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뜨거운 전설은 아직도 땅속에 묻혀 있다-운석공 환종주 2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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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암산 주차장에서 송림재까지 한달음

마침 진달래가 지천이라 걷는 내내 상큼했다. 마침 진달래가 지천이라 걷는 내내 상큼했다.

부산일보 | 안녕하세요~! 펀부산입니다 오늘은 합천 운석공 환종주 산행 영상을 준비했는데요. 영상 시청 전 합천 운석공 환종주 산행 코스 팁을 살짝 알려드리고 시작하려고 해요 저희는 첫날 오전 11시에 출발해 오후 6시에 대암산 정산에 도착해서 약 7시간 소요 되었고 둘째 날은 오전 8시 산행을 시작해 오후 3시 40분이 마쳤습니다. 총 14시간 40분 정도 걸렸다고 보면 됩니다 걸음이 빠르지 않다면 이틀에 걸쳐 주변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산행 계획을 잡는 것이 좋고 하루에 마치고 싶은 분이라면 보통 새벽 4시에 산행을 한다고 하네요 높낮이로 보면 적중교에서 마타산으로 가는 시계 방향이 편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당일 산행을 계획하고 일찍 출발한다면 운해까지 만나는 행운이 기다리는 대암산 방면인 시계 반대 방향 코스도 나쁘지 않습니다 등산로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어려움이 없지만 중간에 가시덤불 구간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럼 여러분 영상 보고 합천 운석공의 매력에 빠져주세요~! ---------------------------------------------------------------------------- 🔥 부산일보 홈페이지 🔥 http://www.busan.com/ ---------------------------------------------------------------------------- #경남합천 #산행 #대암산

경남 합천 운석공 환종주 첫날 대암산은 조망이 좋았다. 대암산 초팔성이 대가야 때부터 합천과 초계·적중 일대를 지키는 관측소 역할이 강했다면, 둘째 날 오를 미타산(663m)은 정상 산성에 우물도 있었다고 하니 일정 병력이 주둔할 만했겠다. 고려말 무신들의 권력 다툼 와중에 경주 출신 무신 권력자 이의민이 미타산 별장에서 하산하다가 최충헌 세력에게 살해당한 역사적 사건도 있었다. 미타산성이 요새의 역할을 했을 것이란 추론이다. 후인이야 산정에 남은 작은 성벽 하나로 세월의 무상함을 엿볼 뿐이다.

한껏 고도가 높아진 합천 운석공 환종주 2일 차 코스는 푹신한 낙엽길과 소나무 숲길이 이어지다가 미타산을 지나서는 특이한 암석군이 있는 풍경도 마주친다. 미타산 산행은 의령 방면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환종주는 온전히 운석공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함이 있다. 운석공 지하 수백m 아래 5만 년 전 별이 타다 만 채로 아직 웅크리고 있는지도 혹 모르니까.


대암산 정상에서 본 일출. 바지런한 황계복 강사가 주차장에서 한달음에 올라가 포착했다. 대암산 정상에서 본 일출. 바지런한 황계복 강사가 주차장에서 한달음에 올라가 포착했다.

큰고개재에서 재다짐

첫날 여유 있게 걸은 때문인지 피로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새벽 공기도 좋았다. 황계복 부산등산아카데미 강사는 아침 일찍부터 주차장에서 한달음에 일출 사진을 찍으러 대암산에 갔다. 모두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 일정을 또 시작한다.

둘째 날은 미타산이 주봉이다. 활공장으로 가는 임도가 잘 나 있어서 초계·적중에서나 반대편 의령에서나 접근성이 좋다. 이날 산행을 마치고 의령 방면 임도로 하산했는데 대암산 임도는 아무래도 합천에서 올라오는 것이 거리도 조금 짧고 운전하기 나은 편이다.

뿌리를 드러내고도 건재한 소나무. 뿌리를 드러내고도 건재한 소나무.

짐을 꾸리고 정리하니 오전 8시가 되었다. 활공장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무월봉(608m)~태백산(579m)~큰고개재~천황산(688m)~천황산 삼거리(국사봉 갈림길)~삼각점봉(655m)~미타산 임도 이정표~미타산성 ~미타산(663m)~홀로재~290m봉(가매실봉)~ 24번국도(송림재)까지 가는 길이다. 점심과 휴식 시간을 포함해 7시간 40분 걸렸다.

무월봉으로 오르는 길에 산딸기 덤불이 꽤 있다. 제법 둥치가 큰 소나무 한 그루가 미끈한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 자세히 보니 바람에 살짝 기울었지만, 용케 지탱하고 있는데 드러난 뿌리는 줄기로 변한 상태다. 소나무의 끈기를 본다. 무월봉은 헬기장임이 짐작될 뿐 온통 풀밭이다. 주변의 나무도 많이 자라 조망이 시원치 않다.


낙엽 속에 복병처럼 웅크린 파이프 기둥. 낙엽 속에 복병처럼 웅크린 파이프 기둥.

무월봉에서 태백산으로 가기 위해 살짝 내려선다. 앞서가던 신세균 부산수목산악회 회장이 발밑을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낙엽 속에 삐죽 솟은 스테인리스 환봉이 있다. 아마 등산로 계단을 지탱하던 쐐기용이었던 것인데 나무는 썩고 없는데 말뚝만 남았다. 조심스레 바닥만 보면서 걷는다.

출발한 지 1시간여 만에 태백산에 다다랐다. 어설픈 정상 표지가 있다. 큰고개재로 내려간다. 소나무 숲길이 탐스럽다. 태백산에서 30분 남짓 걸어 큰고개다. 내리막이니 또 오르막이다. 미타산만 오른다고 다짐한다.


미타산 정상 못 미쳐 누군가 설치한 오래된 시계. 미타산 정상 못 미쳐 누군가 설치한 오래된 시계.

미타산성엔 오래된 시계가

산길 곳곳에 멧돼지의 흔적이 많다. 야생동물이 흔한 것이야 자연의 회복이라고 하지만, 특정 개체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초식동물을 조절할 수 있는 대형 육식동물이 멸종한 한반도의 남쪽은 오직 인간만이 조절자일 수밖에 없다. 한계 또한 분명하다. 작은대암산 오르는 길에 둘레에 철망을 친 묘를 보았다. 또 그렇지 못한 묘는 봉분이 반 넘어 파헤쳐졌다. 어떤 파묘자리는 멧돼지의 진흙욕탕이 되었다. 큰고개재 못 미쳐 작은 묘비석 하나가 있었다. 봉분도 없이 묘비석만 있었는데 그마저도 훼손당할까 걱정했던지 후손은 묘소 주변에 경광봉을 두 개나 달아놓았다. 아마 밤이 되면 불빛을 내어 짐승을 쫓을 것이다.

한때 영화로웠던 이의민의 미타산 별장은 지금 어떤 수풀 속에 잠겨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5만 년 전 불구덩이가 지금은 옥토가 되었듯 말이다.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체력이 점점 바닥이 나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도 열심히 걸었다.

큰고개에서 미타산을 오르는 길은 아마도 송전선로를 건설하기 위해 길을 닦았던 탓인지 등산로가 웬만한 임도만큼 넓었다. 그래서 가시덤불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1시간을 쉼 없이 오르니 천황산이다. 조망이 좋아 함께 물과 간식을 먹으며 쉰다.


환종주에서 만난 분재형 소나무. 환종주에서 만난 분재형 소나무.

국사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 쉼터 삼거리에 30분이 채 안 걸려 도착했다. 이 산중에 벤치를 여러 개 설치해 두었다. 아무래도 의령 쪽에서 임도를 이용해서 설치한 모양이다. 쓰러졌던 소나무가 살아났는지, 큰 둥치가 잘리고 가지가 자랐는지는 모르지만 옆으로 길게 뻗는 분재형 소나무가 산꾼을 반긴다. 벤치가 있는 쉼터에서 합천 쪽 상홍사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1시간을 걸어 미타산성 입구에 선다. 성벽 입구인 듯 짧은 구간만 복원한 모양이다. 성문을 지나니 소나무에 설치한 예술작품 같은 오래된 시계가 있다. 시간은 오후 1시로 고정돼 있어 어쨌거나 하루에 꼭 두 번은 정확하게 맞는 시계다.


미타산 정상에서 본 운석공. 황계복 제공 미타산 정상에서 본 운석공. 황계복 제공

진달래 산천 지나 홀로재

오래된 시계 작품(?)을 지나며 고개를 드니 커다란 정자가 있다. 여름엔 낮잠 한숨 즐기기 좋은 곳이다. 바닥을 봤더니 솔가지가 잔뜩 깔려 있어 이용한 지 오래된 줄 알겠다.

미타산 정상석은 대암산의 그것만큼 거대했다. 정상석 부근에 넓은 평지가 있어 그늘을 찾아 점심을 먹는다. 정상석에서 운석공이 보이는 곳으로 다가갔더니 전망이 좋은 곳이 있다. 고도는 대암산보다 높지만, 조망은 썩 시원하지는 않다. 꼭 높거나 비교 대상보다 조건이 뛰어나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뜨거운 물 한 모금 못 하고, 설익은 햇반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생쌀보다 낫다' '육이오 때보다 호강이다'라는 농담을 섞어가며 그래도 맛난 점심을 먹었다. 한참을 쉰 후에 송림재로 향한다. 10여 분을 걸으니 기묘한 바위군이 펼쳐진다.

지금껏 바위가 제대로 있는 산길은 없었다. 이곳은 운석의 영향을 덜 받았던가. 대문처럼 통과하는 석문 앞에 있는 바위는 제법 큰 구멍이 생겨 물이 고여 있다. 석정바위로 산꾼들이 부른다. 흔들바위도 있다는데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오뚝이처럼 생긴 바위를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드니 진달래가 지천이다. 앞서가던 이들이 꽃잎을 따 먹기 시작한다. 쌉쌀하니 갈증을 해소하는 독특한 맛이 있다. 한때 진달래꽃을 많이 먹고 중독된 경험이 있어 많이 먹지는 않았다.

미타산에서 1시간 하고도 10분을 더 걸었다. 송림재가 3.5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에서 20분쯤 정신없이 걸으니 홀로재다. 홀로재에는 임도 변에 작은 쉼터가 있다.

산행을 마친 후 합천 운석충돌구의 진상을 밝힌 임춘지 전 군의원과 통화할 수 있었다. 선친의 규명 노력을 잊지 않았고, 본인이 군의원으로 재직 당시 과학적 규명을 이뤘으니 부녀의 팀워크가 대단하다. 임 전 의원은 '합천운석충돌구관광추진협회' 이사장을 맡아 사단법인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며 "합천의 관광 백년지계를 이어갈 운석충돌구 관광 활성화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와 진달래. 한국 토종 나무의 진수를 만끽하는 곳이 합천 운석공 환종주 코스다. 소나무와 진달래. 한국 토종 나무의 진수를 만끽하는 곳이 합천 운석공 환종주 코스다.

옥두봉은 어디메

홀로재를 오른다. 15분쯤 오름길을 올랐을까. 된 숨을 연거푸 쉬면서 가매실봉이라는 이정표에 도착한다. 해발 290m란다. 많이 내려왔다. 소나무 숲길이 지루하지 않다. 가매실봉 이정표에서 40분을 더 걸으니 송림재가 훤히 보인다. 급한 마음에 내려가다가 가시밭길로 접어들었다. 역시 막판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편도 2차로 왕복 4차로 포장국도 옆에 미타산 이정표가 거대하게 세워져 있다. 고개를 넘으면 적중면이어서 적중면 안내 비석도 번듯하다.

선형을 개량했는지 옛 도로가 왕복 4차로 옆에 그대로 남아 있어 주차 걱정은 없겠다. 주차 자리가 좋으니 합천 운석공 환종주의 시작과 도착은 여기서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남은 구간은 송림재에서 옥두봉을 올라 적중교로 내려서면 된다. 그런데 옥두봉으로 오르는 진입로가 없다. 급경사 비탈인 데다, 진입로로 보이는 곳에 로프 하나가 있는데 그 끝이 오히려 더 불안한 낭떠러지였다.

부산일보 | 경남 합천 운석공 환종주 3편 '미타산 구간'입니다!☄️☄️ 산의 전경과 거대한 운석 충돌구를 함께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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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깎으며 산비탈에 콘크리트 수로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 근처에 표지기 두어 개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다. 그때 웬 트럭 한 대가 가던 길을 멈추고 서더니 기사가 내려서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환종주 산행하느냐고 묻고는 자기는 이 동네 사는 노 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등산로가 미비해 죄송하다며, 다음에는 좋은 등산로로 보답하겠다고 사과까지 했다. 합천은 뼈대 있는 고장이라더니,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노 씨 말로는 대부분 송림재에서 미타산 방향, 즉 시계 방향으로 많이 가고, 발 빠른 사람은 11시간에도 마친다며 1박 2일 동안 걸은 우리의 기를 죽였다. 따져 보면 우리 팀도 쉬며, 가며 14시간 남짓 걸었다.

옥두봉까지 온전히 잇는 환종주 산행은 등산로가 정비된 이후로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노 씨 성을 가진 분이 적중교까지 차를 태워줘 편하게 차량을 회수할 수 있었다.

산세도 좋고 인심도 좋은 합천 운석공 환종주 산행. 다음에 또 오겠다는 것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의무다. 단, 등산로가 좀 정비되어야 한다.

합천 운석공=글·사진 이재희 기자 jaehee@


합천 운석공 환종주 코스도. 네이버 등산지도 활용 합천 운석공 환종주 코스도. 네이버 등산지도 활용


대암산 임도 활공장 주차장에서 2일차 환종주 산행을 시작한다. 대암산 임도 활공장 주차장에서 2일차 환종주 산행을 시작한다.

무월봉에 한달음에 올랐다. 헬기장으로 쓰였던 무월봉은 잡초가 무성했다. 대암산보다 높았지만 조망은 시원치 않다. 무월봉에 한달음에 올랐다. 헬기장으로 쓰였던 무월봉은 잡초가 무성했다. 대암산보다 높았지만 조망은 시원치 않다.

태백산 이정표가 붙은 정상. 태백산 이정표가 붙은 정상.

큰고개재에 도착했다. 고개 아래로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큰고개재에 도착했다. 고개 아래로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국사봉 갈림길 이정표. 쉼터가 마련돼 있다. 국사봉 갈림길 이정표. 쉼터가 마련돼 있다.

미타산성임을 알 수 있는 성벽. 미타산이 지척이다. 미타산성임을 알 수 있는 성벽. 미타산이 지척이다.

우람한 미타산 정상석과 넓은 공터. 봉수대가 있었다고 하나 흔적은 찾지 못했다. 우람한 미타산 정상석과 넓은 공터. 봉수대가 있었다고 하나 흔적은 찾지 못했다.

미타산 정상에서 보이는 운석공. 미타산 정상에서 보이는 운석공.

미타산에서 송림재로 가는 길에는 제법 바위가 보인다. 운석의 폭발 충격을 극복했던가. 미타산에서 송림재로 가는 길에는 제법 바위가 보인다. 운석의 폭발 충격을 극복했던가.

홀로재에 도착했다. 작은 쉼터가 있다. 홀로재에 도착했다. 작은 쉼터가 있다.

가매실봉 삼각점 이정표. 해발고도 290m. 가매실봉 삼각점 이정표. 해발고도 290m.

송림재로 내려섰다. 길 건너 옥두봉 오르는 길은 도무지 길이 나 있지 않아 생략하고 1.9km 국도를 걸어 적중교로 가야 한다. 송림재로 내려섰다. 길 건너 옥두봉 오르는 길은 도무지 길이 나 있지 않아 생략하고 1.9km 국도를 걸어 적중교로 가야 한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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