga Ga’ 모티브 등과 합창이 나오는 1악장, ‘Love of My Life’의 피아노 선율이 인상적인 2악장, 첼로와 바이올린이 주고 받는 협주곡이 포함된 3악장, ‘보헤미안 랩소디’ 선율과 ‘We Will Rock You’ 등이 등장하는 5악장을 지나 쉬지 않고 이어지는 6악장의 ‘안단테 소수테누토’는 음 하나하나를 충분히 눌러 느리게 연주하라는 의미처럼 장엄한 오케스트라와 합창이 어우러지며 마무리된다. 곡 성격상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가 터져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무대 배치도 신경 썼다. 포디엄 바로 앞 정중앙에 그랜드피아노를 두고, 그 양옆으로 오케스트라를 배치했으며, 무대 깊숙이 100명 가까운 혼성 4부 합창단(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파트)이 자리 잡도록 했다. 연주에 참여한 총인원은 170여 명에 이른다. 연주단 규모로 치자면 흡사 베토벤 교향곡 9번(합창)을 보는 듯했다. 그만큼 자주 공연되는 곡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다만, 다목적홀 부산시민회관 좁은 무대에 많은 연주자가 올라가느라 후면(정면) 음향반사판을 없앴다. 아쉬운 음향이었다. 시립예술단이 주로 이용하는 부산문화회관은 지난달부터 부설주차장 확장 공사에 들어가 올여름 시립예술단 극장 공연 대부분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상태. ‘2024 서머 판타지’ 타이틀로 진행한 시립합창단 공연은 부산시민회관으로 옮겨서 진행했다.이날 공연장을 찾은 약 900명의 관객은 5060세대는 물론이고 MZ세대까지 다양했다. 공연이 끝난 뒤 대체적인 반응은 “재미있었다” “신선했다”였지만, “퀸의 유명 히트곡으로 만들어진 교향곡이라고 해서 퀸 노래 한두 곡쯤은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으로 들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진짜 클래식 관현악곡이었다”며 허탈한 미소를 짓는 관객도 있었다.공연에 참여한 청년 예술인들은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전했다. 경성콘서트콰이어 황인태 베이스는 “시립합창단 선생님들과 함께하면서 소리 내는 질감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배웠다”며 “‘보헤미안 랩소디’ 정도만 알았는데, 새로운 곡을 많이 알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베르디 레퀴엠’ 공연 이후 시립합창단 공연을 찾기 시작했다는 관객 홍새롬 씨는 “유명 오케스트라가 발매한 음원으로 곡을 찾아서 듣고 왔지만, 라이브 공연은 또 다른 매력”이라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공공 예술단의 역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번처럼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청년 예술가에게 새로운 공연 기회를 준 점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립합창단 특별 연주회는 참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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