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금융포커스] 긴축의 시대가 온다
서울경제부 차장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며 ‘긴축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취임 한 달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특히 “늦지 않게 인상해야 한다”며 7월 인상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한은이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성장과 물가, 그리고 금융 관련 지표가 모두 인상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에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인 상황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다. 특히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에 생활물가 체감은 이를 웃돌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1500원대가 뉴노멀로 자리잡은 원달러 환율까지 감안하면 통화정책은 인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긴축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를 인상했고, 일본은행(BOJ) 역시 다음 주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후퇴한 상황이다.
물가 안정은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생계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또 자산시장 과열과 투기 심리 자극으로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가져올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다. 2000조 원에 가까운 가계부채는 물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상당수는 코로나19와 이후 경기 침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가계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16만 3000원이 늘어나는데, 전체 차주로 보면 3조 2000억 원 규모다. 또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 역시 조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취약계층이다. 영세 자영업자 등 저신용 차주의 경우 이미 대부분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이자 부담은 64만 원으로 일반 가계대출 차주의 약 4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취약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과 금융지원 체계를 점검하고,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장 불안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은 역시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며 예측 가능한 정책 경로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물가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은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처방인 것은 분명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인상 여부가 아닌 충격 관리에 맞춰져야 한다. 정부와 한은의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