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랑의 취재海랑] 수산종자 전쟁시대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해양수산부 기자

수산업이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지난해 국내 양식어업(해면양식업)의 생산량은 총 253만 277t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수산물 전체 총생산량 393만 4971t 중 약 64.3%를 차지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더 가속화되고 있다. 변수가 많은 바다를 벗어나, 바다 생태계를 육지에 그대로 이식함으로써 안정적인 생산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종자다. 종자를 확보해 일정 비율 이상의 부화율을 달성하고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양식업의 핵심이다. 하지만 남획과 해양환경 변화 탓에 종자 확보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장어다. 우리가 먹는 민물장어는 치어인 실뱀장어를 키워서 만든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완전양식 기술이 상용화되지 못한 국내에선 실뱀장어를 자연 채집에 의존하고 있다. 자연 채집으로 채우지 못하는 부족분 80%가량은 수입한다. 하지만 최근 실뱀장어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에 실뱀장어가 포함될 가능성마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실뱀장어 수입이 불가능하게 되는데, 다행히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제안한 뱀장어 국제거래 규제안이 CITES 당사국 총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부결돼, 3년이라는 골든타임을 얻게 됐다. 하지만 업계는 차기 CITES 총회에서 해당 규제안이 재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종자 기술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일본은 앞선 시장이다. 일본은 상업화 직전까지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제는 단가 인하 작업만 남았다. 일본 정부는 30년 전부터 국산화 기술 개발에 나서, 2010년 세계 최초로 뱀장어 완전양식에 성공했다. 완전양식이란 자연산 실뱀장어가 양식장에서 자라 어미가 되면 새끼(인공 1세대)를 낳고, 이 새끼가 다시 양식장에서 자라 새끼(인공 2세대)를 낳는 것을 말한다. 양식장에서 부화한 뱀장어가 새끼까지 낳는 사이클이 온전히 돌아야 완전양식으로 인정된다. 이미 이에 성공한 일본이 대량생산기술 확보로 단가까지 낮추면, 엄청난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

이는 장어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은 연어나, 참다랑어 양식도 마찬가지다. 수산 종자는 단순히 ‘기르는 어업’의 출발점을 넘어, 향후 국가 식량 안보와 해양 주권을 좌우할 핵심 전략 자산이다. 일본이 30년 전부터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 상업화 문턱에 도달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규제가 현실화되고 시장을 선점 당한 뒤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식 지원으로는 뒤집기 힘든 격차가 우려된다.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원팀이 되어 종자 국산화와 대량생산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스마트폰 영상제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