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뒤를 발로 뛰는
로케이션 매니저
‘파묘’(2024), ‘서울의 봄’(2023), ‘곤지암’(2018) 등 수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속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작품의 핵심 배경이 된 주요 장면들이 모두 부산에서 촬영됐다는 점이다.‘파묘’에서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불가사의한 무덤 장면은 부산 기장군에서 촬영됐다. ‘서울의 봄’에서 긴장감을 높인 30경비단 작전실 회의 장면 역시 부산에서 만들어졌다. 공포 영화 ‘곤지암’의 배경이 된 오싹한 폐병원은 2007년에 폐교된 옛 해사고등학교 건물이다.이처럼 부산을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옮겨오는 중심에는 부산영상위원회(이하 부산영상위)가 있다. 부산영상위는 국내외 영화·영상물의 부산 로케이션 촬영을 지원한다. 1999년에 출범한 부산영상위는 지난달 기준 영화와 드라마를 합쳐 총 2064편의 작품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이 과정에서 현장을 발로 뛰며 전문적으로 촬영지를 발굴하고 제작사에 소개하는 이들을 ‘로케이션 매니저’라고 부른다. 영화, 드라마, 광고, 예능 등 영상 콘텐츠 제작 시 대본과 작품 콘셉트에 가장 알맞은 장소를 발굴하고, 원활한 촬영을 위해 현장의 제반 사항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촬영 전부터 영화 완성을 위해 분주히 뛰는 숨은 공신인 셈이다.‘영화도시 부산’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을 할까.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스크린 뒤에서 펼쳐지는 세계에 대해 지난 13일 만난 부산영상위 소속 양성영 로케이션 매니저(49)를 통해 들어봤다.그는 2001년 부산영상위에 입사한 이래 로케이션 업무를 담당해 온 베테랑이다. 그가 설명하는 로케이션 매니저 업무는 책상보다는 현장에 가까웠다. 촬영 현장 섭외를 위해 관공서와 회의하고 현장 통제 계획을 세우는 등 영화 촬영의 한가운데 뛰어드는 일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출범 직후에는 아직 업무 체계가 제대로 잡히기 전이라서 여러 가지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25년 가까이 현장을 지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묻자, 그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 촬영 당시 로케이션 업무를 담당했던 기억을 회상했다. 사상구에 위치한 주례여고 앞 주택가 골목을 섭외해야 했는데, 당시 이곳은 약 800세대, 24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삶의 터전이었다.특히 100m가 넘는 직선 주택가 골목에서 총격 신을 소화하고, 눈 효과를 내기 위해 대량의 소금을 뿌려야 하는 고난도 촬영이어서 주민 동의를 구하기가 가장 험난했다고 떠올렸다.“박찬욱 감독님이 전작 ‘올드보이’ 촬영 때부터 점찍어 둔 장소여서 무조건 섭외를 해내야만 하는 상황이었어요. 결국 구청과 동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주민설명회까지 개최했죠. 촬영 도중에는 하교하던 주례여고 학생들이 옥상과 베란다, 전봇대까지 올라가 플래시를 터트리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하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그의 꿈이 처음부터 로케이션 매니저였던 건 아니었다. 대학 시절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를 꿈꿨다. 졸업 후 일본 유학 자금을 모으기 위해 영화 잡지 <씨네21>에 실린 부산영상위 로케이션지원팀 공고에 지원했는데, 그것이 지금의 평생 직업으로 이어졌다.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로케이션 매니저지만, 평소 부산 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어온 경험은 큰 자산이 됐다. 어떤 장소가 카메라 프레임에 어떻게 담길지 미리 그려보는 능력이 업무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 것이다. 멜로든 스릴러든 하나의 장소를 보더라도 어떤 장르의 영화와 어울릴지 끊임없이 상상하는 것이 정확한 로케이션 업무의 비결이다.평소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부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촬영 후보지를 발굴하곤 한다. 한 번 로케이션 발굴에 나서면 100~200장이 넘는 사진이 휴대전화에 새롭게 담기고, 네이버 지도에는 촬영 후보지로 찾아가 볼 수백 개의 장소가 저장되어 있다.“예전에는 종이 지도를 펼치고 무작정 찾아다녔는데, 요새는 인터넷으로 먼저 현장 분위기를 살펴보고 가죠. 그래서 많이 편해졌습니다.”최근에 그가 발굴한 곳은 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 앞에 조성된 ‘감동나룻길 리버워크’다. 구포역과 낙동강 화명생태공원을 바로 연결하는 길이 320m, 폭 3m 규모의 보행 전용 교량에 그는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를 켜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서울 한강과 달리 부산 낙동강 주변에는 높은 건물이 없어 카메라에 담았을 때 느낌이 확 달라요. 이런 낙동강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장소가 부산에 별로 없는데, 그런 점에서 이곳이 특별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특히 그는 구포역 주위의 옛 감성에도 주목했다. 1970~1980년대 감성을 유지한 구포역 주변이 영화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많은 영화인들이 옛 상가, 골목 등 세월의 때가 묻어 있는 공간을 선호합니다. 여러 시간의 층위가 쌓여 있는 곳은 공간 자체가 아우라를 가지고 있고, 그게 스크린을 넘어 관객을 압도하기도 하거든요.”로케이션 매니저의 가장 뿌듯한 순간은 발로 뛴 노력이 스크린 위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울 때다. 간혹 영화 엔딩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발견할 때면 모든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부산의 가장 큰 경쟁력은 한 도시 안에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한다는 점입니다.”그가 말하는 영화도시 부산의 매력이다. 원도심에서는 1960~1980년대 한국의 도시 풍경을 만날 수 있고, 서면 등 중심지에서는 현대적인 도시의 모습을, 해운대구의 센텀시티에서는 미래도시와 첨단도시의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산과 바다가 만나는 입체적인 도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덕분에 촬영팀도 부산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해외에서도 부산이 가지고 있는 공항, 숙박, 영화 지원 시설 등 도시 인프라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아 부산을 자주 찾는다고 덧붙였다.어느덧 베테랑 로케이션 매니저가 된 그가 가지고 있는 꿈은 무엇일까. 취재진의 질문에 또 하나의 할리우드 대작을 부산에 유치하는 것이라고 밝했다.“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차기작이 부산에서 촬영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구체적으로는 2018년 개봉한 ‘블랙 팬서’ 이후 부산을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대작이 만들어지길 바랬다. 부산의 매력을 세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아시아의 할리우드’ 이 되는 것도 꿈꾼다. 그는 아시아의 유망한 영화인들이 부산으로 모여 부산에 정착해 영화를 공부하고, 기획하고, 투자받고, 촬영하며 새로운 창작의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이를 위해 그는 단순히 촬영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인재들이 유출되지 않고 영화 생태계 안에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토대를 다진다’는 사명감으로 매일 현장을 누비고 있다. 20년 넘는 그의 발걸음과 노력이 켜켜이 쌓여 오늘날의 ‘영화 도시 부산’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뼈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부산이 ‘영화를 촬영하는 도시’를 넘어 ‘영화가 만들어지는 도시’, 그리고 아시아의 영화인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세계로 내보내는 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소아 골절'
성장판 손상, 뼈 변형 발견 땐
교정치료 ‘필수’
아이의 뼈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골절이 생겨도 빠른 회복력을 보이며 잘 휘어지는 가소성을 가졌다. 반면에 성장판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번 다치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취약성도 있다. 아이의 뼈는 어른과 다르다. 그래서 소아청소년정형외과에서 따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잘 낫는 골절 vs 놓치면 안 되는 골절아이 뼈에는 어른이 부러워할 능력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재형성’이다. 다소 어긋나게 붙은 뼈도 자라면서 스스로 모양을 잡아가는 속성이다. 성인이라면 수술대에 올랐을 각변형(팔다리 길이의 차이 또는 뼈가 한쪽으로 휘는 증상)인 경우도 성장과 함께 상당 부분 교정되기도 한다. 그래서 진단만 정확하다면 소아 골절의 상당수는 수술 없이 해결될 수 있다. 어긋난 뼈를 잘 정렬시키고 맞춘 뼈가 붙을 때까지 고정을 잘 하면 된다.해운대부민병원 김휘택 진료원장(소아청소년정형외과)은 “사실 아이들 골절은 많은 경우 수술 없이 잘 낫는다. 뼈가 스스로 모양을 잡아가는 힘이 어른과는 비교가 안된다. 우리 일은 그냥 둬도 되는 골절과, 안 되는 골절을 가려내는 것이다”고 지적했다.문제는 ‘놓치면 안 되는 골절’인데 성장판 부위 손상이 대표적이다. 성장판을 다쳐도 후유증 없이 회복될 수 있지만, 일부는 몇 달, 몇 년 뒤 한쪽 다리가 짧아지거나 팔다리가 서서히 휘는 변형으로 나타난다. 다친 날 찍은 엑스레이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김 원장은 “엑스레이 한 장으로 성장판 손상이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안 보이는 경우가 꽤 있다. 결과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뒤에 나온다. 그래서 아이 골절은 ‘지금 잘 붙었느냐’만 보면 안 되고 ‘앞으로 잘 자라겠느냐’까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과 관찰도 치료의 연장이라는 것이다.■변형 교정치료 영역골절 후에 뼈가 붙으면서 스스로 모양을 다듬어 정상적인 형태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재형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재형성에도 한계는 있다. 성장판이 손상되거나 뼈의 회전 변형으로 생긴 다리 길이 차이는 저절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변형을 그대로 두면 보행기능 저하와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성장상태에 따라 적극적인 교정 치료가 필요하다.변형 교정은 남아 있는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향후 발생할 변형까지 예측하고 조절해 주어야 한다. 성장판 손상의 위치와 정도, 남은 성장 기간, 다리 길이와 관절 정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골교 제거술은 성장판이 다친 뒤 그 자리에 비정상적으로 생긴 뼈 조직이 성장을 막을 때 이를 제거하는 수술이다. 성장판이 충분히 남아 있는 경우에는 이후의 성장 장애나 팔다리 변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정치료다.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한쪽 성장판의 성장을 일시적으로 억제해 휜 다리를 펴는 교정술도 있다. 유도성장술을 통해 적절한 교정이 이루어지면 나중에 나사못을 제거하면 된다.짧아진 대퇴골이나 경골을 늘리는 하지연장술도 변형 교정의 영역이다. 성장판 손상이나 선천성 질환 등으로 한쪽 다리가 짧아져 양쪽 다리 길이에 차이가 발생했을 때 시행한다.발에서 시작되는 성장기 변형은 안짱걸음과 팔자걸음, 선천성 만곡족, 소아 평발이 대표적이다. 안짱걸음은 걸을 때 발끝이 안쪽을 향하는 보행 형태다.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변형이 심하거나 한쪽만 두드러지는 경우에는 치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팔자걸음은 걸을 때 발끝이 바깥쪽을 향하는 보행 형태로 통증이나 기능 장애가 없다면 경과를 관찰해도 된다.선천성 만곡족은 태어날 때부터 발이 아래쪽과 안쪽으로 심하게 휘어 있는 대표적인 선천성 족부 변형이다. 소아 평발은 서 있을 때 발바닥의 아치가 낮아지거나 사라지는 상태인데, 아이가 성장하면서 아치가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해운대부민병원 정윤성 과장은 “자주 넘어지거나, 신발 한쪽만 유독 닳는 아이의 부모님들이 외래로 많이 온다. 그럴 때 발과 다리의 정렬을 조기에 치료하면 성인이 되어 고생을 덜 수 있다. 발과 발목 성장판 골절이 소아 골절 중에서도 정교한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족부·족관절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소아 골절 응급 대처법아이가 외부 충격을 받은 후에 붓지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아이 뼈는 골막이 두꺼워 골절이 생겨도 크게 붓지 않을 수가 있다. 판단 기준은 붓는지 여부가 아니고 다친 팔 다리를 잘 쓰는가이다.아이가 다친 부위를 쓰지 않으려 하면 해당 부위를 촬영해 보는 것이 좋다. 다친 쪽 팔로 물건을 안 잡거나, 다리를 절거나 딛지 않으려 하면 병원으로 바로 가야 한다.골절 부위를 부모가 직접 맞추려 하면 안 된다. 뼈를 잡아당기거나 돌리면 성장판과 신경·혈관을 추가로 다칠 수 있다. 부상 직후 함부로 옮기거나 부목을 대겠다고 다친 부위를 움직이면 손상이 커질 수 있다. 아이를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119에 연락해 안내를 따른다.냉찜질은 수건에 싸서 한다. 얼음을 피부에 직접 대지 않는다.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는 범위에서 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두면 부기를 줄일 수 있다.깁스 후에 색이나 감각 이상이 나타나면 즉시 내원해서 살펴본다. 손·발가락이 하얗거나 파랗게 변하고, 저리거나 심하게 아파하면 야간이라도 병원에 연락한다.김 원장은 대학병원 재직 시설 선천성 기형과 닌치성 사지변형 환자 1만 명 이상을 진료한 경험이 있는 소아정형 분야의 권위자다. 소아정형외과에서 골절 치료가 끝난 환자의 성장 추적은 소아청소년과에서 진료가 이어진다. 소아청소년과의 소아내분비 파트 곽민정 과장과 영유아 발달 파트를 맡고 있는 김민향 과장과 협업한다. 소아 외상 환자는 야간과 휴일에도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하다.
냉면·막국수·소바, 메뉴 달라도 시작은 메밀!
밀면, 냉면, 막국수, 소바…. 날씨가 더우니 시원한 면 음식이 당긴다. 부산 밀면, 평양냉면, 강원도 막국수, 그리고 일본 요리 소바. 다시 보니 공교롭게도 이들 음식 앞에는 지명이 붙는 경향이 있다. 밀면만 빼고 메밀로 만든다는 공통점도 가진다. 밀면도 피란민들이 당시 구하기 힘들었던 메밀 대신 밀가루로 대체해 탄생했으니, 메밀과 못다 한 인연이 있다고 하겠다. 같은 재료 메밀로, 혹은 메밀을 못 구해, 지역마다 다른 음식이 발달한 사실이 흥미롭다. 구황 작물로 시작해 건강 음식으로 변신한 메밀의 세계를 살펴봤다.■평양냉면과 막국수 각자의 길로‘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국인들이 메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효석이 쓴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대목이다. 강원도 봉평에서 자란 이효석은 서울로 유학한 뒤 고향을 그리는 소설을 썼다. 그 영향이 얼마나 컸던지 대부분의 메밀은 지금도 봉평으로 향한다. 우리나라 메밀 재배면적의 87%를 제주가 차지하지만, 국산 메밀 가공 산업의 중심이 봉평이어서다.백석이 쓴 시 ‘국수’가 평양냉면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이제 많이 알려져 있다. ‘거리에는 모밀내가 났다. 부처를 위한다는 정갈한 노친네의 내음새 같은 모밀내가 났다.’ 메밀향에 대한 비유가 참 절묘하다. 백석이 평안도를 여행하며 쓴 기행시 ‘북신(北新)’의 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북신을 비롯해 백석의 고향인 평안북도는 예로부터 메밀을 많이 재배해, 냉면이 발달한 지역이었다.평양냉면과 강원도 막국수는 어떻게 다른지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다. 냉면의 본산 평양에서는 메밀 겉껍질을 완전히 벗겨 하얗게 만든 면은 냉면, 겉껍질이 섞여 검게 보이는 면은 막국수 혹은 흑면(黑麵)으로 구분해 불렀다. 막국수의 ‘막’은 거칠다는 의미로, 특별히 다듬지 않고 ‘막’ 해 먹는 국수라는 뜻이 담겼다. 냉면과 막국수는 원래 같은 계열의 음식이었다가 껍질을 말끔히 도정한 세련된 면은 평양냉면, 거칠고 투박하게 막 뽑아낸 면은 막국수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냉면이 원래 겨울철에 먹던 별미였던 데도 이유가 다 있었다. 냉면에는 차가운 동치미 국물이 필요하고, 또한 여름 메밀은 맛이 없기 때문이다. 가을에 수확하는 메밀이 여름 메밀보다 맛과 향이 훨씬 뛰어나다. 냉면이 사계절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 남한으로 전해지면서부터다.춘천시가 발간한 <춘천백년사>는 막국수의 유래를 구한말 의병 봉기 시기로 밝히고 있다. 의병 가족은 산으로 몸을 피해 화전을 일궈 연명해야 했다. 춥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을 막 해서 먹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평양냉면은 기본적으로 양념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면과 육수 자체의 맛을 은근하게 즐기도록 세련되게 설계되었다. 막국수는 반대로 양념장이 핵심이다. 고춧가루, 마늘, 간장, 참기름 등이 들어가 칼칼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막국수는 강원도의 자연을 생각나게 만드는 시골밥상 같은 매력이 있다. 메밀은 중국에서 한반도, 대마도를 거쳐 일본에 전해졌다고 알려진다.■메밀에 미친 요리사 김정영자가 제면한다는 이야기는 가끔 들어 봤어도 제분에 이어 메밀 재배까지 직접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게다가 세계적인 메밀국수(소바) 천국 일본의 수도 도쿄에 진출해 메밀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니, 이 정도면 메밀에 미쳤다고 해야 할 것 같다. 2009년부터 해운대에서 ‘면옥향천(麵屋香川)’을 운영하는 김정영 대표 이야기다.음식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치를 챘겠지만, 상호의 향천(香川)은 일본에서 우동으로 가장 유명한 가가와현(香川県)에서 가져왔다. 김 대표가 메밀을 제대로 만지기 전에 주력했던 분야는 밀가루로 만든 우동이었다. 그가 만든 어른 새끼손가락 굵기의 탱글탱글한 우동면은 한국에서 최고라고 할 정도로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고혈압과 당뇨가 있던 김 대표의 아버지는 우동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다고 늘 절반을 남겼다.가족에게도 맘 편히 권하지 못하는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어느 날부터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매일 먹어도 괜찮은 음식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찾은 게 바로 메밀이었다. 메밀은 혈압 억제에 효능이 있는 루틴 함량이 높아 고혈압 환자의 식이요법에 사용된다. 또한 메밀의 카이로이노시톨 성분은 혈당을 낮춰 당뇨환자에게 좋다.메밀 공부는 끝이 없었다. 메밀에서 원하는 맛과 색깔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다. 제일 잘 하는 평양냉면집에 들어가는 메밀가루를 써도 일본에 비하면 맛이 없었다. 좋은 메밀을 구하느라 전국을 헤매고 다니다 통메밀을 직접 갈아서 쓰기로 했다. 그런데 원하는 크기의 맷돌이 보이지 않았다. 시판 맷돌은 크기가 작아 가게에서 쓸 물량을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포기할 김 대표가 아니었다.맷돌을 주문해서 만들고 설치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단단하면서 열이 덜 나는 거창석(거창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메밀 향은 열에 매우 약해 제분 과정에서 마찰열이 발생하면 쉽게 날아가기 때문이다. 맷돌로 직접 제분하니 좀 더 깊은 메밀 향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갈고 나서 이틀만 지나면 날아가는 메밀 향을 더 붙잡고 싶었다.메밀 종자 몇 개를 구해다 2012년부터 충남 논산의 농지 3000평을 빌려 직접 재배를 시작했다. 메밀 농사가 거듭되자 상태가 좋아지고 수확량도 늘었지만 막상 갈아보면 향이 엷었다. 땅이 안 좋은가 싶어서 전주로 옮겨 제주도 메밀을 심었다. 좀 낫긴 했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았다. 메밀은 서늘한 기온과 높은 일교차를 통해서 향이 깊어지니 북위 40도 이상이 되어야 기후조건이 맞아진다. 한국에서는 한라산 중산간(해발고도 200~600m)이 되어야 비슷하게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북한의 개마고원에서 메밀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진짜 한번 해볼 만할 것 같았다.2018년에는 북베트남 하장성 몽족 거주지에서 붉은 꽃이 피는 메밀 씨앗을 구해왔다. 수도 하노이에서 버스로 7시간 걸려 최북단 산악 지역인 하장에 도착한 뒤 다시 오토바이를 빌려 8시간을 달린 험난한 여정이었다. 30년 가까이 마라톤과 철인3종 경기를 해왔으니, 체력적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원하는 메밀을 손에 얻으니 뿌듯했다. 목화씨를 가져온 문익점 선생 생각도 났다. 지금은 3년 전부터 술도 끊고 면을 비롯한 음식 공부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국내 자료만으로는 부족해 일본 원서를 본다. 제대로 일어를 배운 적이 없으니 그림과 사진으로 먼저 이해하고, 모르는 글자는 사전을 뒤져가며 하나씩 맞춰 나가는 식이라 진도가 빠르지는 않다.김 대표는 “좋은 메밀면이 나오는 데는 좋은 밀과 좋은 메밀, 좋은 물, 향을 살려 제대로 한 제분, 좋은 설비와 좋은 기술,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문화와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경남 의령에 마련해 둔 최고 수준의 족타 반죽기와 제면기를 갖춘 제면 공장이 가동을 앞두고 있다. 김정영의 면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기대가 된다.■부산의 메밀국수 맛집은부산에서 메밀국수로 가장 전통 있는 음식점을 꼽자면 ‘중앙모밀’과 ‘원조18번완당’이다. 중구의 중앙모밀은 1956년에 중앙손국수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70년 전통을 자랑한다. 이제는 표준어가 아닌 ‘모밀국수’라는 메뉴를 고수하면서 맛도 변하지 않아 오래된 단골이 많다. ‘모밀냄비’를 시키면 따뜻한 온메밀을 즐길 수 있다. 서구의 원조18번완당은 완당 외에도 ‘발국수’라고 부르는 메밀국수가 인기 메뉴다. 메밀죽처럼 메밀국수를 가난한 음식으로 여길까 봐 대나무 발의 이름을 따서 발국수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지금 자리에서는 1956년에 문을 열었고, 보수동 포장마차 시절을 포함하면 역사가 194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해운대구 ‘뫼밀집’은 2026 미쉐린 빕구르망 식당에 선정됐다. 제면실을 갖추고 100% 국내산 메밀, 소금, 물 3가지만 가지고 메밀면을 자가 제면한다고 강조한다. 물메밀국수와 비빔메밀국수가 1만 6000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느낌이다. ‘무스비’는 해운대 해리단길에 위치한 소바 전문점으로 구운 고등어가 든 ‘사바소바’와 청어 간장조림의 ‘니싱소바’가 인기 메뉴다. 등푸른 생선들이 국물에 담겼는데도 전혀 비리지 않고 조화로운 맛이 난다. 메밀 80%와 밀가루 20%를 혼합한 ‘니하치 소바’를 낸다.수영구 ‘주문진교항리막국수’는 신흥 막국수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1대 강릉 주문진 교항리, 2대 부산진구 범천동에 이어 3대가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깊은 육향의 평양식 막국수를 먹다 보면 냉면과 막국수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수영 ‘주와리소바’는 일본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국산 메밀 100%로 만드는 주와리(十割) 소바를 선보이며 자리 잡았다. ‘밀면 천국’ 부산에서도 평양냉면집을 비롯해 꽤 괜찮은 메밀국숫집들을 찾을 수 있다. 그만큼 부산 미식 세계가 다양화되고 있는 모습이 반갑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칠흑 같은 어둠에 맞서 우뚝 선 저 압도적 위용을 보라 [가을 문턱 야밤에 돌아본 진주성]
40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가 한풀 꺾였다. ‘입추’ 때 주춤하던 무더위가 ‘처서’를 지나면서 힘을 잃은 모양새다. 절기(節氣)를 농사나 생활에 활용한 선조들의 지혜가 새삼 놀랍다. 아직 늦더위가 맹위를 떨치곤 있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살만하다. 밤이면 더욱 그렇다. 저녁을 먹고 제법 걸을 만하다. 가을이 멀지 않다. 야간 산책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야간 산책하기 좋은 도시 진주를 다녀왔다.■해가 지면 더욱 빛나는 도시 진주, 그리고 진주성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진주는 남강이 도심을 가로질러 언제나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남강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는 진주성의 위용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을 물리친 용맹 그대로다. 밤이 되면 남강 주변은 또 다른 세상이 된다. 진주교를 비롯해 희망교, 진양교, 천수교 등 진주지역 8개의 다리가 독특한 매력으로 주변을 밝힌다.진주 야경의 백미는 진주성이다. 어둠이 밀려들어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면 진주성 전체가 은은하게 빛나면서 고즈넉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진주성으로 곧바로 가려다 방향을 바꿨다. 진주성 전체를 보고 싶었다. 차를 돌려 진주성이 보이는 남강 반대편에 섰다. 어둠이 완전히 물러가기 전 조명이 들어오니 진주성이 흐릿하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혼돈의 시간이다. 새로운 세계, 또 다른 단계로의 진화를 위한 고통의 시간이다. 그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어둠이 완전히 세상을 지배하자, 장관이 펼쳐졌다. 어둠 속 ‘조명 갑옷’을 입은 진주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칠흑 같은 어둠에 맞서는 당당한 위용. 진주성을 둘러싼 성벽은 마치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전사들 같았고, 성벽 위에 우뚝 선 진주성은 절대 존엄이었다. 강물에 비친 데칼코마니 같은 진주성의 모습은 굳건했고, 강물이 일렁일 때마다 절벽 위 진주성은 더욱 견고했다. 햇빛의 갑옷을 입었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압도됐다. 임진왜란 당시 2만여 일본군이 진주성을 함락하지 못한 건 이 같은 위용 때문은 아니었을까.진주성이 보이는 남강 반대편엔 남가람공원이 있다. 낮에는 남강과 시원한 대나무 숲길이 주는 청량함을 느낄 수 있고, 야간에는 화려한 조명길과 진주성의 불빛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공원 내 대나무 숲길인 남가람 별빛길은 대나무 사이에 형형색색의 조명들로 야간 산책로로 인기가 많다.진주성을 바라보다 강을 따라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아치형의 진주교가 현란한 모습을 드러낸다. 강물에 비친 아치 모형이 마치 물고기들이 꼬리를 물고 나아가는 모습이다.진주성으로 발길을 돌렸다. 진주교에서 진주성을 바라보니 마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진주성 앞에 2024년 조성된 ‘진주대첩 역사공원’의 조명들이 진주성으로의 입성을 유도한다.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실제 전투가 벌어진 곳이었는데, 식당 등이 있던 공간이 공원으로 탈바꿈했다.진주대첩 역사공원의 불빛을 따라가니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진주성 관문인 촉석문 외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농사를 짓는 농부의 모습과 임진왜란 때의 진주성, 우주선 발사 장면 등 갖가지 형상이 외벽에 그려지고 있다. 알고 보니 ‘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진주성’의 행사의 하나로 진행된 미디어파사드 ‘진주의 결속’ 장면이었다.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진주성 일대에서는 지난 14일부터 9월 6일까지 매일 오후 7시 30분~10시 30분 진주성과 진주대첩 역사공원 일원에서 국가유산 미디어아트인 ‘가온누리 진주성도’가 열리고 있다.■국가유산 미디어아트의 출발지, 진주성국가유산청 주최로 열리는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는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빛과 영상, 음악,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행사다. 진주성을 시작으로 오는 11월 8일까지 군산(8월 28일~9월 20일·구 군산세관 본관 등), 경주(9월 4~27일·대릉원), 익산(9월 4~27일·미륵사지), 부여(9월 7~27일·정림사지), 강화(9월 11일~10월 4일·고려궁지), 철원(9월 11일~10월 11일·노동당사), 아산(9월 18일~10월 11일·이충무공 유허), 통영(9월 18일~10월 11일·삼도수군통제영), 양산(9월 28일~10월 18일·통도사), 청주(10월 3~24일·용두사지 철당간 등), 여수(10월 9일~11월 8일·진남관)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진행된다. 첫 무대가 진주성에서 진행된 것이다.‘가온누리 진주성도’는 진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의 빛의 서사로 연결한다. 촉석문을 지나자 탐방객들이 커다란 붉은 석류 모형 앞에 서 있다. 어린 아이가 석류 앞에서 “안녕”이라고 말하자, 석류는 “어서 와! 어떤 바람도 좋아 가만히 꺼내 놓기만 하면 돼”라고 답한다. 수줍게 소원을 말한 아이에게 석류는 “너의 소원 곱게 품었어 이제 촉석문을 지나 미래로 한걸음 나아가 보렴”이라고 대답했다. 목소리에 반응하는 ‘수호의 얼굴’ 프로그램이다. 탐방객들은 이 석류에 자신의 건강, 사랑, 취업, 재물, 위로 등 다양한 소원을 빌었다.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 이뤄졌으면 했다.소원을 비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촉석루에 도착하자, 관람객들이 북을 두드린다. 북소리에 맞춰 촉석루 누각에는 석류가 개화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비치는 등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촉석의 개화’이다. 신기한 광경에 관람객들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촉석루를 지나 진디 밭에서는 체류형 공간도 마련됐다. 원통형 야광 그네와 시소, 진주 캐릭터인 ‘하모’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도 인기였다. 이곳은 체류형 공간과 포트존을 결합한 ‘진주의 숨’이다.하이라이트는 공북문 내벽의 ‘가온누리 진주’였다. 진주성의 역사와 전통을 미디어파사드인 현대식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국가유산청의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공모사업에 전국 최초로 3년 연속 선정된 진주시의 노력이 엿보였다.각종 프로그램을 뒤로하고 서장대 쪽으로 향했다. 고즈넉한 밤의 진주성이 느껴졌다. 현란한 미디어파사드와는 달리 은은한 가로등 아래 드러나는 성벽과 진주성의 풍경에 평온을 되찾았다. 나무와 성채는 빛바랜 조명으로 단풍 든 가을 풍경 같았다. 가을을 기다리는 조급함 마음 때문일 게다.성벽을 따라 걷다가 남강을 내려다봤다. 강물에 비치는 진주성의 불빛과 시내 야경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 사이로 불을 밝힌 유람선이 남강을 유유히 다녔다. 유람선은 진주성에서 남강 건너편 유등테마공원 아래 물빛나루쉼터에서 이용할 수 있다. 유람선은 물빛나루쉼터(망진나루)에서 출발해 천수교, 진주성 촉석루, 하모 조형물 등을 돌아오는 코스로 약 30분 동안 진주성을 비롯한 남강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9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은 진주국가유산 야행 ‘암행어사 야(夜)밤에 진주성 출두야’ 행사도 마련된다. 진주성과 진주 원도심 일원에서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2022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번째로 진행된다. 암행어사를 스토리텔링으로 야경(夜景), 야로(夜路), 야사(夜史), 야화(夜畵), 야설(夜說), 야식(夜食), 야시(夜市), 야숙(夜宿) 등 ‘진주 8야(夜)를 주제로 마련된다.진주 야경을 관람하기 전 시간이 나면 진주성 내 위치한 국립진주박물관 탐방도 추천한다. 임진왜란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진주성의 역사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당시 무기류와 전술 자료, 전투 기록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면 진주성을 걷는 느낌이 남다르다.글·사진=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부산 초여름 수놓을 ‘몸의 언어’
제22회 BIDF 개막
부산의 초여름을 수놓을 부산국제무용제(BIDF, 운영위원장 신은주)가 2일 ‘BIDF 프린지’를 시작으로 일주일간의 여정에 들어간다. 올해로 22회를 맞은 BIDF는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프린지를 신설하고, ‘AK21 안무가 경연 결선’을 축제 기간에 포함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행사는 7일까지 해운대 해변과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프랑스, 덴마크, 몽골 등 13개국 44개 단체, 350여 명이 참여해 60여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부산·울란바토르 우호협력 10주년을 기념한 교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공식 개막식은 5일 오후 6시 30분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진행된다. 개막 공연으로는 캐나다 퀘벡의 ‘나무의 존재’와 ‘번 베이비, 번’(BURN BABY, BURN)이 무대에 오른다. ‘나무의 존재’는 퀘벡의 소도시 생장포르졸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현대무용단 ‘플러브 에스파스 당스’의 안무가이자 예술감독인 샹탈 카롱이 2022년 안무한 작품이다. 4명의 무용수가 출연하는 25분 내외의 현대무용으로, 인간과 자연, 특히 캐나다 북부 숲의 야생 동물과 나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을 시적으로 그려낸다. ‘번 베이비, 번’(BURN BABY, BURN)은 캐나다 무용계의 거장이자 발레리노 출신 안무가 기욤 코테가 이끄는 ‘코테 당스’의 작품으로, 전쟁과 기후 위기 속 인간의 모순을 디스코라는 역설적 이미지로 표현한 60분짜리 컨템포러리 발레다. 두 작품은 5일(오후 7시 30분)과 6일(오후 3시) 2회 유료(R석 7만 원, S석 5만 원, A석 3만 원, 학생 단체 1만 원)로 공연된다.6~7일 오후 6시부터 3시간 남짓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에선 ‘BIDF 공식 프로그램’이 무료로 펼쳐진다. 올해는 한국 무용단(강미리할무용단·와이즈발레단·AWSC·르씨디씨·요찬강·수무브)을 비롯해, 홍콩(Y SPACE), 대만(메이메이지 댄스), 인도네시아(두타 사만 인스티튜트), 프랑스(칸 로젤라 하이타워 주니어 발레단), 아르헨티나(탱고 2커플), 덴마크(어퍼컷 댄스 시어터), 몽골(에르카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라인업을 꾸렸다.이 중 6일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번 베이비, 번’ 외에 강미리할무용단 ‘신이적고’, AWSC ‘Bed town’, 르씨디씨 ‘마브 MOB’ 등이고, ‘나무의 존재’, 요찬강 ‘학’, 수무브 ‘카시나칭칭’ 등은 7일에만 만날 수 있다. 나머지는 이틀 모두 공연된다. 특히 덴마크 어퍼컷 댄스 시어터의 하이브리드 비보잉·현대무용 ‘벤치 BENCHED’, 대만 메이메이지 댄스의 호샤오메이 안무가의 초현실적 미학이 돋보이는 신작 프롤로그, 인도네시아 전통 ‘사만가요춤’ 등이 눈길을 모은다. 일본 미디어아티스트 우메다 히로아키와 부산 무용수들의 협업 무대도 기대된다. 한·일 협업 무대는 2025년 BIDF 안무가캠프와 연계한 것으로 부산-일본(BIDF-우메다 히로아키) 협업 레지던시 후속 창작 작품을 공연한다.신설된 제1회 ‘BIDF 프린지’는 7개국 18개 작품이 참여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부산을 포함한 국내외 신진·기성 안무가들이 참여한다. 부산 연고 작품으로 박재현의 ‘뼈 이야기’, 공주영의 ‘마주할 용기’, 김남진피지컬씨어터 ‘흔들리는 땅’, 이현우의 ‘찰나: 감지하다’, 황정은 ‘그을음’, 프로젝트 촘의 ‘적당한 침묵’(이언주 안무)이 포함됐고, 서울, 대만, 프랑스, 일본, 리투아니아, 스페인, 에스토니아 등에서도 부산을 찾아온다. 2일 오후 7시, 3일 오후 3시부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과 로비에서 열린다. 3일 오후 6시엔 프린지 네트워킹 시간도 마련된다.차세대 안무가 발굴을 위한 제18회 AK21 안무가 육성 경연은 7일 오후 3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다. 현재 3차 심사까지 통과한 염승훈(‘너 싫어’), 윤희섭(‘Royal blue’), 이종윤(‘만선 Return to the home’), 배현우(‘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가 결선을 치른다. 4명의 안무가 모두 남성이고, 이 중 염승훈과 이종윤은 부산 출신이다. 축하 공연으로는 지난해 17년 만의 첫 공동 수상으로 눈길을 끈 김형민(‘드루와’)과 양승관(‘궤도’) 무대가 준비된다. 올해부터는 최우수안무가상을 수상할 경우, 상금 외에 안무자에 한해 해외 초청 항공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제5회 BIDF 부산국제안무가캠프는 오는 7월 7~16일 부산시민회관 연습실에서 타우피크 이제디유(모로코), 테트 카스크(에스토니아)를 마스터 안무가로 초청해 개최한다.이밖에 △BIDF 거리 공연(4일 오후 5시 해운대 구남로 거리, 7일 낮 12시 부산역) △찾아가는 맞춤형 예술감상 프로그램’(용호초등-몽골·명륜초등-덴마크·충렬초-인도네시아 팀 등) △부산무용협회와 부산무용인이 함께하는 열린무대 △전공자를 위한 오픈 워크숍(6일 오전 10시 발레·7일 오전 10시 탱고, 영화의전당 리허설룸)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공연 예매는 놀 인터파크 티켓과 영화의전당 누리집에서 가능하며, 자세한 일정은 BIDF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1-868-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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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료 환자 추천 받습니다” 사랑의 의사회, 지원 대상 모집
2026-08-03
2026-08-03
난임치료 골든타임…35세 전후, 난소기능 저하 ‘갈림길’
2026-07-27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