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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PICK] 붉은 껍질 속 바다향 가득 머금은 ‘바다의 꽃’ 멍게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골목마다 꽃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육지뿐 아니라 바다에도 꽃이 있다. 바로 4월 ‘제철 PICK’ 주인공이자 ‘바다의 꽃’이라는 별명을 가진 멍게다. 멍게는 수온이 차가운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남해를 기준으로 3~5월이 제철이다. 멍게는 본래 ‘우렁쉥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경상도 사투리인 ‘멍게’가 널리 알려지면서 표준어로 자리 잡았다.
멍게는 붉은색 단단한 몸통에 원추형 돌기가 많아 울퉁불퉁하게 생겼다. 껍질 안 주황빛의 속살은 특유의 바다 향을 가득 품고 있어 봄철 입맛을 돋우기 좋다. 또한 멍게 속 글리코겐, 글리신, 베타인은 멍게의 감칠맛을 책임지는 일등 공신이다. 가장 맛과 향이 뛰어난 멍게는 생후 3~4년가량 자란 것으로, 먹었을 때 향이 상큼하고 달콤한 뒷맛이 남는다.
멍게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회로 먹는 게 가장 좋다. 먼저 손질이 필요하다. 흐르는 물에 멍게를 깨끗이 세척한다. 이후 몸통 위에 있는 두 개의 뿔(입)과 아래 뿌리를 잘라준다. 그리고 몸통에 가위를 집어넣어 껍질과 살 사이를 분리하고 각종 불순물을 제거한다. 이렇게 손질한 멍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기만 하면 멍게회 완성이다.
별미 중의 별미인 ‘멍게 비빔밥’도 빼놓을 수 없다. 요리 방법도 간단하다. 손질한 멍게를 잘게 다지듯 자른다. 따끈한 밥 위에 멍게를 올린 뒤 취향에 따라 새싹이나 초장, 참기름 등을 넣어 먹으면 끝이다. 매콤함을 좋아한다면 고춧가루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을 섞어 만든 양념을 추천한다. 멍게가 머금은 바다 향과 고소한 참기름, 매콤한 양념을 버무린 멍게 비빔밥 완성이다.
멍게는 맛과 향뿐만 아니라 영양분도 뛰어나다. 멍게는 지방질이 거의 없는 수산물로, 해삼·해파리와 함께 3대 저열량 수산물로 꼽힌다. 여름휴가를 대비해 체중 감량에 도전하고 싶지만 맛은 포기할 수 없는 미식가들에게 제격이다. 또한 멍게는 지방질이 적고 면역력 증진과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는 타우린, 아연, 셀레늄이 풍부하다.
좋은 멍게를 고르려면 껍질에 주목하면 된다. 질 좋은 멍게는 껍질의 색이 붉고 크기가 고르며 단단하고 광택이 난다. 자연산 멍게는 껍질이 두껍고 돌기가 높게 돌출돼 있다. 멍게를 보관하려면 해수에 담근 채로 냉장고에 넣어두면 된다. 손질을 이미 했다면 가급적 바로 먹어야 하며, 냉장고에 보관하더라도 최대 2일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2024-04-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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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PICK] 겨울철 밥도둑 ‘꼬막’, 맛과 영양 모두 “10점이요!”
미식가들은 말한다. 지금은 이 생선이 제일 맛있다고, 제철 음식이 보약이라고. 사계절, 열두달마다 지금 뭐가 제철인지 뚝딱 아는 게 신기하다. 맛집은 찾아다녀도 제철 수산물은 잘 모른다면 주목하라. 회 종류는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구분하고, 초장맛밖에 모르는 수산 담당 기자가 매달 제철 수산물을 픽(PICK)해서 소개한다.
‘제철PICK’ 두 번째 주인공은 찬 겨울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을 자랑하는 ‘밥도둑’ 꼬막이다.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에 따르면 꼬막은 여름 때 산란 후 겨울이 되면 찬 수온을 버티기 위해 살이 통통하게 차오른다. 보통 11월부터 2월까지 채취하는데 겨울 끝에 다다를수록 더욱 깊은맛을 품는다. 여기에 영양도 풍부하다니 그야말로 만점짜리 제철 음식이다.
꼬막은 다양한 요리 방법이 모두 어울리지만 가장 추천하는 건 양념 무침이다. 손질한 꼬막을 진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매실액, 간 마늘, 다진 양파, 다진 쪽파를 넣어 만든 양념장과 잘 버무리면 끝이다. 꼬막 양념 무침은 씹을수록 고소한 꼬막과 새콤달콤한 양념의 조화가 기가 막혀 절로 쌀밥 한 숟갈을 훔치게 한다. 이를 못 참고 아예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겨울철 별미 꼬막 비빔밥으로 변신이다. 부드러운 쌀밥 사이로 탱탱하게 씹히는 꼬막살은 서로의 식감을 한껏 돋운다.
꼬막 맛에만 관심을 가지면 섭섭하다. 이에 못지않은 풍부한 영양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수과원은 “꼬막은 단백질과 미네랄, 필수 아미노산은 물론, 칼슘과 무기질, 비타민 등이 많이 함유돼 있다. 특히 햇빛 노출이 적은 겨울철에 부족한 비타민D가 풍부하다. 또한 베타인과 불포화지방산,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혈관 및 혈액 건강에도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맛있는 꼬막을 구분하려면 슬쩍 건드려보면 된다. 이때 입을 꼭 다무는 꼬막이 신선한 녀석이다. 하지만 꼬막은 수심 10m 갯벌에서 자라는 탓에 흙과 불순물이 묻어 있어 요리 전 세척과 해감이 필수다. 큰 그릇에 소금물과 꼬막을 넣고 비비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한 뒤 꼬막을 흐르는 물에 2~3차례 헹구며 세척한다. 이후 소금물에 꼬막을 넣은 뒤 빛이 차단되는 봉지로 덮어 1~2시간 정도 놔두면 해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끓는 물에 약 3분간 데치면 손질이 끝난다. 이 과정이 귀찮다면 방법이 있다. 이미 손질된 자숙 꼬막이나 통조림을 사면 된다. 생꼬막보다 풍미는 덜하지만 그만큼 손이 덜 가서 편하다.
섭취 시 조심해야 할 점은 없을까. 수과원에 따르면 껍질이 열려있거나 속살이 붉지 않고 변색한 꼬막은 피해야 한다.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꼬막은 차가운 성질을 가진 탓에 과다 섭취할 경우 복통이나 설사, 소화불량 등을 겪을 수 있다. 제철이 아닌 시기에는 패류 독소가 체내에 축적되어 있을 수 있어 특히 패류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꼬막은 크게 새꼬막, 참꼬막, 피꼬막(피조개) 세 종류로 나뉜다. 우리가 시중에서 가장 많이 보는 꼬막은 새꼬막이다. 새꼬막은 참꼬막보다 크기가 크지만 양식으로 남해와 서해안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덕분에 가격이 저렴하다. 표면에 솜털이 나 있으며 식감이 부드럽다. 참꼬막은 쫄깃한 식감과 특유의 감칠맛을 자랑하지만 크기가 제일 작고 주로 자연산이라 가격이 비싼 편이다. 피조개는 크기가 가장 크고 빨간색 육질은 탄력적이라 일본 수출 품목으로 인기가 높다.
꼬막은 본래 ‘작은 조개’라는 뜻의 ‘고막’으로 불리며 표준어에 등록됐다. 하지만 꼬막 최대 생산지인 전남에서 ‘꼬막’이라 불렸고, 결정적으로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서 꼬막이라는 표현이 전국에 알려지며 기존 표준어인 ‘고막’ 대신 ‘꼬막’을 쓰는 사람이 늘었다. 이에 오늘날 표준어가 꼬막으로 바뀌게 됐다.
2024-02-0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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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PICK] 기름기 품은 겨울 방어, 감칠맛에 반하다
미식가들은 말한다. 지금은 이 생선이 제일 맛있다고, 제철 음식이 보약이라고. 사계절, 열두달마다 지금 뭐가 제철인지 뚝딱 아는 게 신기하다. 맛집은 찾아다녀도 제철 수산물은 잘 모른다면 주목하라. 회 종류는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구분하고, 초장맛밖에 모르는 수산 담당 기자가 매달 제철 수산물을 픽(PICK)해서 소개한다.
‘제철 PICK’ 첫 번째 주인공이자 1월의 제철 음식은 바로 방어다.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도 최근 ‘이달의 수산물’로 방어를 콕 집은 적 있다. 수산물에게 제철은 알을 낳기 위해 지방과 살을 가득 찌우는 산란기 직전이다. 2~6월이 번식기인 방어의 제철이 겨울인 이유다.
방어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기름기다. 두툼하게 썬 방어회를 한 입 베어 물면 고소함과 감칠맛이 혀를 감싼다. 속살에 결마다 기름기가 스며 들어 촉촉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무르지 않다. 향이 없어 입 안에서 씹을 때마다 고유의 감칠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방어회는 김과 묵은지가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기름기가 많은 방어의 특징 때문이다. 짭짤한 김, 새콤한 묵은지는 방어회의 기름기와 어울릴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취향에 따라 매콤한 고추와 함께 쌈을 싸 먹거나 초장이나 된장을 곁들여도 된다. 하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방어 고유의 기름기가 묻히기 때문에 조금씩만 넣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방어를 먹어야 하는지 고민된다면 ‘거거익선’을 기억하면 된다. 보통 수산물은 일정 크기를 넘어서면 그 맛과 향이 떨어지지만 방어는 이야기가 다르다. 크면 클수록 몸에 있는 살과 지방의 양도 늘고 맛도 좋다. 일반적으로 3kg 미만을 소방어, 3~5kg을 중방어, 5kg 이상을 대방어라고 한다. 하지만 보통 8kg은 넘어야 ‘진짜 대방어’로 인정 받으며, 10kg 이상은 ‘돼지 방어’로 불리며 더욱 비싼 값을 받는다.
기름기가 적은 몸통 부위부터 시작해 기름기가 많은 부위를 번갈아 먹어야 맛있다. 횟집에서 대방어를 시키면 각종 특수부위가 함께 나온다. 크기가 큰 만큼 부위가 많은데, 기름기와 식감이 조금씩 다르다.
등살은 머리와 가까운 앞쪽의 지방이 풍부하고 꼬리 부분으로 갈수록 지방이 적어 담백하다. 뱃살은 살코기가 많은 윗뱃살과 기름기가 많은 아랫뱃살로 나뉜다.
방어 가격은 제철인 겨울에 아무래도 수요가 몰려 비싼 편이다. 수산물 유통 플랫폼인 인어교주해적단에 따르면 8~10kg 방어 시세는 3일 기준 kg당 3만 원(제주)에서 3만 5000원(동해) 정도부터 시작한다. 횟집 등 매장에서 먹을 경우에는 부산 기준 소자에 6만 원 수준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 관계자는 “등푸른생선인 방어는 겨울철 맛이 좋을 뿐 아니라 불포화 지방산과 비타민 D가 풍부해 심혈관계 질환 예방과 뇌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방어는 여름에는 강원도 부근으로 올라갔다 날이 추워지면 따뜻한 제주도 부근으로 내려간다. 방어라는 이름은 생김새가 방추형이라 방어로 불리게 됐다는 설과 예전 울산 방어진에서 많이 잡혀 방어가 됐다는 설 등이 있다.
2024-01-03 [17:43]